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회)서울시 공무원 불법 부동산 특강/MBC 사건팀 김재영
[취재보도부문]
“서울의 부동산 요지를 담당 공무원들이 직접 알려준다고?”
처음 이런 소문을 접했을 때, 함께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 정보를 주는 곳이 있다니. 그러나 이내 ‘영화 속 얘기’라며 믿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공무원들이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강남일대를 수소문하기를 며칠.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 공인중개사, 건설업자, 부동산 개발자들끼리 알음알음 모이는 ‘부동산 개발 과정’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연구소나 개발원과 같은 곳에서 불법으로 고액 학원영업을 하고 있었다.
입소문이 난, 소위 유명 공무원이 강의하는 강좌는 수강신청 하기도 어려웠다. “이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라는 학원 측의 양해는 한 참의 신원검증을 거친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수 백 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소수정예 회원끼리 알짜정보를 공유하는 거였다.
그리고는 두어 달 간의 관찰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사람은 다 알만한 굵직굵직한 도시 개발을 담당했던 고위 공무원들의 ‘족집게 부동산 과외’가 이어졌다.
보도가 나가자 담당 공무원은 물론이고 관계 기관은 어설픈 해명에 나서느라 분주했다. ‘이미 다 알려진 정보’라는 생뚱맞은 변명도 늘어놨다. 아무리 바둑책에 나와 있는 묘수라도 내가 훈수 두는 것과 조훈현이 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선 천지차이다. 특히 개발정보는 시시각각 발전하기 때문에 매순간이 ‘뉴스’다. 그래서 기자실에도 늘 ‘엠바고’ 요청을 한다.
추가 보도가 한창 준비 중인 가운데,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관련 공무원들을 즉각 인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편법적인 대외활동을 해 온 공무원이 약 1백 명이라는 자체조사결과도 내놨다. 무엇보다 관계 법규를 개정해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개인의 사리사욕을 불리는데 악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생각보다 빨리 정리됐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정리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아이템을 믿고 추진하도록 허락해준 캡과 데스크, 잦은 야근을 대신해 준 후배기자들에게 감사한다.
회차 심사평
제203회 전체 총평
제20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인우 심사위원(한겨레 전략기획실 부실장)
제2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30편이 출품되었다. 다른 달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는 양이다. 휴가철 비수기(?)에다 대선 레이스의 검증 공방과 아프간 인질 사태,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겹친 게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도 좋은 기사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결국은 도드라지는 법. 이번에도 몇몇 후보작들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고, 무난히 선을 통과했다. 모두 일곱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지지를 받은 수상작은 지역기획 방송부문에 나온 부산 MBC의 ‘석면쇼크:암발병률 11배’이다.
사실 석면의 유해성은 새로운 뉴스라 할 수는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전문성과 계도성을 두루 갖춘 좋은 기사도 흔하지 않은데, 이번 수상작은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오랜 시간 자료를 발굴, 추적하고 의료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분석과 전국에 흩어진 유족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보도의 신뢰도를 높인 점이 특히 돋보였다. 탐사보도팀을 만들고, 취재에 1년의 시간을 투자한 회사의 노력도 평가됐다.
다음으로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출품작은 취재보도 부문의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 보도(연합뉴스)와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서 우리나라 지적 제도 문제점을 캐내 대책을 촉구한 경인일보의 보도였다. 신씨 사건은 소문과 제보 수준에 머물던 내용을 연합뉴스가 취재망과 능력을 잘 가동해 핵심 의혹을 확인함으로써 기사화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학벌만능주의를 고발하고 학벌사회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았다.
‘지적 원점 독립 캠페인:지적이 국력이다’는 우리나라 지적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려한 수작이었다. 특히 지역 언론이 먼저 나서 이런 전국적인 문제를 심층취재하고 이슈화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경인일보의 행려환자 실태 고발 기사는 딱 떨어지는 사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후속 조처를 촉구한 점이 다른 출품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뽑힌 ·서울시 공무원 불법 부동산 특강‘(문화방송)은 일선에서 어떻게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지를 잘 보여준 고발기사였다. 앞으로는 개발관련 문제 뿐 아니라 공무원들의 외부활동이 어떻게 유착관계로 이어지는 지를 추적해보는 심층취재가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 수상작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압록강 3부작’은 지역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과감한 발상이 신선했다. 작품 수준도 중앙방송사에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였다. 사진 부문에서는 정형근 의원 달걀 세례(연합뉴스)가 심사위원 대부분의 지지를 얻었다.
‘말발 안 먹히는 진실화해위 권고’ ‘상수원 보호구역에 화공약품 둥둥’ ‘동계올림픽 응원단 관광 골프’ 등은 일부 심사위원들이 아쉬운 탈락작으로 꼽았다.
뽑고 보니 공교롭게도 연합뉴스, 경인일보(각 2편), 문화방송(서울,부산, 울산 각 1편)에 수상작이 집중되었다. 특히 경인일보의 ‘선전’은 박수받을 만하다.
반면 기자상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출품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출품작도 있었다. 상을 신청하기 전에 먼저 자기평가를 좀 더 엄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자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제언이 있어 평에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