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공직자 부동산 재산 검증 KBS
공직자 부동산 재산 검증
하누리 KBS 탐사보도부 기자
김홍걸 의원의 강남 아파트 주소를 겨우 찾아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게 7월 16일이었습니다. ‘소유권 이전으로 등기가 변경 중’이라고 나왔습니다. 김 의원이 ‘집을 내놨다’고 언론에 말한 뒤였으니, 당연히 ‘집을 팔았구나’ 했습니다. 다주택 처분 약속 지켰구나, 한 겁니다.
2주 뒤에 다시 등기부등본을 열람했습니다. 선연히 [7월14일, ‘증여’]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모두 속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를 보도한 8월 말까지, 증여 사실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기자로선 ‘다른 데서 보도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다행이기도 했지만...‘좋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왜 안 알려졌을까요. 아주 작은 규제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후보자나 공직자들이 재산 신고를 할 때, 부동산 ‘전체주소’는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문에 기자들이 부동산 소유 관계와 세입자 상황 등을 검증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국회의원 300명과 세종시 아파트 소유 공직자 234명의 부동산을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첫 단추부터 힘든 취재였습니다. ‘여기 이상한데’ 싶었지만, 아직도 못 찾은 주소도 있습니다.
부동산 취재는 돌아보면 ‘기망’에 대한 취재였습니다. 서민들이 살 집은 없다는데, 고위 공직자들은 쉬이 부동산 재산을 늘리고선 ‘아닌 척, 모른 척’ 정책을 만드는 현실. 이런 기망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부동산 재산 공개’, 작은 제도 개선 하나가 출발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직자의 염치만 그저 바랄 수 없다면 말입니다.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방역 방해 의혹 YTN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방역 방해 의혹
안윤학 YTN 사회부 기자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지난 8월21일, 천안 안서교회 고태진 담임목사가 교회 건물에 붙인 공지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기승을 부릴 무렵, 가정 예배 전환을 알리며 올린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한 목사의 반전 공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예배, 그리고 신앙에 대한 신념을 놓지 않으면서도 이웃을 배려하는 진정한 종교인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가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일부 교회들에 경종을 울리는 글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방역 방해 의혹> 보도를 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회, 그리고 신앙이란 무엇일까?’ 답답한 마음이 들 무렵, 고 목사의 글을 읽게 됐습니다. 사실확인과 기사 작성에 의구심은 없었지만, ‘신앙’의 영역에서는 내 기사가 틀린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때였습니다. 이때 고 목사의 글은 생각의 나침반, 판단 기준이 돼 줬습니다.
‘이달의 기자상’ 상패에도 고 목사 글을 새겨 넣었습니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마가복음 12:31)는 성경 말씀을 참되게 실천하는 대한민국 교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도 교회 건물이 아니라 주변 이웃부터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국인은 야생동물…죽어라"…판결로 본 日기업 혐한…
"한국인은 야생동물…죽어라"…판결로 본 日기업 혐한문서 등
이세원 연합뉴스 국제뉴스2부 기자
후지주택이라는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재일한국인 여성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는 소식이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민족을 차별하는 문서가 직장에 배포된 것에 맞선 소송이며 이에 대해 재판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요지였다. 대기업이 혐한 문서를 배포한 사건이었다. 일본은 혐한 시위를 근절하는 법을 만들었고 일부 지자체는 형사 처벌 조례도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성이 왜 5년이나 법정 투쟁을 벌였는지, 후지주택은 어떤 회사인지 꼬리를 무는 의문에 후속 취재에 나섰다. 