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 7월23일, 20대 여성 정모씨와 그의 동거인인 20대 남성 김모씨를 부산에서 체포했다는 내용의 단독 기사를 썼습니다. 정씨 등은 생후 2개월 젖먹이를 자신들이 거주하던 관악구 대학동 한 빌라에 유기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사를 간다’던 이들의 말을 듣고 방을 청소하러 온 건물주가 집안 장롱에서 아이를 발견해 신고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사는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얻었습니다.
평소라면 검찰 송치 일정과 기소·불기소 의견, 구체적 혐의 등을 확인하는 식으로 후속 기사를 써나갔을 것이지만, 사망한 아이가 젖먹이라는 사연이 못내 가슴에 남았습니다. 천륜을 저버린 부모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해당 가정이 위치한 빌라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건물주 및 주변 거주민에게 정씨 등이 경제적 곤란을 겪었던 걸로 보였다는 증언을 들은 뒤 관할 동사무소를 방문했습니다. 그 결과 30건 가까운 상담·사례관리가 이뤄졌음에도 영아 학대 정황을 구청·동사무소가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총 29건 상담 등엔 ‘육아를 도와주겠다’ ‘아이를 시설에 보낼 계획이 있느냐’ 등 당시만 해도 살아있던 아기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지만 부모가 거절했다고 구청은 밝혔습니다. ‘왜 아기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까’, ‘왜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 없었을까’ 질문이 시작된 배경입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만 0~1세 영아는 학대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대였습니다. 학대 자체는 다른 연령대의 아동들이 많이 당했지만, 학대로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영아가 압도적이었습니다. 학대사망 아동 전체를 기준으로 봐도, 영아는 매년 5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영아가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일반 아동학대 사망과 별개로 존재하리라는 직관이 생겼습니다. 아동학대 일반과 별개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이 보도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했습니다.
1. 20여편 논문과 10권에 달하는 아동학대 관련 서적, 30명 가까운 아동학대 전문기관 관계자, 보건복지부 담당자, 대학교수 등 아동학대 및 복지 전문가, 시·구청 및 동사무소 관계자를 만나거나 인터뷰했습니다.
아동학대 관련 기존 타 언론 기획보도도 모두 살폈습니다. 지난 2015년 한겨레 신문은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에서 아동학대 전반을 취재했습니다. 2017년 국민일보는 ‘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 기획에서 아기가 버려지는 현상과 배경을 살폈습니다. 2019년 서울신문은 ‘열 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취재를 통해 육아에 미숙한 청소년 부모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아동학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지만 ‘영아 학대 사망’을 심층보도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2. 학대 사망하는 영아의 존재를 파악하려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언론보도 최초로 무연고 사망 영아의 목록을 확보 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매해 내놓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입니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 재단인 ‘나눔과나눔’의 도움을 받아 죽은 아기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나눔과나눔이 생긴 201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15건의 무연고 사망 영아가 있었습니다. 이들 중 8건은 시체 검안서 등을 볼 때 유기·방임 등 학대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상 빈틈을 명확히 보기 위해 판결문·언론보도·검안기록 등을 살폈습니다. 아동학대특례법 시행일인 2014년 9월29일부터 올 7월31일까지 대법원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통해 ‘영아 학대 & 치사’ 키워드로 39건 판결문을, ‘영아 & 살해’ 키워드로 81건 판결문을 검색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를 중심으로 추세를 파악한 뒤, 기사에 활용할 판결문을 사건 발생 기준 2018년 이후로 추렸습니다. 중앙아동전문기관이 아동권리보장원으로 바뀐 뒤 2018년부터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추린 판결문 리스트를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등 3개 통신사 보도와 비교했습니다. 보도는 사망 일시 기준 2018~2020년 ‘아동+학대+사망’ ‘영아+사망’ ‘자녀+살해’ 세 가지 키워드를 활용해 찾았습니다. 중복 제외 46건 기사를 나왔고, 이들과 판결문을 비교해 중복되는 내용을 빼니 총 54건의 영아 학대 사망 목록이 도출됐습니다.
3.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의 유형을 세분화했습니다. 한국아동복지학 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유형 및 특성>은 학대 피해 아동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제시한 논문입니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논문 저자들은 만 0~1세 영아들의 사망 원인이 되는 학대 유형도 세분화했습니다. 논문에는 치명적 신체학대, 자녀살해 후 자살, 정신질환 살해, 신생아 살해 등 총 4가지 ‘살해’ 유형과 기본적 욕구 박탈, 부주의(감독 소홀), 의료적 방임 등 3가지 ‘방임’ 유형이 등장했습니다.
