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O )
지난해 말부터 국회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 끝에 결국 올해 1월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4월 총선 이후 민주당이 176석을 확보했지만 공수처는 법정 출범일인 7월 15일을 지나 아직 출범하지 못했습니다.
취재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어떻게 됐더라’라는 질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공수처와 부동산 등 다른 이슈들에 묻혀 관련 뉴스는 많지 않았습니다.
마침 청와대 김조원 민정수석 교체설이 돌고 있던 상황이어서 관련해서 검찰과 경찰 출입 당시부터 알고 있던 오래된 취재원들과 접촉을 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때 한 오랜 취재원으로부터 “청와대가 만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이 검경에 하달이 됐고, 특히 검찰청법 시행령의 독소조항 때문에 검사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정보는 입수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루는 직접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디테일은 물론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관련 사항은 확인해줄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검찰에서도 최근 사건으로 언론과 거리를 두면서 접근이 쉽지 않았고 경찰은 검찰법 시행령이라서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했습니다.
며칠 뒤 정부 관계자로부터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국무총리에게 관련 보고를 하고 갔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검경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청와대 주도로 중재안을 마련해 총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였습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기사에 담지는 않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마무리돼가는 중요한 정황이라고 판단해서 확신을 갖고 취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경로로 확인을 거듭한 끝에 1보를 쓸 수 있을 정도의 팩트가 모였습니다. 검찰청법에서 규정한 부패, 경제범죄 등 6가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주 이외에 ‘국가·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 개시할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고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책임지도록 한 상위법에 어긋난 독소조항이었습니다.
또 4급 이상 공무원, 부패 범죄에서 3000만 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 등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해 시행령이 검찰청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부분 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접근이 어려웠지만 본보 기자들이 열정과 발품을 팔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청와대와 대검, 법무부, 행정안전부, 검찰, 경찰, 민주당 등 당정청을 거쳐 논의가 이뤄진 덕분에 조각조각을 맞춰 꼼꼼하게 취재한 결과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 전날 “기사가 나간다”는 말에서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오보는 아니다”라는 확인도 우회적으로 받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본보는 7월 21일자 1면에 △靑의 수사권조정안에 ‘법무장관 승인후 수사’ 조항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고 5면에 △3급이상 공수처, 5급이하는 경찰… 공직자 부패수사서 檢 배제 △檢 “장관 승인, 수사 독립성 훼손 우려”…警 “아예 수사대상 명확히 못박아야” 등 세 꼭지 기사를 실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에 잠정안의 주요 내용을 담았고 두 번째 기사에는 시행령 잠정안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었습니다. 세 번째 기사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반응을 담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청와대는 물론 법무부와 대검, 경찰청 등은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청와대는 “확정안이 아니다”며 기사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습니다. 법무부와 대검, 경찰청 등은 청와대에서 확인하라고만 했다는 전언을 들었습니다. 오후에는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이 “K-독재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습니다. 본보는 관련 정치권 반응을 위주로 22일자 6면에 △靑 수사권 조정안에 통합당 “K독재냐” 반발 기사를 보도했고 사설도 게재했습니다.
이후 본보는 청와대 등 관계기관의 논의 진행상황과 함께 언제 시행령을 마련할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체크했습니다. 이 결과 27일자 A10면 △‘검경 수사권 조정안’ 이번주 후반 공개할 듯 이라는 기사를 통해 7월 마지막주 후반에 조정안이 공개될 것이라는 내용도 단독 보도했습니다.
30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내용이 발표되자 본보는 31일자 A1,3면 기사를 통해 권력기관 개편안 중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당일 시행령이 최종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본보가 첫 보도했던 내용과 논의들에 대해 오류가 없음이 이날 발표에서 확인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모두 특이사항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본보의 7월 21일자 단독 보도 이전에 청와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잠정안 관련 세부 내용이 보도된 적은 없었고 타매체 표절도 없었습니다.
