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V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장애인에게 65세 생일만큼 슬픈 것도 없습니다.”
지난해 8월 국내 한 장애관련 단체의 연구원을 만난 자리였습니다. 그는 장애인들이 만 65세가 넘어가는 순간, 나라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제공받던 활동보조사 지원시간이 반토막 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65세 생일은 ‘고려장’이라고 부른다 했습니다. 나이와 반비례하는 복지,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법의 디테일을 살피자 악마가 보였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에 따르면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은 만 65세가 되면 일률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사실상 강제 전환됩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제공받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로 바뀌게 되면 이를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겐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셈입니다.
이 잔인한 법의 존재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고령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조명한 기사 보도된 적도 있었습니다. 다만 단 건의 기사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담아내는데 그쳤습니다. 왜 이 같은 기형적 제도가 생겨났고, 왜 해결이 되지 않고 있으며, 현 정부는 이 현실에 대해 어떤 답을 갖고 있는 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65세 생일을 앞둔 장애인과 그 사선(死線)을 넘은 장애인들,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과 장애인단체장, 복지제도를 연구하는 연구원들, UN 산하 세계장애인단체의 간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그렇게 100여 일 간의 취재를 마치고, 그 기록을 11편의 기사로 나눠 보도했습니다.
■왜 정부는 이런 악법을 운영하고 있을까. 시사저널 기획취재팀은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관련 예산 추계 자료를 단독으로 받았습니다. 복지부는 해당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현대판 고려장’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예산과 형평성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복지부는 만 65세 활동지원 연령제한을 폐지하면 향후 5년간 최소 1조886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복지부는 "65세 이상 중증 장애인의 복지 사각지대 및 장기요양보험제도 간 차이에 따른 수급자 불편 해소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과도한 재정 소요와 형평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노인도 장애인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데 장애인이 만 65세 이후에도 노인장기요양제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활동지원을 유지한다면 노인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이는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65세 장애인 활동지원 제한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힌 것과 대비되는 답변이었습니다.
■정부가 시간을 끄는 사이, 고령 장애인들은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장애는 혼자만의 비극이 아니었습니다. 시사저널은 고령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희망과 절망의 반복 속에서 자신의 삶을 덮친 '고통의 도미노'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시사저널 기획취재팀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2018 장애통계연보'를 전수 분석해, 정부의 복지 제도가 장애인 가족의 ‘버팀목’이라는 것을 숫자로 보여줬습니다. 일례로 공적이전소득이 경상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장애인 가구의 경우 52.8%를 기록한 반면, 전체 가구는 5.89%였습니다. 정부가 버팀목의 기둥을 하나 '툭' 빼는 순간, 장애인 가족의 삶이 붕괴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현 장애인 관련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조계의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령장애인을 돕는 변호사들이 꾸린 ‘만 65세 장애인 법률지원 TF’를 만나, 이들이 낸 헌법소원 초안을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이들은 현행 장애인 활동지원 관련 법률이 헌법 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10조 '생명안전권' '자기결정권' 등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초안에는 청구인의 장애 상황, 활동지원이 끊길 경우 당장 발생할 문제, '만 65세'라는 인위적인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TF는 헌법소원을 내는 것 외에도, 활동지원 서비스로의 재전환이 거부된 데 대한 취소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하고, 이에 따른 위헌법률심판 또한 제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고령장애인 이슈가 비단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시사저널은 국제 장애인 관련 아젠다를 주도하는 해외 석학을 만나 고령장애인 문제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엔 산하 장애인 관련 조직인 인클루전 인터내셔널(II)의 대표 클라우츠 라흐비츠, 국제장애인연맹(IDA) 의장인 아나 루시아 아렐라노, 아세안장애포럼(ADF) 대표인 림 푸에이 티악을 국내 언론 최초로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장애는 더 이상 민간의 봉사로만 해결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정부에서 장애인 복지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장애인 관련 악법이 유지되는 이유로 정책을 만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장애인을 참여시키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절망으로 시작한 보도의 끝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결국은 정책이 아닌 정치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적정 예산이 우선적으로 책정되려면 법안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국회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라는 뜻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복지위에서 활동 중인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중앙장애인위원회의 입장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21대 국회에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고령장애인이 처한 문제는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대안과 함께 제시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고령장애인들의 절박감을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중증 장애 사례자들로부터 대통령에게 하고픈 얘기를 담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본지에 실린 편지는 몸이 불편한 사례자들의 사정을 감안해, 이들의 육성을 활동지원사 또는 가족이 대필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사례자 분들이 용기를 낸 만큼, 보다 많은 이들에게 목소리를 전파하기 위해 동영상을 따로 제작해 포털사이트와 동영상 플랫폼 등에 게시했습니다.