만연체의 일본어 판결문을 읽으면서 여성이 장기간 조직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 교육을 하겠다며 후지주택이 임직원들에게 수시로 배포한 문서에는 한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후지주택 측은 유튜브나 인터넷에 떠도는 한국을 비방하는 글을 교육 자료라는 명목으로 사내에 돌렸다. 혐한 시위 현장에서 듣던 구호를 글로 읽는 기분이었다. 사측은 소송 제기에 앞서 여성에게 돈을 줄 테니 퇴직하라고 회유하기도 했고 소송이 시작되자 직원들을 동원해 여성을 심리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했다. 사내 교육 자료에 ‘온정을 원수로 갚는 멍청한 놈’이라는 등의 비난을 교육 자료에 실어 배포한 것이다. 장기간 외로운 싸움을 벌인 여성에게 1천만원 남짓한 배상금은 턱없이 작아 보였다. 기자가 할 일은 후지주택이 여성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소상히 알리는 것이었다. 역사 왜곡과 민족 차별에 앞장선 후지주택과 여성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짧은 숨의 기록 경향신문
짧은 숨의 기록
조문희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회사 개인 메일함에 한 통 독자 편지가 왔다. “저출생 대책만 세울 일이 아니네요.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지킬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각도에서 볼 수도 있구나’,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지난 7월23일 ‘관악구 영아 살해’ 용의자 남녀가 체포됐다는 단독 기사를 쓴 뒤 <짧은 숨의 기록>을 구상했다. ‘천륜을 저버린 부모의 행동에도 이유는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구청은 이들과 경제적 어려움 등 이유로 총 29건 상담·사례관리하며 만났다.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이는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취재를 하며 처음 알았다. 영아는 학대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타 연령대 대비 적은 수 학대를 당하지만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높다. 이들이 왜 죽는지를 분석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배가고파도, 추워도 아이는 죽지만 아기가 방임당한 건지, 속이나 몸이 나빴을 뿐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통계상 사각이 생기는 이유다.
“기사 한 줄이 세상을 바꾼다”는 힘찬 말을 믿지 않는다. 학대로 아동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언론은 단독 기사, 분석 기사를 쏟아내 왔다. 그래도 학대는 반복됐다. 영아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학대 예방책이나 살아남은 아이를 보살필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
공식 통계 18건, 취재 결과 26건. 누군가는 보잘 것 없는 숫자라 무시할 아이들의 죽음에 관심을 이끌고자 이 기사를 썼다. 살릴 수 있던 아기가 분명 있었다. 내가 믿는 건 “작은 관심이 때로 누군가의 세상을 바꾼다”는 소박한 말이다. 함께 취재해 준 조해람, 오경민 기자에게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한다.
최숙현 사태 그후, 60일 YTN
최숙현 사태 그후, 60일
조은지 YTN 스포츠부 기자
기자를 시작하고 강산이 한번 바뀐 시간, 대체 몇 번의 스포츠 (성)폭력을 목격한 걸까. 경기력 향상을 빙자한 군기 잡기나 욕설·손찌검, 단체 합숙소 생활에서 불거진 성폭력과 가혹행위 등 대서특필된 사건만도 열 손가락에 꼽기 어렵다. 그때마다 여론은 들끓고, 체육 기관들은 고개 숙이고, 얼렁뚱땅 급조한 대책들을 쏟아냈다. 스포츠 폭력이 훑고 간 자리엔, 구별도 어려운 비슷한 이름의 기관이 우후죽순 생겼다. 스포츠인권센터, 스포츠 4대악(惡) 신고센터, 클린스포츠센터…. 반짝 태어난 기관들은 용두사미, 어김없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고, 비극은 또 이어졌다. 반복이었다.
故 최숙현 사태도 비슷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를 시작으로 문체부 특별조사단 활동, 가해자들 영구제명 조치와 구속기소, 이른바 ‘故 최숙현 법’ 통과까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일사천리였다. 그 마침표가 스포츠 윤리센터였다. (성)폭력 상담·신고부터 조사, 인권교육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 기구랬다. 장·차관이 만병통치약처럼 수차례 강조했던 기관, ‘제2의 최숙현은 없다’며 화려하게 업무 개시식을 했다. 상황 종료! 세상의 관심이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스포츠 윤리센터는 3주가 넘어도 감감무소식, 흔한 홈페이지나 상담 전화도 없었다. 센터 업무개시 이튿날 집단 괴롭힘을 신고한 선수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절규했다. YTN은 전시행정이라고, 인수인계 줄다리기 속에 피해자가 방치됐다고 보도했다. 7월 내내 故 최숙현 사태에 ‘올인’했던 책임감도 있었고, 수차례 목격한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굳건하게 뿌리내리길, 그래서 ‘제2의 최숙현’이 없길, 빌고 빈다.
