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 제작 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 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기사 한 줄이 안나요? 방금 내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했어요!”
“아니, 의원님. 누가 죽었다고요?”
지난 7월 1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의 전화였습니다. 철인3종 국가대표를 잠시 지냈던 22살 유망주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 생소한 종목에 이름도 낯선 선수였지만, 故 최숙현 선수가 대한체육회에 냈다는 진정서를 입수하면서 취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진정서에 적힌 번호로 고인 아버지에게 연락했고요. 지난 2월부터 대한체육회와 철인3종협회, 경주시체육회와 검찰, 경찰, 인권위원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곳을 두드렸다는 얘기에 망연자실했습니다.
이어서 유족을 통해 받게 된 폭행 녹음파일에 머릿속은 더 하얘졌습니다. 故 최숙현 선수가 공포에 떨면서 남겼을 목소리는, 비극에 스산함을 더했습니다. <이빨 깨물어, 커튼 쳐, 짝! 짝! 짝! 너는 맞을 자격도 없어> 광기 어린 운동처방사의 폭언과 폭행, 울먹이는 최숙현의 목소리, 간간이 들리는 감독의 조롱하는 말투까지. 녹음파일을 받아치면서 닭살이 돋았고 진땀이 흘렀습니다. 유족의 하소연이나 한풀이가 아니라는 확신이 든 건 당연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7월 한 달을 YTN 스포츠부는 故 최숙현 사태에 ‘올인’했습니다. 유족과 철인3종 선수·지도자들, 문체부와 체육회, 철인3종 협회, 국회까지 닥치는 대로 두드렸습니다. 주요 관계자 중에 YTN의 연락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장담합니다. 끈질기게 물었고, 집요하게 매달렸습니다. 일단 경주시청 철인3종팀에 있었던 가혹행위 정황을 고인의 훈련일지와 다양한 녹취록, 동료선수·관계자들과의 접촉, 국회의원실 자료 요청을 통해 파헤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폭행을 전면 부인하는 가해자들의 입장과 수사기관 진술 내용도 이런 다양한 루트로 입수했습니다. 최 선수의 신고를 받은 관계기관들이 왜 미온적으로 대처했는지, 오히려 비극을 초래한 데 영향을 끼친 게 아닌지도 깐깐히 살폈죠. 우리나라 체육계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와 아마추어 행정까지 폭넓게 건드렸습니다. YTN은 사태의 최전선에서, 판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단독 기사만 17건을 쏟아내며 ‘故 최숙현 사태’ 이슈를 주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YTN과 접촉한 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는 오직 ‘딸의 한풀이’를 바라셨습니다. 이번 사태를 널리, 꾸준히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딸이 남긴 녹음파일은 당연하고, 이름과 사진 공개도 원하셨습니다. 고인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한 YTN의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이 비극이 생생하게 와닿았을 겁니다.
폭행 녹음파일을 놓고도 고심이 컸습니다. 몇 마디 목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지옥 같은 광경이 그려지지만, 워낙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 보도 기준점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공론화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녹음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시청자는 물론 관계기관이 심각성을 깨닫는 도화선이 됐습니다.
지역 실업팀에서 벌어진 끔찍하고 가슴 아픈 폭행 사건입니다. 경주시청 선수들은 물론, 다른 지역 선수와 감독까지 수십 명과 통화하면서 퍼즐을 맞춰나갔습니다. 폭행이 만연해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폐쇄적 구조도 짚었습니다.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음이 YTN 보도를 통해 명확해졌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故 최숙현 선수의 비극적 선택을 다룬 6월 30일 기사로 TV조선이 이미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것으로 압니다. YTN은 수상작과 비교해 양과 질, 파급력 면에서 모두 압도한다고 자부합니다.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YTN의 보도로 TV조선의 첫 보도가 빛을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기자회견을 한 국회의원조차 해당 매체의 보도 사실을 몰랐습니다.
앞서 강조했듯, 이번 사건이 이목을 끈 데는 YTN 보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故 최숙현 선수가 남긴 충격적인 폭행 녹취록과 훈련일지, 죽기 전까지 관계기관에 수차례 SOS를 쳤다는 YTN 보도가 ‘공분’의 핵심입니다. 특히 코로나19와 부동산 이슈 등으로 사건이 잊히는 과정에서도, YTN은 한 달 내내 끈질긴 취재로 ‘故 최숙현 사태’의 불씨를 끝까지 이어갔습니다. 폭행에 대한 진실규명뿐 아니라, 관계기관의 부실대응과 체육계 구조적인 문제까지 보도 분야도 폭넓고 다양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이른바 ‘故 최숙현 법’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가장 큰 결실입니다. 제2의 최숙현이 나오지 않도록, 선수 폭행이나 비리에 연루된 단체와 지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자체로 책임자 징계가 가능하고, 혐의가 확정된 지도자는 5년까지 자격이 정지됩니다. 체육인 인권 보호를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 윤리센터도 첫발을 뗐습니다.
