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제주에 처음으로 들어서고 있는 38층짜리 쌍둥이 빌딩인 ‘드림타워’는 중국 자본에 의한 제주 난개발의 상징입니다. 중국 녹지그룹과 롯데관광개발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드림타워는 2009년 최초 인허가 당시부터 편법과 특혜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의 자연경관을 관리하기 위해 건물의 고도를 엄격히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드림타워에만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초고층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고도기준을 완화해줬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초대형 카지노까지 도심 한복판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가 ‘도박의 섬’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드림타워’의 문제점에 대한 연속보도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취재기자는 드림타워와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이 초고층 카지노 리조트가 그만큼 제주 인구밀집지역의 주택가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5월 초순 어느 날 아파트 창문 밖으로 우연히 완공을 앞두고 있는 드림타워에 야간조명이 켜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주에서는 그동안 전혀 볼 수 없었던 형태의 마치 라스베가스나 마카오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조명이 갑자기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호기심에 일단 핸드폰으로 건물에 가까이 접근해 촬영했습니다. 이때 촬영한 그림들은 실제 뉴스 보도에서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카메라기자와 함께 취재를 시작하자 드림타워측이 조명을 황급히 꺼버렸기 때문입니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을 수소문해 ‘빛 공해’ 피해에 시달라고 있는 실태를 인터뷰를 하고, 주택가 한 복판에 카지노 조명이 어떻게 설치됐고 가동됐는지 인허가 경위를 후속 취재했습니다. 드림타워측은 조명이 경관심의를 통과했다고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제주도는 야간조명이 경관심의대상이 아니어서 심의를 하지 않았고 자문만 얻으라고 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경위가 확인됐습니다. 결국, 드림타워측은 MBC 보도가 나간 이후 지금까지 한달 넘게 조명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주민들이 야간 조명 뿐만 아니라 낮에도 빛 반사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도 후속보도하게 됐습니다. 주택가 한 복판에 통유리로 된 대형건물을 아무런 대책없이 지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빛 공해’ 문제를 세차례 연속보도한 뒤 며칠되지 않아 드림타워 주변에 ‘빌딩풍’이 나타났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MBC가 드림타워에 대해 보도하는 것을 본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제보해준 것입니다. 제보내용은 바람이 아침부터 강하게 불면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 제보가 들어왔을때만 해도 ‘바람에서 소리가 난다’는 이야기에 반신반의하면서 현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괴이한 소음이 뚜렷하게 들려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바람과 소음을 영상과 음성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대도시에서도 ‘빌딩풍’이 나타난다는 보도는 봤지만, 이처럼 언론에서 생생한 괴소음까지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람의 강도가 육지와는 전혀 다른 제주에 쌍둥이빌딩이 들어서면서 두 건물 사이로 휘파람 불 듯이 ‘빌딩풍’과 괴소음이 나타났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괴이한 소음을 동반한 ‘빌딩풍’까지 나타나면서 이 문제가 인허가 과정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도 후속취재했습니다. 6년 전 비공개로 진행됐던 사전 재난영향성 검토 심의 당시 회의록을 입수했습니다. 회의록에는 당시 바람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풍동실험’이 진행됐지만, 전문가들로부터 신뢰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는데도, 심의위원들이 오히려 이를 덮어주고 초고층 빌딩 주변에 나무를 심어서 바람을 막으라는 조건으로 통과시켜준 과정이 담겨있었습니다. 결국, 재난영향성 검토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빌딩풍’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문제점까지 후속보도했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취재된 내용들은 다섯 편의 뉴스로 연속 보도됐습니다.
