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 보도 연합뉴스 사회부 임화…
(203회)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 보도/연합뉴스 사회부 임화섭
[취재보도부문]
연합뉴스는 7월 초 신정아씨의 예일대 박사 학력위조 의혹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 사회부, 문화부, 광주전남지사 등은 미국 대학, 미술계·학계, 동국대, 광주비엔날레 재단, 당사자인 신씨 등을 공조 취재해 의혹을 확인하고 추가 의혹을 파헤쳤다.
취재 내용을 종합한 결과 신정아씨의 예일대 박사 학력이 위조된 것이며 신씨의 가짜 박사논문은 표절의 산물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신정아씨의 해명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았으며 줄기세포 논문날조 사건 당시 황우석씨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도덕 불감증까지 드러냈다.
연합뉴스는 7월8일 첫 기사를 내보낸 후에도 신씨의 서울대 재학경력 사칭, 캔자스대 학·석사 학위 위조,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 과정 의혹, 동국대 고위 관계자들의 거듭된 신씨 옹호 발언,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동국대 측의 해명, 신씨 임용 과정의 불투명성과 전현직 고위관계자들의 개입 등을 잇따라 확인해 단독 보도했다.
신씨의 행각이 워낙 특이했기 때문에 흥미 위주의 보도로 빠지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의혹의 본질을 파고들려고 노력했다. 학력위조와 학력사칭, 그리고 학벌사회의 문제점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연합뉴스의 끈질긴 보도 덕택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보도를 시작한 이후 많은 분들로부터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또 언론계의 공동 노력과 경쟁을 통해 새로운 사실도 많이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궁금한 점이 많다.
신씨 학력 위조 의혹은 불교계와 언론에서 올해 2월부터 거론돼 왔으나 단순히 불교계 내부의 다툼으로만 치부됐고 바깥으로는 새 나오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누군가 은폐하기 위해 ‘손을 쓴’ 것일까? 우리는 궁금하다.
신씨는 빚이 많아 개인회생을 신청한 상태에서도 현금을 물 쓰듯 하며 호화생활을 벌였는데 그 돈의 출처는 도대체 어디였을까? 우리는 궁금하다.
거물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이 신씨의 뒤를 봐 주고 있었다는 루머의 진상은 무엇일까? 우리는 궁금하다.
과연 이런 의문들과 수많은 다른 의혹들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수사나 교육부의 감사 등 공권력에 의해 속 시원히 규명될 수 있을까? 우리는 궁금하다.
서울시 공무원 불법 부동산 특강 MBC 사건팀 김재영
(203회)서울시 공무원 불법 부동산 특강/MBC 사건팀 김재영
[취재보도부문]
“서울의 부동산 요지를 담당 공무원들이 직접 알려준다고?”
처음 이런 소문을 접했을 때, 함께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 정보를 주는 곳이 있다니. 그러나 이내 ‘영화 속 얘기’라며 믿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공무원들이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강남일대를 수소문하기를 며칠.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 공인중개사, 건설업자, 부동산 개발자들끼리 알음알음 모이는 ‘부동산 개발 과정’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연구소나 개발원과 같은 곳에서 불법으로 고액 학원영업을 하고 있었다.
입소문이 난, 소위 유명 공무원이 강의하는 강좌는 수강신청 하기도 어려웠다. “이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라는 학원 측의 양해는 한 참의 신원검증을 거친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수 백 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소수정예 회원끼리 알짜정보를 공유하는 거였다.
그리고는 두어 달 간의 관찰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사람은 다 알만한 굵직굵직한 도시 개발을 담당했던 고위 공무원들의 ‘족집게 부동산 과외’가 이어졌다.
보도가 나가자 담당 공무원은 물론이고 관계 기관은 어설픈 해명에 나서느라 분주했다. ‘이미 다 알려진 정보’라는 생뚱맞은 변명도 늘어놨다. 아무리 바둑책에 나와 있는 묘수라도 내가 훈수 두는 것과 조훈현이 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선 천지차이다. 특히 개발정보는 시시각각 발전하기 때문에 매순간이 ‘뉴스’다. 그래서 기자실에도 늘 ‘엠바고’ 요청을 한다.
추가 보도가 한창 준비 중인 가운데,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관련 공무원들을 즉각 인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편법적인 대외활동을 해 온 공무원이 약 1백 명이라는 자체조사결과도 내놨다. 무엇보다 관계 법규를 개정해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개인의 사리사욕을 불리는데 악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생각보다 빨리 정리됐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정리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아이템을 믿고 추진하도록 허락해준 캡과 데스크, 잦은 야근을 대신해 준 후배기자들에게 감사한다.
수 년만에 행려환자 가족을 찾은 기막힌 사연 단독 보…
(203회)수 년만에 행려환자 가족을 찾은 기막힌 사연 단독 보도 및 부실한 행려환자 관리 실태 고발/경인일보 지역사회부 송명훈
[지역취재보도부문]
동탄신도시 예정지역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취재팀이 처음 현장을 목격한 5월초만 하더라도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최종 예정지가 결정되기 전이었지만 보상을 노린 투기업자들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과감했다. 겨우 경운기 한 대 지나갈 만한 논길을 사이에 두고 수십 개의 유령점포가 들어서고 심지어 스키대여점 간판까지 내걸렸으니 순박하던 시골마을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였다.
