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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허리굽힌 두 ‘왕의 남자들’
취재후기
(240회)90도 허리굽힌 두 '왕의 남자들' / 연합뉴스
90도 허리굽힌 두 '왕의 남자들'
연합뉴스 성연재
흔히들 한장의 사진이 백마디 말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재로는 그런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지만 백마디 말보다 더 나은 사진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모자란 사진으로 상을 받게 되어 더욱 잘하라는 채찍이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보도사진이지만 작품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명작이냐 졸작이냐를 따지기 앞서 이것이 하나의 진정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것도 작품이지만 리얼한 세상사 가운데서 처절함이 묻어난 보도사진도 충분히 작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퓰리처 사진전에서 감동을 받는 작품들도 바로 그렇게 처절한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 보도사진들이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은 매번 `출품'을 하는 느낌으로 기자상에 자신들의 사진을 내밀어보는 것이다.
매일 취재하는 대상들이 `작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취재현장에 들어서는 것이다.
사진기자들은 역사의 기록자이자 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소위 `왕의 남자'로 통하는 한나라당 이재오 전 원내대표의 귀환은 이명박 대통령 후반기의 복잡한 정치 관계에서 하나의 사건이었다.
은평을 보궐선거에 당선된 직후 그의 움직임을 캐치하는 것은 기자가 해야할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움직임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선거 운동때부터 늘 혼자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움직이지 않겠냐는 국회 1진인 김병만부장의 말에 정보를 좀 모아보기로 했다.
그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일요일인 전날 밤 10시께. 다음날인 오전 일찍 여의도에 있는 서울시 당협위 조찬 자리에 온다는 것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지 않은 어쩌면 소소한 자리였다는 생각이지만 암튼 나홀로 유세를 벌였던 이재오 의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요일 밤에 아무도 알지 못한 그의 행보를 알아낸 것은 오로지 `혹시 당선 직후 이재오가 움직이지나 않을까'하는 감각 때문이었다. 지금은 차관으로 발탁된 김해진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내일 일정이 있는지 물었던 것이 이런 행운을 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협위에 나타난 순간 이재오 의원은 정두언 의원과 거의 90도 가깝게 인사를 했다.
실제로는 정두언의원이 먼저 90로 인사를 했으며 아주 약간 주춤거리던 이재오의원은 더 머리를 숙여버린 것이다.
이 순간을 지켜보던 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순간적으로 한명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두사람 동시에 아주 짧은 순간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로서 자칫 셔터찬스가 잘못 맞춰지면 똑 같은 위치에 있지 않게 보이기 쉽다.
특히 스트로보(카메라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런 실내광으로 이같은 장면을 촬영, 딱딱하기 그지없는 정치 사진을 평소 보기드문 부드럽게 표현한 점이 힘이 들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정치적인 판단 때문인지 이후 이같은 90도 인사는 이재오 의원(현 특임장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동아.중앙 등에서도 1면에 게재하는 등 대부분의 신문에서 이 사진을 실었고 그후 이 의원은 누구나 보아도 특히 상대편이라 생각되면 무조건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했다.
큰 특종은 아니지만 정치인들의 소소한 움직임을 다룬 사진이 1면을 차지하기란 극히 힘든 상황에서 중앙 동아 국민 등 주요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한 점 또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정치라면 다소 딱딱하고 지겹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장면을 모두가 파안대소할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대 특종도 좋지만 나는 어쩌면 앞으로도 약간은 해학적이며 인간적인 맛이 나는 사진들을 찍고 싶다.
이 회차 수상작 2010년 8월
제240회(2010년 8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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