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YTN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안윤학 YTN 사회부 기자
“제가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습니까… ○○○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의 음성 유서를 들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웬만해선 잘 울지 않는 편인데 눈시울이 계속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선 음성 유서를 반복해 들어야 했습니다. 참았던 눈물이 또 쏟아졌습니다. 기사 쓰는 내내 울었던 기억입니다.
슬픔, 그리고 분노. 경비원 사건에 매달린 보름 동안 눈물만 흘렸던 건 아닙니다. 때론 너무 화가 나 마음속에 참을 인(忍)을 새겨가며 기사 쓴 적도 수차례. 기자는 냉정해야 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입주민 가해자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폭행·폭언으로 공포에 떨었습니다. 이뿐만 아니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억울했습니다. 자신은 위해를 가한 적이 없는데, 가해자가 쌍방폭행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진단서로 거액의 치료비까지 요구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때려 놓고도 말입니다. 그렇게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서도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지난달 12일, 기소 시점에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보도자료를 보다 다음 대목에 시선이 고정됐습니다. “(쌍방폭행) 내용과 상관없고 발병일 등을 가린 별개 진단서 사진을 전송. 협박 혐의.” 두 번째로 쓴 단독보도 내용이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나쁜 일 하면 반드시 벌 받는다! 비통하게 돌아가셨지만, 경비 아저씨도 하늘나라에선 웃고 계실 것이다…. 경비 아저씨 기사를 쓰면서부터 슬픔과 분노 속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기쁨이 솟구친 순간이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경비원 처우 개선 아파트 보조금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여기에 좀 더 엄격한 법, 좀 더 높은 시민의식이 아직은 필요해 보입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기사 쓰겠습니다.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 국민일보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
김판 국민일보 이슈&탐사1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은 이는 20년 넘게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사회와 격리돼 지내온 정신질환자였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취재의 출발점이었다.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는 정신질환자 장기 수용의 실태를 추적하기로 했다. 의료진과 시설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신병원이나 시설에 장기 수용된 환자 37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가 된 환자들은 취재진에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환자들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고, 자신의 삶을 덤덤한 어조로 설명하기도 했다.
정신질환 당사자, 의료진, 사회복지계, 장애인 인권 단체, 가족 단체까지 모든 주체를 두루 만났다. 환자는 집에 가고 싶은데 가족은 이미 탈진해 있었다. 무조건 병원이나 시설 밖으로 내보낼 수도, 그렇다고 계속 격리해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의 편에도 쉽게 설 수가 없었다. 환자 당사자만 희생되면 가족과 의료진, 정부 모두가 편할 수 있는 잔인한 구조였다.
팀이 내린 결론은 ‘사회의 유폐’다. 가족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격리 외에 다양한 실험과 고민을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책임이 크다. “소외된 자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차별과 배제, 격리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당사자를 비롯하여 정신요양시설 관계자, 국립 정신건강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실 등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n번방 밖으로' 시리즈 국민일보
'n번방 밖으로' 시리즈
박민지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특별취재팀 기자
지난해 6월 말, ‘추적단 불꽃’(불꽃)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갓갓’에서 시작한 텔레그램의 거대한 성착취 카르텔을 눈으로 직접 본 순간 ‘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쫓고, 알려야 했습니다.
지난 3월9일 ‘n번방 추적기’ 첫 보도 이후 일주일여 만에 ‘박사’가 잡혔습니다. 이후 여러 핵심 공범 검거 소식이 알려졌지만, 창시자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지난 5월11일 오전 8시,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속보] n번방 개설자 ‘갓갓’ 잡았다>. 알람이 뜨자마자 불꽃에 연락했습니다. “잡혔대.” 불꽃은 이 말이 뭘 뜻하는지 단박에 알아챘습니다. “진짜 잡히는구나.” 불꽃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당시 불꽃과 특별취재팀은 함께 트라우마 치료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그 무렵 전 매일 갓갓을 잡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쫓고 또 쫓다가 깨면 온몸이 욱신거렸고 꽤 오래 심호흡을 해야 했습니다. ‘갓갓’이 잡히던 날, 꿈 얘기를 하며 우린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고 불꽃은 “이제 악몽을 안 꾸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왔습니다. 그들의 범행을 지켜만 본 취재팀이 이토록 괴로운데 피해자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가해자를 향한 분노에서 피해자와의 연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형적인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여성이, 아동이, 청소년이 약자로 치부되고 그래서 범죄의 대상이 되는 불균형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감방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들 모두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부지런히 쓰고 알리겠습니다. 여성이 안전한 사회가 다른 누구에게는 위험한 사회일 리 없습니다. 연대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JTB…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강희연 JTBC 탐사기획2팀 기자
사고는 반복돼 왔습니다. 지난 5월21일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 업체 노동자 한 명이 숨졌습니다. 선박 내 배관 안에서 작업을 하다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했습니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내 4번째 사망사고였습니다. 앞서 4월에는 노동자 두 명이 잇달아 문에 사고를 당해 숨졌고, 2월에는 노동자 한 명이 고층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기 위해 나온 일터에서 맞은 죽음이었습니다.
