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0)
“사람이 또 떨어진다”···추락사 1136명 추적보고서
이 보도를 내기까지 꼬박 11개월이 걸렸습니다. 법원과 검찰, 고용노동부에 최근 3년치 자료를 받기 위해 1천2백건이 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원하는 정보를 내어 줄 수 없다”고 비공개 처분이 내려질 때마다 매번 큰 산을 넘는 마음으로 취재를 해야 했습니다. 국회의원실을 돌며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했는데 법원 판결문 572건과 노동부 재해조사의견서 1천40건을 모으는데만 5개월이 걸렸습니다. 공사현장에서 매일 한두명씩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알리고 공사현장 안전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취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생명줄을 걸 고리만 하나 있었어도…”살릴 수 있었던 안타까운 죽음
판결문과 재해조사의견서에 적혀 있지 않는 팩트들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공사현장과 사건당시 공사 관계자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다 지난 일”이라며 “지금은 폐업을 했다”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는데 추락사고가 난 공사현장의 공통점은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위험한 순간 노동자를 지켜줄 추락방지그물은 고사하고 작업발판도 안전난간도 없었다는 겁니다. 생명줄을 걸 고리하나만 있었어도 살 수 있었을 목숨들이었는데 그 고리를 걸 곳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재수가 없어서 죽었다고?”.낮으면 낮을수록 더 짙게 드리워졌던 추락사 그림자
죽음의 위험에 가장 가깝게 노출된 사람들의 나이와 국적, 채용형태도 분석해 봤습니다. 일용직과 하청업체 직원, 그리고 외국인이 희생자들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주로 희생자이자 피해자였습니다. 이들이 희생자이자 피해자인 이유는 추락사를 막을 방법은 분명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산업기본법에도 추락사를 막을 방법이 명확히 적혀 있습니다.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들어 지키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추락사는 노동자들의 부주의 탓이 아니라 결국 돈 때문이었습니다.
죽음으로 내모는 4단계 하청..뒷돈으로 챙기는 안전비용
법에서는 공사비의 최대 3%까지 노동자 안전에 쓰라고 명시하고 있고 불법 재하청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안전한 시공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안전용품을 산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경우도 있었고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처음부터 안전비용은 잡아 놓지도 않고 무면허 업자에게 공사를 넘긴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하루하루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말 한마디 못 한 채 생명줄 하나 걸 곳 없는 허공에 걸린 철골 위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불법이 들통났는데도 모르는 국토부..검찰·경찰은 수사조차 안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불법재하청이나 무면허시공이 밝혀진 사례 10여 건을 추려서 국토부에 찾아가 봤습니다. 판결문까지 나오고 추락사에 대한 책임까지 물었던 사건들이었는데 불법재하청이나 무면허시공 등에 대한 조사나 처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국토부는 고용노동부나 검찰, 경찰이 조사를 해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탓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법기관들과 관련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점이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취재과정 중에 밝혀진 사실 가운데 현장소장이 불법재하청이 있었다고 시인까지 했는데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평균 벌금 469만원..1천399명 가운데 실형은 단 4명 뿐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일을 하다 추락사를 하게 되면 주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처벌을 받습니다. 주의의 의무를 다 했는지 안전장치는 충분했는지를 살펴보는 겁니다. 더 구조적인 문제인 불법재하도급이나 무면허시공은 조사나 수사단계에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법으로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추락사로 재판에 넘겨진 1천399명 가운데 실형을 받은 건 4명, 평균 벌금은 5백만 원이 채 안됐습니다.
대법원도 인정한 기울어진 양형기준..“양형기준위에서 논의하고 고치겠다”
판사들이 선고를 할 때 참고하는 양형 기준이 낮게 잡혀 있고 같은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르면 처벌이 무거워지는 동종누범 기준에도 벌금형은 빠져 있습니다. 결국 이미 전과 5범, 사망사고가 두 번이나 내고서야 사업주는 두 달 징역형을 살았는데 이마저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유족들과 합의를 보면 죄를 묻는 게 더 어렵다보니 현장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재수가 없었다”고 치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렇게 기울어진 양형기준에 문제가 없는지 취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물었습니다. 대법원은 “경청할만한 지적”이라는 답변을 보내왔고 심의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아직 또 진행형..오늘도 사람이 또 떨어진다
“더 이상 꼬리 자르기로 재해현장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입니다. 건설현장 역시 지금은 평균 5백만 원도 안 되는 벌금으로 현장소장이나 하급관리자가 처벌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실질적으로 안전을 책임지도 비용을 집행해 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산업재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에 국토부가 불법하도급 수사 정보 공유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대법원이 기울어진 양형기준에 검토가 필요하다 인정했듯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오늘도 사람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1천 6백여 건의 판결문과 재해조사의견서..공론의 장에서 ‘첫 공개’
취재과정에서 확보한 모든 자료는 보도가 나가는 시점에 맞춰 인터렉티브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모두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볼 수 있었던 건설현장 사망 노동자 관련 자료가 대량으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도 내레이션에 참여하며 품을 내주셨습니다.
