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백제 - 설화에 묻히다 등 3부작 대전MBC
대전MBC 이교선 기자
1400년이나 지난 역사, 그러나 우리는 지금 왜 백제에 주목할까?’ 라는 근본적 의문에서부터 ‘백제’에 대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처음 맡은 다큐멘터리를 창사에 맞춰 6개월여만에 3부작이나 만들어야했고, 잘 만들어진 역사 다큐멘터리가 이미 대중화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쉬우면서도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지는 늘 부담이었고, 잘 풀어냈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1부 ‘설화에 묻히다’에서는 백제 역사의 ‘왜곡’을 다뤘습니다. 백제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의자와과 삼천궁녀 설화가 중국 시조의 표절임을 처음으로 제기했습니다. 백제 멸망을 담은 이야기도 승자의 편파적인 역사서술이었음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삼국시대이후 현재까지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며 되풀이된 백제에 대한 왜곡과 이로 인해 우리 인식속 깊숙한 편견을 파헤쳤습니다.
2부 ‘바다를 경영하다’ 에서는 미륵사지 사리 봉안기와 문익점의 목화씨를 뒤집는 백제 면직물등, 한국사를 뒤집을만한 각종 최신 유물을 통해 백제가 바다를 이용한 교류왕국임을 증명했습니다. 해외에서도 각종 백제 유물을 통해 백제가 ‘개방성’과 ‘다양성’을 이룬 나라로 한-중-일 동아시아 교류사를 풀어줄 총아로 주목받고 있음을 다뤘습니다.
3부 ‘디지털로 부활하라’에서는 역사접근의 새 기법인 디지털 복원을 통해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역사가 3D와 홀로그램 복원방식을 만나 어떻게 친근한 콘텐츠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영국 현지 취재등을 통해 접근했습니다.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다시피 한 취재진을 이끌어 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새로운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촬영이 쉽지않은 해외취재의 섭외까지도 앞장서 해결해 주신 부여박물관 김유식 학예실장과 충남대학교 박순발 교수님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또 한여름에도 기암절벽인 낙화암까지 수백미터씩 지미집 장비를 들고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스탭들의 노고로 다양한 앵글의 HD 영상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합니다. 올해 공주, 부여에서는 세계 대백제전이 열렸고, 서울에 한성백제박물관이 개관할 예정에 있는등 우리가 잊고 있던 백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를 단순히 과거가 아닌 현재에 투영시키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우리 고대사의 한 축이면서도 외면받고, 작게만 보이던 백제 역사를 제자리 매김 하기 위한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모든 결과물은 많지 않은 인원 여건속에서도 늘 믿고 기다려주신 대전 MBC 선후배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신빈민촌 희망찾기 - 마을별 기초생활수급자 최초 분…
신빈민촌 희망찾기 - 마을별 기초생활수급자 최초 분석
부산일보 황석하 기자
"부산의 강남 해운대구에도 이런 동네가?"
흔히 부유하고 빈곤한 지역이 거론될 때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는 예전부터 자리잡은 특정 지역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거론되는 지역이 서부산권이냐 동부산권이냐에 따라 빈부의 차이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난다. 이처럼 가난하고 잘사는 동네는 이미 빈부가 규정된 큰 테두리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도 빈곤으로 시름하는 곳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그동안 간과됐던 부분.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구만 하더라도 일부 지역은 인구대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꽤 높은 곳이 더러 있었다. 취재진의 의문점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우선 부산의 다른 지역에도 이런 곳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확한 자료와 통계가 필요했다. 또 취재진은 마을(통 단위)로 빈곤 문제를 접근했기에 필요한 데이터양도 방대했다. 이를 위해 부산 16개 구·군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사회부 경찰 기자들을 동원해 각 기초지자체 소속 동의 통별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료의 수집과정 자체가 녹록지 않았다. 일부 주민센터 공무원들의 비협조로 애를 먹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료수집을 완료했지만 모은 자료들을 가공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이를 위해 취재진과 시민복지연대는 밤샘 작업을 밥먹 듯이 했다.
