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회)‘석면쇼크: 암 발병률 11배’/부산MBC 사회부 박상규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취재가 시작된 지 꼬박 1년이 지난 올해 7월 ‘석면쇼크:암 발병률 11배’가 첫 보도됐다. 애초에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다면 ‘과연 취재를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보도 한 달여 전인 6월, 석면방적공장 주변의 암 발병 실태가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최대 규모의 석면방적공장이 있었던 부산 연산동 주변의 악성중피종 발병률은 공장이 없었던 곳 보다 무려 11배, 연산동과 덕포동, 장림동 등 3곳 공장 주변의 평균 악성중피종 발병률은 7배였다. 함께 추적 작업을 진행했던 연구팀도 ‘짐작은 했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할 정도였다.
석면의 위험성과 재건축 현장 등의 무분별한 석면제거에 따른 환경적 피해 우려 등과 같은 보도는 많았지만 MBC의 ‘석면쇼크:암 발병률 11배’는 과거 석면공장 지역의 환경 피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였다. 석면은 그 심각성에 비해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위험도는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들이 아무렇게나 철거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번 보도와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석면의 환경적 노출에 의한 위험성이 얼마나 큰 것이고, 또 치명적인 것인지 증명됐고, 이를 계기로 일반 시민들의 석면에 대한 경계의 수위, 나아가서 내 주변의 무분별한 석면사용과 철거현장에 대한 관심 또한 더 커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보도를 통해 과거 혹은 미래에 석면방적공장 주변의 희귀암 환자들이 왜 피해를 입었고, 또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된 것은 취재진으로서는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인력운영이 빠듯한 지역 방송사에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 뉴스를 제작하는 것은 기자에게도 해당 방송사에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지난해 4월 지역 방송사로는 처음 탐사보도팀이 구성돼 출범했고, 그 첫 성과물이 ‘석면쇼크:암 발병률 11배’였다.
1년여 동안 취재를 지원해주신 데스크와 회사동료들 그리고 함께 취재를 진행해 준 부산대 의대 강동묵 교수님과 가톨릭 의대 김형렬 교수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회차 심사평
제203회 전체 총평
제20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인우 심사위원(한겨레 전략기획실 부실장)
제2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30편이 출품되었다. 다른 달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는 양이다. 휴가철 비수기(?)에다 대선 레이스의 검증 공방과 아프간 인질 사태,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겹친 게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도 좋은 기사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결국은 도드라지는 법. 이번에도 몇몇 후보작들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고, 무난히 선을 통과했다. 모두 일곱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지지를 받은 수상작은 지역기획 방송부문에 나온 부산 MBC의 ‘석면쇼크:암발병률 11배’이다.
사실 석면의 유해성은 새로운 뉴스라 할 수는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전문성과 계도성을 두루 갖춘 좋은 기사도 흔하지 않은데, 이번 수상작은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오랜 시간 자료를 발굴, 추적하고 의료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분석과 전국에 흩어진 유족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보도의 신뢰도를 높인 점이 특히 돋보였다. 탐사보도팀을 만들고, 취재에 1년의 시간을 투자한 회사의 노력도 평가됐다.
다음으로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출품작은 취재보도 부문의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 보도(연합뉴스)와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서 우리나라 지적 제도 문제점을 캐내 대책을 촉구한 경인일보의 보도였다. 신씨 사건은 소문과 제보 수준에 머물던 내용을 연합뉴스가 취재망과 능력을 잘 가동해 핵심 의혹을 확인함으로써 기사화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학벌만능주의를 고발하고 학벌사회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았다.
‘지적 원점 독립 캠페인:지적이 국력이다’는 우리나라 지적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려한 수작이었다. 특히 지역 언론이 먼저 나서 이런 전국적인 문제를 심층취재하고 이슈화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경인일보의 행려환자 실태 고발 기사는 딱 떨어지는 사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후속 조처를 촉구한 점이 다른 출품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뽑힌 ·서울시 공무원 불법 부동산 특강‘(문화방송)은 일선에서 어떻게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지를 잘 보여준 고발기사였다. 앞으로는 개발관련 문제 뿐 아니라 공무원들의 외부활동이 어떻게 유착관계로 이어지는 지를 추적해보는 심층취재가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 수상작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압록강 3부작’은 지역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과감한 발상이 신선했다. 작품 수준도 중앙방송사에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였다. 사진 부문에서는 정형근 의원 달걀 세례(연합뉴스)가 심사위원 대부분의 지지를 얻었다.
‘말발 안 먹히는 진실화해위 권고’ ‘상수원 보호구역에 화공약품 둥둥’ ‘동계올림픽 응원단 관광 골프’ 등은 일부 심사위원들이 아쉬운 탈락작으로 꼽았다.
뽑고 보니 공교롭게도 연합뉴스, 경인일보(각 2편), 문화방송(서울,부산, 울산 각 1편)에 수상작이 집중되었다. 특히 경인일보의 ‘선전’은 박수받을 만하다.
반면 기자상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출품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출품작도 있었다. 상을 신청하기 전에 먼저 자기평가를 좀 더 엄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자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제언이 있어 평에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