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에 의해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관세음보살좌상
충청투데이 고형석 기자
일본에서 불상 2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밀반입한 일당 일부가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만 해도 그냥 대수롭지 않은 사건 정도로만 생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가 동석한 브리핑 자리에서 이 관계자는 불상이 장물이기 때문에 유네스코 협약 등에 따라 불상을 일본에 돌려주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무리 장물이라지만, 그래도 원래 우리 것이었는데 무조건 돌려줘야 한다니.
타부서 선배에게 귀가 솔깃한 정보를 들었다. 불상들이 최초로 만들어졌던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근무했던 스님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연락을 취해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털어놨다. 2점의 불상 가운데 적어도 관세음보살좌상은 일본에 넘겨주지 않아도 될 만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10년 전 관세음보살좌상이 일본에 보관돼 있을 당시 대마도 관음사 주지스님이 부석사를 방문했고 이 스님은 “불상 안을 들여다봤는데 그 안에 각종 복장물(오곡·오학·직물·복장기)이 들어있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불교에서 복장물은 불상 제작에 주요 증거가 된다. 관세음보살좌상이 만들어졌던 고려시대에 불교를 일본에 전파하기 위해 불상을 넘겨줬다면 몸 안의 복장물을 비우거나 새롭게 만든 불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불교계의 관례다. 하지만 관세음보살좌상처럼 복장물이 있었다는 것은 적어도 당시 일본에 선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즉 일본이 약탈해갔다는 것이다. 또 이미 17년 전 서산 부석사에서 관세음보살좌상을 돌려줄 것을 일본 측에 요청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불상이 과거 14세기, 일본에 약탈된 것이라는 일본인이 작성한 논문을 입수하기도 했다.
이후 전국 시민단체와 불교계, 정치권은 잇따라 성명을 냈고 문화재청은 관세음보살좌상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넘어간 것이 맞는지와 그 시기, 배경 등에 대한 학술연구 추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20여일에 걸쳐 모두 16차례가 이뤄진 추적보도를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회차 심사평
제270회 전체 총평
한겨레 ‘격차사회를 넘어’ 현장 목소리 미시적 접근 ‘호평’
꽃샘추위 속에서도 화신(花信)과 함께 좋은 기사들이 지역에서 쏟아졌다. 최고점도 지역에서 나왔다. 27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총 36건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6개 부문 10건 중에서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흔히 특종은 취재보도의 ‘꽃’으로 비유된다. 9건이 출품된 취재부문은 이달에도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예심을 통과한 ‘북한 3차 핵실험 최초 보도’(연합뉴스), ‘영훈국제중 부정입학 등 연속보도’(KBS), ‘박근혜 정부 조각 검증’(동아일보) 등 3건이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인 가운데 ‘발로 뛴 취재 노력’이 가장 돋보인 ‘영훈국제중 부정입학 연속보도’만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슷한 제보와 동일한 사안으로 취재경쟁을 벌인 다른 매체들보다 한발 앞선 현장 취재가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3차 핵실험 최초보도는 외신보다 한발 앞선 ‘시간차 특종’임에도 핵실험 자체가 예견된 사안이었고 후속보도가 미약했던 것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해 아쉽게 탈락했다. ‘박근혜 정부 조각 검증’은 타사와 비교해 가장 체계적인 인사검증을 시도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역시 아쉽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신문부문에서는 유일한 출품작이지만 다양한 실험으로 주목받은 ‘2013 격차사회를 넘어-밀려난 삶들의 공간’(한겨레)이 별다른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격차사회의 공간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미시적으로 접근한 점이 호평을 받은 가운데, 거시적 접근이 더해졌으면 기사의 완결성이 더 갖춰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일상화되다시피한 탈북을 이념이 아닌 생존의 시각으로 접근해 1년 이상 공들여 만든 탈북자와의 ‘동행 다큐’ 성격을 띤 ‘탈북자 이은혜’(KBS 시사기획 창)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발생한 ‘취재원 조난’이라는 돌발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이더라도, 취재진이 취재원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12건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절도범에 의해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관세음보살좌상’(충청투데이), ‘도난 日 국보급 수백억 원대 불상 2점 위작 판정 부산항 무사 통관’(부산일보), ‘충남교육청 장학사 인사 비리 연속보도’(대전CBS) 등 예심을 통과한 3건이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행운을 안았다(그동안 동일한 소재나 주제를 다룬 복수의 기사는 대개 자체 경합 끝에 1건만 선정되곤 했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관세음보살좌상을 다룬 두 기사의 경우, 지역 이슈에 머물 수 있는 사안을 전국적 이슈로 만든 끈질긴 기자정신과 치열한 취재노력이 ‘목적의식의 과잉’이라는 약점을 덮기에 충분했다.
교육계의 고질병이기에 파헤치기 어려운 인사비리를 전국적인 쟁점으로 끌고 간 장학사 인사 비리 연속보도는 수상작 중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영예를 안았다. 다만, 쉬쉬하는 가운데 관행적으로 진행되어온 인사비리에 제동을 건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발표를 따라간 ‘답습형 보도’라는 지적도 있었다.
5건이 출품된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한반도의 고래’ 2부작(울산MBC)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반도의 고래’가 참신한 소재가 아니라는 혹평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함께 1년여 동안 해양탐사를 실시해 참치를 따라 몰려온 고래 떼 수천마리의 먹이 포식 장면을 포착하고 귀신고래, 혹등고래 등 다양한 고래를 탐사취재한 점은 호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문보도 사진부문에서는 ‘국방장관 후보자 휴대전화 고리에 박정희ㆍ육영수 사진’(연합뉴스)과 미숙아 문제를 앵글에 담은 ‘세상이 궁금해 일찍 나온 작은 천사’(서울신문)가 경합을 벌인 가운데 세간에 화제가 된 국방장관 후보자 휴대전화 고리 사진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방장관 후보자 휴대전화 고리 사진보도는 ‘우연한 포착’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후작업(편집)의 성과가 돋보였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