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취재(O), 제보(O)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불법이 판친다”
시작은 제보였습니다. 절박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 응급실에서 온 이야기였습니다.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군이 도맡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도 의료진이 부족한 낙후된 병원이 아닌, 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형 병원인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말입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만남을 꺼려하는 제보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그는 조심스레 영상을 꺼내보였습니다. 영상 속에서 간호사들은 동맥혈가스검사를 했습니다. 동맥혈가스검사, ABGA는 환자의 피 속에 산소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검사 중 하나로 일반 채혈과 달리 동맥에서 피를 뽑아야하기 때문에 의료진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만 해야 합니다. 그런 위험한 검사를 간호사들이 도맡아 하고 있던 겁니다. 제보자는 간호조무사나 응급구조사도 일상적으로 동맥혈가스검사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영상 속에서 응급구조사들은 환자의 기도에 튜브를 꽂았습니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이마가 찢어진 환자를 돕는 응급구조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제보자가 건넨 영상을 보며 눈에 들어왔던 건 의료진들의 태도였습니다. 응급구조사, 간호사 의사 등 모두들 너무 익숙했습니다. 불법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상 속 환자들은 대부분 호흡이 멈춘 뒤 응급실로 실려 온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응급구조사는 심폐소생술을 하고, 간호사는 환자의 동맥에서 채혈을 하는데 의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의사가 보이는 영상에서조차 의사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만 남겨두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가 남긴 말은 ‘화이팅’이 전부였습니다.
의료 분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수십 년 동안 일했던 간호사와 의사부터 의사 출신 변호사와 보건소 등. 취재진의 부족한 의료지식이 섣부른 판단으로 이어질까 경계하며 묻고 또 물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동맥혈가스검사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의사의 업무이며, 응급구조사가 법에 규정된 의료행위가 아닌 일을 한다면 위법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대형 병원에서는 ‘동맥’과 관련된 의료행위는 모두 의사의 몫으로 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응급구조사의 불법 의료행위가 명백했습니다. 응급구조사는 현행법상 의료인이 아닙니다. 의사의 지시가 있어도, 의사가 관리 감독을 해도 정해진 의료행위 이외는 할 수 없습니다. 법이 정한 응급구조사의 업무는 14개에 불과하지만 영상 속 응급구조사들은 그것 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병원 응급구조사들 스스로 의료법이 규정하는 업무가 아닌 의료행위를 할 때마다 기록한 문서도 확보했습니다. 문서는 병원 응급구조사들이 한 달에 5백여 건에 달하는 불법 의료행위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불법인걸 알지만..‘팔짱 낀 보건소’
불법이 판치는데, 과연 아무도 모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보건소조차 내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한 내부 고발자가 2년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관할 보건소인 순천시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보건소는 그때마다 응급구조사나 간호사가 면허 밖 의료행위를 하는지 점검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점검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면허 밖 의료행위는 면허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관리도,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관리·감독해야 할 순천시는 오히려 ‘조용히 하라’는 교훈만 주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불법이 판칠 수밖에 없는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단지 해당 병원 의사가 일을 미루는 사람이라기엔 한 달에 5백건이 넘는 불법 의료행위는 지나치게 많았습니다. 취재 결과 수백 건의 불법 뒤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이 숨어있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구조사의 업무는 14개에 불과했습니다. 부목을 이용한 신체 고정, 자동심장충격기 등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응급 처치까지 모두 포함됐습니다. 17년 전 처음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이 생길 때 만들어진 그대로입니다. 의료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해야 할 일은 많아지는데 법만 그대로인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팔짱만 끼고 있었습니다.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시행령’입니다. 지난해,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숨지기 전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응급의료법이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법에 적힌 문구만 바뀌었을 뿐 현실은 그대로였습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가 5년 마다 위원회를 열어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조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할 수 있다’일 뿐이어서 그런지 필요한 조치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복지부는 17년 째 요지부동입니다.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처럼 불법으로 일하라’는 겁니다.
피해는 오롯이 환자의 몫입니다. 의료인은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 면허를 취득하고, 면허에 한정된 의료행위만 해야 합니다.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응급실에서는 의료인의 행위 하나하나가 환자의 생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 자신이 받는 의료 조치가 불법임을 알고도 몸을 맡기는 환자는 없을 겁니다. 환자를 속이지 않고, 환자가 받는 의료 처치는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겨도 되는 법’이라면 ‘지킬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는 리포트 6개로 보도됐습니다.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었습니다. 평생 병원에서 일해야 하는데 신분이 드러날까 걱정하는 취재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 병원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른 병원 응급구조사들을 만났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두 처음엔 솔직한 이야기를 망설였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다른 병원에서도 응급구조사들은 법이 정한 업무가 아닌 의료행위도 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말 하면 불법을 인정하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그들을 설득해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냈습니다.
증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도 확보했습니다. 전국 22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의사 2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5%가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동맥혈 채혈은 물론 봉합보조를 한다는 비율도 70%가 넘었습니다. 응급구조사가 동맥혈 채혈 등 면허 밖 의료행위를 하다 보건당국에 적발된 사례도 취재했습니다. 관할 보건소에 관련자들에 대한 조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했습니다.
6월 12일, R)"의사 업무를 간호사가?"..대형병원 응급실 '논란'
R)"한 달에 수백 건" 판치는 불법 의료
6월 16일, R)'무면허 의료행위 알려도..' 지자체 '팔짱'
6월 17일, R)응급구조사 업무 외 의료행위.."만연한 불법"
6월 18일 , R)17년 전에 머문 법.."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현실화해야“
7월 14일, R)경찰, 무면허 의료행위 결론..의사 5명 송치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① 다른 매체의 선행보도가 없는 단독보도입니다.