죽음의 원인을 따라가 봤습니다. 이번 사고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일어났습니다. 한 노동자는 ‘민낯을 보여주지 않는데 감독이 제대로 될 리 있나’라고 되물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노동부의 감독이 시작되면 관리자들이 감독관을 피해 노동자들을 숨겼다고 했습니다. 아예 출근시키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4월 노동부의 정기점검 때도 노동자들은 팀장의 지시에 따라 어딘가에 ‘짱 박혀’ 있었습니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감독관에게 지적받을 일도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감독이 끝나면 ‘안전 벨트’ 하나에 의지해 높은 구조물에 오르는 위험한 작업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노동자들은 ‘질식위험’을 경고하는 경고장을 떼고 좁은 선박 안으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그런 이유들을 하나씩 보도해나갔습니다.
보도 이후 현대중공업은 3년간 3000억원을 쏟아붓는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을 ‘안전관리 불량 사업장’으로 지정해 특별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변화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목소리를 내준 노동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또 함께 취재를 이끌어온 기동이슈팀·내셔널팀 선후배 동료들과 탐사기획2팀 팀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 편에서 JTBC의 보도는 계속될 것입니다.
반환 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 강원일보
반환 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
이무헌 강원일보 사회부 기자
어린이날인 5월5일. 오전 데스크 회의를 마친 뒤 “반환미군기지에서 유전이 발견됐다던데? 빨리 취재해 봐”라는 오석기 문화체육부장의 농담 섞인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춘천의 반환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에서 문화재 발굴 도중 지하 2~3미터 안에서 석유 냄새가 진동하는 토양층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걸 돌려 말한 것입니다. 웃음도잠시…. 회사는 곧바로 사회부장을 중심으로 한 전담 취재팀을 구성했습니다. 관련 자료 확보와 전문가의 조언, 지속적인 현장확인과 관련자의 충분한 인터뷰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취재팀은 부실정화 의혹에 초점을 맞춰 현장을 찾았습니다. 50여곳의 발굴터 가운데 15곳의 지하 토양층 색깔이 달랐습니다. 일부에서는 침출수 위로 기름띠가 떠다니기도 했습니다. 정화 완료 및 검증보고를 마친 뒤 8년…. 꿈에도 예상 못 했던 이러한 부실정화 흔적 및 관련된 여러 의혹들은 이튿날 1면과 사회면에 단독으로 게재됐습니다.
춘천시는 즉각 시료를 채취해 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법정 석유계총탄화수소(TPH)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이어 아스콘 포장재, 유기성 폐기물 오염 흔적, 건설폐기물 매립 흔적 등 추가적으로 부실정화 근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는 반환미군기지 정화책임을 둘러싼 논의를 활발하게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취재보도 내용은 강원도 수부도시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데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을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워낙 크다 보니 중앙언론에서의 관심이 특히 높았습니다. 실제 강원일보의 첫 보도 이후 한 달간 중앙지와 지방지, 연합뉴스와 노컷뉴스, 뉴시스 등 통신사 등에서 총 100건이 넘는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젠 이러한 관심이 미군기지의 정화 주체였던 국방부의 완벽한 재정화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 협상 테이블에서도 오염의 원 주체인 미국에게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KAL858기 실종사건' 2부작 대구MBC
'KAL858기 실종사건' 2부작
심병철 대구MBC 뉴스취재부 기자
지난해 3월 위안부 특집 제작을 위해 미얀마를 열흘 정도 방문했다. 미얀마는 과거 버마로 불리던 동남아 국가로 우리에게는 KAL858기(이하 858기) 실종사건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일본군 위안소와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도 858기와 관련된 내용을 묻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현지 코디를 통해 858기의 엔진을 인양한 어선의 선장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여러 차례 선장을 취재했고 858기가 추락했던 곳의 좌표까지 확보했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지만 좌표만 정확하다면 한 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취재진의 무모한 도전은 시작되었다.
다이빙벨로 유명한 해난구조전문가인 이종인씨, 조종사 출신 항공전문가인 김성전씨, 드론 촬영전문가인 정윤환씨가 수색조사단에 합류했다. 지난해 11월27일, 취재진은 미얀마로 향했고 실종 32주기인 이튿날 새벽 858기가 추락한 안다만해역으로 나섰다. 바다에 추락한 민항기를 수색하는 것은 세계 언론사 최초의 일이었다. 네 차례의 수색을 통해 취재진은 858기 추정 동체의 엔진과 날개를 수중카메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객실과 화물칸이 있는 주 동체와 지지대를 비롯한 수많은 잔해도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진 촬영 영상을 본 항공전문가들은 대형여객기임이 틀림없고, 858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858기 실종사건은 항공사고 역사상 가장 큰 수수께끼로 기록되고 있다. 취재진이 858기 추정 동체를 찾음으로써 33년 만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기회가 생겼다. 동체를 인양하면 진실은 떠오를 것이다. 폭파범이라는 김현희의 주장대로 비행기 폭파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왜냐면 비행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점 의혹도 없는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유족들의 한 맺힌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역사에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