재개발지역과 영구임대아파트 등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부대끼는 취재 역시 여러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재개발지역의 경우 우리의 취재 목적과 가장 알맞은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마을을 물색하는 데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무엇보다도 가난에 시달린 데다 외부와 교류를 거의 차단한 이 지역 주민들의 닫혀 있는 마음도 취재의 걸림돌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취재진은 끊임없이 취재의 목적을 주민들에게 설명해야만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던가? 취재진의 목적에 공감하기 시작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으며 기사로 마을을 바꿔 달라고 당부했을 때 이번 취재에 대한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1부 보도에서는 정확한 통계 수치와 현장을 통해 부산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과 대책 없이 모아만 놓은 영구임대아파트의 문제점이 신빈민촌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학 교수와 시민 활동가 등 이번 기획 취재의 자문단과 머리를 맞대 2부 보도에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1, 2부 보도가 끝난 뒤 울림들이 일기 시작했다. 부산지역의 풀뿌리조직, 사회복지학계, 문화예술계, 정계, 시민단체 등 마을재생 전문가들이 `우리마을 네트워크`를 통해 결집했다. 우리마을네트워크는 본보 시리즈가 지난 10년의 부산도시정책 역사와 사회복지 현실을 반추하는 소중한 자료라는 판단 아래 마을별 기초수급자 분석 자료와 대안들을 토대로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결과는 이번 보도를 기획한 취재진의 노력과 동시에 자료 수집에 발 벗고 나선 경찰 기자들,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준 자문단, 마을을 바꿔보겠다는 취재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낙동강 폐기물 불법 매립 단독 기획보도 창원MBC
낙동강 폐기물 불법 매립 단독 기획보도
창원MBC 보도제작국 취재부 정영민 기자
올해 여름, 낙동강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집중 호우로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유일하게 낙동강 사업 구간인 합천보와 함안보가 잠겼다. 예견된 상황이었다지만 침수 이후 현장은 부실했고 환경영향평가를 위반한 공사는 계속됐다. 급기야 환경단체들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가며 4대강 사업은 지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4대강 공사 구간에 대규모 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낙동강은 한 숨에 4대강 사업 구간의 쟁점지역으로 떠올랐다. 전국의 눈과 귀가 폐기물에 집중된 시점에 한 덤프트럭 운전기사의 양심고백으로 본 취재팀은 두 달에 걸쳐 ‘낙동강 폐기물 불법 매립’과 ‘4대강 공사현장의 환경오염 실태’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520km구간에 걸친 낙동강. 곳곳에 매립된 폐기물은 건축폐기물과 뒤섞인 폐콘크리트=폐골재였다. 낙동강에 이런 폐기물이 매립될 경우 수질 오염이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분석이 필요했다. 폐콘크리트 용출실험을 통해 먼저 폐콘크리트의 PH농도가 합성세제와 맞먹을 정도여서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질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 할 수 있었다.
폐콘크리트의 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일주일 동안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낼 수 있었고, 이후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의 ’사실 숨기기‘,’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안일한 행정과 태도를 꼬집는 후속보도가 뒤따랐다.
이후 낙동강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해 대규모 폐기물을 낙동강 생태공원에 불법 매립하는 현장 고발과 무리한 준설로 준설토 적치장에서 썩은 침출수가 그대로 영남지역 식수원인 낙동강에 흘러들어가는 현장을 탁도 측정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담아냈다. 또, ‘야생동물보호구역에 준설토 투기장’, ‘폐공 방치...지하수 오염 우려’ 등의 연이은 보도는 생명존엄의 가치와 생태사회를 전망하는 연속 보도였다.