본보 보도 당일 이 내용을 연합뉴스 조선 중앙 국민 등이 온라인에서 그대로 인용했고 다음날 조선일보(1면) 서울경제(1,24면) 서울(6,11면) 매일경제(29면) 문화(8면) 등이 기사로 썼고 조선 중앙 문화 세계 매일경제 등 사설로 다뤘습니다. 청와대와 검찰,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내용에 대해 설명이나 확인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타매체 보도의 내용도 본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7월 30일 당정청이 관련 내용을 공식 발표하자 거의 모든 언론이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독소조항은 빠졌지만 4급 이상 공무원 등에 수사 대상을 한정한 점 등이 논란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네이버 검색엔진에서 ‘청와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7월 21일 본보 보도 이후 150건이 넘는 기사가 확인됩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본보 보도에서 처음 주요사건 수사시 검찰총장이 요청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처음 드러났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검찰은 “수사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은 “오히려 검찰의 수사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며 각각 다른 이유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 등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나섰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월 23일 성명서에서 “정부의 시행령 초안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 범죄의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시켰다. 사전 승인 규정은 법무부 장관의 자의적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시행령안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7월 27일 논평을 내 이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한 뒤 “(잠정안에 의하면) 사실상 법무부 장관의 의중에 따라 직접 수사 여부가 좌우돼 수사의 중립성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화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격화시킬 뿐인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시행령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열흘 만에 30일 당정청 협의회가 끝난 두 실무책임자인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논란을 의식해 제외했다는 점을 공식 언급했습니다. 이 독소조항은 빠졌지만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4급 이상 공무원, 부패범죄 뇌물액 3000만 원 등으로 한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위법 위반 등 논쟁은 진행 중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 등을 준수하였습니다.
국민 생활과 인권에 밀접한 사안이지만 공수처법 등 다른 이슈에 밀려 주목받지 못한, 검경의 수사 범위와 수사준칙 등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시행령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촉발시켰다는 점이 이 보도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요사건 수사시 검찰총장의 요청으로 법무부 장관 승인을 거친 뒤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본보 단독 보도 이후 논쟁이 되면서 철회됐습니다. 문제 있는 규정이 제도화되는 것을 막은 만큼 언론 본연의 감시 기능을 수행한 것이라고 자평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특이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9회 전체 총평
359회 이달의 기자상은 근래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언론사간, 중앙과 중앙, 지방과 중앙, 지방과 지방간 수상 경합이 치열했다. 코로나 2차 팬데믹 조짐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 잇따른 수도권의 수돗물 파동, 늘 문제로 대두되는 비리 의혹 사건 같은 기본적인 이슈들 외에도 일선 기자들의 이슈에 대한 속보 취재와 언론사로 날아드는 제보들,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기획취재까지 더해져 지면과 방송전파를 통해 다뤄지는 기사량이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탓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취재보도와 기획보도 등 이달의 기자상 7개 경쟁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우수작만 13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매달 진행하는 심사지만 이번 심사는 변별력을 드러내기 위해 우수작품을 컷오프시켜야 하는 말 못 할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기자상 심사를 거듭할수록 현장 기자들의 취재 노하우와 역량이 균형점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다뤄지는 주제들 또한 사회에 더해주는 유익과 진실추구라는 점에서 우열의 차이가 미미해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그만큼 고민이 커지고 있다.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지역 언론의 전반적 취재역량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취재역량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기자상 수상을 확정한 지역 출품작은 ‘수돗물 유충’ 1개 보도물이지만 ‘해군 홋줄사고’나 ‘광주시교육감-한유총 유착’, ‘살아남은 자의 상처’ 등 나머지 작품들도 기사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이나 사용된 취재기법, 사회적 유익 측면에서 수상작에 결코 밀리지 않는 의미있는 작품들이었다는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이번 회만 놓고 보면 기자상 심사 당일 ‘심사 대상작’으로 확정된 보도물 숫자는 중앙 : 지역의 비율이 58.3% : 41.7%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음을 알 수 있다. 중앙에 비해 열악한 취재환경과 상대적으로 낮은 기자 처우 등 객관적 취재환경을 고려해볼 때 지역언론이 꾸준히 그 존재감을 확보하면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높여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몇몇 지역의 출품작과 관련해 “지역 언론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보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359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6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의 <이스타항공 이상직 일가의혹>은 편법 증여 의혹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국토부의 형식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 있었던 반면, 지난달 복수 언론사에서 출품된 작품이었고 추가된 팩트가 사모펀드나 이상직 의원의 자녀 골프대회참여 건뿐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최근 들어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기획물들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의 증인들>은 지구온난화 관련 이전 보도들과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녀와 농민, 쪽방촌 주민들처럼 온몸으로 온난화를 겪고 있는 이들의 시선으로 온난화의 심각성을 풀어낸 첫 시도였다는 평가가 수상의 동력이 됐다.
<포스트 코로나 대학의 내일>편은 코로나 시대 시의적절한 아이템으로 커다란 변화 물결로 내몰린 대학의 나아갈 길과 동영상 강의의 허실, 등록금 이슈에 대한 해외 사례 등 교육당사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작품이었다.
경제보도부문의 <송추가마골 고기빨래>나 지역취재부문의 <수돗물 유충 사태>는 제보를 제대로 확인 보도하고 1회성 보도에 그친 게 아니라 제도적 문제점까지 짚어낸 경우로 사회적 파장이나 취재보도의 완결성 면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 리베이트>는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시 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과 업체 간의 검은 커넥션을 파헤치고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까지 지적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