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2백억 엉터리 방송사업 고발 보도
“예술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정치인은 진실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영화 ‘브이 포 밴데타’에서 흘러나온 이 대사는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5년을 버텨온 내 삶을 다시 조명케 했다.
취재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고민과 판단.
또 불법과 합법, 그리고 편법.
아무리 좋은 포장재료를 썼어도 기본재가 엉터리라면 누구에게 좋을까.
그동안 내 취재일기는 좋은 포장재만 보고 안일한 취재만 해온 게 아니었을까
억눌려 있었다. 이번 취재는 그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됐다.
부산시교육청은 200억 원 대 방송장비 교체사업을 진행하면서
그 흔하디흔한 보도자료 한 번 뿌리지 않았다.
일선 학교의 낙후된 방송장비를 교체한다는 멋진 포장이었는데, 왜 자랑하지 않을까.
이런 가운데 학교 안팎에서 들려온 푸념은, 취재기자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3년밖에 안된 멀쩡한 학교 방송장비를 뜯어내고,
교육청이 시키는대로 방송장비를 전면 교체하라니...”
이 무슨 꿍꿍인가.
무려 2백억원의 예산을 들인 학교 방송장비 교체사업.
교육청은 “올해가 지나면,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써야 할 돈이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자료도 없었고, 마땅한 취재원도 없었다.
그러나 파헤쳐보고 꼭 이면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취재가 시작됐다.
불법과 합법, 그리고 편법...
교육청 사업에 관한 자료를 일일이 모으고 조사하면서,
불법이라고는 찾아낼 수 없었다.
혹자는,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구태여...”라는 말로 기자의 취재를 애써 달랬다.
정확하게는 197억 원의 교육청 사업권을 한 특정업체가 독식하는
구도가 형성됐는데, 과정상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수의계약한 것도 아닌데...
어쩌면 문제는 간단했다.
합법이라는 미명 아래, 특정업체에 편법으로 사업권을 밀어준 것이었다.
우여곡절 보도로 인해,
교육청의 방송장비사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멀쩡한 방송장비를 가진 학교의 장비교체 계획은 없던 일로 수정됐다.
앞으로 교육청은 어느 기관보다 공공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할 기관임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보도로, 취재기자도 불법과 합법, 그리고 편법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야간 당직근무 후 피곤할 텐데도, 일선 학교의 방송장비 영상을 책임져준 권태일 촬영기자에게 감사드린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4시간이 넘는 녹취파일을 찾아 음성변조까지 일일이 마쳐준 모습은 프로였다. 그리고 취재기자가 고달플 때, 기자협회 회의까지 열어 사기를 북돋워준 부산기자협회 선후배, 동기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220회 전체 총평
제 220회 이달의 기사상 심사평
신상순 한국일보 편집위원
2008년 마지막인 12월 기자상 후보작으로 모두 7개 부문 42건이 출품되었으며 1차와 2차를 통합해 심사 하였다. 예선을 통과하는 점수를 받은 출품작은 16건으로 이중 5개 부문에서 8개작이 수상작으로 선정 되었다.
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인 ‘교과부 제작 영상물 4.19를 데모로 폄하’(한겨레신문 교육 팀 김소연 기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급 학교에 배포한 ‘기적의 역사’라는 영상물을 놓치지 않고 분석하여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역사의식을 날카롭게 지적 하였다. 정부가 영상물을 회수 하고 문화부 장관이 관련 단체에 사과를 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낸 특종으로 평가되어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두 개 작품이 수상 하였다. ‘탐사기획 헌법 30조를 아십니까’(세계일보 특기팀 염호상,박성준,조민중,양원보기자)는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가 허점이 많아 범죄 피해자들이 범죄자들 만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알리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제시해 완성도 높은 기획물로 평가 받았다.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서울신문 이경주,장형우기자)는 노숙자가 직접 참여해 기사를 작성하고 설문 조사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점과 기자의 발품이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보고서에 비해 정작 신문기사는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역 취재 보도부문 에는 12개 작품이 열띤 경쟁을 벌여 두편이 선정 되었다. ‘무너지는 버스 준공영제, 혈세1700억 샌다’(대구 MBC 사회부 박재형, 방송본부 김경완,윤종희기자)는 단신에서 시작 끈질지게 준공영제의 허점을 캐내어 마침내 제도 개선을 이루어낸 작품으로 기자들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교육청 2백억 엉터리 방송사업’(KBS 부산 보도팀 노준철,권태일 기자)은 교육청 예산 집행 행태를 꼼꼼하게 취재하여 합리적이지 못한 업체 선정 과정과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방송장비의 성능을 비교분석하여 혈세 낭비가 불가피 했던 교육청 사업을 정상화 시켜 지역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을 충분히 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방송부문 의 수상작 ‘검은 폐를 가진 사람들’(KBS춘천 보도국 송승룡,최중호기자) 은 그동안 단편적인 보도로만 알려져 있던 진폐증 환자들의 실상과 그들을 치료하는 정부의 제도적인 문제점을 잘 지적 한 수작 이였다.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취재원을 설득한 완성도가 높은 화면도 호평을 받았다.
‘끝나지 않은 재앙’(대전 MBC 취재부 최기웅,카메라 취재부 여상훈기자)은 피해 주민들의 정신적인 문제점을 해외취재와 설득력 있는 영상으로 풀어나간 탄탄한 구성으로 이런 사고 사건이 다시 일어 났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참조 할 작품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전문보도부문 의 ‘무법의 전당’(연합뉴스 사진부 김주성기자)은 한미FTA 법안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의원들의 거친 몸싸움 으로 전쟁터로 변한 국회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하여 표현 하였다. 이 작품은 ‘뉴스적인 가치와 사진적인 가치’가 우수한 보도사진이라는 호평을 받아 오랜만에 사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탈락한 작품들 중에도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CBS 의 노력이 없었으면 묻힐 가능성이 있는 기사로 평가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박연차 씨와 15억 돈거래 확인’ (CBS,사회부 이재웅기자외), 전설적인 인물을 세상에 새롭게 소개한 ‘새로쓰는 요산 김정한’(부산일보 문화부 이상헌기자 )와 ‘제주바다 황색경보, 그 후 10년’(제주 MBC 송문희기자 외)등은 득표수가 모자라 수상에 실패 했으나 기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수작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