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검찰·국세청 고발 이끌어 낸 ‘이상직 일가 의혹’…
검찰·국세청 고발 이끌어 낸 ‘이상직 일가 의혹’ 28건
이윤석 JTBC 탐사기획1팀 기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나 몰라라 하던 이상직 의원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습니다. 상식의 문제입니다. 2015년 말, 당시 10대와 20대였던 이 의원 아들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직후 사모펀드 등에서 약 100억원을 빌려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인수했습니다. 누가 한 걸까요.
이스타항공 2대 주주 역시 페이퍼컴퍼니였습니다. 회사 대표는 이 의원의 형입니다. 그는 자신이 대표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관여를 않다 보니 전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누가 주인일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취재팀은 이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 공적 해외 출장에서 아들 골프대회를 함께 했다는 사실 등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정치 후원금을 강요받았다는 증언부터, 이 의원이 과거 여러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까지. 취재팀은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모두 28건 이상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공정. 이 의원 저서 제목입니다. 여기저기서 강연도 했습니다. 저희는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진정한 공정이란 가치 앞엔 여도 야도 진보도 보수도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인식 팀장과 후배 전다빈·어환희 기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보도였습니다. 오윤서·양지원 인턴기자의 도움도 컸습니다. 무더위 속 ‘뻗치기’를 반복하느라 고생한 후배들에게 특히 고맙습니다.
아직 보도하지 못한 내용이 많습니다. 계속 취재 중입니다. 끝까지 파헤치겠습니다. 참여연대가 취재팀의 보도 내용을 토대로 이 의원을 국세청에 고발할 때 남긴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조세 정의를 세워 달라.”
유명 갈비 업체 송추가마골 고기 빨래 JTBC
유명 갈비 업체 송추가마골 고기 빨래
임지수 JTBC 기획탐사2팀 기자
영상 내용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버려야 할 고기가 새 고기로 둔갑하는 과정이 담겼습니다. 폐기해야 할 고기를 소주와 새 양념에 헹궈 파는 행위를 직원들은 ‘빨아 쓴다’는 은어로 불렀습니다. 대형 갈비 체인 송추가마골의 지점에서 벌어진 ‘고기 빨래’ 사건은 한 직원의 용기 있는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생생한 제보 영상들을 손에 쥐고도 쉽사리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큰 파장이 내다보였기에 정확한 보도를 위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영상이 만들어진 경위, 영상에 담기지 못한 ‘고기 빨래’ 과정의 전모, 이런 재가공 행위의 유해성, 위법성을 검증했습니다. 복잡한 고민을 간단하게 풀어준 건 이 회사 임원의 한마디였습니다. 이 임원은 제보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제보자는 ‘고기 빨래’의 부당함에 항의하며 사표를 던진 사람입니다. 이 임원은 기자 앞에서 제보자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오지랖이 넓은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명료해졌습니다. ‘이런 오지랖은 존중받아야 하고,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
기사를 쓰겠다고 마음먹으니 더 많은 문제가 보였습니다. 시민들 대신 음식점 주방을 감시해야 할 시청이 10년 넘게 이 가게에 ‘모범음식점’ 타이틀을 달아준 배경, 권한도 의지도 없는 지자체 위생 검사의 허울, 먹거리 범죄를 ‘남는 장사’로 만드는 솜방망이 처벌 문제까지. 송추가마골에서 벌어진 ‘고기 빨래’는 사회 주체들의 비양심과 태만, 무책임이 어우러져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JTBC 보도 내용에 대한 수사가 끝나갑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겨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나눈 공분과 문제의식을 우리 수사기관도 공감하고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보자의 숭고한 오지랖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기후변화의 증인들 경향신문
기후변화의 증인들
김한솔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기자
환경 분야를 취재하며 환경은 참 ‘뒤로 밀리기 쉬운’ 이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사건 사고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체로 새롭지 않(아보이)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를 다룬 기사들은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 많습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는 기존에 쌓인 팩트들을 모아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게 새 팩트를 찾아내는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획을 진행하며 느꼈습니다. <기후변화의 증인들>은 아이템 선정과 섭외, 취재 과정 내내 고민이 많았던 기획이었습니다. 접촉했던 취재원 중 대부분은 ‘기후변화 같은 전문적인 것은 잘 모른다’고 걱정했습니다. 자신이 겪은 변화를 기후변화와 연관해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생생한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통계, 수치 사용은 자제하고 인터뷰이의 생생한 말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각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로 보완했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녹색연합의 도움이 없었다면 기획을 완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기사 한 편당 그에 맞물린 영상이 제작됐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른 도구로 표현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한 발짝 물러서 전체를 되짚어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 기획은 기사와 영상 외에 최근엔 전체 기사를 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만들어졌습니다. 뉴콘텐츠팀 김유진 디자이너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올해가 유독 더울 것이라 해 마지막회 주제를 ‘폭염’으로 잡았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폭염 대신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와 조금 머쓱했던 한편, 기후변화의 영향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 내일의 대학, 대학의 내일 EBS
포스트코로나 / 내일의 대학, 대학의 내일
이혜정 EBS 교육뉴스부 기자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온라인강의는 대학가를 점령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내 4년제 대학 10곳 가운데 9곳이 온라인강의만으로 한 학기를 마쳤다. 대학마다 혼란이 이어졌고, 학생들은 급기야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잦은 접속 불량과 과제 폭탄, 시험에서의 부정행위까지 온라인강의로 맞닥뜨린 현실은 부정적인 것 투성이다. 그러나 과연 온라인강의가 문제일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온라인강의의 효용성과 낮은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반복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로서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온라인이라는 방식이 아니라, 수업 콘텐츠와 교수법이다.