고적(古蹟)과 식민지 관광 울산MBC
고적(古蹟)과 식민지 관광
서하경 울산MBC 탐사보도부 기자
취재는 ‘왜 우리 성은 사라져가고 왜성은 살아남았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자신들의 전승지 위주로 고적(古蹟)을 지정해 문화재로 보호했고,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우리의 많은 성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혼란기에 사실상 거의 다 파괴됐습니다.
이번 방송은 광복절을 맞아 우리 문화재 속 일제 침략 유산을 주제로 마련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재 체계의 근간이 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 지정 과정을 쫓았습니다. 더불어 식민지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과 연구 없이 관광자원화라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일제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문화재와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실태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현재 지자체 곳곳에서 도시재생이라는 명목하에 진행하고 있는 각종 일제강점기 재현사업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광복 75주년이 되도록 반일교육에 쏠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여전히 미진합니다.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거시적 문화재 정책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아무런 감시나 제약 없이 벌이고 있는 왜곡된 문화관광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지역방송의 필요성을 알렸다는 데 작은 자부심을 가집니다. 울산문화방송 돌직구 팀원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돌고 도는 폐기물...<불법의 고리> 추적 KBS전주
돌고 도는 폐기물...<불법의 고리> 추적
오정현 KBS전주 취재부 기자
지금, 포털에 ‘불법 폐기물’을 검색하니 6만5000개 넘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이 중엔 제가 쓴 것도 꽤 있습니다. 사실 불법 폐기물은 어디나 널려있고, 대충 규모가 된다 치면 그때마다 부단히 쓰레기 산에 기어올랐습니다.
‘불법 폐기물에 불이 나고, 투기범은 달아나고.’ 문득 든 기시감에 처음엔 사건을 낮잡았습니다. 거기서 거기인 폐기물 기사가 떠올라, 참고하려, 예전 쓴 기사들을 죽 훑었는데 어쩐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화면 속에서 저는 한껏 찌푸리고 쓰레기를 들어 올렸으나, 늘 그러고는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김 부장’을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돌고 도는 폐기물의 불법 고리는 대체 어떻게 시작됐는지 꼭 알고 싶었습니다. “광주라더라” 한 마디에, “전남 목포라더라” 한 마디에, 그곳에 카메라를 댔습니다. 쓰레기엔 이름표가 나붙은 것도 아니어서 어디서 난 것들인지 알 길이 아득했지만, 끈덕지게 쫓으니 그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불법의 고리 하나하나를 차근히 캐 나갔습니다. 귀한 상 주셔서 고맙습니다. 애썼다는 말로 들립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전화통 붙들고 함께 고생한, 어쩌면 저보다 몇 곱절 더 땀 뺐을 ‘시사직격’ 이송은 선배 고맙습니다. 고리 위 고리, 그 옆에 또 고리. 이면지에 선 죽죽 그어가며 가열하게 머리를 맞대준 안태성 선배께는 특히, 더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폐기물 불법 고리 ‘끝판왕’은 마저 쫓아보겠습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SBS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배여운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 기자
“기자님, 아직도 하세요? 정말 징하네요”
한 기초의회 사무처 직원의 불만 섞인 농담이 기억납니다.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3년 전부터 분기마다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정보공개청구로 감시해오고 있습니다.
‘왜 하필 국회도 아니고 기초의회를 감시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국회의원은 이미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추진비, 정책개발비, 정치후원금 등 대부분의 예산 집행을 감시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기초의회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기초의회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숨어서 혈세인 업무추진비를 방만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국 226개 기초의회가 업무추진비를 취지에 맞게 제대로 썼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마부작침은 19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심야 사용 9713건, 주말 및 공휴일 사용 678건과 50만 원 이상 끊어 쓰기 등 꼼수 사용을 찾아냈고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유인물, 재산 내역, 지역 신문 기사 등과 대조해 본인과 지인 가게에서 꼼수 사용한 사례까지 모두 적발해 냈습니다.
마부작침은 이번 보도가 올바른 업무추진비 사용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전수 분석한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시민들이 기초의회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이보다 좋은 감시는 없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수집부터 보도, 공개까지 긴 호흡의 기사가 이제서야 끝났습니다. 마부작침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지역 시민들의 몫입니다. 자발적인 감시와 투명한 공직 감시가 지역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 갖고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