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O)
올해 중순, 서울에 살던 탈북 모자가 아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분단을 넘었으나 가까스로 도달한 자유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굶어죽고 말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탈북민들의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복지제도의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어째서 살아남지 못한 것일까? 어쩌면 이들의 추락은 대한민국에서 인간 자립의 기본적 밑바탕이 되는 교육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탈북학생들을 만나보니 공교육 기관을 졸업하고도 한글조차 떼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은 당연히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수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졸업장을 따기 위해 그냥 앉아 있는 경우도 많았다. 여전히 탈북학생이란 차별과 낙인의 상징이기에 탈북학생이란 사실을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북한 출신이 아닌 제3국 출신 학생들은 중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혼란스런 정체성 속에 학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군대를 가야 했다. 나이가 많은 상태로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공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그러니 자립할 수도 없고 생존하기에 급급한 상태였다. '제2의 탈북모자 아사 사태'가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탈북학생들에 대한 교육지원은 '속 빈 강정'이었다. 학교 관계자와 정책 담당자들은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각종 교육복지제도를 자랑하고 통계 수치가 올라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럴듯한 제도와 지원책은 많았지만 구색맞춤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탈북민들의 학력을 측정하는 과정부터 공교육 현장의 지원까지 주먹구구식 대책, 보여주기식 대책이 많았다. 탈북학생 멘토링 사업에 참가한 교사는 제도의 효과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교사들은 탈북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교육부, 통일부의 지원정책을 한 데 묶어줄 컨트롤 타워도 없었다.
탈북학생을 지원하는 법안이 만들어진지 오래지만 제3국 출신 탈북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은 지난해 임재훈 의원실에서 주최한 토론회 한 차례가 전부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외쳤지만 정작 '미리 만난 통일'인 탈북학생들을 우리 사회 건강한 일원으로 통합하고 길러내기 위한 노력은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과거 탈북학생들이 한창 늘어나던 시점에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아 언론들도 기사를 쏟아냈지만, 최근 관심은 뚜렷하게 줄고 있다. 제도가 만들어진 것까지는 좋으나 그 뒤에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속살을 들여다 본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EBS는 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현실과, 교육현장에서부터 통일이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선 단발성 보도가 아니라 심층 기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두 번 버림받은 아이들'은 기존의 북한출신 탈북학생들의 문제와 제3국 출신 중도입국자 문제, 성인이 된 후 한국에 들어온 성인 탈북자들의 교육권까지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언론 최초의 심층취재 보도물이다. 단순히 학령기 인구에 해당하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모든 탈북민을 취재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모든 교육적 어려움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취재내용은 총 11편에 걸쳐 2주 동안 EBS 뉴스에서 연재됐다.
사전 취재는 두 달간 진행됐다. 탈북민들이 적응교육을 받는 하나원과 하나둘학교, 삼죽초, 한겨례중고등학교 등 기본적인 교육기관을 전부 취재했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도 모두 접촉했다.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와 미인가로 운영되는 대안학교 4곳의 현장을 방문했다. 탈북학생과 이들을 가르친 교사, 대학교수 등 20명 이상을 인터뷰 했다. 특히 탈북학생 교육에 대해선 심층적 연구가 부족해 필요한 경우 교육전문가들의 석사 논문까지도 구해 읽었다.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었다. 기사에 나온 사례자와 학부모는 모두 취재에 동의했다. 신분 공개를 꺼리는 경우 가명처리하고 음성변조했다. 탈북학생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국내 언론은 2000년대 초반 탈북민들 교육권이 한창 이슈화될 때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법안이 만들어지고 교육복지제도가 틀을 갖춘 이후부터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3국 출신 학생들이 늘어났을 때, 중도탈락률이 떨어졌을 때 반짝 관심을 갖거나, 특정 사례를 중심으로 소규모 기획이 이뤄지는 정도였다. 특히 복잡하고 다층적인 탈북민들의 교육 실태를 종합적으로 다루기보다 코끼리의 한 부분만을 다루는 보도에 그쳤다.
이와 달리 탈북민들의 교육 실태를 연령과 출신 배경을 따지지 않고 종합적으로 보고 탈북학생들의 교육 문제 전반에 대한 내용을 집대성한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총 11편의 연속 보도는 양과 질 모두에서 기존 보도와 비교할 수 없는 차별성을 보인다.