취재팀이 온라인강의를 처음 취재한 게 벌써 5년 전이다. 2012년 온라인 대학 무크(MOOC)가 첫선을 보인 이후, 국내에서 2015년 K-무크가 출범했다. 우리는 온라인강의 실태와 전망을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도했다. 이번 기획 보도는 당시 취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온라인강의 시대에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겸허하게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이 취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교수와 대학의 변화가 시작될 때쯤 취재가 끝날 수 있다면,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2020년, 학생들은 묻는다. “대학 온라인강의, 등록금의 값어치를 합니까?” 대학의 값어치를 논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특유의 학벌 사회 등 따져야 할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지금은 강의의 질에 대해 우선 답해야 한다. 우리의 기사가 그 답을 찾는데 조금의 보탬이 되길 바란다. 이 기사를 위해 함께 애쓴 서현아, 황대훈 기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적은 인원으로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EBS 교육뉴스부 선후배들에게도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어린이집-위탁운영 업체 리베이트 실태 YTN
어린이집-위탁운영 업체 리베이트 실태
안윤학 YTN 어린이집 특별취재팀 기자
어린이집은 가장 깨끗해야 합니다. 일단 위생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아이들의 건강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은 또 다른 측면에서 가장 깨끗해야 합니다. 즉, 운영이 투명해야 합니다. 비리, 리베이트가 없어야 합니다. 원장과 보육교사들은 가장 깨끗한 마음가짐이어야 합니다. 정직함과 떳떳함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 어린이집입니다.
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 비리 실태를 접했을 때, 이 점이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아이들에 부끄럽지 않을까? 매일 보는 아이들에 미안하지 않을까? 행여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까? 취재를 도와준 한 전직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에게 죄를 지어놓고도 떳떳한 태도들이 같은 원장으로서 부끄러워 죽겠다”고 가슴을 쳤습니다.
YTN 특별취재팀은 어린이집 보육료 리베이트가 원장 개인 횡령을 넘어, 위탁운영 업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불법 비리 행태를 고발했습니다. 구체적인 증거자료와 녹취록을 갖고 의혹을 입증해 갔습니다. 해당 업체는 기존 리베이트 관행을 아예 수익모델로 삼아 뒷돈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법적·제도적 구멍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정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위탁운영 업체의 실체와 법망의 허점을 지적했습니다.
현장에서 파이팅 넘치게 취재해준 팀원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사 한 줄 한 줄 심혈을 기울여 봐준 사회부장께도 영광을 돌립니다. 팀원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사 상황에 따라 추가 보도해야 합니다. 제도 개선도 마무리돼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끝까지 힘냅시다!
국내 첫 수돗물 유충 사태 연합뉴스
국내 첫 수돗물 유충 사태
손현규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 기자
욕실에서 5살 첫째가 물었다. “아빠 치카 물 마셔도 돼?” 아이는 양치 후 입을 헹구고도 수돗물을 머금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안 된다”고 했다. 나조차 수돗물을 작정하고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어릴 때 양치를 하다가 수돗물이 식도로 잘못 넘어간 적은 있다. 커서는 매달 돈을 내며 쓰는 정수기가 집에 있는데 굳이 수돗물을 들이켤 이유가 없었다. 내가 하지 않은 행위를 딸에게는 해도 된다고 할 아빠는 없다.
요즘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고도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안전하니 마셔도 된다고 홍보한다. 서울시는 ‘아리수’를, 인천시는 ‘미추홀참물’을, 광주시는 ‘빛여울수’를 ‘병입(甁入) 수돗물’로 생산한다.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만드는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에 30곳가량이나 된다. 이런 노력에도 주변에서수돗물을 마시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실 정도까지 정수를 바라지 않으니 안심하고 쓸 수 있을 정도만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와 63만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샤워기 필터에서 유충이 나왔다. 또 인천이었다. 두 수돗물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상수도 당국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 부실이었다.
실제로는 수돗물이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깨끗한데도 반복된 관리 부실로 사람들의 인식이 나빠졌는지도 모른다. 수돗물은 필수 공공재다. 하루만 단수가 돼도 수돗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를 보도하면서 생각했다. “수돗물을 마셔도 되냐”고 묻는 딸에게 언젠가 “그럼. 먹어도 되지”라고 말할 날이 올까. 이번 보도가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한 게 아니라 수돗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부족한 후배를 아껴주시는 회사 선배들께 늘 감사하고, 곰살맞지 않은 선배에게 맞춰주며 같이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