②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다른 언론사들도 해당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6월 15일) 전남서 '간호사가 의사 대신 진료' 의혹...경찰 수사 나서
-뉴시스(6월 15일) '간호사가 의사 대신 진료 의혹' 전남경찰 수사
-뉴스1(6월 15일) 전남 한 병원서 간호사 진료 의혹 제기...경찰, 수사 중
-남도일보(6월 16일) 순천성가롤로병원 불법의료행위 동영상 파문
-YTN(6월 16일) '의사 대신 간호사가 진료' 의혹..경찰 수사
-여수MBC(6월 17일) 불법 의료행위 의혹 순천 종합병원 수사 속도
-메디파나뉴스(6월 17일) 간호사.응급구조사 PA논란..의사 부족 병원의 고육지책?
-KBS(7월 15일)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순천 종합병원 의사 5명 송치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4일, 보건복지부와 응급구조사협회, 응급의학회 등 관련 기관이 모여 구체적인 의견을 나눴습니다. 올 들어 처음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아직 결과를 내놓기엔 이르지만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논의의 장을 가질 계획입니다. 응급구조사협회와 응급의학회는 보도 덕분에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찰 수사도 탄력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에게 동맥혈가스검사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혐의로 의사 5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해당 병원도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순천시 보건소는 행정처분 내용이 담긴 사전통지서를 조만간 병원에 보낼 예정입니다. 또, 보건복지부에 해당 의료인의 자격정지 의뢰를 할 계획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막연하게 떠도는 소문을 영상을 통해 실제 상황임을 증명했습니다. 제보자의 증언에만 기대지 않고 실제 얼마나 벌어지는지, 어떤 상황인지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 근거들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전문 분야를 취재하며 빠뜨리는 진실이 없도록 두 번, 세 번 검증했습니다. 의료인에게 묻고, 의료 전문 변호인에게 다시 확인하는 등 팩트체크 과정을 철저하게 거쳤습니다. 또, 6번에 걸친 보도로 보건복지부와 응급구조사협회, 응급의학회 등 관계 기관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취재와 보도에 대해 이의제기,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9회 전체 총평
359회 이달의 기자상은 근래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언론사간, 중앙과 중앙, 지방과 중앙, 지방과 지방간 수상 경합이 치열했다. 코로나 2차 팬데믹 조짐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 잇따른 수도권의 수돗물 파동, 늘 문제로 대두되는 비리 의혹 사건 같은 기본적인 이슈들 외에도 일선 기자들의 이슈에 대한 속보 취재와 언론사로 날아드는 제보들,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기획취재까지 더해져 지면과 방송전파를 통해 다뤄지는 기사량이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탓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취재보도와 기획보도 등 이달의 기자상 7개 경쟁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우수작만 13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매달 진행하는 심사지만 이번 심사는 변별력을 드러내기 위해 우수작품을 컷오프시켜야 하는 말 못 할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기자상 심사를 거듭할수록 현장 기자들의 취재 노하우와 역량이 균형점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다뤄지는 주제들 또한 사회에 더해주는 유익과 진실추구라는 점에서 우열의 차이가 미미해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그만큼 고민이 커지고 있다.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지역 언론의 전반적 취재역량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취재역량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기자상 수상을 확정한 지역 출품작은 ‘수돗물 유충’ 1개 보도물이지만 ‘해군 홋줄사고’나 ‘광주시교육감-한유총 유착’, ‘살아남은 자의 상처’ 등 나머지 작품들도 기사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이나 사용된 취재기법, 사회적 유익 측면에서 수상작에 결코 밀리지 않는 의미있는 작품들이었다는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이번 회만 놓고 보면 기자상 심사 당일 ‘심사 대상작’으로 확정된 보도물 숫자는 중앙 : 지역의 비율이 58.3% : 41.7%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음을 알 수 있다. 중앙에 비해 열악한 취재환경과 상대적으로 낮은 기자 처우 등 객관적 취재환경을 고려해볼 때 지역언론이 꾸준히 그 존재감을 확보하면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높여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몇몇 지역의 출품작과 관련해 “지역 언론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보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359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6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의 <이스타항공 이상직 일가의혹>은 편법 증여 의혹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국토부의 형식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 있었던 반면, 지난달 복수 언론사에서 출품된 작품이었고 추가된 팩트가 사모펀드나 이상직 의원의 자녀 골프대회참여 건뿐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최근 들어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기획물들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의 증인들>은 지구온난화 관련 이전 보도들과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녀와 농민, 쪽방촌 주민들처럼 온몸으로 온난화를 겪고 있는 이들의 시선으로 온난화의 심각성을 풀어낸 첫 시도였다는 평가가 수상의 동력이 됐다.
<포스트 코로나 대학의 내일>편은 코로나 시대 시의적절한 아이템으로 커다란 변화 물결로 내몰린 대학의 나아갈 길과 동영상 강의의 허실, 등록금 이슈에 대한 해외 사례 등 교육당사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작품이었다.
경제보도부문의 <송추가마골 고기빨래>나 지역취재부문의 <수돗물 유충 사태>는 제보를 제대로 확인 보도하고 1회성 보도에 그친 게 아니라 제도적 문제점까지 짚어낸 경우로 사회적 파장이나 취재보도의 완결성 면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 리베이트>는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시 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과 업체 간의 검은 커넥션을 파헤치고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까지 지적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