때마침 열린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연일 ‘4대강 폐기물’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 국감장에서 창원MBC보도 내용을 근거로 폐기물 불법 매립이 환경영향평가 당시 발견되지 못한 점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했고, 이는 환경영향평가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4대강 공사 잠정 중단과 환경영향 평가를 재실시 해야 한다는 필요성 강조와 정부의 개선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였다. 경남도는 실태파악에 나서며 결국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세웠고, 정부의 낙동강 사업권 회수를 놓고 경남도와 유례없는 법정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기자가 오로지 현장을 통해 악착같이 보도한 기사가 정치적 발목 잡기를 위한 명분이나 이념적으로 비춰지길 바라지 않는다. 그 건 수백만 명이 매일 먹는 물을 생각하고 숨 쉬는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현장을 똑바로 보고 알리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달여 동안 주말*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서운 낙동강 바람을 맞으며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린 마창진환경연합 활동가분들을 비롯해 양심고백을 해 주신 덤프트럭 기사님, 기사님의 용기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낙동강 현장 취재는 너무 험난했고 어느 하나 쉽게 허락되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그 때마다 보도제작국장님과 취재부장님을 비롯해 선배들의 격려와 지원이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국책사업을 비판하는 만큼 외압도 만만치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죠. “내가 오늘 낙동강에 왜 또 왔지?”란 목적성 없는 물음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했던 그때 ‘죽은 시인의 사회’의 'Carpe Diem‘(오늘을 즐겨라)란 말이 떠올랐죠. 그래서 저는 낙동강 현장을 즐겼습니다.
‘해운대 백만 인파의 진실’ 연속보도 부산CBS
‘해운대 백만 인파의 진실’ 연속보도
부산CBS 강동수 기자
흔히들 기자는 “팩트로 말한다”고 한다. 더욱이 사회부 기자에게 있어서 팩트란 “목숨과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단호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얼마나 팩트에 충실한가? 때론 복잡 난해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취재상의 불가피함 때문이라고 변명해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 ‘팩트’에 대한 의무를 저버릴 때가 없지 않음을 고백하게 된다.
특히나 취재원이 공개한 ‘팩트’가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마치 팩트인양 기사에 인용하는 상황을 보노라면 “00이 그렇게 말했는데 뭐..”하며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기사를 써대는 능청스런 자기합리화에 놀라기까지 한다.
‘해운대 백만 인파의 진실’이라는 기사를 쓰게 된 것은 바로 이런 고민과 반성에서 출발했다. 부산지역 기자로 일하노라면, 좋든 싫든 매년 여름 써야 하는게 해수욕장 기사다. 전국 최대의 해수욕장이라고 자부하는 해운대에 주말이나 휴일 단 하루동안에 백만 피서 인파가 몰리고, 해운대의 혁혁한 공로(?)로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의 전체 피서객은 하루 2백만에 이른다는 보도를 입이 닳도록 해온 것이다.
하지만 350만 명이 채 안되는 부산인구나, 1일 전국 피서객의 절반 이상이 부산 바다로 몰려든다는데, 이를 실감할 수 있는 그 어떤 팩트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산시와 각 구청들이 십수 년 전부터 조금씩 부풀려 오던 엉터리 통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진 때문이다. 또 나를 비롯한 지역 기자들이 ‘확인할 길이 없으니 어쩔수 없다 ”며 이를 그대로 인용해준 결과다. 자승자박, 엉터리 통계인줄 알면서도 그대로 받아쓸 수 밖에 없는 곤혹스럽고 낯뜨거운 상황이 계속돼왔다.
오랜 고민의 해답을 찾게된 것은 비겁하게도 해수욕장 담당기자 자리를 뜨면서 시경캡이 된 시점이다. 대신 힘없는(?) 후배가 총대를 메고 지난 악행에 수술칼을 휘두르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해줬고, 부산시가 시소방본부의 정확한 인파 집계방식 제안을 묵살한 비밀까지 알아내는 발군의 취재력을 발휘해 줬다. 후배의 노력이 없었다면 해묵은 논란을 끝내지도, 부산시나 해운대구청의 자기체면에 걸린 논리를 뒤집을 결정적 해법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해마다 제기돼온 “뻥튀기 집계”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차례 있었지만, 데이터의 오류는 데이터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나름의 접근법이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통계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서도 일선 자치단체와 현장 공무원부터 정확한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김없이 체감했다. 또 이렇게 생산된 ’못믿을‘ 통계는 학계의 연구나 부산시, 중앙정부의 정책 오류 등 연쇄적인 폐해로 드러남도 확인했다. 한 번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끝없는 거짓말을 되풀이 하는 구조, 더군다나 시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지자체에서 거짓말의 악순환을 양산하는 상황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고용난민시대 - 일자리 없나요? 경향신문
고용난민시대 - 일자리 없나요?
