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⑤ 기타( O )
기자는 ‘아영이 사건’를 타사 보도로 접했다. 부산에서 생후 닷새 된 아이가 갑자기 신생아실에서 의식을 잃었고, 가족은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하며 한 방송사에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보했다. 경찰은 이미 수사에 들어간 상황. ‘팩트’를 더 보탤 여지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신생아가 간호사에게 내던져지는 모습을 본 순간 기자는 후속보도를 마음먹었다. 15년 전 갓 태어난 사촌동생을 보러 신생아실에 간 적이 있다. 내 아이도 아닌데 가슴 한켠이 뭉클했던 감정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로서, 아이로서 가장 축복 받아야 할 시간이다. 아영이와 그 가족은 그러지 못했다.
지역 부모들의 여론도 예사롭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경찰 수사에서 추가로 확인된 사항은 없는지, 해당 병원이 감독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방송사는 CCTV 영상을 공개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이후 경찰 수사 상황이나 관련법 검토, 책임 소재 여부 등을 보도하기엔 활자 매체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미 언론에 노출된 경찰은 취재를 매우 꺼려했다. 연락이 쉬이 닿지 않으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마다 관할 경찰서의 형사당직실 문을 두드렸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피해 신생아 부모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들의 진술과 경찰의 수사 상황을 크로스 체크하며 취재했다.
결국 병원 CCTV에 녹화된 영상 중 4시간가량 비어있다는 경찰 조사 결과를 단독으로 확인했다. 부모는 녹화 영상 중 약 2시간이 사라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실제로 이보다 공백이 더 많았던 것이다. 사고 당일 뿐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녹화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사실은 병원 측의 ‘고의 은폐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단서였다.
이에 기자는 <부산일보> 2019년 11월 13일 자 10면에 <‘신생아 머리 골절’ 병원 은폐 의혹 증폭… CCTV 4시간 사라져>를 보도했다. 기사를 본 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학대당한 것 아니냐’며 분노로 들끓었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0만 명이 참여했다. 수사를 맡은 동래경찰서는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취재는 계속됐다. 사고가 난 병원은 폐업을 공지한지 9일 만인 지난해 10월 30일 도망치듯 문을 닫았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갑작스럽게 병원을 옮기면서 큰 불편을 겪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확인 결과,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폐업 30일 전까지 입원환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병원은 이를 어기고 서둘러 폐업했지만 관할 보건소는 ‘행정적으로는 아직 폐업 준비 중’이라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폐업 뒤 병원 진료기록부 발급이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사고가 난 병원은 부산에서 규모가 크고 오래된 산부인과였다. 기사에는 ‘내 아이도 저기서 낳았는데 이후 문제가 생기면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댓글에 무더기로 달렸다. 취재 결과, 지역 내 보건소 여건이 마땅치 않아 폐업한 병원 측이 진료기록부를 대부분 직접 관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시민들이 병원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으려 해도 유실될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이는 모두 <부산일보>에 연속 보도됐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처음 ‘신생아 두개골 골절’로 불린 이번 ‘아영이 사건’은 <부산KBS>에서 지난해 10월 23일에 <신생아 두개골 손상 ‘의식불명’…병원에서 무슨 일이?>로 먼저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보도가 이루어졌다. 생후 닷새 된 신생아가 병원에서 두개골 골절로 의식을 잃자 부모는 병원에 영상을 받아 이를 제보했다.
이후 <부산일보> 2019년 11월 13일 자 10면에 <‘신생아 머리 골절’ 병원 은폐 의혹 증폭… CCTV 4시간 사라져> 보도를 시작으로, <‘신생아 두개골 골절’ 병원 현행법 어기고 서둘러 폐원>(2019년 11월 14일 자), <‘신생아 두개골 골절’ 병원 의료기록 유실되면 ‘어쩌나’>(2019년 11월 15일 자), <“우리 아이도 학대 당했는지 수사해 달라” 경찰에 민원 잇따라>(2019년 11월 18일 자) 등 연속으로 보도했다.
