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취재를 위해 찾았던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여성 두 명을 만났다.
한 명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을 나간 박 모씨. 또 다른 한 명은 독일에 유학갔다가 중국인과 결혼해 아예 정착한 김 모씨다.
박 씨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올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한국의 집 값이 워낙 비싸서 집 한칸 마련하기가 힘든데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월 150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로 건너간 1만여명의 간호사들은 시체닦기, 환자 대소변 받아내기 등 현지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작업을 떠맡아 해왔다고 회고했다. 현지 간호사들보다 몇 배나 센 노동 강도로 몸이 상한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나마 박 씨는 건강이상을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조기 퇴직해 연금 생활을 할 수 있던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독일로 건너간 `우리들(간호사)`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30대 초반인 김 씨는 독일 최고 대학 중 하나인 훔볼트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독일에서 중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내년이면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고 한다.
김 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아이가 대학교에 갈때까지 독일에서 계속 지낼 예정이다.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대학까지 거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의 현주소가 어떠한가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의 복지제도는 이제 막 분배에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나라보다 크게 앞서 가 있다. 복지제도의 근간인 연금체계는 각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개혁`이라는 방향은 일치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하기도 전에 개혁의 칼을 빼내들었다. 그러나 47년의 역사를 가진 공무원연금은 적자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어도 아직 개혁다운 개혁을 해본 적이 없다.
과거 공무원 급여체계에서 부실한 부분을 연금제도를 통해 메꿔주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공무원의 특혜를 강조하기에는 사회 보편적인 복지 제도 확충이 너무 시급하다. 함께 개혁에 동참해야만 선진 복지국가의 절반 수준이라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박동석 팀장을 비롯한 이데일리 `공무원연금 깨야산다` 기획보도팀이 고생한 만큼 차기정권의 공적연금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차 심사평
제209회 전체 총평
제20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용수 심사위원(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2008년 1월 심사에는 모두 33편이 출품됐다. 무자년 시작 첫 달인 탓인지 출품작이 적은 편이었다. 부문별로는 지역취재보도부문이 11편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6편, 취재보도부문 5편, 지역기획 신문ㆍ통신부문 4편, 기획보도 방송부문 3편, 전문보도 방송부문 3편이었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은 1편 출품에 그쳤다.
심사위원들이 매긴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 중 9점 이상이면 심사위원들의 토론을 거칠 필요 없이 수상작으로 결정되는데 이에 해당되는 작품이 없었다. 전체 출품작 가운데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12편을 1차로 걸러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벌인 끝에 취재보도 2편, 기획보도 2편, 지역취재보도 2편, 전문보도 2편 등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아쉽게도 3편 모두 심사위원의 토론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취재보도 부문의 수상작 `에버랜드, 삼성家 미술품 비밀 창고 의혹 보도 등 삼성특검 관련 연속 단독 보도'(KBS 보도본부 최서희ㆍ노윤정ㆍ황현택ㆍ김덕원ㆍ김민철)는 취재 접근이 어려운 현장을 잘 추적해 삼성특검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방송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과 `확신'이 없었으면 보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하나의 수상작 `인수위,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경향신문 이재국ㆍ최재영ㆍ김광호)는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서 혹시 나타날지도 모를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간접 경고한 의미를 지닌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장에 비해 사안 자체는 단발적이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전체 언론 정책 차원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2008 反도핑 리포트'(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채희창 ㆍ김동진ㆍ박은주ㆍ유덕영ㆍ이종덕)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국내 도핑 문제를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게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반향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꼼꼼한 취재와 기사 완성도가 돋보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이데일리 박동석ㆍ문영재ㆍ하수정)는 그동안 언론에서 다루어졌던 사안이기는 하지만 폭넓은 취재와 깊이있는 분석을 통해 역대 정부가 손대지 못한 공무원 연금 문제에 대해 공론화ㆍ의제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보도 시점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의적절했다는 평가였다.
가장 많은 작품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못 믿을 한우 등급 판정서'(KBS 부산방송총국 박영하ㆍ한석규)와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 정박위치 안 지켰다 최초ㆍ심층 보도'(충청투데이 유효상ㆍ한남희ㆍ이성우ㆍ홍정표ㆍ이미선)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우 등급 판정서'는 그동안 물먹인 소나 가짜 한우를 둘러싼 보도는 있었지만 등급 판정 관련 보도는 처음이고 취재에도 공을 들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유조선 정박위치 안 지켰다'는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유조선이 정박 위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내용이 기자상감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지적과 제2, 제3의 충돌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선박들의 잘못된 정박 관행 문제를 제기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엇갈려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보도 부문 수상작 `생계막막 태안 주민 집회 중 분신'(한국일보 사진부 왕태석)은 같은 상황을 포착한 대전일보의 `죽음을 불사한 그들의 분노' 보다는 사진의 완성도나 순간 포착 등의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신 관련 사진은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태안 주민의 심정을 단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가 우위였다. 코리아 타임스의 `Envoys Criticize Teaching-Visa Rule'(윤원섭ㆍ강신후)은 미국 등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에게만 영어 강사 비자를 발급해 주는 현행 규정의 문제점을 시의적절하게 지적, 당국의 규정 개선 검토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신문ㆍ통신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2008 인천 쪽방 이야기'와 부산일보의 '애광원 거액 횡령사건 및 복지법인, 이대로 안된다'를 놓고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벌였으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