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후보자 휴대전화 고리에 박정희·육영수 사진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지난 2월13일 박근혜 당선인은 초대 국방부장관에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내정했다.
초대 안보수장에 대한 초미의 관심을 대변하듯 각 언론사는 관련 기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안인선의 여파였을까? 기사의 양에 비해 내정자의 자료 사진은 턱 없이 부족했다. 어김없이 데스크의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언론 경험이 많지 않은 내정자가 노출을 꺼리기 전에 그리고 국방부의 의전을 받기 전 내정자를 만나는 것이 관건이었다.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한 끝에 임시 집무실로 향하는 시간을 알아냈고 급히 차를 돌려 내정자가 집에서 나서는 모습과 전쟁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 내부 모습 등을 단독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단독을 발견한 건 마감을 위해 황급히 컴퓨터를 켠 순간이었다.
사진 취재는 촬영도 중요하지만 후작업을 통해 종종 특종을 건지기도 한다.
마감하며 혹시 간과한 것이 없나 수백 장의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다 유독 한 장의 사진에 눈길이 갔다. 어색하게 매달려 있던 휴대전화 고리. 확대를 해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담겨 있는 게 아닌가.
김 내정자가 친박계열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휴대전화에 임명권자의 부모인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단 것은 의외였다.
이에 기자는 사진부장에게 즉각 보고하고 김 내정자의 휴대전화 고리를 확대 편집해 보도했으며 이는 누리꾼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김 내정자는 사진 보도 후 평소 두 분을 존경해서라고 밝혔다가 정치군인 아니냐는 호된 여론의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회차 심사평
제270회 전체 총평
한겨레 ‘격차사회를 넘어’ 현장 목소리 미시적 접근 ‘호평’
꽃샘추위 속에서도 화신(花信)과 함께 좋은 기사들이 지역에서 쏟아졌다. 최고점도 지역에서 나왔다. 27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총 36건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6개 부문 10건 중에서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흔히 특종은 취재보도의 ‘꽃’으로 비유된다. 9건이 출품된 취재부문은 이달에도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예심을 통과한 ‘북한 3차 핵실험 최초 보도’(연합뉴스), ‘영훈국제중 부정입학 등 연속보도’(KBS), ‘박근혜 정부 조각 검증’(동아일보) 등 3건이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인 가운데 ‘발로 뛴 취재 노력’이 가장 돋보인 ‘영훈국제중 부정입학 연속보도’만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슷한 제보와 동일한 사안으로 취재경쟁을 벌인 다른 매체들보다 한발 앞선 현장 취재가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3차 핵실험 최초보도는 외신보다 한발 앞선 ‘시간차 특종’임에도 핵실험 자체가 예견된 사안이었고 후속보도가 미약했던 것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해 아쉽게 탈락했다. ‘박근혜 정부 조각 검증’은 타사와 비교해 가장 체계적인 인사검증을 시도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역시 아쉽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신문부문에서는 유일한 출품작이지만 다양한 실험으로 주목받은 ‘2013 격차사회를 넘어-밀려난 삶들의 공간’(한겨레)이 별다른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격차사회의 공간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미시적으로 접근한 점이 호평을 받은 가운데, 거시적 접근이 더해졌으면 기사의 완결성이 더 갖춰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일상화되다시피한 탈북을 이념이 아닌 생존의 시각으로 접근해 1년 이상 공들여 만든 탈북자와의 ‘동행 다큐’ 성격을 띤 ‘탈북자 이은혜’(KBS 시사기획 창)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발생한 ‘취재원 조난’이라는 돌발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이더라도, 취재진이 취재원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12건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절도범에 의해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관세음보살좌상’(충청투데이), ‘도난 日 국보급 수백억 원대 불상 2점 위작 판정 부산항 무사 통관’(부산일보), ‘충남교육청 장학사 인사 비리 연속보도’(대전CBS) 등 예심을 통과한 3건이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행운을 안았다(그동안 동일한 소재나 주제를 다룬 복수의 기사는 대개 자체 경합 끝에 1건만 선정되곤 했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관세음보살좌상을 다룬 두 기사의 경우, 지역 이슈에 머물 수 있는 사안을 전국적 이슈로 만든 끈질긴 기자정신과 치열한 취재노력이 ‘목적의식의 과잉’이라는 약점을 덮기에 충분했다.
교육계의 고질병이기에 파헤치기 어려운 인사비리를 전국적인 쟁점으로 끌고 간 장학사 인사 비리 연속보도는 수상작 중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영예를 안았다. 다만, 쉬쉬하는 가운데 관행적으로 진행되어온 인사비리에 제동을 건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발표를 따라간 ‘답습형 보도’라는 지적도 있었다.
5건이 출품된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한반도의 고래’ 2부작(울산MBC)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반도의 고래’가 참신한 소재가 아니라는 혹평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함께 1년여 동안 해양탐사를 실시해 참치를 따라 몰려온 고래 떼 수천마리의 먹이 포식 장면을 포착하고 귀신고래, 혹등고래 등 다양한 고래를 탐사취재한 점은 호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문보도 사진부문에서는 ‘국방장관 후보자 휴대전화 고리에 박정희ㆍ육영수 사진’(연합뉴스)과 미숙아 문제를 앵글에 담은 ‘세상이 궁금해 일찍 나온 작은 천사’(서울신문)가 경합을 벌인 가운데 세간에 화제가 된 국방장관 후보자 휴대전화 고리 사진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방장관 후보자 휴대전화 고리 사진보도는 ‘우연한 포착’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후작업(편집)의 성과가 돋보였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