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여성 철인3종경기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유족 “前…
여성 철인3종경기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유족 “前 소속팀에서 가혹행위”
이심철 TV조선 전국부 기자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가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말이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고, 딸의 억울함이 밝혀지지 않을까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의 불안은 그럴만했다. 6개월 동안 최 선수를 보호하고 지켜줬어야 할 기관들은 외면했다. 기관들은 꽃다운 유망주를 잃은 뒤에서야 ‘칼’과 ‘붕대’를 들었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 선수가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그 문자를 받고 어머니는 최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많은 기자들이 최 선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묻혔을지도 모를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그 때 그 현장에 가 있었고, 남긴 훈련일지를 읽으면서 고통을 나누려고 노력했다.
이 진실은 ‘기자정신’에서 나왔다. 이 사안을 다룬 기자들은 모두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진실을 존중했다. 진실은 취재를 통해 하나씩 알려졌고,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수년 동안 되풀이되던 체육계의 부조리는 여러 차례 나온 대책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는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또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최숙현 선수는 남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다. 동료선수들은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했다. 이제 그 용기에 답하는 것은 정부와 제도의 몫으로 남았다. 아직도 선수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통을 받아도 마음 편하게 호소할 곳은 찾기 어렵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가 인정하는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국민일보
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박세원 국민일보 이슈&탐사1팀 기자
정부가 애를 쓰는데 집값은 왜 안 잡힐까. 취재는 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서 시작됐다. 정부 부동산 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 중에는 민간임대주택사업 인센티브 제도가 원흉이라고 꾸준히 지적해온 학계와 시민단체가 있었다. 이들의 주장을 들었을 땐 다주택자를 경계하는 정부가 다주택자나 다름없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막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왜 유지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부 의도대로 이들이 전월세 안정화를 도왔는지, 혹은 다주택 꽃길만을 깔아줬는지 증명할 데이터를 찾기도 힘들었다. 임대주택사업자 규모를 파악해 이들의 영향력을 실증해보기로 했다.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와 고가 아파트 지역으로 대표되는 강남구의 임대주택등록 현황을 살펴봤고, 매물 1100여개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분석했다. 세무사의 도움으로 절세효과도 따져봤다.
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해보니 민간임대주택사업자 비중과 영향력은 상당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사업자들이 다 쓸어갔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억대의 양도세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창구였던 셈이다. 보도 이후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에 임대주택사업자의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책 의도가 어땠든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부동산 취재를 하며 그간 몰랐던 제도에 대해 알게 됐고, 경각심을 갖게 됐다. 함께 공부하고 취재하며 올바른 방향을 논의해온 팀원들, 기획 취지에 공감해 도움 주신 한국도시연구소, 참여연대, 세무사, 공인중개사, 교수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 ‘한국의 헬렌 켈…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 ‘한국의 헬렌 켈러, 꿈이 사라졌다’ 外 15건
방극렬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 기자
눈과 귀가 닫힌 ‘데프블라인드’(De af-Blind)는 저마다의 우주에 산다. 보고 들을 수 없으니 바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타고난 지능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청각장애로 인해 언어를 학습하지 못했다면 그의 우주는 세상에서 고립된다.
취재팀은 한 달여간 한국 사회와 단절된 국내 데프블라인드 133명의 존재를 확인해 26명의 당사자를 대전과 원주, 제주 등지에서 직접 만났다. 극소수의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자조 모임이나 복지관 등을 찾았고, 누가 어디에 사는 것 같다는 한마디를 단서 삼아 접촉을 시도했다. 구체적 신원이 파악되면 보호자나 보호기관에 연락했다. 자신의 집이나 장애인 시설 깊숙이 숨어 사는 이들과는 접촉 자체도 쉽지 않았다.
간신히 취재 승낙을 받더라도 인터뷰를 하려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했다. 일반 수어도 하기 어려운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서 여러 단계의 통역을 거쳤다. 점자정보단말기 같은 보조기기에 의존해 천천히 소통하기도 했다. 아예 언어를 잃은 이들의 경우 주위 사람들의 증언과 기록을 수집해 삶을 재구성했다.
외국보다 수십년 뒤처진 척박한 분야라 제대로 된 연구나 통계가 드물었다. 정부는 기초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보도 이후 정부는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고, 국회는 지원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리의 기사들이 훗날 데프블라인드 문제를 논의할 때 참조할 레퍼런스가 되길 바란다. 조원석 손잡다 대표를 비롯한 당사자 스물여섯 분의 도움이 컸다.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덕분에’ 지키는 방역전선인데...의료현장의 그늘…
‘덕분에’ 지키는 방역전선인데...의료현장의 그늘
전다빈 JTBC 탐사1팀 기자
<간호사 10명 중 7명, 코로나19로 부당 처우 당했다.> 취재는 간호협회가 낸 이 보도자료 한 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덕분에 챌린지’ 이면이었습니다. ‘코로나 영웅’으로 칭송하면서 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선별 진료소의 간호사들을 찾았습니다. 서울, 인천, 대구, 거제 등 전국을 누볐습니다. 곳곳엔 ‘영웅’ 대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한 평범한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은 “다시 나서긴 솔직히 망설여진다”고 했습니다.
최전선에서 싸운 대구시 간호사들은 ‘코로나 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70일 넘게 가족과 떨어져 집에도 가지 못한 채 일하며 얻은 건 우울감과 허탈감이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선별 진료소를 운영했던 중소병원의 간호사들은 오히려 반 토막 난 월급을 받았습니다. 40도 넘는 진료소 안에는 에어컨 하나 없어 불지옥을 견뎌야 했습니다.
