사진기자에게 강요되는 맹목적인 신앙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이 백장의 글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지나친 리얼리즘의 강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맹목적 신앙이야 말로 사진기자가 극복해야할 덫이 될 수 있다. 한 장의 사진만을 추구하다 보면 전적으로 사진에만 매골할 수밖에 없고 리얼리즘만이 대접받는다면 이 직업은 다리에 힘이 빠지면 젊은 기자들에게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현장에 직접 뛰어든 사진기자가 더욱 리얼한 글을 쓸 수 있고, 백발을 휘날리는 선배들의 노하우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소감을 쓰면서 평소 직업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번 수상작 ‘필사의 구조’를 취재하게 된 과정을 밝히기 위함이다. 지난 7월16일 부산지역에 내린 시간당 90mm의 폭우는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고 6명의 인명 피해라는 아픈 상처를 남겼다 피해상황을 취재하던 10시40분께 부산시 소방본부로부터 ‘연제구 연산 6동 산사태, 긴급 출동’ 메시지가 답지했다. 기자는 1998년부터 부산시 소방본부 119 의용구조대에서 ‘수난(水亂)인명구조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달 한차례씩의 소집 훈련 및 자원봉사를 통해 인명구조, 심폐소생술 등 각종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소방본부는 각종 재난 현장에 의용소방대원들을 소집 정규 소방대원과 함께 인명 구조 및 재난 복구 작업에 나선다. 이날 취재도 소방본부 핫라인을 통해 사고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 받을 수 있었으며 현장에도 평소 훈련을 같이 해왔던 대원들이 있었기에 접근이 가능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산사태로 흙이 계속 밀려내려 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가슴까지 매몰된 주민은 극심한 공포와 저체온 증으로 탈진한 상태였다. 만약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없거나 수가 부족했다면 나도 사진기를 놓고 구조작업에 역할을 담당했겠지만 당시 50여명의 구조대원들이 출동, 교대로 구조작업을 벌이던 상황이었으므로 취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기자의 10년 넘은 의용소방대원 활동과 이 분야에 대한 경험 축적은 각종 재난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정보습득과 현장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기자의 자원봉사 활동이 취재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함은 아니다.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의 영광을 그동안 함께 땀 흘린 동료 의용소방대원들과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가는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국제신문 사진부 박수현
회차 심사평
제227회 전체 총평
제22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근성’과 ‘기획력’이 2009년 7월 ‘이달의 기자상’ 승부처가 된 듯싶다.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천성관 법무장관 후보자 자격 검증’(한겨레와 CBS) 보도나 기획보도부부문의 ‘중고차시장 대해부’(서울신문) 같은 경우는 무엇보다 기자들의 예민한 후각과 발품을 판 근성있는 취재가 빛을 발한 대표적인 경우다. 지역기획 신문(전남지역 대해부 ‘로컬 와이드’)과 방송(갈색도자기 옹기) 각각 한편씩의 수상작들은 기획력이 특히 돋보인 작품들이었다.
모두 33편이 응모한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서 아깝게 탈락한 작품들 역시 바로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이었다.
불량맥주의 은밀한 리콜을 다룬 <광주방송>의 ‘불량맥주, 그 은밀한 수거’와 <부산일보>의 ‘부산공동어시장 무자격 사장 선출 파문’은 그런 점에서 특히 아쉬움이 컸다.
불량맥주의 은밀한 리콜 사건을 파헤친 <광주방송>의 보도는 그 근성 있는 추적 취재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결정력이 약한 것이 흠으로 지적됐다. 단적으로 심사위원들은 기사만 보고서는 ‘불량맥주’를 비공개적으로 리콜한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별도의 확인과정을 거쳐야 했다.
‘부산공동어시장 무자격 사장 선출 파문’ 역시 비슷했다. ‘범죄증명서’ 위조 등 무자격 사장이 선출된 경위와 공동어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비교적 잘 짚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무자격 사장이 어떻게 사장 후보 공모에 응하고, 최종적으로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사안의 총체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드러내 주지 못한 점이 아마도 감점 요인이 된 듯싶다.
‘전국연합학력 평가 문제 사전 유출 사건’(SBS) 같은 경우는 학원과의 구조적 유착 관계 등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회성 보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와 의 ‘천성관 보도’는 기자들의 문제의식과 근성, 그리고 순발력있는 취재가 돋보인 작품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는 천후보자가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알고 지내던 사업가로부터 당초 해명과는 달리 두 배나 많은 15억원이나 빌린 사실, 또 건설업체 리스차량 무상 사용 의혹 등을 현장 확인 취재를 통해 분명하게 제기함으로써 천성관 후보자의 자격 논란에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보도는 천성관 후보자의 고가 아파트 매입 의혹을 다른 언론에 앞서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통해 천후보자와 관련된 ‘스폰서 의혹’을 강도 높게 이어간 점에서 ‘용기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역시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 사주, 주식 불공정 거래 수사’(한겨레)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취재가 쉽지 않은 사안을 정확하게 확인 취재해 용기있게 보도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기획보도(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중고차시장 재해부’는 말 그대로 발로 뛴 기사였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언론 보도는 그동안에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사처럼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한 경우는 없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이달의 기자상 가운데서도 가장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 수상작 가운데 특히 울산MBC의 ‘갈색도자기 옹기’는 기획과 구성, 그 내용 등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숨쉬는 옹기’에 대해 현대적이고 심층적, 과학적 고찰을 시도한 것 등 그 내용의 짜임새나 흥미로움은 물론 영상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신문 보도 부문 수상작인 ‘전남지역 대해부-로컬 와이드’(전남일보)는 말 그대로 전남 지역 곳곳의 문화와 인물, 풍물 등을 오늘의 시각과 관점에서 밀도 있게 재해석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기획물로서는 그 기획의 취지 등이 모호하고, 짜임새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지역 곳곳을 매주 돌아가며 소개하는 식의, 이른바 ‘펼침 기획’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지난 7월 폭우로 인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산사태 현장에서 긴박했던 인명구조 순간을 포착한 ‘사투벌인 구조’(국제신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긴박한 구조현장의 생생함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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