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삼성家 미술품 비밀 창고 의혹 보도 등 삼성특검 관련 연속 단독 보도」
KBS 보도본부 최서희 기자
삼성 특검 덕에 유명해진 그림이 있다. 바로 ‘행복한 눈물’.
무려 80억 원 하는 이 그림을 포함해 삼성가가 비자금을 들여 한 화랑에서 사들였다고 알려진 그림들은 30점. 구입가격이 600억 원이나 된다.
이 그림들이 삼성가가 사들인 전부일까? 목록에 나타난 그림 30점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에서 일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입수한 것일 뿐이다. 겨우 한 화랑에서 2년 동안 사들인 그림 값이 수 백 억 원이라면 그동안 삼성가가 모은 그림들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서 취재를 착수했다.
정보를 모으다 용기있는 미술계 제보자를 만났다. 당초 삼성가가 화랑들을 통해 어떻게 그림을 사모으는지 알리려던 제보자는 무심코 삼성가의 비밀 그림 창고 얘기를 꺼냈다.
홍라희씨가 90년대부터 국내 유명 화랑 몇 곳에서 고가의 그림들을 꽤 사모았으며 그 그림들이 비밀리에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내 축사 창고 단지와 교통박물관에 모이고 있다는 제보였다. 최소 조 단위는 된단다. 심장이 뛰었다.
처음엔 제보자가 창고 위치를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에버랜드가 워낙 넓은 데다 창고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야산 중턱에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제보자와 함께 여러 차례 현장답사를 하고 등기부등본과 지적도, 위성사진을 분석해 위치를 최종 확인했다.
그러나 삼엄한 경비와 첨단 보안망 때문에 단지에 진입할 수 없었다. 취재 보안을 위해 방송 하루 전에야 창고 바로 위에 헬기를 띄워 그 실체를 촬영했다. 삼성가의 판도라 상자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매번 압수수색에 실패했던 특검은 방송이 나가자 이례적으로 신속히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축사 창고라던 삼성의 주장과는 달리 수천 점의 미술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같은 날 특검은 교통박물관 2층에 있는 미술품 창고 압수수색엔 실패했다. 준비없이 삼성 직원의 안내만 믿고 올라갔다가 아예 창고 자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취재진은 다시 새 제보자를 찾아 증언을 확보하고 설계도 등을 입수해 엄청난 규모의 미술품 창고가 교통박물관 2층에 숨어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도했다. 아울러 국제갤러리가 삼성가의 미술품 구입에 크게 연관돼있고 편법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여왔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이 보도에 앞서, 김덕원, 김민철 기자가 특검의 압수수색 실패로 자칫 묻힐 뻔했던 삼성그룹 본관 비자금 금고의 실체와 운용 사실을 지난 2003년 수사기록을 단독 입수해 특종 보도했다. 또 노련한 경력기자 노윤정, 황현택 기자는 삼성화재 전 비자금 실무자와 접촉해 삼성화재가 고객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따로 비자금 비밀금고를 운용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삼성의 잦은 말바꾸기와 비협조, 정보의 차단 등으로 취재가 쉽지 않았지만 KBS는 특검의 입에 의존하지 않고 성역없는 취재와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검의 수사는 기대 이하로 실망스럽지만, 부족한 기자를 이끌어주신 ‘취재파일4321’ 김만석 데스크와 영원한 에이스 1진 김덕원 선배 등 KBS 모든 선후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좋은 기사로 멋진 활약을 하고 있는 한겨레 기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209회 전체 총평
제20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용수 심사위원(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2008년 1월 심사에는 모두 33편이 출품됐다. 무자년 시작 첫 달인 탓인지 출품작이 적은 편이었다. 부문별로는 지역취재보도부문이 11편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6편, 취재보도부문 5편, 지역기획 신문ㆍ통신부문 4편, 기획보도 방송부문 3편, 전문보도 방송부문 3편이었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은 1편 출품에 그쳤다.
심사위원들이 매긴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 중 9점 이상이면 심사위원들의 토론을 거칠 필요 없이 수상작으로 결정되는데 이에 해당되는 작품이 없었다. 전체 출품작 가운데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12편을 1차로 걸러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벌인 끝에 취재보도 2편, 기획보도 2편, 지역취재보도 2편, 전문보도 2편 등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아쉽게도 3편 모두 심사위원의 토론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취재보도 부문의 수상작 `에버랜드, 삼성家 미술품 비밀 창고 의혹 보도 등 삼성특검 관련 연속 단독 보도'(KBS 보도본부 최서희ㆍ노윤정ㆍ황현택ㆍ김덕원ㆍ김민철)는 취재 접근이 어려운 현장을 잘 추적해 삼성특검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방송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과 `확신'이 없었으면 보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하나의 수상작 `인수위,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경향신문 이재국ㆍ최재영ㆍ김광호)는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서 혹시 나타날지도 모를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간접 경고한 의미를 지닌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장에 비해 사안 자체는 단발적이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전체 언론 정책 차원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2008 反도핑 리포트'(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채희창 ㆍ김동진ㆍ박은주ㆍ유덕영ㆍ이종덕)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국내 도핑 문제를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게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반향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꼼꼼한 취재와 기사 완성도가 돋보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이데일리 박동석ㆍ문영재ㆍ하수정)는 그동안 언론에서 다루어졌던 사안이기는 하지만 폭넓은 취재와 깊이있는 분석을 통해 역대 정부가 손대지 못한 공무원 연금 문제에 대해 공론화ㆍ의제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보도 시점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의적절했다는 평가였다.
가장 많은 작품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못 믿을 한우 등급 판정서'(KBS 부산방송총국 박영하ㆍ한석규)와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 정박위치 안 지켰다 최초ㆍ심층 보도'(충청투데이 유효상ㆍ한남희ㆍ이성우ㆍ홍정표ㆍ이미선)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우 등급 판정서'는 그동안 물먹인 소나 가짜 한우를 둘러싼 보도는 있었지만 등급 판정 관련 보도는 처음이고 취재에도 공을 들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유조선 정박위치 안 지켰다'는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유조선이 정박 위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내용이 기자상감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지적과 제2, 제3의 충돌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선박들의 잘못된 정박 관행 문제를 제기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엇갈려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보도 부문 수상작 `생계막막 태안 주민 집회 중 분신'(한국일보 사진부 왕태석)은 같은 상황을 포착한 대전일보의 `죽음을 불사한 그들의 분노' 보다는 사진의 완성도나 순간 포착 등의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신 관련 사진은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태안 주민의 심정을 단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가 우위였다. 코리아 타임스의 `Envoys Criticize Teaching-Visa Rule'(윤원섭ㆍ강신후)은 미국 등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에게만 영어 강사 비자를 발급해 주는 현행 규정의 문제점을 시의적절하게 지적, 당국의 규정 개선 검토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신문ㆍ통신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2008 인천 쪽방 이야기'와 부산일보의 '애광원 거액 횡령사건 및 복지법인, 이대로 안된다'를 놓고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벌였으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