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 동일지번 반독되는 자살, 그 심층적 원인을 추적하다.
② 단독기획(0)
지난해 8월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의 5000여 건의 자살 변사 사건을 심리 부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30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취재진은 보고서를 꼼꼼히 살피던 중 동일 지번에서 10건 이상 자살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곳이 40여 곳에 달한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살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자살을 막을 필요성을 느껴 취재에 착수하게 됐다. 현장 십 여 곳을 방문하고, 이웃들을 탐문하고, 남겨진 가족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이 비극적인 사태의 근본 원인이 사회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 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외로움은 흔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라 공동체와 가족이 해체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사회에서 고립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심각한 고령화와 함께 1인 가구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특히 자살이나 고독사,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비자발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은 사회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한 셈이다. 외로운 사람들 역시 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의회는 전국에서 최초로 외로움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부산시의회가 발의한 외로움 방지 조례는 선언적 의미에 그쳤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취재진은 이 점을 주시하고, 전국 언론 최초로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방대한 분량의 기획시리즈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 광범위한 문헌 검토+1000명 사회조사+현장 취재+의미망 분석
취재는 광범위한 문헌 탐색을 거쳐 관련 보고서 논문을 검토하면서 큰 서사 구조를 만들었다. 또, 현장을 발로 뛰고, 10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사회조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특히, 비선형적 분석 방법인 의미망 분석 기법을 동원해 고독한 사람들의 ‘마음 지도’를 그려내기도 했다.
취재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주관적인 감정인 외로움을 객관화해서 설명하는 작업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외로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회적 질병’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결국 취재팀은 1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부산 시민 4명 중 1명이 항상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으며,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 2명 중 1명이 최근 1달 사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외로운 사람들이 자살충동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내몰리는 심리적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1인 가구 중 20~70대 자살 고위험군 45명을 심층 인터뷰 했다. 그들의 모든 진술을 텍스트화 해 ‘의미망 분석’ 기법을 통해 세대별 ‘마음 지도’를 그렸다. 그 결과 경제적/신체적/관계적 문제에 따른 고립이 외로움을 심화시키고 자존감을 떨어뜨려 결국 자살 충동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이들이 사회적 도움의 손길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도 보도했다.
외로움을 심화시키는 공간적인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장도 부단히 취재했다. 저소득층, 1인 가구가 밀집한 영구임대아파트와 쪽방촌,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심각한 외로움 실태를 발로 뛰며 보도했다. 그 결과 ‘문만 닫으면 철저히 혼자, 오늘도 쓸쓸함만 쌓여간다’ ‘우후죽순 재개발, 더불어 사는 삶 대신 소외만 불렀다’ 등의 보도로 이어졌다. 재개발 지역의 고령층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 탓에 정든 이웃이 하나둘 떠나가자 혼자 남았다는 상실감이 컸다. 외로움에 시달리던 이들이 결국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급격한 사회적 변화로 찾아 온 외로움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문제는 비명을 지르고 대안은 속삭이는’ 현실을 모르지 않지만, 외로움에 대한 해법도 심도 있게 다뤘다. ‘고립의 문 열고 나갈 수 있게 사회가 손 내밀어 주세요’ 보도에서 정부·지자체·민간이 3위 일체가 돼 ‘소셜 케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부각시켰다.
‘사회적 우정’을 통해 외로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해외 선진 사례도 놓치지 않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소통 노력·정부 적극적 대처 사회통합 성큼’ 보도를 통해 영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레이트겟투게더(Great Get Together)’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회적 우정’ 만들기가 외로움 치료에 특효약이 될 수 있음을 제안했다. 또 외로움 퇴치를 위해 시작한 주민들 간의 소통이 사회 통합의 지름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반향 : 최초로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호명, 전국 의제화 성공
단언컨대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호명한 것은 부산일보가 최초다. 이후 KBS, 한겨례 같은 국내 언론들이 외로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했고, 사회적 질병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국내 일부 언론은 2018년 1월 영국에서 ‘외로움 장관’이 임명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토픽을 다루는 수준에서 그쳤다.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부산시민의 외로움 실태 △생애주기별 외로움의 차이점 △1인 가구 문제 △비자발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의 사회적 비용 △외로움 퇴치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언론은 <부산일보>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부산일보> 기획 시리즈 ‘사회적 질병, 외로움’ 보도 이후 <KBS>는 2019년 12월 9일 ‘[앵커의 눈] 열 집 중 세 집이 나 혼자 산다…개인 외로움 아닌 사회 문제’를 통해 외로움 문제를 조명했다. 특히 KBS는 해당 보도에서 “10명 중 1명이 혼자 살게 되면서 외로움과 우울증이 깊어질 것” “혼자 사는 이들의 외로움을 단순히 개인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 보다 앞선 <부산일보>의 ‘사회적 질병, 외로움’ 기획 시리즈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어 <한겨레>도 12월 21일 자 1·3·4면에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외로움은 새 사회적 질병... 남몰래 외로운 젊은이‘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환경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혼자 살게 된 사람들이 있고, 이 경우 비참한 죽음을 맞지 않게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부산일보> ‘사회적 질병, 외로움’의 기획 의도와도 동일한 것이기도 하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 외로움 컨설팅 위해 사이버 복지관 추진 및 예산 확보 시동
