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인수위,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경향신문
취재후기/이재국 경향신문 정치부 차장(국회팀장)
'기자실'이 돌아온다고 한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는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곧잘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쓴다. 정말 꽃피는 봄이 온 것일까?
언론 친화적이라는 정부, '빼앗겼던 기자실'을 되돌려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 하는데 왠지 찜찜했다.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양 박수쳐 주기에는 도대체 마음이 내키지않았다.
취재 동기는 단순했다. 일단 의문부호를 던지고 보는 그 놈의 '삐딱 근성'이 고개를 쳐들었다. 언론자유의 만개를 장담하는, 화려하고 풍성한 수사(修辭)의 뒷켠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마 한나라당의 개과천선에 대한 회의감이 컸던 모양이다. 과거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언론사를 구분해 차별하고 마음에 들지않은 공영 방송사에 대해 집권하면 손보겠다는 류의 협박을 꺼리낌없이 했던 그들 스스로 빌미를 제공했던 셈이다. 10년만에 정권을, 그것도 압도적인 지지로 정권을 잡은 마당에 그들의 '움직임'은 훨씬 대담하고 전면적인 양상이 될거라 생각했다.
정당팀 후배들과 함께 대선이후 언론과 관련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선캠프 관여 인사들의 언행을 하나하나 모아나갔다.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이 주무대였다. 이미 취재 현장에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오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언론사와 그렇치못한 언론사에 대한 편가름은 확연히 나타나고 있었다. 대선기간중 사원주주 독립언론으로서 언론의 정도(正道)를 걷는 보도를 했다고 자부해온 후배들은 악화된 취재 환경을 마주해야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행세한 언론계 출신 모씨는 "그러게 대선때 우리한테 잘하지 그랬어"라며 친한나라당 신문들을 '본받지 않은' 경향신문의 우매함을 타박하는 짓을 하기도 했다. 삼성특검과 관련한 적극적인 보도에 발끈한 삼성의 '광고통제'까지 겹져진터라 후배들의 고충은 한층 심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길목'을 지키면서 결정적 제보를 받을수 있었기에 언론사 간부와 광고주 등에 대한 인수위의 성향조사 지시, 언론사 내부동향 조사와 대선이후 정보공개 강화작업 전면 중단 등 일련의 특종 보도가 가능했다. 파장은 컸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심증과 제보는 있으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추가 보도로 이어가지 못한 사안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압력이나 눈속임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고 말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자들이 지키고자 했고, 되돌려받자고하는 것이 '기자실'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알 권리, 성역없는 정보접근권의 보장, 언론 자유 보장,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견제의 언론 역할 수행이었다. 기자실 문제는 그렇게 핏대를 올리며 거품을 물더니 언론사간부 성향조사,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논문표절 관련 후속보도 누락압력사태 등엔 철저히 침묵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과 일부 신문들에 던져주고 싶은 얘기다.
에버랜드, 삼성家 미술품 비밀 창고 의혹 보도 등 삼성…
「에버랜드, 삼성家 미술품 비밀 창고 의혹 보도 등 삼성특검 관련 연속 단독 보도」
KBS 보도본부 최서희 기자
삼성 특검 덕에 유명해진 그림이 있다. 바로 ‘행복한 눈물’.
무려 80억 원 하는 이 그림을 포함해 삼성가가 비자금을 들여 한 화랑에서 사들였다고 알려진 그림들은 30점. 구입가격이 600억 원이나 된다.
이 그림들이 삼성가가 사들인 전부일까? 목록에 나타난 그림 30점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에서 일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입수한 것일 뿐이다. 겨우 한 화랑에서 2년 동안 사들인 그림 값이 수 백 억 원이라면 그동안 삼성가가 모은 그림들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서 취재를 착수했다.
정보를 모으다 용기있는 미술계 제보자를 만났다. 당초 삼성가가 화랑들을 통해 어떻게 그림을 사모으는지 알리려던 제보자는 무심코 삼성가의 비밀 그림 창고 얘기를 꺼냈다.
홍라희씨가 90년대부터 국내 유명 화랑 몇 곳에서 고가의 그림들을 꽤 사모았으며 그 그림들이 비밀리에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내 축사 창고 단지와 교통박물관에 모이고 있다는 제보였다. 최소 조 단위는 된단다. 심장이 뛰었다.
처음엔 제보자가 창고 위치를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에버랜드가 워낙 넓은 데다 창고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야산 중턱에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제보자와 함께 여러 차례 현장답사를 하고 등기부등본과 지적도, 위성사진을 분석해 위치를 최종 확인했다.