경향신문은 2018년 한 해 아동학대 사망으로 신고 접수된 26건(28명)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위 7가지 유형을 더 세부적으로 나눴습니다. 방치·유기 유형을 방임 유형에 추가했고, 생산·사산 구분 불가, (사망 시점) 분류 불가 등 학대 정황이 엿보이나 확정하기 어려워 수사기관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망 유형 2가지를 추가했습니다.
원인이 달라지면 해법도 달라집니다. 논문·아동학대 통계가 2018년 영아사망 건 중 3건을 방임, 3건을 신생아살해라고 분류한 반면, 경향신문 분석 결과는 방임 12건, 신생아 살해 의심 6건이었습니다. 당해 전체 영아학대사망건 중 69.2%에 달한다는 수치입니다. 부모가 왜 아이를 신체적으로 학대하는지 살펴보기 보다는, 왜 출생 직후 살해하는지 혹은 버려두는지에 주목해야 영아 학대 사망을 다수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4. 학대 사망 ‘사건’을 넘어, 사건의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2화 메인 기사 <[단독]30번 상담에도…학대 받는 아이의 울음은 누구도 못 들었다[짧은 숨의 기록](중)>에서 경향신문은 당초 취재 계기인 7월 관악구 영아 사망 사건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왜 아기가 죽기 전에 학대 정황을 보지 못했는가’를 살폈습니다. 핵심은 ‘가정방문’이 ‘서비스’로만 제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배경은 사건 ‘이전’만이 아닙니다. 한 사건의 ‘이후’가 다른 사건의 배경이 되는 일도 있기 때문입니다. 3화 메인 기사 <운좋게 살아남았지만…순탄치 않은 ‘버려진 아이들’의 삶>에서 경향신문은 ‘학대에서 살아남은 영아’와 ‘학대 사망한 영아의 형제’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기관 및 일시보호시설에서 이들은 주민등록 말소, 출생 미등록, 학대 상담 미비 등으로 고통받았습니다. 형제가 사망했지만 피해 아동으로 분류되지 않고 공범으로 의심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건의 ‘이후’는 곧 사건의 배경이기도 했습니다. 영아를 학대하고 죽인 부모 일부는 성장 과정에서 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폭력을 학습해 학대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잔인한 사건’에만 주목하는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 여론의 관심이 외려 대책 마련에 소홀한 원인이 된다고 본 이유입니다.
메인 기사의 분석을 토대로 3화 박스 기사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보호받도록 지원하는 ‘체계’>에서 ‘학대 고위험군’ 가정에 대한 사전 파악과 모니터링을 해법으로 언급했습니다. 1~2화에서 기보도한 학대사망 영아 사례 가운데 가해자 다수가 10~20대임을 드러냈습니다. 경제적 궁핍이 학대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나타났습니다. 일부 학대 경험 있는 부모는 자녀를 학대해 사망토록 했습니다.
‘낙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면, 이들 특정 집단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는 젖먹이의 죽음을 막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이들 집단의 상당수는 지자체 등의 복지 서비스 체계를 이용하는데, 복지 수령 조건으로 가정방문과 양육 교육 등 의무를 제시하는 것도 학대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외 ‘출생등록 의무화’ ‘보편적 형태의 가정방문 서비스 제도화’ ‘아동 긴급보호 인프라 구축’ 등 수다한 학대사건에서 제시된 대책을 실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가정방문을 늘리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 확충이 시급함을 드러냈습니다. 몇 년째 제자리인 예산을 근시일내 확충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명불상’ 무연고 사망 영아의 장례식을 직접 찾아 영아의 마지막 길을 살펴봤습니다. 사건 ‘이후’에도 평온할 수 없는 영아의 죽음을 구체적으로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1화 메인기사 <배냇저고리 한 번 못 입고…왜 아기들은 죽어갔을까>의 내용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1화 메인기사 <배냇저고리 한 번 못 입고…왜 아기들은 죽어갔을까>에 등장하는 영아는 지난 6월2일 사망한 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인근 등산로에서 발견됐습니다. 수사기관은 아기의 부모를 찾지 못했고, 영아의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성명불상’으로 무연고 장례를 치른 배경입니다.