<부산일보> 2019년 11월 21일 자 1면에 단독 보도된 <아영이가 켜게 한 ‘신생아실 CCTV’>는 부산시가 보건복지부에 신생아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건의했다는 내용이다. 보도 당일, 중앙일보 <신생아 두개골 골절 '아영이 사건'…신생아실 내 CCTV 켤까>, YTN <'신생아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의 착수>, 서울신문 <신생아실 CCTV 설치…부산시 법 개정 건의>, 문화일보 <‘아영이 사건’ 계기 산부인과 신생아실 CCTV 공론화…부산시, 법 개정 건의> 등 여러 타 매체에 반향을 일으켰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아영이 사건’ 연속 보도에 부산시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부산시는 신생아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단순 사건 보도에 머물지 않고, 파생되는 문제점을 찾아 끈질기게 연속 보도한 것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신생아실 표준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고 CCTV 설치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지난해 12월에 밝혔다. 이는 <부산일보> 2019년 12월 23일 자 1면에도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는 개정안에 의료기관 폐업 시 진료기록부를 전문관리기관에 이관하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폐업한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가 유실될 수 있다는 <부산일보>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진선미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 11일 의료기관이 휴·폐업하기 이전에 연락처를 가진 환자에게 문자로 관련 내용을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일반 시민들의 호응도 컸다. 보도 기사마다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2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아이가 있는 지역민들도 관심 있게 기사를 지켜보고 있다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깊이 있는 ‘후속 보도’를 원했다. 사실 규명과 더불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들에게 작게나마 답을 주고자 했다. 그리고 결국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정책적인 변화까지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아영이 사건’ 연속보도는 생후 닷새 된 신생아가 간호사에게 학대당했다는 사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이다.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추가 보도한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병원 파업으로 생긴 2차 피해 등 파생되는 문제점도 짚었다.
특히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가해 간호사가 임신 4개월 차’ 등 자극적인 사실에 치우치지 않고, 유관 기관을 직접 발로 취재하며 깊이 있게 보도했다.
합리적인 지적으로 연속 보도를 이어간 결과 부산시의 법 개정 건의와 보건복지부의 검토까지 이끌어냈다고 자평한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민형사상 어떤 소송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2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40편이 출품됐다. 연말로 갈수록 취재보도보다 기획취재 쪽에 출품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 출품작이 불과 두 편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2020년에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열정과 투혼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길고 치열하며 진지한 논의 끝에 수상작으로 한국경제신문의 <라임펀드, 美 폰지 사기에 돈 다 날렸다>(경제보도 부문)와 kbc광주방송의 <200억대 해경 VTS 사업 기준 미달 제품 선정 논란>(지역 취재보도 부문) 두 편을 선정했다.
라임 펀드 관련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취재를 해온 결과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의뢰까지 이끌어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가 수익률 부풀리기 등 편법적인 자산 운용을 해왔다는 점, 국제적인 금융 사기에 휘말려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한국경제의 이 기사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 여전히 허술한 구석이 있음을 잘 짚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kbc광주방송 작품은 200억대 VTS, 해상교통관제 시스템 장비 납품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수작이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에도 불구하고 기준 미달의 안전 장비가 납품되고, 심사 과정은 허술하며, 납품에 관련된 해경과 조달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을 이 기사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제도적 허점과 관행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한 이 기사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취재의 출발은 제보이지만 이 제보를 토대로 꼼꼼한 취재가 돋보였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사를 쓰고 전달 방식을 고민한 점도 높이 평가받았음을 밝힌다.
기획 취재 분야에서는 좋은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치열한 심사가 진행됐다. 기존의 청년 관련 기획물이 수도권 대학생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함으로써 기획의 참신성이 돋보였던 한겨레의 청년 기획,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편집 방식으로 잡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법 농단의 실체를 잘 드러낸 시사인의 사법농단 기획, 지난해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 370명을 전수 조사하고 화장장에서 40일 동안 62명의 사망자의 최후를 지켜본 취재기자의 치열함이 돋보인 국민일보의 무연고 사망자 관련 기획이 호평을 받았지만, 아쉽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새해 기자들의 땀과 열정이 어린 의미있는 출품작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