그러나 삼엄한 경비와 첨단 보안망 때문에 단지에 진입할 수 없었다. 취재 보안을 위해 방송 하루 전에야 창고 바로 위에 헬기를 띄워 그 실체를 촬영했다. 삼성가의 판도라 상자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매번 압수수색에 실패했던 특검은 방송이 나가자 이례적으로 신속히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축사 창고라던 삼성의 주장과는 달리 수천 점의 미술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같은 날 특검은 교통박물관 2층에 있는 미술품 창고 압수수색엔 실패했다. 준비없이 삼성 직원의 안내만 믿고 올라갔다가 아예 창고 자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취재진은 다시 새 제보자를 찾아 증언을 확보하고 설계도 등을 입수해 엄청난 규모의 미술품 창고가 교통박물관 2층에 숨어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도했다. 아울러 국제갤러리가 삼성가의 미술품 구입에 크게 연관돼있고 편법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여왔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이 보도에 앞서, 김덕원, 김민철 기자가 특검의 압수수색 실패로 자칫 묻힐 뻔했던 삼성그룹 본관 비자금 금고의 실체와 운용 사실을 지난 2003년 수사기록을 단독 입수해 특종 보도했다. 또 노련한 경력기자 노윤정, 황현택 기자는 삼성화재 전 비자금 실무자와 접촉해 삼성화재가 고객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따로 비자금 비밀금고를 운용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삼성의 잦은 말바꾸기와 비협조, 정보의 차단 등으로 취재가 쉽지 않았지만 KBS는 특검의 입에 의존하지 않고 성역없는 취재와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검의 수사는 기대 이하로 실망스럽지만, 부족한 기자를 이끌어주신 ‘취재파일4321’ 김만석 데스크와 영원한 에이스 1진 김덕원 선배 등 KBS 모든 선후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좋은 기사로 멋진 활약을 하고 있는 한겨레 기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 이데일리
연금 취재를 위해 찾았던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여성 두 명을 만났다.
한 명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을 나간 박 모씨. 또 다른 한 명은 독일에 유학갔다가 중국인과 결혼해 아예 정착한 김 모씨다.
박 씨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올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한국의 집 값이 워낙 비싸서 집 한칸 마련하기가 힘든데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월 150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로 건너간 1만여명의 간호사들은 시체닦기, 환자 대소변 받아내기 등 현지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작업을 떠맡아 해왔다고 회고했다. 현지 간호사들보다 몇 배나 센 노동 강도로 몸이 상한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나마 박 씨는 건강이상을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조기 퇴직해 연금 생활을 할 수 있던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독일로 건너간 `우리들(간호사)`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30대 초반인 김 씨는 독일 최고 대학 중 하나인 훔볼트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독일에서 중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내년이면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고 한다.
김 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아이가 대학교에 갈때까지 독일에서 계속 지낼 예정이다.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대학까지 거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의 현주소가 어떠한가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의 복지제도는 이제 막 분배에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나라보다 크게 앞서 가 있다. 복지제도의 근간인 연금체계는 각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개혁`이라는 방향은 일치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하기도 전에 개혁의 칼을 빼내들었다. 그러나 47년의 역사를 가진 공무원연금은 적자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어도 아직 개혁다운 개혁을 해본 적이 없다.
과거 공무원 급여체계에서 부실한 부분을 연금제도를 통해 메꿔주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공무원의 특혜를 강조하기에는 사회 보편적인 복지 제도 확충이 너무 시급하다. 함께 개혁에 동참해야만 선진 복지국가의 절반 수준이라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박동석 팀장을 비롯한 이데일리 `공무원연금 깨야산다` 기획보도팀이 고생한 만큼 차기정권의 공적연금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탐사보도 ‘2008 反도핑 리포트’ 세계일보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치면 스테로이드 밀매상들의 카페나 블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 카페와 블로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스테로이드 제품 사진과 가격, 복용법, 효능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었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근육을 엄청나게 키운 젊은 남녀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밀매상들은 그곳에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연락하라며 휴대폰과 이메일 연락처까지 친절하게 남겨놓았다.
특히 카페에 가입한 회원들에게는 더욱 상세한 이메일 카탈로그를 보내줬다. 마치 백화점 처럼 자주 구입하면 할인해준다고 선전했다. 미국에서 신제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알려 주겠다고 했다. 명백한 불법인데도 이런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유명 스포츠 선수들은 물론이고 연예인과 일반 청소년들까지 이런 통로를 이용해 스테로이드를 쉽게 구입해 남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법행위도 지난 1월부터는 불가능해졌다. 취재팀이 새해벽두‘2008 反도핑 리포트’를 보도한 후 이들의‘인터넷 호객행위’는 대부분 중단됐다. 보도를 계기로 경찰과 식약청의 단속이 시작되고, 부산세관에서 스테로이드 밀수범들이 대거 붙잡히자 밀매상들은 카페와 블로그를 폐쇄하고 휴대폰을 사용 중지시킨 채 종적을 감췄다. 또한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선수들의 도핑 검사를 크게 강화하고, 도핑예방 교육을 확대하기로 했다. 프로 종목의 도핑검사 도입도 가속도가 붙었다.