보상을 노린 막개발 사례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동탄의 경우, 그 규모와 수법에서 그동안의 행태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취재진은 일단 현황을 파악한 뒤 ‘과연 어떻게 논 한가운데에 이렇게 많은 유령점포들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난개발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했다.
역시 틈이 있었다. 우리나라 토지이용의 모법(母法)이라 할 수 있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행위허가제도의 허점을 투기세력들이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었다. 개발행위허가제도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특정지역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지만 소규모 점포와 단독주택에 대해서만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해 형식적으론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낸 것이었다.
이같은 개발행위허가제의 허점은 동탄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화성시 그리고 수도권 전역에 이미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즉 보상을 노린 단기 투기에 악용된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토지형질변경이 불가능한 논과 밭 그리고 산림도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는 사실상 ‘개발 만능키’로써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들도 이미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취재진은 개발행위허가제의 모순점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전 국토에 만연하고 있는 난개발의 행진을 끊어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사례별로 분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과연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시장 군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로 쉽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국토계획법이 소규모 점포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 것은 주민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로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탄의 경우 마을 가구 수보다 점포 수가 훨씬 많은 상태에 이르렀으니 그 입법취지를 벗어난 것은 자명했다. 다시 말해 책임 있는 행정가려면 충분히 불허가 처분을 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단지 민원이 무서워서, 행정소송이 두려워서, 혹은 ‘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핑계를 앞세워 애써 모른 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대목이다.
우리나라 지적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이에…
(203회)우리나라 지적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이에 대한 대안 제시(지적 원점 독립 캨페인 : 지적이 국력이다)/경인일보 경제부 김무세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지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지적에 대한 낙후성’은 전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고리타분한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 지적은 백 년 동안 방치돼 온 수준이어서 이를 비판하는 기사만도 수백편이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지적기사를 써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했다. 더구나 지적이란 분야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여서 취재에 자신이 있던 것도 아니다. 내용 파악은 고사하고 소삭감점, 측지계, 불부합지 등 지적 분야의 기본용어라도 들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이유로 15회라는 방대한 시리즈에 들어갔다. 지적기사는 많았지만 대부분 단발성 문제제기에 그쳤고, 출입기자가 이 정도라면 일반 국민들은 문제의식조차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학계에서 출판된 저서 및 논문들을 읽어나가면서 지적에 대한 개념들을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또 두 달여에 걸쳐 포천, 용인, 광주, 성남, 화성 등의 현장과 행자부, 대한지적공사, 토공, 주공 등의 공공기관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해가면서 지적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들을 모색해 나갔다.
사전준비가 모두 끝나고 시리즈가 시작되자 응원과 제보가 쇄도했다. 해당 분량이 이미 끝나 버려 기사에 반영할 수는 없었지만 취재과정 중에 뜻밖의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화성시 시민 한 명이 ‘조상 땅 찾아주기’로 3백30㎡의 땅을 찾게 됐는데 이미 도로가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2천여만 원의 소송비를 들여 승소, 토지보상비를 받게 됐는데 실측을 해보니 실제 토지면적은 30㎡에 불과하더라는 것이다. 토지보상비보다 소송비가 더 든 것이다.
물론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입법 과정이 번번이 좌절됐고, 또 의원 입법이 발의돼 있다는 이유로 정부 관련 부처 및 기관 등이 취재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점은 취재과정 중에 감내해야만 하는 어려움이었다.
어쨌든 이번 수상을 계기로 미력하나마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히 제시했다고 본다.
본 기사를 높게 평가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한다. 아울러 취재에 도움을 준 수많은 분들과 적지 않은 지면을 기꺼이 양보해 준 회사 선·후배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압록강 3부작 울산MBC 보도제…
(203회)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압록강 3부작/울산MBC 보도제작부 박치현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압록강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은 필자는 현장 답사를 위해 2006년 7월20일 중국 랴오닝성 단동시 압록강 하류의 한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이루는 압록강은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에 그 동안 한국 언론사들의 접근이 불가능해 촬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따라서 그동안 압록강을 다룬 국내 프로그램들은 변방 군인들의 눈을 피해 6mm 홈비디오로 몰래 촬영한 것이 전부여서 압록강의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울산MBC는 자매회사인 중국 요녕TV와 공동 취재팀을 만들기로 합의한 뒤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필자가 다큐멘터리의 전체적인 구성을 맡고 촬영은 요녕TV와 울산MBC가 공동으로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중국 외교부의 촬영 승인이었다.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촬영 승인을 어렵게 받아 2006년 6월부터 촬영에 착수했다. 그러나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었다. 촬영 승인을 받은 부분도 변방 군인들의 비협조와 북한과 중국 간의 정치적 긴장 관계가 수시로 변하면서 촬영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특히 북한의 6자 회담 불참과 북핵문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촬영 도중 철수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 압록강변의 고구려 유적 촬영에 대해 울산MBC와 요녕TV간에 견해차로 인한 불협화음과 백두산의 변화무상한 날씨 등 충돌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다큐멘터리 “압록강”의 공동 취재팀은 2007년 2월 말까지 7개월간의 촬영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쳤다.
