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회)사상 최악의 대재앙 10여 시간만에 상륙/KBS대전 최선중
조피볼락과 넙치 떼였다.
숨을 멎게 할 만큼 많은 물고기들은 바로 옆에 있었다. 냄새는 생략돼 있었다. 꿈이었다. 그 냄새의 신호를 일깨워주는 그 소리. 아침 7시. 전화벨이었다. 그 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다급한 제보.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처럼 뇌를 꽉 찔렀다. 유조선에서 콸콸콸 검은 것이 쏟아진다는, 그래서 바다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그 주변이 온통 잿빛이라는 둔탁하지만 선명한 질감의 제보였다. 그 곳을 지나던 다른 배의 항해사가 전화를 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전날 저녁부터 밤새 ‘수산물 소비 촉진 공로자’에게 주는 해수부장관상을 받기 위해 광어와 우럭 얘기를 나열하는 공적조서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끝자락에서는 수산물 소비를 크게 둔화시키는 상황과 맞닥드린 것이다. 그 극과 극의 상황에서는 엄청난 삼투압이 있었던 것같다. 중계차와 헬기, 대대적인 취재인력...모두 태안으로 집결했다. 지난해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당일 밤 (2007년 12월 7일) 10시 30분, 후배인 황정환 기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휴대전화를 통해서는 “검은띠가 몰려왔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황 기자는 밤 11시 연결 예정인 KBS뉴스라인에 새롭게 담을 팩트가 있을까 태안 해안을 패트롤하고 있었고 본인은 해경 상황실에서 원고를 작성하며 시시각각 상황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제보는 충격적이었다. 또 방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또 다른 다급함으로 다가왔다. 취재팀은 중계차가 설치된 30분 거리의 천리포 항으로 출발했고 그 사이에 있는 만리포에서 거대한 검은 기름띠를 목격했다. 코를 찌르는 기름냄새에 기름띠는 3킬로미터가 넘는 길이로 해안을 두껍게 에워싸고 있었다. 연결시간은 이제 몇 분 안남은 상황. 방송에서 이 거대한 기름띠가 - 해경은 적어도 24시간 뒤(당일이 아닌)에나 기름띠가 상륙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해안 방제는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이 지역 주민은 물론 해경 상황실에 꼭꼭 갇혀있는 방제 실무자들에게 전달되는 게 급했다.
그리고 혼미하지만 또렷했던 20여분이 흐르고 중계차 연결이 끝났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로 중계차 연결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핵심은 전달됐다. 방제 상황실은 난리가 났고 해경의 발표(24~48시간 뒤에 해안에 온다)만 믿고 잠을 자던 주민들은 전쟁이라도 난 듯 놀라 한 밤중 소동이 빚어졌다. 해경 창고에 쌓아있던 흡착포가 72개 어촌계로 전달됐고 전국 해경에 있는 다른 방제용품도 8일 새벽까지는 태안에 집결시키는 조치가 내려졌다. 당일 기름띠가 상륙했다는 보도는 KBS만이 했다. 뿌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방제당국의 예측능력을 비판하는 수많은 보도를 양산했고 무엇보다 스스로 예측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국가 재난방송으로서 KBS는 이번 대재앙에서 많은 역할을 요구받았다. 심각현, 김태석 촬영기자를 비롯해 이용순 선배를 중심으로 한 사건팀의 맹활약이었다. 또 대전 KBS를 중심으로 해 본사와 타 지역 총국에서 한달 내내 인력을 총동원해 기름유출사고를 오염과 방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사고원인 수사와 피해배상 문제 등을 체계적이고 폭넓게 다뤘다. 특히 타 방송사들이 방송 장비와 인력을 줄이기 시작할 때도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지역민들로부터 재난방송으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제고시킨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는 계속해서 KBS를 통해 또다른 ‘의미 있음‘의 거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회차 심사평
제208회 전체 총평
제20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남재일(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2007년 마지막 달인 12월은 대선 탓인지 출품작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대선 부담이 많았던 중앙지와 방송의 출품작 수가 적었다. 전체 출품작 수는 31건으로 취재보도부문 3건,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1건, 기획보도 방송부문 2건, 지역취재보도부문11건, 지역기획 신문, 통신부문 6건, 지역기획 방송부문 4건, 전문보도 방송부문 4건 등이다. 이중 본심에 오른 작품은 11건, 수상작은 6건이다.
본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취재보도부문의 ‘수능 물리 2 오답 논란 및 정답수정 관련보도’(KBS)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세간의 의혹을 기자가 추적하여 진실을 밝혀내고, 후속조치를 이끌어낸 ‘딱 떨어지는 특종’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대선긴급제안-88만원 세대를 구출하라‘(경향신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청년실업이 여러 차례 제기된 소재라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대선시점에서 현장을 통해 정책이슈를 제기한 점,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세밀하게 분석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2편이 출품됐지만, 예심을 통과한 작품이 없어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은 ‘사상 최악의 대재앙 10여 시간만에 상륙’(KBS대전)이 공영방송으로서 준비된 재난보도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별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태광실업 박연차회장 여객기서 소란 이륙지연 등’(부산일보)은 자칫 묻힐 뻔한 사안을 여러 군데 확인해서 보도한 취재과정의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가십성 소재가 갖는 무게감이 한계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 ‘대형마트 지방세 감면과 시유지 임대 특혜의혹’( TBC)은 대형마트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는 바람직하지만 행정당국이 뭘 잘못했는지 똑 떨어지는 비리가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지역기획 신문, 통신부문은 ‘접속 지구촌 e-메일 인터뷰’(부산일보)와 ‘인천인물 100인’(경인일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자는 세계 각 곳의 다양한 취재원을 이메일을 이용해서 인터뷰한 발상과 취재과정의 노력이, 후자는 지역의 역사를 인물100인을 통해 정리한 아이디어와 기사 각각의 충실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은 4건이 출품됐지만 본선에 올라온 작품이 없어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전문보도 방송부문은 4편의 사진이 출품됐는데, ‘검은 재앙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대전일보)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름 유출의 심각성을 매우 압축적인 장면으로 표현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름으로 본 바다생물’(국제신문)은 한 기자가 장기간에 걸쳐 바다생물을 수중 촬영한 노력이,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는 기름유출의 심각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 점이 높이 평가됐지만 심사위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아깝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늘 그렇듯이,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한 작품들과 수상작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