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 16년동안 세 번째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수상은 마음 한구석에서 무거운 돌이라도 얹어 놓은 것처럼 답답하다. 특종했다는 마음에 앞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괴로움에 뒤섞여 있는데 수상소감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그날을 되짚어보기로 한다.
지난해 12월 7일 어이없이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은 순식간에 태안과 서해안 지역을 초토화 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어느 정도 겉모양은 회복됐지만 바다를 터전으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은 하루하루 멈출 수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18일 견디다 못한 태안지역 주민들이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 버스터미널 옆에서 서해 유류사고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연설하고 있던 연단으로 주민 조창화씨가 뛰어 올랐다.
순간 모든 시선이 한 남자에게 고정되었고 주변의 사람들은 “약 먹었다”라며 소리치며 그를 끌고 가려했다. 곧이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솟았다. 조씨가 마신 것은 극약이 아니라 시너였다. 나는 속으로 ‘침착해야 한다’고 소리치며 연속촬영을 했고, 짧지 않은 시간 몸을 감싸던 불은 단상에 있던 집회참가 동료들의 의해 진화됐다. 구급차가 출발한 후 조심스럽게 내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살펴봤다. 그곳에는 정확하게 8컷의 분신장면들이 담겨져 있었다. 채 1초가 안되는 시간이다.
회사에 보고와 전송을 마치고 귀사하는 길, 특종을 했다는 생각보다는 불 속에서 괴로워 하던 조창화씨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생명을 태워서라도 어려움과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던 표정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한다.
한동안 극한의 모습을 취재한 것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사진기자인 이상 내일도 현장에서 기쁨과 희망뿐 아니라 분노와 절망을 전달하기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故 지창환씨의 명복을 빈다.
회차 심사평
제209회 전체 총평
제20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용수 심사위원(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2008년 1월 심사에는 모두 33편이 출품됐다. 무자년 시작 첫 달인 탓인지 출품작이 적은 편이었다. 부문별로는 지역취재보도부문이 11편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6편, 취재보도부문 5편, 지역기획 신문ㆍ통신부문 4편, 기획보도 방송부문 3편, 전문보도 방송부문 3편이었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은 1편 출품에 그쳤다.
심사위원들이 매긴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 중 9점 이상이면 심사위원들의 토론을 거칠 필요 없이 수상작으로 결정되는데 이에 해당되는 작품이 없었다. 전체 출품작 가운데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12편을 1차로 걸러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벌인 끝에 취재보도 2편, 기획보도 2편, 지역취재보도 2편, 전문보도 2편 등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아쉽게도 3편 모두 심사위원의 토론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취재보도 부문의 수상작 `에버랜드, 삼성家 미술품 비밀 창고 의혹 보도 등 삼성특검 관련 연속 단독 보도'(KBS 보도본부 최서희ㆍ노윤정ㆍ황현택ㆍ김덕원ㆍ김민철)는 취재 접근이 어려운 현장을 잘 추적해 삼성특검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방송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과 `확신'이 없었으면 보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하나의 수상작 `인수위,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경향신문 이재국ㆍ최재영ㆍ김광호)는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서 혹시 나타날지도 모를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간접 경고한 의미를 지닌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장에 비해 사안 자체는 단발적이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전체 언론 정책 차원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2008 反도핑 리포트'(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채희창 ㆍ김동진ㆍ박은주ㆍ유덕영ㆍ이종덕)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국내 도핑 문제를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게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반향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꼼꼼한 취재와 기사 완성도가 돋보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이데일리 박동석ㆍ문영재ㆍ하수정)는 그동안 언론에서 다루어졌던 사안이기는 하지만 폭넓은 취재와 깊이있는 분석을 통해 역대 정부가 손대지 못한 공무원 연금 문제에 대해 공론화ㆍ의제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보도 시점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의적절했다는 평가였다.
가장 많은 작품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못 믿을 한우 등급 판정서'(KBS 부산방송총국 박영하ㆍ한석규)와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 정박위치 안 지켰다 최초ㆍ심층 보도'(충청투데이 유효상ㆍ한남희ㆍ이성우ㆍ홍정표ㆍ이미선)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우 등급 판정서'는 그동안 물먹인 소나 가짜 한우를 둘러싼 보도는 있었지만 등급 판정 관련 보도는 처음이고 취재에도 공을 들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유조선 정박위치 안 지켰다'는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유조선이 정박 위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치밀한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내용이 기자상감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지적과 제2, 제3의 충돌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선박들의 잘못된 정박 관행 문제를 제기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엇갈려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보도 부문 수상작 `생계막막 태안 주민 집회 중 분신'(한국일보 사진부 왕태석)은 같은 상황을 포착한 대전일보의 `죽음을 불사한 그들의 분노' 보다는 사진의 완성도나 순간 포착 등의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신 관련 사진은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태안 주민의 심정을 단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가 우위였다. 코리아 타임스의 `Envoys Criticize Teaching-Visa Rule'(윤원섭ㆍ강신후)은 미국 등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에게만 영어 강사 비자를 발급해 주는 현행 규정의 문제점을 시의적절하게 지적, 당국의 규정 개선 검토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신문ㆍ통신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2008 인천 쪽방 이야기'와 부산일보의 '애광원 거액 횡령사건 및 복지법인, 이대로 안된다'를 놓고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벌였으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