경향신문 경제부 김지환
지난 6월 일자리를 주제로 기획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막막함이 앞섰다. 쉽게 풀리지 않고 워낙 복잡한 문제이기도 했지만 이미 고용과 관련된 논의들은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사회 일자리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익히 알려진 것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양을 늘려 ‘고용없는 성장’을 돌파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정부도 사회서비스 부문을 블루오션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전형적으로 ‘나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때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일자리의 양만큼 아니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 아닐까.’ 자꾸만 유연성을 강조하며 양을 늘리는 것에만 천착하는 담론은 나쁜 일자리 다시 말해 불안정 노동이 늘어나는 현실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데올로기는 현실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수준의 직장도 못 구해서 서로 하려고 난리야.”
때문에 일자리의 양과 질을 고루 살펴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자 불안정 노동이라는 것이 단순히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만으로 표현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인력공급업체 등의 노동력 중개기구를 통해야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파견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사업장의 물량에 따라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려졌다. 때문에 지역공단을 돌고 돌아야 했다. 사용자를 상대로 싸울 힘도 노동조합도 없었다. 정처 없이 떠돌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을 언어라는 틀 속에 조금이나마 담아내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고용난민’이라는 표현이었다.
또 공정사회라는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만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도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면서 깨닫게 됐다. 기업간의 이윤 재분배가 아니라 최하층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 이뤄질 때 진정으로 공정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의 취재를 위해 인천, 부산, 경주, 독일 등으로 뛰어다녔다. 곳곳에서 만난 이들은 기자에게 노동시장의 이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특별취재팀이 쓴 기사가 반대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는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모든 기자들이 그렇겠지만 조금만 더 애를 쓰지 못한 것이 못내 맘이 걸린다. 때문에 상을 받는다는 것이 과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 때가 적지 않다.
아직도 위장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며 개인정보를 제공했던 인천의 한 파견업체에서는 잊을 만하면 취업하라고 문자가 온다. 처음에는 귀찮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어찌 보면 이 문자가 힘이 없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고용난민들이 관심의 끈을 놓지 마라며 보내는 신호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앞으로는 문자가 오지 않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유령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내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싶다는 말로 수상소감의 끝을 갈음하고자 한다.
중국, 이번에는 ‘한글공정’ 나서나 전자신문
중국, 이번에는 ‘한글공정’ 나서나
전자신문 김인순기자
한글날을 이틀 앞둔 10월 7일 중국동포 한글학자를 만나러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의 한 건물 앞 노천카페에 앉아있었다. 오전에 잠깐 통화를 했지만 그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알기엔 연변 말투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잘 안다는 장소인 광화문 세종대왕 앞 건물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갔다. 3시에 온다던 중국동포 학자는 30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 지리가 낯설기 때문이겠지 생각하고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를 만났다. 그의 첫마디는 조선어(한글)를 둘러싼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과 관련된 기획 취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매년 반복되는 내용에 식상하던 터에 그의 말은 나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 중국동포로 살지만 한국 민족이란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그는 아이폰 쇼크에 흔들리는 IT코리아의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런 시점에 중국 정부가 첨단 모바일 단말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조선어 입력 표준을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한글은 단순히 우리만이 쓰는 문자가 아닌 중국, 한국, 북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등 여러 국가가 함께 쓰는 글로벌 문자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한글의 우수성만 좋다고 외치고 있던 것과 달리 중국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첨단 모바일 기기의 조선어 입력 방식을 표준화해 자국 소수민족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 국가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한글날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기에 국내 한글정보학회와 관련 부처 등의 확인을 거쳐 기사를 출고했다. 11일 기사가 나가자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것은 네티즌들이었다. 네티즌들은 중국이 한글을 빼앗으려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며 인터넷을 달궜다. 청원 운동까지 시작해 일순간에 ‘중국의 한글공정’이 이슈화됐고 취재기자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기사 작성의 의도는 ‘첨단 IT기기 한글 입력 표준이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으니 발 빠르게 대처하자는 것’이었지만 네티즌들은 한글공정이라는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외교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고 판단했고 팀장과 함께 이번 일의 실체와 우리의 안일한 대응을 심층 분석한 기획기사를 다음날 게재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격앙됐던 인터넷도 기사의 본질을 깨닫고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관련 부처도 1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휴대폰 한글자판 표준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관심을 보였다.
