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조민중 기자>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줄까.’
본보의 탐사보도 ‘헌법 30조(범죄피해자 구조권)를 아십니까’는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았을 법한 평범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수많은 범죄 현장을 접해온 팀원들은 관심은 있었지만 아무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때맞춰 지난해 11월 ‘범죄피해자 인권대회’가 열려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취재는 쉽지 않았다. 범죄피해자들을 만나는 것부터 벽에 부닥쳤다. 보복 범죄를 우려한 피해자, 범죄의 충격으로 자취를 감춘 피해자들이 비일비재했다. 당사자와의 면담이 취재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팀원들은 그동안 인연이 된 취재원과 경찰, 관련 단체 등을 총 동원하고서야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보고 들으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들의 현실을 전달하는 것만이 기사의 목적은 아니었다. 이들을 어떻게 포용해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국내 범죄 피해자 인권 제도를 들여다 봤고, 논문과 보고서 등에 나와 있는 일본·미국 등 외국의 사례를 연구했다.
범죄 피해자는 물론이고 국민 대다수는 피해자 구조권을 명시한 ‘헌법 30조’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아예 방치해 놓고 있었다. 살인 등 흉악 범죄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는 그 아픔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하지만 이들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지원은 지난 18년 동안 최고 10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마저 받아가는 이가 드물어 정부예산은 매년 남아돌았다. 피해자들은 범죄자의 처벌을 법에 호소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불만을 삭일 뿐 경제적·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움은 전혀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취재는 탄력을 받았다.
기사가 나간 직후 법무부는 사망 1000만 원, 중장해 최고 600만 원으로 동결돼 있는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2009년 최고 3000만 원을 시작으로 3년 내 5000만 원, 5년 내 최고 1억 원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받은 전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대한 개선작업도 시작됐다. 범죄 피해자들이 증인신문, 피고인 신문 등에서 피의자를 직접 신문하고 사실·양형 관계에 대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되는 등 형사 재판 참여도 가능하게 됐다.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처리하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은 편집국장과 선후배, 동료가 없었으면 이번 수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계일보 식구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취재팀은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다. 좋은 취재환경을 만들어준 회사에 고개 숙여 감사 드린다. 보도가 범죄 피해자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쁨이 두 배다.
회차 심사평
제220회 전체 총평
제 220회 이달의 기사상 심사평
신상순 한국일보 편집위원
2008년 마지막인 12월 기자상 후보작으로 모두 7개 부문 42건이 출품되었으며 1차와 2차를 통합해 심사 하였다. 예선을 통과하는 점수를 받은 출품작은 16건으로 이중 5개 부문에서 8개작이 수상작으로 선정 되었다.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인 ‘교과부 제작 영상물 4.19를 데모로 폄하’(한겨레신문 교육 팀 김소연 기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급 학교에 배포한 ‘기적의 역사’라는 영상물을 놓치지 않고 분석하여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역사의식을 날카롭게 지적 하였다. 정부가 영상물을 회수 하고 문화부 장관이 관련 단체에 사과를 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낸 특종으로 평가되어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두 개 작품이 수상 하였다. ‘탐사기획 헌법 30조를 아십니까’(세계일보 특기팀 염호상,박성준,조민중,양원보기자)는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가 허점이 많아 범죄 피해자들이 범죄자들 만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알리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제시해 완성도 높은 기획물로 평가 받았다.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서울신문 이경주,장형우기자)는 노숙자가 직접 참여해 기사를 작성하고 설문 조사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점과 기자의 발품이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보고서에 비해 정작 신문기사는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역 취재 보도부문 에는 12개 작품이 열띤 경쟁을 벌여 두편이 선정 되었다. ‘무너지는 버스 준공영제, 혈세1700억 샌다’(대구 MBC 사회부 박재형, 방송본부 김경완,윤종희기자)는 단신에서 시작 끈질지게 준공영제의 허점을 캐내어 마침내 제도 개선을 이루어낸 작품으로 기자들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교육청 2백억 엉터리 방송사업’(KBS 부산 보도팀 노준철,권태일 기자)은 교육청 예산 집행 행태를 꼼꼼하게 취재하여 합리적이지 못한 업체 선정 과정과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방송장비의 성능을 비교분석하여 혈세 낭비가 불가피 했던 교육청 사업을 정상화 시켜 지역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을 충분히 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방송부문 의 수상작 ‘검은 폐를 가진 사람들’(KBS춘천 보도국 송승룡,최중호기자) 은 그동안 단편적인 보도로만 알려져 있던 진폐증 환자들의 실상과 그들을 치료하는 정부의 제도적인 문제점을 잘 지적 한 수작 이였다.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취재원을 설득한 완성도가 높은 화면도 호평을 받았다.
‘끝나지 않은 재앙’(대전 MBC 취재부 최기웅,카메라 취재부 여상훈기자)은 피해 주민들의 정신적인 문제점을 해외취재와 설득력 있는 영상으로 풀어나간 탄탄한 구성으로 이런 사고 사건이 다시 일어 났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참조 할 작품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전문보도부문 의 ‘무법의 전당’(연합뉴스 사진부 김주성기자)은 한미FTA 법안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의원들의 거친 몸싸움 으로 전쟁터로 변한 국회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하여 표현 하였다. 이 작품은 ‘뉴스적인 가치와 사진적인 가치’가 우수한 보도사진이라는 호평을 받아 오랜만에 사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탈락한 작품들 중에도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CBS 의 노력이 없었으면 묻힐 가능성이 있는 기사로 평가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박연차 씨와 15억 돈거래 확인’ (CBS,사회부 이재웅기자외), 전설적인 인물을 세상에 새롭게 소개한 ‘새로쓰는 요산 김정한’(부산일보 문화부 이상헌기자 )와 ‘제주바다 황색경보, 그 후 10년’(제주 MBC 송문희기자 외)등은 득표수가 모자라 수상에 실패 했으나 기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수작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