■ [인터랙티브]
https://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3/index.html
[자료공개]
https://www.notion.so/mbcdatajournalism/a590359e1fae447ba283fa17c7064ae6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객관적인 취재자료(녹취와 인터뷰 등)를 확보한 뒤 최대한 익명으로 처리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11개월에 걸쳐 법원 판결문 572건과 노동부 재해조사 의견서 1,140건을 확보해 작성한 기사이다보니 타사에서 기사를 단숨에 받아써주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취재된 내용은 방송과 함께 모두 공개했는데 시민단체나 국토교통부 등에서 취재 자료를 공유 받고 싶다는 요청이 잇따라 들어왔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국토교통부는 검찰과 경찰, 고용노동부와 함께 불법재하청과 무면허 시공을 제대로 적발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섰습니다. 대법원은 감형 쪽으로 기울어진 양형기준을 바로 잡기 위해 사법정책연구원을 통해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한편 내년 초까지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또 취재기간 확보한 자료 모두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MBC는 사실만을 확인해 보도했고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 사항도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9회 전체 총평
359회 이달의 기자상은 근래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언론사간, 중앙과 중앙, 지방과 중앙, 지방과 지방간 수상 경합이 치열했다. 코로나 2차 팬데믹 조짐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 잇따른 수도권의 수돗물 파동, 늘 문제로 대두되는 비리 의혹 사건 같은 기본적인 이슈들 외에도 일선 기자들의 이슈에 대한 속보 취재와 언론사로 날아드는 제보들,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기획취재까지 더해져 지면과 방송전파를 통해 다뤄지는 기사량이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탓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취재보도와 기획보도 등 이달의 기자상 7개 경쟁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우수작만 13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매달 진행하는 심사지만 이번 심사는 변별력을 드러내기 위해 우수작품을 컷오프시켜야 하는 말 못 할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기자상 심사를 거듭할수록 현장 기자들의 취재 노하우와 역량이 균형점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다뤄지는 주제들 또한 사회에 더해주는 유익과 진실추구라는 점에서 우열의 차이가 미미해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그만큼 고민이 커지고 있다.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지역 언론의 전반적 취재역량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취재역량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기자상 수상을 확정한 지역 출품작은 ‘수돗물 유충’ 1개 보도물이지만 ‘해군 홋줄사고’나 ‘광주시교육감-한유총 유착’, ‘살아남은 자의 상처’ 등 나머지 작품들도 기사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이나 사용된 취재기법, 사회적 유익 측면에서 수상작에 결코 밀리지 않는 의미있는 작품들이었다는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이번 회만 놓고 보면 기자상 심사 당일 ‘심사 대상작’으로 확정된 보도물 숫자는 중앙 : 지역의 비율이 58.3% : 41.7%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음을 알 수 있다. 중앙에 비해 열악한 취재환경과 상대적으로 낮은 기자 처우 등 객관적 취재환경을 고려해볼 때 지역언론이 꾸준히 그 존재감을 확보하면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높여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몇몇 지역의 출품작과 관련해 “지역 언론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보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359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6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의 <이스타항공 이상직 일가의혹>은 편법 증여 의혹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국토부의 형식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 있었던 반면, 지난달 복수 언론사에서 출품된 작품이었고 추가된 팩트가 사모펀드나 이상직 의원의 자녀 골프대회참여 건뿐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최근 들어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기획물들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의 증인들>은 지구온난화 관련 이전 보도들과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녀와 농민, 쪽방촌 주민들처럼 온몸으로 온난화를 겪고 있는 이들의 시선으로 온난화의 심각성을 풀어낸 첫 시도였다는 평가가 수상의 동력이 됐다.
<포스트 코로나 대학의 내일>편은 코로나 시대 시의적절한 아이템으로 커다란 변화 물결로 내몰린 대학의 나아갈 길과 동영상 강의의 허실, 등록금 이슈에 대한 해외 사례 등 교육당사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작품이었다.
경제보도부문의 <송추가마골 고기빨래>나 지역취재부문의 <수돗물 유충 사태>는 제보를 제대로 확인 보도하고 1회성 보도에 그친 게 아니라 제도적 문제점까지 짚어낸 경우로 사회적 파장이나 취재보도의 완결성 면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 리베이트>는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시 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과 업체 간의 검은 커넥션을 파헤치고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까지 지적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