5차례에 걸친 <부산일보>의 ‘사회적 질병, 외로움’ 기획 보도 이후 외로움 방지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부산시의회가 가장 먼저 제도 보완에 나섰다. 시의회는 2019년 10월 31일 “외로움 현상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고독사와 자살 같은 치명적 결과의 원인이 되고 있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의회는 개별적으로 제정된 외로움 조례, 고독사 조례, 1인가구 지원 조례 등이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또 영국 버밍엄시가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 중인 ‘네이버후드(neighborhood) 프로젝트’를 부산시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부산시의회는 올 상반기 중 전국 최초로 시민의 외로움을 치유하기 위한 전문 컨설팅 사업과 이를 전담할 스마트 복지관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역시 올해 예산안에 ‘외로움 치유 예산’을 편성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부산시는 올 2월부터 20개 지역에서 시작하는 ‘이웃과 함께 하는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을 위해 시비 8000만 원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신규 사업인 ‘1인 가구 커뮤니티 활동 지원’에도 시비 6400만 원을 편성했다. 이 사업의 목적 역시 다양한 계층의 1인 가구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는 해당 사업을 통해 16개 지역에 1인 가구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해 홀로 사는 이들이 식사는 물론, 운동, 여가활동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산하 기관인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올해 상반기에 ‘부산시민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수행한다. 부산시는 해당 연구 결과와 정책 제언을 토대로 추가 대책을 수립한 뒤 올해 추경편성 때도 필요 예산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급기야 청와대도 1인 가구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의 주요 내용에 대한 정례보고를 받은 뒤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주거정책·사회복지정책 등 기존 4인 가구 기준이었던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1인 가구에 대한 정책 종합패키지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외로움’ 문제에도 비중 있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높은 1인 가구의 감정적 문제도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사회적 질병, 외로움’ 기획 보도는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다. 또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으로 치부된 외로움을 사회적 관점에서 재조명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자체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부산일보>는 지난해 10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자매지 <서일본신문>과의 교류대회에서 ‘사회적 질병, 외로움’ 보도 사례를 소개해 일본 기자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민형사상 어떤 소송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2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40편이 출품됐다. 연말로 갈수록 취재보도보다 기획취재 쪽에 출품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 출품작이 불과 두 편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2020년에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열정과 투혼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길고 치열하며 진지한 논의 끝에 수상작으로 한국경제신문의 <라임펀드, 美 폰지 사기에 돈 다 날렸다>(경제보도 부문)와 kbc광주방송의 <200억대 해경 VTS 사업 기준 미달 제품 선정 논란>(지역 취재보도 부문) 두 편을 선정했다.
라임 펀드 관련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취재를 해온 결과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의뢰까지 이끌어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가 수익률 부풀리기 등 편법적인 자산 운용을 해왔다는 점, 국제적인 금융 사기에 휘말려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한국경제의 이 기사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 여전히 허술한 구석이 있음을 잘 짚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kbc광주방송 작품은 200억대 VTS, 해상교통관제 시스템 장비 납품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수작이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에도 불구하고 기준 미달의 안전 장비가 납품되고, 심사 과정은 허술하며, 납품에 관련된 해경과 조달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을 이 기사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제도적 허점과 관행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한 이 기사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취재의 출발은 제보이지만 이 제보를 토대로 꼼꼼한 취재가 돋보였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사를 쓰고 전달 방식을 고민한 점도 높이 평가받았음을 밝힌다.
기획 취재 분야에서는 좋은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치열한 심사가 진행됐다. 기존의 청년 관련 기획물이 수도권 대학생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함으로써 기획의 참신성이 돋보였던 한겨레의 청년 기획,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편집 방식으로 잡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법 농단의 실체를 잘 드러낸 시사인의 사법농단 기획, 지난해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 370명을 전수 조사하고 화장장에서 40일 동안 62명의 사망자의 최후를 지켜본 취재기자의 치열함이 돋보인 국민일보의 무연고 사망자 관련 기획이 호평을 받았지만, 아쉽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새해 기자들의 땀과 열정이 어린 의미있는 출품작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