사례자는 국내 최대 장애인 단체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도움을 얻어 접촉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자 3명은 가족과 본인의 동의를 얻어 실명으로 보도했습니다. 다만 그 가족과 활동보조사의 신분은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익명 혹은 가명 처리했습니다. 별도의 제보자는 없었으며 자체적으로 기획을 구성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고령 장애인 복지 제도 문제를 조명한 단 건의 기사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보 보도와 같이 현 정부가 추계한 구체적인 예산과 계획 등을 종합하고 대책을 제시한 심층 보도는 없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 본지 지면 보도(2019년 12월6일) 직후인 12월9일,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 단체 연합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서 국회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등 32개의 산하 장애인 단체에 본지의 기사를 배포, 각별한 관심을 당부하였습니다.
■ 본지 보도 약 열흘 후인 12월1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전국장애인위원회가 만65세 이상 장애인의 활동 지원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장애인 정책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였습니다.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는 이날 ‘장애인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수립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 주거보장 및 탈시설을 통한 장애인 자립 생활정책 강화 등을 강조하였습니다.
■ “이런 문제가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사를 세상에 내보낸 후 조마조마하며 반응을 기다린 기자에겐 가장 보람된 피드백이었습니다. 해당 보도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12월10일, 포털과 페이스북 등에 보도에 대한 호평이 잇따랐습니다. 장애인 어머니를 둔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는 12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지 기사의 모든 링크와 함께 “여러 개의 링크를 하나하나 눌러보며 기사를 세세하게 본 건 오랜만이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 다만 자신의 삶을 노출해주신 분들 만큼의 용기도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포털 사이트 댓글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봤으면 좋겠어요(닉네임 신은지).”, “몰랐던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디 법개정이 빨리 이루어져 계속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grace).”, “기사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를 읽지 않았더라면 계속 모르고 지냈을 것 같아요. 이 기사의 내용이 부디 더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부릉부릉).” 등의 내용이 다수 달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게재 당일 다음 포털 많이 본 뉴스에 오른 ‘[사선 6465] "여보, 나 막막해"..가족도 쓰러뜨리는 '고통의 도미노'’ 등의 기사 아래에 스스로 장애인 당사자 혹은 가족 구성원이라고 밝힌 누리꾼들의 호소력 짙은 댓글들이 이어 달렸습니다. “예전에 작은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한쪽 무릎 위를 절단했는데, 작은어머니 말씀, 첨엔 그래도 살아있다는 게 고마웠는데 날이 갈수록 차라리 그 때 죽는 게 나을 걸 그랬다는 얘길 들었다…슬픈 현실(닉네임 사니)”, “장애인 아버지를 둔 가족입니다. 사실상 지금 있는 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아요. 우리나라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일까요(lousalome)”, “저도 아들이 20살이지만 3~5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요즘 들어서는 정말 함께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문제는 이런 생활이 20년 동안 지속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반디세상).” 이처럼 장애인 당사자뿐 아닌 가족 사례자들의 고통까지 취재해 담은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보도는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이번 보도가 한국사회 내 소수자인 고령장애인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자체 평가가 있었습니다. 해당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향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해당 문제를 풀어가는 지 추적 취재해 보도하자는 공감대도 형성이 됐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은 없었고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2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40편이 출품됐다. 연말로 갈수록 취재보도보다 기획취재 쪽에 출품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 출품작이 불과 두 편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2020년에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열정과 투혼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길고 치열하며 진지한 논의 끝에 수상작으로 한국경제신문의 <라임펀드, 美 폰지 사기에 돈 다 날렸다>(경제보도 부문)와 kbc광주방송의 <200억대 해경 VTS 사업 기준 미달 제품 선정 논란>(지역 취재보도 부문) 두 편을 선정했다.
라임 펀드 관련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취재를 해온 결과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의뢰까지 이끌어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가 수익률 부풀리기 등 편법적인 자산 운용을 해왔다는 점, 국제적인 금융 사기에 휘말려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한국경제의 이 기사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 여전히 허술한 구석이 있음을 잘 짚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kbc광주방송 작품은 200억대 VTS, 해상교통관제 시스템 장비 납품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수작이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에도 불구하고 기준 미달의 안전 장비가 납품되고, 심사 과정은 허술하며, 납품에 관련된 해경과 조달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을 이 기사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제도적 허점과 관행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한 이 기사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취재의 출발은 제보이지만 이 제보를 토대로 꼼꼼한 취재가 돋보였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사를 쓰고 전달 방식을 고민한 점도 높이 평가받았음을 밝힌다.
기획 취재 분야에서는 좋은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치열한 심사가 진행됐다. 기존의 청년 관련 기획물이 수도권 대학생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함으로써 기획의 참신성이 돋보였던 한겨레의 청년 기획,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편집 방식으로 잡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법 농단의 실체를 잘 드러낸 시사인의 사법농단 기획, 지난해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 370명을 전수 조사하고 화장장에서 40일 동안 62명의 사망자의 최후를 지켜본 취재기자의 치열함이 돋보인 국민일보의 무연고 사망자 관련 기획이 호평을 받았지만, 아쉽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새해 기자들의 땀과 열정이 어린 의미있는 출품작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