현재까지 타 매체에서 받아쓰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경우 후속 보도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탈북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교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원 소속 하나둘학교 파견교사로 나설 만큼 열정이 있는 교사들은 자신들이 탈북학생 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주체로 나서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 그룹을 형성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리즈가 연재된 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한국어를 떼지 못하고 졸업하는 사례를 알지 못했다, 앞으로 후속 보도를 잘 살펴보겠다"는 피드백을 남겼다. 탈북학생들을 음지에서 가르치고 있는 미인가 대안학교에도 큰 힘을 실어줬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탈북학생들의 교육실태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보도인 만큼 누락되는 영역이 없도록 취재 범위를 넓히는데 주력했다. 20명이 넘는 인터뷰와 각종 통계자료 10년치를 소주제로 분류하고 정리했다.
특정인의 견해에 치우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교육현장의 전문가를 모두 만나 자문을 구했다. 미인가 대안학교를 운영하다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은 학교 교감, 자청해서 파견교사로 나서 탈북민들 적응교육을 도운 교사, 탈북민들 교육 사업에 10년 이상을 바친 교장 등 탈북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펼친 공교육 영역 내 전문가들에게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무엇보다 탈북학생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집중했다. 고등학교부터 성인까지, 북한 출신부터 북한 땅을 밟아본 적도 없는 중국출신 탈북민 2세까지, 대안학교 출신부터 북한에서조차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까지 다양한 탈북학생들을 골고루 취재했다.
탈북학생들의 실태를 집대성하여 탈북학생들에 대한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각의 뉴스마다 사례와 자료를 담았다. 다른 학생과 학부모, 교사, 정책 입안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상 스튜디오와 컴퓨터 그래픽을 적절히 활용했고, 전체 스토리가 이어지도록 논리성과 완결성을 갖도록 했다.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모두 준수하였으며 취재 및 제작 과정에서 어떠한 비윤리적인 활동도 없었다.
6. 기타 고려사항
기획보도 취재 및 제작 과정에서 외부 지원은 없었다. 보도와 관련한 당사자 반론 요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신청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2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40편이 출품됐다. 연말로 갈수록 취재보도보다 기획취재 쪽에 출품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 출품작이 불과 두 편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2020년에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열정과 투혼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길고 치열하며 진지한 논의 끝에 수상작으로 한국경제신문의 <라임펀드, 美 폰지 사기에 돈 다 날렸다>(경제보도 부문)와 kbc광주방송의 <200억대 해경 VTS 사업 기준 미달 제품 선정 논란>(지역 취재보도 부문) 두 편을 선정했다.
라임 펀드 관련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취재를 해온 결과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의뢰까지 이끌어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가 수익률 부풀리기 등 편법적인 자산 운용을 해왔다는 점, 국제적인 금융 사기에 휘말려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한국경제의 이 기사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 여전히 허술한 구석이 있음을 잘 짚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kbc광주방송 작품은 200억대 VTS, 해상교통관제 시스템 장비 납품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수작이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에도 불구하고 기준 미달의 안전 장비가 납품되고, 심사 과정은 허술하며, 납품에 관련된 해경과 조달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을 이 기사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제도적 허점과 관행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한 이 기사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취재의 출발은 제보이지만 이 제보를 토대로 꼼꼼한 취재가 돋보였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사를 쓰고 전달 방식을 고민한 점도 높이 평가받았음을 밝힌다.
기획 취재 분야에서는 좋은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치열한 심사가 진행됐다. 기존의 청년 관련 기획물이 수도권 대학생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함으로써 기획의 참신성이 돋보였던 한겨레의 청년 기획,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편집 방식으로 잡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법 농단의 실체를 잘 드러낸 시사인의 사법농단 기획, 지난해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 370명을 전수 조사하고 화장장에서 40일 동안 62명의 사망자의 최후를 지켜본 취재기자의 치열함이 돋보인 국민일보의 무연고 사망자 관련 기획이 호평을 받았지만, 아쉽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새해 기자들의 땀과 열정이 어린 의미있는 출품작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