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원충연 전 사무관의 ‘포켓수첩’ 단독보도
서울신문 사회부 김승훈 기자
‘원충연 포켓수첩’ 단독 보도(7매)
김승훈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지난해 11월 23일, 정치권은 두 번 요동쳤다. ‘원충연 포켓수첩’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문이다. 그날 오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 점검1팀 원충연 전 사무관의 ‘포켓수첩’이 서울신문을 통해 공개됐다. 수첩은 MB정부 내 참여정부 인사들을 걸러내기 위한 ‘살생부’나 다름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친박’ 이혜훈 의원, 원희룡·공성진 의원 등 여권 인사 사찰 내용도 들어 있었다. 민주·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수뇌부는 물론 YTN, MBC, KBS 등 방송사 노조의 동향을 파악한 내용도 적혀 있었다. 민간인(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에 맞춰졌던 초점이 정·관·재·언론계 사찰로 확대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거세게 요구했다. 이런 상황은 오후 2시 34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급반전했다. ‘국정조사’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원충연 포켓수첩’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안보 정국’으로 직행했다.
‘원충연 포켓수첩’은 지원관실의 사찰 실체를 밝히는 서막에 불과하다. 40여명에 달하는 지원관실 직원들이 여러 인사의 사찰 내용을 원 전 사무관처럼 개인수첩에 적고, 그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실제 지원관실 직원 7명이 사용한 내·외부망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그 정황을 뒷받침할 결과물도 나왔다.
지원관실의 사찰 실체 규명은 민간인 불법 사찰을 파헤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데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김종익 전 대표) 사찰에 청와대 인사가 개입된 정황을 최초 보도했다. 정치권 안팎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른바 ‘BH하명’이 그것이다. 이어 청와대 인사가 개입한 더 결정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결과를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정황을 기사화했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정황을 곳곳에서 파악했으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잇달아 지적했다. 이러한 연속보도 이후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서 지원관실 사찰 실체 규명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지원관실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총체적으로 꿰뚫고 싶었다. ‘원충연 포켓수첩’ 보도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첫 번째 작품이다.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은 “정권 교체 뒤 정부 내 전(前) 정권 인사들과 반정부 성향의 인사들에 대한 사찰은 역대 정권에서도 이뤄졌는데, 왜 현 정권만 문제를 삼느냐”고 항변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호남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경상도 인사를 때려잡고, 경상도 인사가 정권을 잡으면 호남 사람들을 숙청하고…. 이런 구태를 ‘위대한 유산’으로 계속 물려주려 하는가”라고. 이제 ‘공정 사회’를 화두로 내건 청와대가 나설 때다.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권력이 꺼려하는 진실이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기 전에 권력 핵심부(청와대)가 나서 진실을 먼저 밝히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회차 심사평
제243회 전체 총평
제24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동훈 한겨레 스포츠부 차장
제243회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41건의 작품이 출품됐다. 최근 들어서는 꽤 많은 작품이다. 이 가운데 예심을 거쳐 절반 가량인 23건이 본심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번 기자상 심사에는 대형 특종이 많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우선 취재보도부문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믿기지 않는 구타 사건’은 딱 떨어지는 특종으로 평가받았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물류업체 대표 최철원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한 직원을 폭행하고 맷값으로 2000만원을 건넸다는 보도는 충격적이었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2580’ 보도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최씨는 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보도는 특종의 3단계인 뉴스 → 수사 → 처벌을 착착 밟아나갔다. 심사위원 14명 전원이 평점 8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줬고, 본선 심사 과정에서도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또 서울신문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원충연 전 사무관 포켓수첩 단독 보도’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언론사의 정보를 보고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처음 보도하는 등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와 성격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 정치부의 ‘청목회 공소장에 드러난 청목회 로비 전모’는 타사 기자들이 눈여겨 보지 않은 것을 밤 늦게까지 남아 공소장을 입수해 보도한 노력에 대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공개될 내용으로, 이 보도로 청목회 사건의 본질이 달라졌거나 국면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지적에 따라 아쉽게 6표로 과반에 1표가 모자라 탈락했다.
이번 기자상 심사에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된 보도가 두 건이 올랐다. 취재보도부문에서 KBS의 ‘연평도 포격현장, 국내외 방송사 최초 현지 보도’와 전문보도부문의 한겨레신문 ‘아스팔트에 꽂힌 1M짜리 포탄’ 사진이다. KBS 보도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방송사로는 처음 연평도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그에 앞서 한겨레신문과 연합뉴스 취재진이 연평도에 들어가 이미 현지 르포 기사를 송고했다는 점에서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반면 한겨레신문 취재진은 북한의 도발 직후 가장 먼저 연평도에 들어가 한 장의 사진으로 연평도 상황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사진 만큼 연평도 상황을 잘 보여준 것은 없었다”, “사진 한장이 북한의 도발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퓰리처상 감이다”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다만 불발탄 보다는 13표 가운데 11표를 얻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오랜만에 좋은 작품이 나왔다. 이데일리의 ‘佛은행에 현대상선 1.2조 예금? 출처 관심’ 기사는 예심 때부터 8.03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본심에서도 심사위원 10명의 지지를 얻어 무난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기사의 핵심인 1조2천억원이 사태의 분수령이 됐고, 이 기사로 현대그룹과의 매각 양해각서(MOU)가 깨지는 등 파장이 컸다고 평가됐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결정된 작품이 나왔다. GTB강원민방의 ‘동해안 최북단어장 갯녹음 최초 보도’가 그것이다. 그동안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동해안 명태가 사라지는 이유를 단순히 수온 상승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 보도로 다양한 원인이 제시됐고, 특히 갯녹음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쳤다. 취재진이 북방한계선(NLL) 1㎞ 전방까지 들어가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도 인정됐다. 취재 여건이 어려운 지방에서 모처럼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평가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또하나의 좋은 작품이 나왔다. 매일신문의 남대구IC~서대구IC 구간의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과 원인, 대안까지 내놓은 ‘대구 도시고속도로 교통지옥 문제’ 보도다. 심사위원들은 지방에서 여론 형성이 쉽지 않았을텐데 개선책까지 내놓은 좋은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매일신문의 ‘시민체험 프로젝트-대형마트 끊고 살기’와 국제신문의 ‘바닷속 세상이야기 - 그 곳에도 삶이 있다’ 사진보도는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