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220회) 특별기획 - ‘검은 폐’를 가진 사람들 / KBS춘천
'검은 폐’를 가진 사람들
송승룡 (KBS춘천총국)
24시간 당직 근무를 끝낸 뒤 집에서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던 어느 오후. 단잠을 깨우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수화기 너머로 수상 소식을 접했다. 기뻤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진폐의 아픔과 진실을 단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릴 수 있게 돼서 기뻤다. 가슴이 아렸다. 타인의 고통을 전하고 상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그랬다.
취재에 나설 때마다, 항상 많은 고민과 갈등이 뒤따른다. 내 취재 방향이 올바른가? 정말 가치 있는 취재인가?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봐야하나?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번에 진폐환자 문제를 취재하면서, 그 어떤 때보다 이런 질문을 더 많이 해야했다. 취재를 거부당하기 일쑤였고,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곤 했다. 취재가 조금씩 진행되면서, '병원에 있는 진폐환자는 나이론 환자, 병원 밖에 있는 진폐 환자는 진짜 환자'라는 그동안 들었던 단순한 이분법은 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사람들에 한해서는. 그동안 기자로서 가져왔던 자만과 허영이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다시 시작하자. 처음부터.' 취재 방향을 전면 수정했고, 촬영도 다시 시작했다. 진폐환자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함께 먹고 잤고, 고민했다. 진폐환자들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방송 직전까지 촬영이 계속됐고, 원고를 수정해야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금도 진폐환자들은 계속 갈등하고 있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기득권 수호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와중에서, 진폐법 개정안은 제자리만 멤돌고 있다. 방송에 담아 낸 것 보다는 담아낼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 숙제다.
비록 이 상을 받지는 못하지만, 취재 기간 내내 함께 먹고 자며 고생한 취재진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임병수 작가님, 이유미, 이천행 감독님, 김상현 선배님, 김승준, 민선영 씨 고맙습니다. 또, 함께 고민하고 원고를 다듬어주신 조병관 보도국장님을 비롯해 KBS춘천방송총국 보도국 선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검게 변해버린 폐 때문에 고통스런 삶을 살고 계실 모든 산업 전사들, 진폐 환자분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