2화 메인기사 <[단독]30번 상담에도…학대 받는 아이의 울음은 누구도 못 들었다>에 나온 서울 관악구청 A주무관은 올 6월까지 관악구 대학동 주민센터에서 복지담당으로 근무한 뒤 현재 구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사망한 영아의 친모인 정씨 등의 가정을 직접 담당했던 인물로서 사건을 둘러싼 제도적 배경과 한계를 드러내는 인물이나, 사건 발생에 직접적 책임이 없고 공적 지위가 높지 않다고 판단해 익명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같은 기사에 등장하는 영아, 영아의 모친 정모씨, 부친 김모씨 등은 나이, 거주지, 생애 이력 등을 모두 확인한 상태이나 피의자의 신상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등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또한 범죄자 개인 신상 등 특성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보도가 사건의 제도적 배경을 가린다고 판단해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2화 박스기사 <[단독]영아에겐 치명적인 ‘방임 행위’…겉으로 보이지 않아 통계에도 안 잡혀>에 등장하는 사망 영아의 모친 A씨의 경우 판결문, 언론보도를 통해 사례의 구체를 파악했고 해당 사례 관련 변호인·담당 경찰 등을 확인했으나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자였음을 감안해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3화 메인기사 <운좋게 살아남았지만…순탄치 않은 ‘버려진 아이들’의 삶>에 나오는 A씨는 사망한 영아의 모친으로서 아기를 유기한 피의자입니다. A씨의 신상 등 정보를 영아 유기 신고를 접수한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파악했으나, 피의자 신상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커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또한 범죄자 개인 신상 등 특성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보도가 사건의 제도적 배경을 가린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기사에는 ‘학대로부터 살아남은 영아’로서 익명의 아이, 도윤 등 2명과 ‘학대 사망한 영아의 형제’ 서진이가 나옵니다. 이들 모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협조 하에 신상을 파악했으나 미성년자이고 사건의 피해자임을 감안해 익명·가명으로 보도했습니다.
3화 박스기사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보호받도록 지원하는 ‘체계’>에 나오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A씨는 익명 보도를 전제로 자신의 근로조건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들의 실태를 들려줬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관계로 업무상 불이익을 원치 않아 익명 처리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이해관계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모든 기사에서 현장 방문 혹은 관계자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사망한 영아는 당연히 직접 만날 수 없어 당사자 취재는 불가능했고, 당사자나 가족을 수사·보호·장례 등 절차로 마주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아동보호시설, 구청·주민센터 관계자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짧은 숨의 기록>처럼 ‘영아 학대 사망’을 심층보도한 기획은 이전에 없었습니다.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학대의 유형을 분석한 보도도 부재했습니다.
만 18세 미만 아동의 학대사망을 주제로 다룬 보도는 많았지만, 사망사건 자체를 다루는 데 그칠 뿐 '학대 생존자의 현재'나 '학대사망 목격자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사건 '이후'를 살펴보지 않았기에 사건 이후가 또다른 사건의 맥락이 된다는 분석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연고 사망한 영아는 '성명불상'으로 장례 치른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영아 학대 사망에 집중하고, 학대사건 이후에 주목했다는 점에 <짧은 숨의 기록>의 차별성이 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농어촌·섬지역에서 만났던 아이들 중엔 부모가 수당을 받기 위해 출생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도 그 아이들이 살아있는지 기사를 보며 걱정했다”고 한 활동가는 말했습니다.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 및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짧은 숨의 기록’ 보도 이후 아동학대 관련 경향신문에 기고 요청이 왔습니다.
타 매체 선행보도, 표절 없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짧은 숨의 기록>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영아 학대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기획이었습니다. 기획을 마친 시점은 지난 1일로,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지기엔 지나치게 짧은 기간입니다.
다만 1화 기사가 보도되고 하루 뒤인 지난 8월21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 주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제도 및 대응체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본부장은 영아 학대가 증가하는 현상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학대 신고자’ 관련해 전국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학대에 따른 영아 사망을 두고 제도 개선책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두가 ‘심각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해법은 만들지 않는 ‘아동학대’를 가장 어두운 지점에서 살펴본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2020년은 세계아동학대 방지의 날 제정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기사가 나왔다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생’ 현상에 대해 새로운 고민점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그간 정부 등의 논의는 ‘어떻게 아이를 낳을 것이냐’에 집중했습니다. <짧은 숨의 기록>이 나간 뒤 독자들은 경향신문에 메일·댓글 등을 통해 ‘출생을 늘리려 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전해왔습니다.
언론 윤리강령 기준 준수했습니다. 소속사 확인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 반론신청, 언론중재위 피신청 등 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60회)짧은 숨의 기록 / 경향신문
짧은 숨의 기록
조문희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회사 개인 메일함에 한 통 독자 편지가 왔다. “저출생 대책만 세울 일이 아니네요.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지킬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각도에서 볼 수도 있구나’,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지난 7월23일 ‘관악구 영아 살해’ 용의자 남녀가 체포됐다는 단독 기사를 쓴 뒤 <짧은 숨의 기록>을 구상했다. ‘천륜을 저버린 부모의 행동에도 이유는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구청은 이들과 경제적 어려움 등 이유로 총 29건 상담·사례관리하며 만났다.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이는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취재를 하며 처음 알았다. 영아는 학대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타 연령대 대비 적은 수 학대를 당하지만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높다. 이들이 왜 죽는지를 분석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배가고파도, 추워도 아이는 죽지만 아기가 방임당한 건지, 속이나 몸이 나빴을 뿐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통계상 사각이 생기는 이유다.
