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수장 ‘저질 활성탄’ 납품비리
-경인일보 사회부 전시언 기자
'저질 활성탄 납품비리 사건'은 공공재 구매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공직사회 비리가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 수돗물 공급은 도맡은 공공기관들은 먹거리 안전과 직결되는 수돗물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정수장 시설 고급화에 세금을 써왔다. 대표적인 것이 정수제의 일종인 활성탄을 활용하는 공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뒤로는 수돗물의 품질을 더욱 나쁘게 하는 비리와 비위를 저질렀다. 그러면서도 음용캠페인과 같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왔다.
국민들은 최소 12년 동안 수도요금을 꼬박꼬박 내고도 '저질 활성탄'으로 정수된 물을 공급받았다. 수돗물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가 하면 부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인일보는 지난해 8월 16일 도내 정수장에 저질 활성탄이 사용됐다는 첫 보도 이후 관피아, 수상한 검사기관 등 활성 납품비리와 관련된 공직사회와 업계에 만연해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K-water 등은 TF를 만들고 내부감사를 실시하는 등 일제히 정비에 나섰다. 검찰은 5개월여간의 수사 끝에 수자원공사 간부를 비롯한 13명을 법정에 세웠고 이 중 8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는 일단락 됐지만, 비리 연루자들이 완전히 파헤쳐지진 않았다. 앞으로는 K-water 등 정수장 관련 공공기관들이 직접 나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길 소원한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주신 제보자분들과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가르침을 주신 경인일보 선배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319회 전체 총평
2017년 3월 ‘이달의 기자상’(319회)에는 경향신문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 등 모두 7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근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종 보도가 잇따랐으나 이제 사건이 검찰 기소 및 재판 국면에 진입하면서 출품 후보작 내용도 전반적으로 일상적인 취재 및 보도를 다룬 작품들이 출품됐다. 반면 그동안 워낙 큰 이슈 때문에 큰 눈길을 끌지 못했던 지역 보도들이 이번에 다수 출품돼 호평을 받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 선정된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 보도는 사법개혁 논의가 확산되면서 증폭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다. 보도 이후 전국 법원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판사회의가 열렸고, 대법원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설 정도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기획보도 신문 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 <비싼 돈 내고 전공도 못 듣는 학문의 전(錢)당-대학은 돈의 전당> 보도는 대학들이 최근 몇 년 사이 교육부의 재정 지원금을 받기 위해 교육부가 ‘유도하는 대로’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한 실태와 그 후유증을 잘 다뤘다. 운이 좋아야 수강을 신청할 수 있는 대학. 과연 그런 대학의 현실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힘 있게 기획하고 보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선정된 CBS <연속기획 구의역 사고 이후 추적> 보도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사고가 마무리된 뒤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과거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구의역 사고 이후를 지속적으로 추적, 여전히 안전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현장의 문제점을 잘 짚어냈다.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면 언론이 자연스럽게 발을 빼던 것이 현실이지만, 이 보도는 그 현실을 살피는 깊은 고민과 함께 잘 기획한 흔적이 많았다. 다만 왜 그런 일이 되풀이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지적이 부족해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G1강원민방 <속초세관 보세창고 비리>, KBS전주 <두장짜리 보고서가 밝혀낸 여고생의 죽음>, TBC <금복주 하청, 눈물의 상납 관행> 등 3편이 선정됐다.
<속초세관 보세창고 비리> 보도는 어떻게 기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철저히 비리를 파헤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수작이라는 평가다. 기자들은 세관 보세창고 간부의 횡령, 어패류 불법 밀반출 등의 각종 불법 비리를 치밀하게 취재, 보도해 사법당국의 수사를 이끌어냈다. 또 세관측이 강력한 대책도 마련토록 하는 등 언론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두장짜리 보고서가...> 보도는 대기업 현장실습에 나섰던 여고생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나 자살로 간과될 수도 있었으나 ‘두 장짜리 내부보고서’를 단서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끈질기게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공론화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정치권과 교육계가 각종 대책위와 조사팀 등을 구성해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사회적 파장이 상당했던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금복주 하청 눈물의 상납 관행> 보도는 소위 갑질의 대표적 사례를 딱 떨어지게 잘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기자가 자평했듯, 지역 기여도가 있는 향토기업의 갑질 횡포를 지역언론이 폭로한 것은 기업 윤리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언론의 사명을 우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보도는 지역 토착기업의 뿌리 깊은 불공정 행태를 고발한 수작으로 평가됐다.
‘지역기획보도 신문 통신’ 부문에서는 경인일보 <전국 정수장 저질 활성탄 납품비리>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저질 제품이 납품돼 국민 건강을 위협한 활성탄의 정수장 납품 프로세스를 개설할 방안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현직 간부 · 국립대 교수 등 13명을 재판에 넘긴 이 보도는 지난해 6월부터 무려 10개월간 이어졌다. ‘물은 서민생활과 직결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일종의 비리 탐사보도로서, 워낙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영향을 극대화한 점이 높이 평가돼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에 선정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