취재팀은 이런 작지만 확실한 변화에 큰 보람을 느낀다. 이번 취재는 쉽지 않았다. 보도까지 2개월에 걸쳐 도핑 전문가, 선수, 지도자, 일반인, 밀매상 등 100여명 이상을 전방위로 취재했다. 특히 취재기간이 연말연시와 겹치면서 그야말로‘고난의 행군’을 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우리 보도로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라는‘교과서적 믿음’과‘굳건한 팀워크’덕분이었다. 우리 기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
세계일보 김동진
못 믿을 한우 등급 판정서 KBS부산
* 자칫 묻힐 뻔한 아이템
한우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등급 판정서의’ 위조.
첫눈에 솔깃했던 이 아이템은 그러나 자칫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처음에는
취재원과 업무협조가 문제였다. 피해 당사자는 위조업체에 대한 수사와 언론보도를 놓고
그 순서를 고심했다. 며칠간의 설득 끝에 보도가 나간 뒤 수사를 이끌어 내자는 쪽으로
의견일치를 봤다. 사법기능이 있는 관계기관과의 동행 협조도 숙제였다. 방송의 특성상
카메라만 들이닥치면 업체들의 반발과 불필요한 충돌 등으로 일을 그르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간곡한 요청으로 다행히 단속기관의 동행 약속을 받아냈다.
그런데 이번엔 보도 타이밍이 문제였다. 취재원과의 업무협조를 이유로 잠시 보류했던
아이템은 이후 매번 사내회의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연말에다 대선정국에 챙겨야 될
시의성 있는 아이템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하자 해놓고, 또 한다 해놓고 매번 내부 사정을 이유로 날짜를 미룬 것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협조 기관에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이런 사정으로 두달여 동안 천대를 받은 이 아이템은 1월중순 비로소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발제한 당일 9시 ‘현장추적’으로 채택되고, 뉴스라인 ‘취재현장’의 옷을 입는 순간, 그제서야 밀린 숙제를 해치운 아이마냥 묵은 한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 대담한 업체들, 무책임한 기관
3등급이 1등급으로, 수소가 암소로 둔갑하는 위조실태는 공공연했다. 위조가 아니라도
고기 실물과 다른 판정서가 나돌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고, 축산업계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판정서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태인데도
발급기관인 축산물 등급판정소와 관청은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 위조방지 대책도 없었고 진위 여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무책임한 기관에 대한 고발의식은 제도의 개선과 쇠고기 이력 추적제 조기 정착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사흘째 연속보도로 이어졌다.
* 주제넘은 상, 그저 겸연쩍다.
기자생활이 햇수로 6년째지만, 경력기자로 KBS 옷을 입은지는 불과 6개월, 수습을 뗀지는 3개월 밖에 안 된다. 아직 신입 대접을 받는 내가 상까지 받다니, 여러 가지로 주제넘고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그저 겸연쩍다.
먼저 어쭙잖은 아이템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또 장을 펼쳐준 팀장님 이하 선배, 동료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그렇다고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을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다. 상을 받은 것도 영광이지만, 무엇보다 조직생활에 대한 이유있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다.
더불어 지역의 힘이 커지고 더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보다 열악한 지역의 여건만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지역 스스로 격려를 아끼지 말고 출품을 장려했으면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다시한번 나를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 정박위치 안 지켰다 최초…
'태안의 기적'을 간절히 바라는 기자의 입장에서 태안 지역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이번에 본사 사회부 기자들이 수상한 '허베이스피리트'유조선 정박위치 안지켰다 등의 심층적인 기사들이 나오기 까지 태안 지역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12월 7일 태안에서의 사고소식을 접하고 떠났던 것도 어느덧 3개월여쯤 돼 가고 있다.
태안 현지 모항에서 만난 이성원 사무국장은 아직도 기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주민이다.
이 국장은 생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급박했던 상황을 침착하게 설명해 줬고 기자에게 속에 있는 이야기 까지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이 때 유조선 정박위치를 벗어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했고 수 십년 전부터 그 곳에 허베이스피리트 호와 같은 대형 유조선들이 정박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됐다.
이에 본 기자와 사회부 기자들은 대산지방해수청이 고시한 정박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취재력을 집중했고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이 정박한 위치가 해수청이 고시한 정박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그 다음으로 이곳에 왜 정박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의혹으로 기사의 범위를 넓혀갔다.
