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아프다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A4용지 네 장짜리 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이는 유서에 자기 동생만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고, 좋은 성적만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잘못됐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줄에 “곰인형과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겨우 14년밖에 살지 못한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어릴 때부터 끌어안고 자던 곰인형과 아이팟 뿐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유서는 많은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단순히 지방의 한 아이가 목숨을 끊었다라는 단신기사용으로 치부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10대들은 이 아이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달 이상의 기획회의가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자들 대부분이 이미 30대인 상황에서 10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0대를 ‘겪었’지만 기사는 ‘10대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미 10대와 관련된 보도는 조금씩 타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나온 상태였습니다. 10대의 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특별취재팀이 내린 결론은 ‘무조건 많이 듣자’였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상태. 아이들이 비속어를 쓰면 비속어를 쓰는대로 최소한으로 거르고, 기자의 개입이 없는 아이들 속내를 그대로 파헤쳐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1명의 아이를 취재하기 위해서는 1시간이 넘는 기다림이 있어야 했습니다. 단 몇줄짜리의 속내를 듣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취재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전 취재팀이 한 달 넘게 서울 전역의 100명 이상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학교 앞에서 쫓겨나기 일쑤였고, 비행청소년을 만나기 위해서는 잠복취재까지도 감수해야했습니다. 어떤 기획의도도 갖지 않고 일단 듣고 판단하는 방식의 취재는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덧붙임 없이 들어주는 어른을 처음 만난 아이들은 점차 마음을 열어갔습니다. 그렇게 밤낮없이 한 취재를 통해 특별취재팀은 10대들이 갖고 있는 고민, 자신의 연애담, 성적, 친구문제, 부모님과의 갈등 등 30대 어른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그들만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10대들에 대한 취재팀의 관심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보람된 일들도 많았습니다.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는 아이를 발견, 부모와 함께 상담을 받게 함으로써 어머니가 갖고있던 잘못된 훈육방식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또 학업을 포기하고 가출한 아이들이 기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직접 제발로 검정고시학원을 등록하는 성과도 이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대는 많이 아픕니다. 20대도, 30대도, 40~50대도, 60대 이상의 노년층도 모두 각자 아프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10대들의 아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들은 아직 ‘시작’ ‘희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해도 언젠가 좋은 일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우지 못한 10대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배워버리는 10대는, 절망할 때마다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아픔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아직도 많은 중·고등학생이 다양한 이유로 죽음을 택하고, 학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이 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이번 기획보도로 10대들을 바라보는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많은 어른들의 시선이 따뜻해졌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10대가 아프다’는 말이 정언명제가 되지 않는 날이 오길 희망해봅니다.
회차 심사평
제256회 전체 총평
제25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홍성완 연합뉴스 국제뉴스국 기자
이번 심사에는 모두 39편 가운데 21편이 본심사에 올라와 5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심사에서 관심이 집중된 주제는 ‘학교폭력’ 사태. 동아일보와 대구 MBC가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다뤘다. 심사위원으로서는 특종 범주에 드는 사안을 2개 이상 매체가 다뤘을 때 신경이 많이 쓰인다. 대형 특종이 아닌 한 모두 상을 주기는 어렵고 어느 한쪽에 점수를 많이 주면 탈락한 쪽으로부터 섭섭하다는 반응과 함께 때로는 원성을 살 소지도 많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거의 모든 매체가 대대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평가 기준은 누가 먼저 터뜨렸느냐는 속보성이 중시됐다. 수상은 속보와 충실한 후속 보도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파헤쳤다는 평가와 더불어 심사위원 전원이 합격점을 준 대구MBC에 돌아갔다. 동아는 수상에서 밀렸으나 자살한 중학생의 유서를 상세히 소개한 편집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신문 한겨레21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있었다’는 사안의 비중과 파장을 고려,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는데 이의가 없었다. ‘주중 한국대사관 쇠구슬 피격..’(연합뉴스 베이징지사)은 1표 차이로 아쉽게 탈락했으나 서해안에서 발생한 우리 해경 피살사건으로 중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자칫 묻혀 지나갔을지도 모를 사안을 놓치지 않았고 특히 금이 간 대사관 유리창을 찍은 사진이 좋았다는 평가다.
YTN의 ‘서울시향 정명훈씨 연봉’ 관련기사도 수상은 못했으나 취재보도 부문에서 주목받았다. 팩트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지적과 함께 세계적인 음악가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논란이 된 가족 항공료 지급은 관행인지, 이면계약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경향신문의 ‘10대가 아프다’는 세대간 소통이 단절된 요즘 10대들의 속마음을 그들의 입을 빌어 전달하는 방식으로 보도, 생동감을 줬다. 어른들이 알수 없는 10대들만의 은어를 정리한 것도 좋았다.
경향은 또 다른 기획물 ‘청년백수 탈출기’를 출품하는 의욕을 보였다. 이번 심사에 학교폭력을 비롯 10대, 20대의 문제를 다룬 출품작이 많다는 것은 요즘 세태의 핵심 단면을 진단한 것으로 사회적 핫 이슈를 부각시켜 공론화하는 언론기능의 작동이라 봐야겠다.
지역언론사에서 취재.기획부문 합쳐 20편을 출품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TBC대구방송의 ‘비료 유해물질 범벅’은 비료가 농민에게는 쌀과도 같이 중요한 존재이지만 오랫동안 관련 기사가 안나왔는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수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수상작으로 뽑혔다. ‘현직 군수와 후보들, 브로커에 줄줄이 노예각서’(CBS전북)는 지역 브로커 세력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파헤쳤다는 노력이 인정되어 수상작 리스트에 올랐다.
수상은 못했으나 눈길을 끈 기사로는 SNS를 다룬 ‘소셜 3.0시대’(한국경제신문), 학교 폭력조직 ‘일진’시리즈(연합뉴스 충북취재본부), 학교 비정규직 기획 ‘학교 회계직을 아시나요’(EBS), '세계의 전장 인천, 평화를 말하다'(경인일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