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회)수 년만에 행려환자 가족을 찾은 기막힌 사연 단독 보도 및 부실한 행려환자 관리 실태 고발/경인일보 지역사회부 송명훈
[지역취재보도부문]
동탄신도시 예정지역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취재팀이 처음 현장을 목격한 5월초만 하더라도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최종 예정지가 결정되기 전이었지만 보상을 노린 투기업자들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과감했다. 겨우 경운기 한 대 지나갈 만한 논길을 사이에 두고 수십 개의 유령점포가 들어서고 심지어 스키대여점 간판까지 내걸렸으니 순박하던 시골마을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였다.
보상을 노린 막개발 사례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동탄의 경우, 그 규모와 수법에서 그동안의 행태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취재진은 일단 현황을 파악한 뒤 ‘과연 어떻게 논 한가운데에 이렇게 많은 유령점포들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난개발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했다.
역시 틈이 있었다. 우리나라 토지이용의 모법(母法)이라 할 수 있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행위허가제도의 허점을 투기세력들이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었다. 개발행위허가제도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특정지역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지만 소규모 점포와 단독주택에 대해서만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해 형식적으론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낸 것이었다.
이같은 개발행위허가제의 허점은 동탄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화성시 그리고 수도권 전역에 이미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즉 보상을 노린 단기 투기에 악용된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토지형질변경이 불가능한 논과 밭 그리고 산림도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는 사실상 ‘개발 만능키’로써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들도 이미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취재진은 개발행위허가제의 모순점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전 국토에 만연하고 있는 난개발의 행진을 끊어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사례별로 분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과연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시장 군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로 쉽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국토계획법이 소규모 점포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 것은 주민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로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탄의 경우 마을 가구 수보다 점포 수가 훨씬 많은 상태에 이르렀으니 그 입법취지를 벗어난 것은 자명했다. 다시 말해 책임 있는 행정가려면 충분히 불허가 처분을 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단지 민원이 무서워서, 행정소송이 두려워서, 혹은 ‘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핑계를 앞세워 애써 모른 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대목이다.
회차 심사평
제203회 전체 총평
제20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인우 심사위원(한겨레 전략기획실 부실장)
제2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30편이 출품되었다. 다른 달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는 양이다. 휴가철 비수기(?)에다 대선 레이스의 검증 공방과 아프간 인질 사태,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겹친 게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도 좋은 기사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결국은 도드라지는 법. 이번에도 몇몇 후보작들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고, 무난히 선을 통과했다. 모두 일곱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지지를 받은 수상작은 지역기획 방송부문에 나온 부산 MBC의 ‘석면쇼크:암발병률 11배’이다.
사실 석면의 유해성은 새로운 뉴스라 할 수는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전문성과 계도성을 두루 갖춘 좋은 기사도 흔하지 않은데, 이번 수상작은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오랜 시간 자료를 발굴, 추적하고 의료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분석과 전국에 흩어진 유족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보도의 신뢰도를 높인 점이 특히 돋보였다. 탐사보도팀을 만들고, 취재에 1년의 시간을 투자한 회사의 노력도 평가됐다.
다음으로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출품작은 취재보도 부문의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 보도(연합뉴스)와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서 우리나라 지적 제도 문제점을 캐내 대책을 촉구한 경인일보의 보도였다. 신씨 사건은 소문과 제보 수준에 머물던 내용을 연합뉴스가 취재망과 능력을 잘 가동해 핵심 의혹을 확인함으로써 기사화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학벌만능주의를 고발하고 학벌사회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았다.
‘지적 원점 독립 캠페인:지적이 국력이다’는 우리나라 지적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려한 수작이었다. 특히 지역 언론이 먼저 나서 이런 전국적인 문제를 심층취재하고 이슈화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경인일보의 행려환자 실태 고발 기사는 딱 떨어지는 사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후속 조처를 촉구한 점이 다른 출품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뽑힌 ·서울시 공무원 불법 부동산 특강‘(문화방송)은 일선에서 어떻게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지를 잘 보여준 고발기사였다. 앞으로는 개발관련 문제 뿐 아니라 공무원들의 외부활동이 어떻게 유착관계로 이어지는 지를 추적해보는 심층취재가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 수상작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압록강 3부작’은 지역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과감한 발상이 신선했다. 작품 수준도 중앙방송사에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였다. 사진 부문에서는 정형근 의원 달걀 세례(연합뉴스)가 심사위원 대부분의 지지를 얻었다.
‘말발 안 먹히는 진실화해위 권고’ ‘상수원 보호구역에 화공약품 둥둥’ ‘동계올림픽 응원단 관광 골프’ 등은 일부 심사위원들이 아쉬운 탈락작으로 꼽았다.
뽑고 보니 공교롭게도 연합뉴스, 경인일보(각 2편), 문화방송(서울,부산, 울산 각 1편)에 수상작이 집중되었다. 특히 경인일보의 ‘선전’은 박수받을 만하다.
반면 기자상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출품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출품작도 있었다. 상을 신청하기 전에 먼저 자기평가를 좀 더 엄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자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제언이 있어 평에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