대산해수청은 "대형 유조선의 경우는 정박지 외에 정박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피력했지만 다른 해수청 관제사는 "확실한 위법이고 정박지 외에 정박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증언해 대산해수청이 면피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또 해양수산부의 해양법상 유조선의 정박 위치에 대한 확실한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제 2의 유조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내의 관계법령 제정이 필요함을 기사를 통해 역설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에서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같은 해양오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생태계보전지역에 유조선 정박을 전면금지하는 정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취재를 통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어민들을 만나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했고 보상,생태계 복원등의 후속조치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제시돼야 할 당위성도 절실히 느꼈다.
3월부터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에 선정돼 기름유출 현장을 찾아서 알라스카, 필리핀, 일본으로 기획취재를 떠난다.
방제시스템 개선점과 아직까지 직시하지 못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알림으로써 또 다시 한국에서 이 같은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충청투데이 사회부 전홍표 기자-
“생계막막” 태안 주민 집회중 분신 한국일보
기자생활 16년동안 세 번째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수상은 마음 한구석에서 무거운 돌이라도 얹어 놓은 것처럼 답답하다. 특종했다는 마음에 앞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괴로움에 뒤섞여 있는데 수상소감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그날을 되짚어보기로 한다.
지난해 12월 7일 어이없이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은 순식간에 태안과 서해안 지역을 초토화 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어느 정도 겉모양은 회복됐지만 바다를 터전으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은 하루하루 멈출 수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18일 견디다 못한 태안지역 주민들이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 버스터미널 옆에서 서해 유류사고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연설하고 있던 연단으로 주민 조창화씨가 뛰어 올랐다.
순간 모든 시선이 한 남자에게 고정되었고 주변의 사람들은 “약 먹었다”라며 소리치며 그를 끌고 가려했다. 곧이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솟았다. 조씨가 마신 것은 극약이 아니라 시너였다. 나는 속으로 ‘침착해야 한다’고 소리치며 연속촬영을 했고, 짧지 않은 시간 몸을 감싸던 불은 단상에 있던 집회참가 동료들의 의해 진화됐다. 구급차가 출발한 후 조심스럽게 내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살펴봤다. 그곳에는 정확하게 8컷의 분신장면들이 담겨져 있었다. 채 1초가 안되는 시간이다.
회사에 보고와 전송을 마치고 귀사하는 길, 특종을 했다는 생각보다는 불 속에서 괴로워 하던 조창화씨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생명을 태워서라도 어려움과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던 표정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한다.
한동안 극한의 모습을 취재한 것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사진기자인 이상 내일도 현장에서 기쁨과 희망뿐 아니라 분노와 절망을 전달하기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故 지창환씨의 명복을 빈다.
Envoys Criticize Teaching-Visa Ru…
(Envoys Criticize Teaching-Visa Rule)/ 코리아 타임스 사회부 강신후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모두 다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필리핀 교사는 왜 한국에서 영어 강사가 될 수 없는 걸까?’ 이번 취재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영어를 전공해 뛰어난 교수 능력이 있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특정 7개 나라의 국적이 아니면 우리 나라에서는 `영어 강사' 비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화 시대에 인재는 세계 어디든 있기 마련인데 국적을 이유로 재능 있는 사람들을 활용할 수 없다면 이는 너무 편협한 비자 규정이라는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차별적 규정은 ‘영어는 원어민만 잘 가르칠 수 있다’ 는 많은 사람들의 편견에서 비롯되었음을 취재 과정에서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학부모 단체들은 미국, 캐나다 등의 서양 사람들만이 영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고, 대다수의 학원관계자들은 ‘우리 학원은 백인강사만 뽑는다' 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이렇듯 우리 나라는 영어가 잘 사는 서구 사람들의 말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강하며,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판단하고 대접하는 잣대로 쓰이고 있다 보니,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영어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영어는 더 이상 서구 선진국만의 말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보다 그렇지 않은 인구가 3배를 넘어섰다. 잉글리쉬 (English) 가 아닌 '글로비쉬' (Global+ English)를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고, 나게시 라오 파르타사라티 주한 인도 대사의 말처럼 영어에 ‘accent’ (억양)가 있다는 것을 다른 언어를 하나 더 구사할 줄 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때가 된 것이다.
영어만이 아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같은 말이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린다. 어눌한 한국말을 쓰는 아시아 사람들은 코메디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지만 서양 사람들이 쓰는 한국말에는 연신 ‘원더풀’을 외쳐 된다.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국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아직까지 ‘영어 강사’비자 발급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는 않지만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고 ‘이번에 코리아 타임스가 한건 하셨더군요’ 라며 불합리한 비자규정을 개정할 것이라는 추규호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장의 말에서 그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끝으로 묵묵히 지도하고 격려해주신 조재현 사회부장과 이창섭 편집국장께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