압록강 발원지에서 황해와 맞닿는 하류까지 9백여 킬로미터의 전 구간을 방송 카메라에 담기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6.25 전쟁 때 압록강 유역에서 세균전이 펼쳐졌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증인과 문서를 찾아냈다. 3.1운동의 발상지도 압록강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필자는 압록강을 취재하는 동안 내내 왠지 허전하고 슬픈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강 건너 북한의 초라한 모습 때문이었다. 손을 흔들어도 응답이 없는 모습에 고개만 숙여졌고 북녘 땅 산기슭 굴뚝에서 피어나는 모진 생명의 몸부림을 보니 압록강은 눈물이 되어 필자의 가슴을 적셨다.
석면쇼크: 암 발병률 11배 부산MBC 사회부 박…
(203회)‘석면쇼크: 암 발병률 11배’/부산MBC 사회부 박상규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취재가 시작된 지 꼬박 1년이 지난 올해 7월 ‘석면쇼크:암 발병률 11배’가 첫 보도됐다. 애초에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다면 ‘과연 취재를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보도 한 달여 전인 6월, 석면방적공장 주변의 암 발병 실태가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최대 규모의 석면방적공장이 있었던 부산 연산동 주변의 악성중피종 발병률은 공장이 없었던 곳 보다 무려 11배, 연산동과 덕포동, 장림동 등 3곳 공장 주변의 평균 악성중피종 발병률은 7배였다. 함께 추적 작업을 진행했던 연구팀도 ‘짐작은 했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할 정도였다.
석면의 위험성과 재건축 현장 등의 무분별한 석면제거에 따른 환경적 피해 우려 등과 같은 보도는 많았지만 MBC의 ‘석면쇼크:암 발병률 11배’는 과거 석면공장 지역의 환경 피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였다. 석면은 그 심각성에 비해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위험도는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들이 아무렇게나 철거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번 보도와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석면의 환경적 노출에 의한 위험성이 얼마나 큰 것이고, 또 치명적인 것인지 증명됐고, 이를 계기로 일반 시민들의 석면에 대한 경계의 수위, 나아가서 내 주변의 무분별한 석면사용과 철거현장에 대한 관심 또한 더 커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보도를 통해 과거 혹은 미래에 석면방적공장 주변의 희귀암 환자들이 왜 피해를 입었고, 또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된 것은 취재진으로서는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인력운영이 빠듯한 지역 방송사에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 뉴스를 제작하는 것은 기자에게도 해당 방송사에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지난해 4월 지역 방송사로는 처음 탐사보도팀이 구성돼 출범했고, 그 첫 성과물이 ‘석면쇼크:암 발병률 11배’였다.
1년여 동안 취재를 지원해주신 데스크와 회사동료들 그리고 함께 취재를 진행해 준 부산대 의대 강동묵 교수님과 가톨릭 의대 김형렬 교수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연합뉴스 사진부 최재구 정형근 의원 계란세례
(203회)연합뉴스 사진부 최재구/정형근 의원 계란세례
[사진보도부문]
19일 오전 회의에서 데스크는 안보정책자문회의에 참석하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계란 세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있다며 ‘현장에 가서 분위기를 보라’는 지시가 있었다. 정보가 구체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종류의 기습시위나 기습 점거 등의 정보는 항상 불확실하거나 현장에 가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오픈된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뒤 분위기를 감지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눈치를 본 결과 향군회관을 둘러싼 시민단체 회원들의 눈매가 잔뜩 긴장한 것이 뭔가 냄새가 나는 듯 했다. 마침 그 다음 취재를 맡은 일정이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계속 기다려보기로 결정한 뒤 비가 오는 풍경을 스케치하며 현장을 지키기를 3시간여. 정형근 의원을 태운 승용차가 정오 무렵 향군회관 정문으로 도착했다.
상황에 간섭을 주지 않을 위치를 잡고 셔터에 올려놓은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정 의원이 입구에 들어가려는 순간 내 시선의 뒤쪽이지만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뒤쪽에서 뛰어온 시민단체 회원은 손을 높이 올리고 무언가를 던지려는 포즈를 취했다.
본능적으로 ‘이거다’며 느끼고 포커스를 정 의원에 맞추며 카메라셔터를 마구 눌렀다. 생계란이 정 의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부터 얼굴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 계란이 사방으로 튀기는 장면, 완전히 혼비백산이 된 정 의원의 표정 등 거의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사진이 발행되고 난 뒤 동료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었지만 솔직히 특종을 했다는 기쁨에 앞서 정 의원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만약 우리 아버지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어디서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사진기자로서의 욕심에 마음이 기운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정 의원의 가족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동영상처럼 연속된 장면이 아닌 순간을 정지시킨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는 뉴스의 감동이 새삼 높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비가 오락가락하는 시내로 이제는 내 신체에 일부처럼 허리춤에 딱 달라붙어 있는 사진가방을 매고 편집국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