5.13 초대형 야간조명...잠 못드는 시민들
5.14 초대형 야간조명 엉터리 심의...규제도 없어
5.17 “눈 부셔서 못살겠다”... 빛 반사 민원도 속출
5.19 돌풍에 괴소음까지..“바람이 달라졌다”
5.25 ‘빌딩풍’ 경고했지만...심의는 무사통과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보도는 전형적인 ‘지역 밀착형 취재’였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취재기자 자신이 직접 목격한 문제를 취재하면서, 인근의 지역 주민들을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피해사례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주변의 지역 주민들로부터 제보가 이어졌고, 지역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자문과 자료 제공에 자발적으로 나서주셨습니다. 취재기자의 작은 의문과 호기심에서 시작된 취재가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초고층빌딩의 문제점과 인허가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안타깝게도 드림타워의 문제점에 대한 타 매체의 비판적인 보도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 언론에는 건물이 완공되면 고용 효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도나 기고문만 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준공검사를 앞두고 드림타워 측이 지역 언론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건물이 완공된 뒤 주민 피해가 계속되면 타 매체의 태도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드림타워 문제점에 대한 MBC 보도는 SNS를 통해서 지역사회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빌딩풍’에 관한 보도는 제주MBC 페이스북을 통한 조회건수가 19만회, ‘야간조명’에 관한 보도는 5만회를 돌파했습니다. 인구가 적은 제주지역의 특성상 대부분 수백 회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취재기자도 믿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제주MBC 보도와 발맞춰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최근 드림타워의 문제점을 해부하기 위한 시민연구팀인 ‘브레이크 더 드림팀’을 모집했습니다. 시민 12명으로 구성된 드림팀은 앞으로 빌딩풍과 빛공해는 물론 개장 이후 우려되는 교통혼잡과 하수처리문제 등을 추적할 계획입니다. 제주MBC가 보도한 내용들은 시민연구팀의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까지 나타난 가장 큰 성과는 드림타워측이 카지노 조명을 중단한 것입니다. 드림타워측은 취재 전까지 밤새도록 밤 8시부터 아침 6시까지 카지노 건물에 현란한 초대형 야간조명을 가동했습니다. 하지만, MBC 취재 이후 곧바로 조명을 중단했고, 지금까지 한달 넘게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기자는 요즘 동네 주민들을 만나면 MBC 덕분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게 됐다는 인사를 날마다 받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제주MBC 자체 모니터에서도 드림타워의 다양한 문제점을 단독 취재하면서 단기간 내에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취재한 모범적인 보도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보도내용은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했고, 당사자들로부터 소송은 물론 어떤 항의도 받지 않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7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61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3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YTN의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이 단독 선정됐다. 가지지 못한 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자 본연의 임무임을 제대로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첫 발생 보도에 머물지 않고 끈질긴 취재로 음성 유서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간 점이, 사회부 탐사보도의 전형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 양극화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알려, 경찰 수사는 물론 국회와 자치단체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영예를 안았다. 국민일보의 <‘미친’ 사람들과의 인터뷰 :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는 소외되고 방치된 수용시설의 정신질환자 37명을 직접 인터뷰하며, 잊힌 사각지대를 조명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빅데이터 마이닝 취재기법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부각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제목의 어휘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일보의 <‘n번방 밖으로’ 시리즈>는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장기적인 후속취재를 이어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재 경쟁의 열기가 꺾이고 나면, 문제해결 노력에서 멀어지는 일반적 관행에서 탈피한 모범적 취재라는 언급도 있었다.
14편이 출품된 기획보도방송 부문에서는 JTBC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이 선정됐다. 부끄럽고 후진적인 산업재해 문제를, 영세사업장이 아닌 대기업을 상대로 정면 취재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련 영상이 필요한 TV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심층 보도해 사회적 성찰을 촉구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열네 편이 경쟁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강원일보의 <반환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이 단독 수상했다. 고고문화발굴팀, 녹색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방대한 자료와 증거를 확보한 데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언론사의 기사 100여개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개발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역 언론에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6개 언론사가 출품한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AL858기 실종사건’ 2부작>이 영예를 차지했다. 33년 전 미얀마 상공에서 실종된 KAL858기의 동체 촬영에 성공한 이 보도는, 언론인이 항공사고로 바다에 추락한 여객기를 수색해 찾은 최초 사례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역방송의 해외 현장취재가 청와대와 국회의 움직임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코로나 생활 속 거리두기와 재난지원금으로 떠들썩했던 2020년 5월에도, 권력을 감시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서민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기사들이 많이 출품됐다. ‘진실을 향한 열정으로 발품을 파는 기자들이 아직 이 땅에는 적지 않다’는 한 심사위원의 말로 심사평을 마무리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