기사가 나간 뒤 휴대폰 한글 입력과 관련된 특허권자들이 이해득실을 넘어 특허를 정부에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가장 큰 소득이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첨단 IT기기의 등장과 함께 한글 입력 표준의 사용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관련 표준이 제대로 마련되는 때까지 끝까지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공동모금회 잇단 비리...줄줄 샌 국민 성금 연합뉴스
공동모금회 잇단 비리...줄줄 샌 국민 성금
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불편한 진실이었다. 취재한 내용이 정말 진짜라면 독자를 매우 불쾌하고 화를 나게 하는 보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적은 액수지만 몇 년째 국내의 한 구호단체에 매달 기부를 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모금회 일부 직원의 비리가 속속 드러날 때마다 본인도 모르게 배신감마저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모금회의 곪아 터진 내부 비리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나서야 모금회는 회장과 이사진 등 20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모금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기부금 내역 실시간 공개' 등의 제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16개 시도 지회장과 사무처장의 재신임을 묻는 한편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는 대로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징계 요구를 받은 직원 48명에 대해선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모금회가 각종 쇄신안을 통해 국민 기금을 투명하겠다고 밝혀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뒷북 다짐을 보인 터라 모금회 자체의 자정 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중부라인을 담당하는 한상용, 이지헌 기자의 모금회에 대한 애초 취재의 초점은 내부 비리가 아니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민 성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쓰이는지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운영 실태에 관해 알아보자는 게 주요 취지였다.
모금회 직원들이 수년에 걸쳐 비리,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국민 성금을 자신의 쌈짓돈인냥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했을 것이라는 상상도 전혀 하지 못했다.
또 국민 성금을 모금, 관리하는 기관의 성격상 성역이나 다름없었던 모금회의 내부 비리를 알아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진실을 파헤쳤다 해도 직접 보도하기에도 부담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잘못 보도라도 하게 된다면 명예훼손은 물론 연말연시 성금 모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도 들었다.
그러나 두 명이 며칠 간 의기투합해 사전 취재를 진행하면서 모금회에서 악취가 났고 믿기 어려운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지회의 간부는 성금을 분실하고 장부를 조작하는가 하면 다른 지회에서는 '사랑의 온도탑'을 매년 재활용하면서도 새로 제작하는 것처럼 꾸며 공금을 유용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한두푼 국민의 정성과 피땀으로 모인 성금이 잘못 유용되고 있다는 확신도 점점 굳어졌다.
이를 그냥 넘겨버리면 비리가 척결되지 않고 모금회 직원의 도덕적 해이도 갈수록 심각해 질 게 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불편한 진실을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광철 캡과 꾸준한 의견 조율 끝에 언론사 처음으로 모금회의 누적된 총체적인 비리와 부정 행위를 고발했다.
취재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몇 가지 비리 정황을 알아내고나서 확인 요청할 때마다 모금회측은 "내부 문제는 없다", "자체 감사가 잘 이뤄져 다른 비리가 나올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에는 모든 비리 정황을 파악하고 나서 기본적인 팩트의 거듭된 확인 작업을 거치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러자 모금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이 취재한 내용 일부만을 확인해 줬다. 다른 내용에 대한 추가 확인을 요구하자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협박성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디서, 어떻게 그런 내용을 알았느냐?"고 도리어 본인을 추궁하더니 다음엔 음모설까지 들먹였다.
법정 모금 기관의 복수화를 추진하려는 일부 세력이 그런 정보를 흘리고 다닐 수 있다는 얘기까지 건넸다.
하지만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본 것인지 이 관계자는 "모금회의 고위직 간부가 연합뉴스의 고위층 인사를 잘 안다"고 말했다. 본인이 취재를 해도 인맥을 통해 기사를 막아볼 수 있겠다는 얘기였다.
