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ㅇ), ② 단독기획(ㅇ)
국내 대표 도자기 업체인 행남자기가 기업 사냥꾼에 의해 망가졌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본지 기획기사는 ‘오보’를 바로잡으려는 두 달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금융부 소속 기자로 일하던 지난해 11월 5일 상상인그룹 저축은행 2개가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했습니다. 상상인그룹 저축은행의 오너인 유준원 대표가 자신이 실소유한 코스닥 상장회사에 저축은행 예금자의 돈을 가져다 쓰는 ‘대주주 신용공여’를 했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대주주 신용공여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오너 개인이 은행을 자신의 사금고처럼 이용한 것이 사회 문제가 되며 현재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금지한 불법 행위입니다.
유 대표는 일반인에게는 최근에야 이름이 알려진 국내 자본시장의 떠오르는 ‘큰손’입니다. MBC PD수첩과 뉴스타파는 ‘검사와 금융재벌’, ‘죄수와 검사’ 보도를 통해 유 대표가 과거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지만 검찰의 도움을 받아 법의 처벌을 받지 않고 증권사까지 추가로 인수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상상인 저축은행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WFM에 거액을 대출해줘 유 대표가 코링크PE의 주가 조작 등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습니다. 이 은행이 코스닥 기업의 주식·전환사채(CB) 담보 대출을 주로 취급하며 기업 사냥꾼에게 돈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개미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작년 11월 본지 보도는 이런 여러 의혹과 별개로 금감원이 지난해 초부터 자체적으로 상상인 저축은행 검사를 벌여 은행과 유 대표 제재에 나섰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그런데 보도 직후 상상인 측에서 항의했습니다. 금감원 제재 내용에 대주주 신용공여 혐의가 없다는 겁니다. 금감원도 대주주 신용공여가 제재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회사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고 정정 보도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보를 한 것이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다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전후 맥락과 팩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오보를 만회할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취재를 하며 금감원이 유준원 대표의 대주주 신용공여 혐의를 제재 안건에 포함하는 대신 검찰에 직접 수사 의뢰를 했으며, 이 혐의의 중심에 행남자기(현 행남사)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처음 살펴본 행남자기의 경영 공시엔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너무 자주 바뀌었고, 경영 자금 조달이나 신규 투자를 목적으로 한 전환사채 발행도 이례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옛 오너 일가가 회사를 매각한 2016년 1월 8일부터 최근까지 금감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공시 450여개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새로운 대주주가 대부분 페이퍼컴퍼니 형태여서 법인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실소유주가 누군지 추적했습니다. 유준원 대표는 물론, 유 대표가 과거 스포츠서울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당시 유 대표가 검찰 수사를 모면하도록 도왔다는 의심을 받는 검사 출신 박수종 변호사가 부인 명의의 차명법인을 통해 행남자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행남자기의 4년 치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회사가 부실해진 근본적인 원인이 도자기 회사의 본업과 무관한 엉뚱한 투자와 횡령 의혹 등에 있다는 점도 파악했습니다.
행남자기의 내력을 취재하던 작년 12월 초 회사에서 인사 발령이 있었습니다. 다른 부서 대신 증권시장부를 지원했습니다. 이 이슈를 계속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엔 휴가를 내고 직접 목포의 행남자기 본사를 찾아 이 회사가 사실상 도자기 사업을 중단했으며 옛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두 달간의 취재 끝에 본 기획 기사는 기존 언론에서 기사화하지 않은 새로운 팩트 3가지를 보도했습니다.
첫째, 금감원이 유준원 대표를 대주주 신용공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2일 상상인저축은행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언론에 “금감원이 수사 의뢰한 사건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금감원이 수사 의뢰한 사건이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아 대다수 언론이 본보의 작년 11월 5일 보도 내용을 인용해 ‘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라고만 보도했습니다.
둘째, 유준원 대표가 받게 된 대주주 신용공여 혐의의 중심에 행남자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본지는 금감원이 유 대표에게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한 이유와 행남자기가 기업 사냥꾼 등의 손을 타며 본격적으로 부실해졌다는 내용도 추가 취재를 통해 기사에 함께 담았습니다.
