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와 함께 쓴 2008노숙자리포트>
서울신문 사회부 이경주, 장형우 기자
"노숙인들은 더 이상 기부천사를 위한 배경화면, 도움과 기부의 손길의 목적어로 존재하기를 거부한다."
빈곤의 굴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것으로만 여겨졌던 영등포의 노숙인, 기초생활보호수급대상자, 일용직 노동자들은 기자들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영등포의 빈곤층들은 사회적 편견과 냉대 속에서도 '주어'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각 언론들은 본격적인 경제불황기에 접어들면서 빈곤층에 대한 지원의 손길도 줄어들었다는 주제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영등포 빈곤층에게 필요한 것은 지원과 자선의 손길이 아니었다.
그들은 '눈 먼 자선'보다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었고, 빈곤의 굴레를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원했다. 물고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터득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존재를 되찾기를 열망했다.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노숙을 탈출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또 다른 노숙인들을 만났다. 빈곤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빈곤의 실체와 그 악순환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기자들이 할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편집국은 노숙인 이야기를 진부하게 여겼다. '이맘때면 또 나오는 아이템이겠거니.'라며 기자들의 취재결과를 애써 무시하려했다. 하지만 이 기획기사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적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논란에 휩싸였고, 서울시는 노숙 및 빈곤층 지원책의 방향을 전환해 보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추상적 관념일 뿐, 구체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길의 시작은 그들과 함께 서서 동일한 시선으로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우리 후배 기자들에게 깨우쳐 준 사회부 사건팀장인 이창구 캡께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또 편집국에서 무시했던 기사를 들고 데스크들을 끊임없이 설득해 주신 것에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또 기획취재로 생길 수밖에 없는 두 기자의 공백을 메우는 수준이 아니라 큼직한 특종기사를 쏟아내 빈틈을 느낄 수조차 없게 해 준 사건팀원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많은 정보와 바른 방향을 설정해 준 '영등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임을 자임하는 햇살보금자리 박철수 팀장과 팀원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마지막으로 용산 철거촌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나선 서민들이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지키는 감시자로서의 언론인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회차 심사평
제220회 전체 총평
제 220회 이달의 기사상 심사평
신상순 한국일보 편집위원
2008년 마지막인 12월 기자상 후보작으로 모두 7개 부문 42건이 출품되었으며 1차와 2차를 통합해 심사 하였다. 예선을 통과하는 점수를 받은 출품작은 16건으로 이중 5개 부문에서 8개작이 수상작으로 선정 되었다.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인 ‘교과부 제작 영상물 4.19를 데모로 폄하’(한겨레신문 교육 팀 김소연 기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급 학교에 배포한 ‘기적의 역사’라는 영상물을 놓치지 않고 분석하여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역사의식을 날카롭게 지적 하였다. 정부가 영상물을 회수 하고 문화부 장관이 관련 단체에 사과를 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낸 특종으로 평가되어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두 개 작품이 수상 하였다. ‘탐사기획 헌법 30조를 아십니까’(세계일보 특기팀 염호상,박성준,조민중,양원보기자)는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가 허점이 많아 범죄 피해자들이 범죄자들 만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알리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제시해 완성도 높은 기획물로 평가 받았다.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서울신문 이경주,장형우기자)는 노숙자가 직접 참여해 기사를 작성하고 설문 조사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점과 기자의 발품이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보고서에 비해 정작 신문기사는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역 취재 보도부문 에는 12개 작품이 열띤 경쟁을 벌여 두편이 선정 되었다. ‘무너지는 버스 준공영제, 혈세1700억 샌다’(대구 MBC 사회부 박재형, 방송본부 김경완,윤종희기자)는 단신에서 시작 끈질지게 준공영제의 허점을 캐내어 마침내 제도 개선을 이루어낸 작품으로 기자들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교육청 2백억 엉터리 방송사업’(KBS 부산 보도팀 노준철,권태일 기자)은 교육청 예산 집행 행태를 꼼꼼하게 취재하여 합리적이지 못한 업체 선정 과정과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방송장비의 성능을 비교분석하여 혈세 낭비가 불가피 했던 교육청 사업을 정상화 시켜 지역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을 충분히 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방송부문 의 수상작 ‘검은 폐를 가진 사람들’(KBS춘천 보도국 송승룡,최중호기자) 은 그동안 단편적인 보도로만 알려져 있던 진폐증 환자들의 실상과 그들을 치료하는 정부의 제도적인 문제점을 잘 지적 한 수작 이였다.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취재원을 설득한 완성도가 높은 화면도 호평을 받았다.
‘끝나지 않은 재앙’(대전 MBC 취재부 최기웅,카메라 취재부 여상훈기자)은 피해 주민들의 정신적인 문제점을 해외취재와 설득력 있는 영상으로 풀어나간 탄탄한 구성으로 이런 사고 사건이 다시 일어 났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참조 할 작품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전문보도부문 의 ‘무법의 전당’(연합뉴스 사진부 김주성기자)은 한미FTA 법안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의원들의 거친 몸싸움 으로 전쟁터로 변한 국회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하여 표현 하였다. 이 작품은 ‘뉴스적인 가치와 사진적인 가치’가 우수한 보도사진이라는 호평을 받아 오랜만에 사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탈락한 작품들 중에도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CBS 의 노력이 없었으면 묻힐 가능성이 있는 기사로 평가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박연차 씨와 15억 돈거래 확인’ (CBS,사회부 이재웅기자외), 전설적인 인물을 세상에 새롭게 소개한 ‘새로쓰는 요산 김정한’(부산일보 문화부 이상헌기자 )와 ‘제주바다 황색경보, 그 후 10년’(제주 MBC 송문희기자 외)등은 득표수가 모자라 수상에 실패 했으나 기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수작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