불쾌감이 속으로부터 끓어 올랐고 어의가 없었다.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한 채 "지금 협박을 하는 거냐. 얘기할 테면 얘기하라.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 역시 맞대응 하겠다"고 응수했다.
더는 취재가 불가능할 것 같아 본인은 "추가로 해명하거나 더 할 얘기 없으면 그만 가겠다"고 하자 그 관계자는 돌연 태도를 바꿔 자신의 태도를 사과하고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두 기자는 모금회를 통해 최종 확인한 부분, 그동안 보건복지부, 감사원, 시민단체, 국회의원실 등을 대상으로 한 외곽 취재, 어렵게 이끌어낸 내부 고발 등을 통해 <공동모금회 잇단 비리…줄줄 샌 국민성금>이란 스트레이트 기사와 '각종 비리 실태'를 구체적으로 고발한 <비위.부정으로 얼룩진 '사랑의 열매'> 박스 기사 두 꼭지를 송고할 수 있었다.
둘은 더 나아가 이러한 모금회의 내부 비리가 단순히 직원의 개인적인 실수가 아니라고 보고 이후 닷새 간 후속 취재에 나서 모금회 임원연봉, 채용비리, 해외 감시사례 등의 기사를 단독으로 송고하자 모금회에서는 '한번 만나자'고 요청하는 등 읍소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랜저 받고 수사 청탁 의혹 SBS
그랜저 받고 수사 청탁 의혹
SBS 사회2부 법조팀 김정인
“부장검사가 고소인에게 사건 청탁의 대가로 고급 승용차를 받았다.”
지난 7월, 법조팀으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내용이 담긴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내용의 골자는 현직 부장검사가 사업가인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고소 사건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사건이 잘 해결되자 그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건네받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보가 담긴 A4 2장 분량의 편지에는 사건 내용만 담겨 있었을 뿐, 정작 중요한 제보자의 연락처는 없었습니다. 음해성 투서가 오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편지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 음해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이라 일단 사건 당사자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사안을 판단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편지에 적혀있는 이름들만 가지고 사건 관계자들을 취재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파트 사업권 관계자들과 1차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을 비롯해 20명이 넘는 사람들을 차근차근 접촉했습니다. 취재기간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길어져 사건의 당사자들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만 한 달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취재가 진행되면 될 수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른바 ‘그랜저 검사’인 문제의 부장검사와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평검사는 같은 대학 출신으로 친한 선후배 사이였고, 담당 수사관도 과거 이 부장검사와 함께 한 사무실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된 4명의 피고소인들은 모두 기소됐지만 1,2,3심 재판과정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경찰과 법원과는 달리 검찰에서만 무리하게 이 사건의 판단을 다르게 했다는 반증인 셈입니다.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인 ‘제식구 감싸기’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법원의 무죄를 받은 피고소인들이 ‘그랜저 검사’와 고소인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이 사건을 맡은 검찰은 1년 3개월 넘게 수사를 끌었습니다. 결국 검사들 간의 청탁 사실과 그랜저 승용차 수수사실까지 확인했지만 검찰은 지난 6월 ‘그랜저 검사’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내고 사건을 종결한 것입니다. 검찰 간부인 부장검사의 비위 사건인 만큼 검찰총장까지 직접 결제를 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이고 검찰총장까지 이른바 검찰 수뇌부는 ‘무혐의’ 결정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결재 서류에 사인했습니다.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정확한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기까지 석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국가기관인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사건인 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과 검토를 무수히 반복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이고 검찰총장까지 사건 처리에 책임이 있는 만큼 이곳저곳에서 압력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 보도 직전까지도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SBS 보도가 나간 직후 검찰이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내용은 궁색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당시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노환균 서울지검장은 재수사는 불가하다며 완강히 맞섰지만 결국 대검찰청 감찰부 검토결과 수사의 미진함이 인정돼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건의 재수사를 결정했습니다.
그랜저 검사에 대한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당시는,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검찰 내부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던 때였습니다.
검찰이 당시 문제의 부장검사 등을 기소했다면 얼마나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을 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난을 감수하고 자신의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검찰의 올바른 자세라 할 것입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준법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검찰은 지난 8월 자체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특임검사 제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