‘코로나 영웅’ 덕분에 일상을 유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열악한 현실을 보도해 알리는 것이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재팀은 복지부와 국회 복지위·예결위 위원들을 접촉해 위험수당의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정부와 국회, 국민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추경안에 없던 지원 예산 120억 원이 편성되고 진료소 에어컨 설치비용도 긴급 지원됐습니다. 저희 보도가 ‘코로나 영웅’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길 바랍니다. 지금도 방역 현장에서 ‘감염 방파제’ 역할을 해주시는 모든 의료진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코로나 기획을 함께 한 강인식 팀장, 이지은 선배, 어환희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TJB대전방송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조혜원 TJB대전방송 사회부 기자
천안 여행용 가방 아동학대 사망 사건부터 아이가 학대 부모에게서 탈출한 경남 창녕 사건까지. 취재팀은 코로나19로 감춰진 아동학대가 우려됐습니다. 주위에서 소리 없이 이뤄지는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결과 13차례 보도를 할 수 있었고 아동학대 기획 보도는 SBS를 통해 방송돼 전국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형성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회에선 아동 체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빌미인 민법의 징계권 삭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지만, 법안이 통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취재팀은 아동학대 신고를 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대전 경찰, GS25 편의점의 지원으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 캠페인이 시작됐습니다. 삼각 김밥을 먹으러 온 학대 피해 아이가, 피해 아동 친구가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한 포스터를 제작해 충청지역 GS25에 부착했고, 직원 대상으로 아동학대 징후 발견과 신고법 교육을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 예방 택배 테이프를 제작해 전국으로 나가는 택배 상자에 신고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충청권 1500여개의 GS25가 아동학대 피난처, 6000여명의 직원들은 아동학대 지킴이가 되는 겁니다. GS25측은 향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도 이후 대전시도 동참 의사를 밝혔는데, 대전 내 79개 동 행정복지센터에 학대 아동을 위한 상담 창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취재팀은 각 기관과 캠페인을 추진해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식지 않도록, 숨겨진 아동학대를 찾아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민 없는’ 농업법인...특혜로 키운 불법 온상 K…
‘농민 없는’ 농업법인...특혜로 키운 불법 온상
김효신 KBS광주 탐사팀 기자
“우리는 등외 국민이에요.” 취재하며 만난 농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농민이 피해를 보고 이용당해도 공무원이나 관계자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넋두리를 이어갔다. 광주전남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농업 분야를 6년이나 출입했지만, ‘나는 그동안 무슨 취재를 했던가’ 자괴감이 밀려왔다. 본사 탐사보도부 생활을 마치고 올 초 광주 탐사팀에 복귀하며 다짐했다.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보도를 하겠다.’ 자본금 90억원. 광주전남에서 가장 큰 농업법인의 실태부터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중견 건설사가 주도한 곳이었다. 석달간 농업법인 전 임원 등 30여명을 만나고,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이중장부 등 내부 자료 25기가 분량을 확보했다. 3달이 어찌 흘러간 지 모를 때 농업법인의 불법 내용 10여 가지가 손에 잡혔다. 이를 토대로 지역에서 13꼭지, 전국권으로 2꼭지를 보도했다. ‘농민 명의 도용해 농업법인 세워, 보조금 30억원 꿀꺽’, ‘공무원·농어촌공사 직원에도 뒷돈’, ‘농업법인 이용해 자녀에게 토지 대물림’ 등 굵직한 뉴스가 이어졌다. 농어촌공사와 광주시, 광산구청이 감사에 나섰고 농민단체들은 검찰에 농업법인을 고발할 예정이다. 취재에서 건설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내 자식들에게 땅을 물려주는데 비싸게 받을 필요가 있겠소? 세금도 많이 나오고.” 건설사 대표는 ‘농업법인’에서 산 땅을 자신의 것인 양 여기고 있었다. 자녀에게 토지를 편법 증여하고 농민들 명의를 도용한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언론이, 기자가 눈을 감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느낄 수 있었다. 농민들이 더는 도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농업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 국민일보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
최현규 국민일보 사진부 기자
북한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공표했다. 처음 취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폭파를 언제 할지는 몰랐지만, 폭파 장소는 알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3일간 강화도와 파주 등 접경지역을 돌아다니며 개성공단이 보이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20km 떨어진 거리이고, 시계가 안 좋아 개성공단의 위치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북한이 실제 폭파를 감행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장면을 카메라로 담았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 두 정상이 만나 평화의 상징으로 설치한 연락사무소였기에 충격이 더 컸다. 남북이 만남과 소통을 통해 쌓아온 신뢰를 보았기 때문에 남북 평화의 상징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할 거라고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했다. 사진이 1면에 나가고 취재 지시를 내린 부장이 간첩이 아니냐는 농담을 들을 정도였다.
타사가 발행한 폭파 사진을 보니 민통선 내에서 주민이 찍은 사진, 군대에서 TOD 영상 사진 등 내 사진이 아니더라도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줄 사진들은 많았다. 심지어 폭파가 일어난 다음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현장감부터 남달랐다.
사진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지고 누구나 찍은 사진을 공유해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지금, 신문도 독자들이 제공한 사진을 지면에 싣기도 한다. 하지만 남한 기자로선 유일하게 폭파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기사로만 소식을 접했던 국민에게 북한의 군사행동을 생생하게 전달해 좋았고, 더불어 이렇게 수상을 해 더욱 기쁘다. 앞으로도 더 좋은 사진,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전해주는 사진기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