YTN 보도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이 최 선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고, 문체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특별 조사단이 구성됐습니다. 또 경찰도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수사를 대폭 확대했고, 체육회도 별도의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거듭 폭행을 부인하는 당사자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 보도로 가해선수 1명이 마음을 돌려 폭행 증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전·현직 경주시청 선수들의 피해 증언도 잇따랐습니다.
단순히 폭행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파헤친 투-트랙 취재도 YTN이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한 지점이었습니다. 최 선수의 도움 요청 이후에도 가해 당사자에게 포상을 내리는 등 철인3종협회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연속 보도 이후 박석원 철인3종협회장은 사퇴했고, 관리단체 지정으로 이어져 근본적 변화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습니다. 체육회 알력다툼으로 번지는 모습, 관리단체 지정 등도 YTN 특종입니다.
YTN 보도는 국회 청문회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경주시청 선수들에게 일상이 돼 버린 폭행 증언과 김규봉 감독과 에이스 장윤정 선수의 자필 진술서, 전지훈련비 횡령 의혹까지, YTN 보도 내용이 고스란히 여야 의원 질의의 근거자료로 활용됐습니다. 故 최숙현 선수의 비극적 선택부터 가해자들 징계, 국회 청문회, 최숙현법 마련까지 일사천리 진행된 데는 YTN이 앞장섰다고 자부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故 최숙현 선수 관련 YTN 보도는 언론 보도윤리를 철저히 지켰습니다. 자살 사건 자체에 주목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죽음에 대한 미화나 자살 방법,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보도에서 제외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인권 보호도 신경 쓴 부분입니다. 실명이나 신원이 특정될 수 있는 부분은 국회 증언 등 가해 당사자들이 공개 석상에 등장할 때까지 보도하지 않았으며, 반론권 보장을 위해 백방으로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의 육성 인터뷰나 자필 진술서 등을 입수했고, 객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또 철인3종협회의 반론도 보도에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와 관계자들의 반론·정정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 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9회 전체 총평
359회 이달의 기자상은 근래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언론사간, 중앙과 중앙, 지방과 중앙, 지방과 지방간 수상 경합이 치열했다. 코로나 2차 팬데믹 조짐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 잇따른 수도권의 수돗물 파동, 늘 문제로 대두되는 비리 의혹 사건 같은 기본적인 이슈들 외에도 일선 기자들의 이슈에 대한 속보 취재와 언론사로 날아드는 제보들,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기획취재까지 더해져 지면과 방송전파를 통해 다뤄지는 기사량이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탓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취재보도와 기획보도 등 이달의 기자상 7개 경쟁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우수작만 13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매달 진행하는 심사지만 이번 심사는 변별력을 드러내기 위해 우수작품을 컷오프시켜야 하는 말 못 할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기자상 심사를 거듭할수록 현장 기자들의 취재 노하우와 역량이 균형점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다뤄지는 주제들 또한 사회에 더해주는 유익과 진실추구라는 점에서 우열의 차이가 미미해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그만큼 고민이 커지고 있다.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지역 언론의 전반적 취재역량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취재역량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기자상 수상을 확정한 지역 출품작은 ‘수돗물 유충’ 1개 보도물이지만 ‘해군 홋줄사고’나 ‘광주시교육감-한유총 유착’, ‘살아남은 자의 상처’ 등 나머지 작품들도 기사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이나 사용된 취재기법, 사회적 유익 측면에서 수상작에 결코 밀리지 않는 의미있는 작품들이었다는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이번 회만 놓고 보면 기자상 심사 당일 ‘심사 대상작’으로 확정된 보도물 숫자는 중앙 : 지역의 비율이 58.3% : 41.7%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음을 알 수 있다. 중앙에 비해 열악한 취재환경과 상대적으로 낮은 기자 처우 등 객관적 취재환경을 고려해볼 때 지역언론이 꾸준히 그 존재감을 확보하면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높여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몇몇 지역의 출품작과 관련해 “지역 언론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보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359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6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의 <이스타항공 이상직 일가의혹>은 편법 증여 의혹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국토부의 형식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 있었던 반면, 지난달 복수 언론사에서 출품된 작품이었고 추가된 팩트가 사모펀드나 이상직 의원의 자녀 골프대회참여 건뿐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최근 들어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기획물들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의 증인들>은 지구온난화 관련 이전 보도들과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녀와 농민, 쪽방촌 주민들처럼 온몸으로 온난화를 겪고 있는 이들의 시선으로 온난화의 심각성을 풀어낸 첫 시도였다는 평가가 수상의 동력이 됐다.
<포스트 코로나 대학의 내일>편은 코로나 시대 시의적절한 아이템으로 커다란 변화 물결로 내몰린 대학의 나아갈 길과 동영상 강의의 허실, 등록금 이슈에 대한 해외 사례 등 교육당사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작품이었다.
경제보도부문의 <송추가마골 고기빨래>나 지역취재부문의 <수돗물 유충 사태>는 제보를 제대로 확인 보도하고 1회성 보도에 그친 게 아니라 제도적 문제점까지 짚어낸 경우로 사회적 파장이나 취재보도의 완결성 면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 리베이트>는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시 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과 업체 간의 검은 커넥션을 파헤치고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까지 지적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