셋째,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검찰이 수사 중인 유 대표의 대주주 신용공여 혐의와 별개로, 상상인 저축은행 및 유 대표에 관한 행정 제재를 확정하면서 현행 법령상 유 대표가 상상인 저축은행 2개의 지분을 강제 매각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금융 관련 규제가 복잡한 까닭에 유 대표 제재 확정에도 이 같은 법상 규정과 향후 절차를 보도하는 언론사는 없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본 기획 보도를 위해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 중소금융과 사무관, 금융감독원 부원장, 부원장보, 저축은행검사국장, 저축은행검사국 총괄팀장 및 수석조사역, 저축은행검사국 2팀장, 저축은행감독국장, 자본시장감독국 총괄팀장,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민간위원, 국회 정무위원회 최운열 의원실 등 금융 당국의 실무자 및 업무 이해 관계자를 포괄적으로 취재했습니다. 기사 속 취재원의 실명이 공개될 경우 해당 기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보도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행남자기 목포 본사에서 접촉한 공장 직원과 퇴직 임직원 등도 회사로부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불가피하게 기사에선 익명으로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상상인 측의 경우 기자가 직접 통화한 유준원 대표는 실명을 직접 기사에 쓰고, 상상인 임원의 발언은 익명으로 기사에 담았습니다.
본 기획 보도는 기자가 공시 분석,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취재한 것으로 별도의 제보자는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12월 20일 ‘[죄수와 검사]⑫돈:전관 변호사와 금융재벌의 ’위험한 거래‘’ 보도에서 박수종 변호사가 행남자기를 장악했다는 내용과 그가 행남자기를 통해 유준원 대표를 지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본지의 기획 보도보다 보도 시점이 열흘 가량 앞선 것이지만, 보도의 초점이 다르고 뉴스타파의 보도가 주로 시장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다룬 것이라면 본보 보도는 금융 당국 검사에서 드러난 팩트에 기반한 것이어서 선행 보도 여부를 따질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본지 보도 직후인 올해 1월 2일 상상인그룹은 회사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본지 보도대로 유준원 대표의 저축은행 지분 매각 사유가 발생한 사실이 맞으나 자체 로펌 자문 등을 거쳐 은행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헤럴드경제, 머니투데이, MTN 등 국내 다수 경제 언론사는 본지 보도를 직접 추종 보도하는 대신, 상상인그룹의 이 같은 입장 자료를 기사화하며 본보 기사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78년 역사를 가진 목포의 향토기업인 행남자기는 소비자라면 대부분 그 이름을 아는 국내 대표적인 도자기 제조업체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기업 사냥꾼들에 의해 재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부실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본보 기획 기사는 이런 점을 최초로 보도해 회사의 경영보다 단기 이익만을 좇는 불법 금융 자본의 위험성과 폐해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또 검찰의 유준원 대표 수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내용을 공개해 자칫 ‘깜깜이 수사’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금융 당국이 이미 유 대표 및 상상인 저축은행에 대한 행정 제재를 일차적으로 확정했기 때문에 본보 보도가 피의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본 기획 보도의 한계는 유준원 대표 및 박수종 변호사가 행남자기를 지배하려한 이유와 이를 통해 이들이 얻은 이익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보 역시 후속 취재를 계속 진행 중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2020년 1월 이데일리 사내 이달의 기자상에 후보작으로 상신 예정입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본 기획 보도의 당사자인 상상인 측의 반론 신청이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2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40편이 출품됐다. 연말로 갈수록 취재보도보다 기획취재 쪽에 출품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 출품작이 불과 두 편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2020년에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열정과 투혼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길고 치열하며 진지한 논의 끝에 수상작으로 한국경제신문의 <라임펀드, 美 폰지 사기에 돈 다 날렸다>(경제보도 부문)와 kbc광주방송의 <200억대 해경 VTS 사업 기준 미달 제품 선정 논란>(지역 취재보도 부문) 두 편을 선정했다.
라임 펀드 관련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취재를 해온 결과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의뢰까지 이끌어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가 수익률 부풀리기 등 편법적인 자산 운용을 해왔다는 점, 국제적인 금융 사기에 휘말려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한국경제의 이 기사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 여전히 허술한 구석이 있음을 잘 짚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kbc광주방송 작품은 200억대 VTS, 해상교통관제 시스템 장비 납품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수작이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에도 불구하고 기준 미달의 안전 장비가 납품되고, 심사 과정은 허술하며, 납품에 관련된 해경과 조달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을 이 기사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제도적 허점과 관행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한 이 기사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취재의 출발은 제보이지만 이 제보를 토대로 꼼꼼한 취재가 돋보였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사를 쓰고 전달 방식을 고민한 점도 높이 평가받았음을 밝힌다.
기획 취재 분야에서는 좋은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치열한 심사가 진행됐다. 기존의 청년 관련 기획물이 수도권 대학생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함으로써 기획의 참신성이 돋보였던 한겨레의 청년 기획,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편집 방식으로 잡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법 농단의 실체를 잘 드러낸 시사인의 사법농단 기획, 지난해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 370명을 전수 조사하고 화장장에서 40일 동안 62명의 사망자의 최후를 지켜본 취재기자의 치열함이 돋보인 국민일보의 무연고 사망자 관련 기획이 호평을 받았지만, 아쉽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새해 기자들의 땀과 열정이 어린 의미있는 출품작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