“기사 한 줄이 세상을 바꾼다”는 힘찬 말을 믿지 않는다. 학대로 아동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언론은 단독 기사, 분석 기사를 쏟아내 왔다. 그래도 학대는 반복됐다. 영아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학대 예방책이나 살아남은 아이를 보살필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
공식 통계 18건, 취재 결과 26건. 누군가는 보잘 것 없는 숫자라 무시할 아이들의 죽음에 관심을 이끌고자 이 기사를 썼다. 살릴 수 있던 아기가 분명 있었다. 내가 믿는 건 “작은 관심이 때로 누군가의 세상을 바꾼다”는 소박한 말이다. 함께 취재해 준 조해람, 오경민 기자에게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한다.
회차 심사평
제360회 전체 총평
제36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짐의 상황에서 처음으로 심사위원들에게는 아직 낯선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기자협회의 세심한 준비와 심사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위원장의 원숙한 진행에 힘입어 무난하게 진행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달의 기자상 30주년을 맞이한 제36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 46편이 출품돼 1차 심사를 거쳐 15편이 최종심사에 올랐다. 최종심사에서는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공직자 부동산 재산검증> 보도를 포함해 최종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품작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일구어낸 훌륭한 작품이었고, 그 가운데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을 거쳐 아주 어렵게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심사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작품이 아쉽게 수상하지 못하는 점에 많은 안타까움이 짙게 남는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KBS의 <공직자 부동산 재산 검증> 연속보도와 YTN의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방역 방해 의혹> 보도 등 2편이 선정되었다.
<공직자 부동산 재산 검증> 보도는 참신성과 독창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였지만,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정책 속에서 21대 국회의원 300명과 고위 공직자를 양대 축으로 ‘부동산 재산 검증’을 심도 있게 취재한 점과 그 시기가 시의 적절했고 또한 취재 결과가 우수하고 파급효과가 컸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YTN의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방역 방해 의혹> 보도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방역 당국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사랑제일교회의 조직적인 방해와 고의적인 검사 지연여부의 여러 팩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깊이 있게 보도한 점과 2차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들의 자각력을 높인 점 그리고 사회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 수상작인 연합뉴스의 <“한국인은 야생동물…죽어라”…판결로 본 日기업 혐한문서> 보도는 혐한 시위가 일본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약자인 A씨가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언론에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사례를 따로 심층 취재해 소개했다. 일본 내 혐한 분위기속에서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재일교포들의 불이익을 대변한 취재 노력과 일본의 혐한 보도가 심각한데도 많이 보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내 혐한 분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보도내용의 참신성에 많은 위원들이 공감하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인 경향신문의 <짧은 숨의 기록> 보도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0~1세 영아들의 학대 사망 유형과 원인 등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고 심층 보도하였다. 기존의 아동 학대 사망관련 주제와는 다른 차별성이 있는 우수한 보도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인구감소 상황 시점에서 적합한 시의적절한 보도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YTN의 <故 최숙현 사태, 그 후 60일> 보도는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보도에 대한 끈질긴 추적 보도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행정공백 문제의 개선을 이끌어 낸 우수한 보도였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탄생했던 신고상담 기관의 전시행정이 흑역사를 끝내고 새롭게 탄생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심층적으로 체육기관 간의 내부 갈등과 국회 예산배정 과정 등의 문제점을 드러낸 차별화된 보도가 평가 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향후 이러한 비슷한 상황에서 정부의 행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는 수작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울산 MBC 탐사보도부의 <고적과 식민지 관광> 보도와 KBS전주의 <돌고 도는 폐기물... ‘불법의 고리’ 추적> 보도 등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고적과 식민지 관광> 보도는 심사 위원들 대다수가 참신하고 차별화된 신선한 보도로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우리 문화재 속 일제 침략 유산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현재 우리나라 문화재 체계 근간이 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 지정 과정을 당시의 방대한 사료들을 근거로 끈질기게 전수 분석하였고, 전국에 흩어진 문화재와 식민유산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확인한 노력과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한 분석을 통해 많은 배움을 주는 유익한 보도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돌고 도는 폐기물... ‘불법의 고리’ 추적> 보도는 지방정부의 관리 부실 및 허술한 제도를 지적한 점과 치밀하고 끈질긴 취재와 추적으로 불법 폐기물의 원인을 밝혀내고 투기범을 검거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결과물 또한 사회에 끼친 영향이 높아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부문 SBS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 추진비 편> 보도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초의회가 업무추진비를 취지에 맞게 사용했는지를 2년여에 걸쳐 감시하고 세밀하게 분석한 의미 있는 우수한 보도였다. 오랜 시간동안 끈질기게 자료를 수집하고 사용 실태를 전수 분석한 점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지방의회를 보도한 점은 차별화되고 높이 평가할 만한 가치 있는 보도였다. 언론의 감시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