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KBS탐사보도부가 방송한 <살인노동> 2부작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물음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주요 감시 대상이었던 사기업의 얘기가 아닙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고, 어느 곳보다 정부 정책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인 ‘살인 노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130년 역사를 이어온 우체국 이야기입니다.
‘집배원 과로사’에 대한 보도는 연례행사처럼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로사 추정’, ‘자살’. 언론은 집배원들의 죽음이 알려질 때마다 다양한 수식어를 붙인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대부분이 발생 기사였고, 기획 기사들도 집배원들의 힘든 노동 현장을 보여주는데 그쳤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언론 보도가 나올 때 마다 매번 “유감이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해명만 되풀이 해왔습니다. 그나마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 동안 업무 관련 집배원 사망자는 46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우정본부는 사망자에 대한 제대로 된 자체 조사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장례절차는 개별 우체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고, 장례 후에는 집배 공무원은 공무원연금공단으로, 비정규직 집배원은 근로복지공단으로 서류를 넘기는 게 우정본부가 한 전부였습니다.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근로감독’ 한 번 받지 않았고, 처벌을 받은 사람도, 또 집배원들의 죽음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멈추지 않고 있는 집배원들의 죽음'. 우리는 그 진짜 이유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살인노동> 2부작은 집배원들이 내몰려 있는 ‘죽음의 구조’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우정본부가 외면하고 방관한 사망 집배원 한 명 한 명의 죽음을 심층 추적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는 처음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집배원 사망자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정본부와 노조가 집계하고 있는 자료, 또 국회의원이 확보한 자료가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망자 전수 자료를 모아 종합하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2010년 이후 사망한 집배원 수는 185명. 취재진은 전수에 대해 유족과 동료들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사망 원인’과 ‘사망 전 특이 사항’, ‘질병 유무’, ‘근무 기록’ 등 매우 구체적인 12개 자료를 모았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노동, 의학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업무 연관성이 높은 사망 집배원은 79명을 분류했습니다. 79명은 우정본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업무상 재해 사망 집배원 52명보다 27명이 많은 수입니다. 묻혀진 있던 죽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취재진은 이 자료를 토대로 업무 연관성이 높은 집배원 전수에 대한 심층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다시 유족과 동료를 만났고,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사망자들의 공식 근무기록 등을 입수해 전문가와 함께 분석 작업을 벌였습니다. 특히 자살 집배원의 경우, 원인이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심리 부검 등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를 규명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매우 유의미한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업무 관련 사망이 급증한 사실, 또 이 시기 돌연사와 자살이 사고사를 앞질렀다는 사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2040 젊은 집배원이라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사망자가 급증한 2016년 우체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취재진은 집배원 사망이 급증하기 시작한 그 시점을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례 취재와 내부 상황을 취재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우체국의 ‘폐쇄적인 문화’가 문제였습니다. 집배원 스스로 조직의 치부를 말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사망자가 나온 우체국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집배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혹은 내부 촬영을 위해 매번 우정본부에 허가서를 내야했고, 대부분은 거절당했습니다.
남은 방법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것뿐이었습니다. 전국의 우체국을 돌며 집배원들을 만났고, 그들은 조심스럽게 속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체국 내부 문제의 심각성에 깊은 고민을 갖고 있던 우체국 행정직 공무원의 생생한 내부 고발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10개월에 걸친 취재기간 동안 만난 집배원과 우체국 관계자, 전문가만 70여 명에 달합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집배원의 노동 현실은 고되고, 또 혹독했습니다. 수당도 없는 새벽 '무료 노동', 일한 시간을 실제보다 줄여 입력해야 하는 야근, 비정규직 집배원들의 '무료 주말 노동'까지, 우체국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불법 노동을 현장에서 똑똑히 목격했고,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공공기관' 우체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취재 중이던 지난해 8월, 경기도 가평우체국에서 40대 젊은 집배원의 돌연사가 또 발생했습니다. 장례부터 산재 처리까지 7개월 동안 취재한 이 사례는 우체국의 추악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종합판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집배원에게 주어진 과도한 업무부담과 조직 내 왕따와 권고사직이 KBS탐사보도부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10개월에 걸친 끈질기고 입체적인 취재를 통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살인 노동의 실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감사원 감사보고서와 내부 자료에는 집배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핵심 원인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2017년 14억을 투입해 도입한 '집배부하량시스템'입니다. 우정본부는 61개 집배 업무를 '초' 단위로 계산해 매달 집배원별로 성적(부하량)을 매겼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었습니다. 밥을 굶고, 아무리 뛰어다녀도 시스템이 정한 기준을 맞출 수 없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체 인력이 없는 우체국 구조로 인해 결원 집배원의 업무를 동료들이 소화해야 하는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상부상조’로 미화된 ‘겸배’였습니다. 하지만 이 겸배는 추가 근무를 하면서도 사실상 수당은 받지 못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이 겸배가 집배원들의 노동 강도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KBS의 실험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구조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우정본부의 해명이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한 취재도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식 근무기록에 잡히지 않는 ‘숨은 노동’과 ‘무료 노동’ 등 우체국의 불법 노동이 구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 집배원이 사망한 우체국의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감추기 위해 자료를 은폐하고 있는 실상도 드러났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동안 현장 취재와 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노동 현장과 구조적 문제, 이를 은폐해 온 우정본부의 민낯을 두 편의 프로그램을 통해 고발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대부분 현직 집배원과 우체국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취재로 내부 고발로 인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처리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해당 사항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1부, 2부 모두 취재기자와 촬영기자가 10개월 동안 직접 취재·촬영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해당 사항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1) 타 매체 선행 보도
- 집배원 과로사를 주제로 한 발생 기사 및 노동 현장에 대한 보도물 있음
- 주제에 대한 접근과 시각, 취재 방식은 아래 설명과 같이 타 보도물과 차별성이 큼
(2) 타 매체의 반향
<살인노동> 2부작은 집배원과 유족은 물론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방송 이후 만난 적 없던 집배원들과 유족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내지 못했던 목소리가 되어 주었다며 취재진에게 감사의 메일과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은 1부의 경우 8천 9백회, 2부는 만 천회의 조회수(2020.06.04.KBS뉴스 유튜브 기준)를 기록했고, 시리즈로 연재된 인터넷 기사 역시 SNS에 만 차례 이상 공유됐습니다. 특히 1부의 경우, 돌연사한 집배원 아들에게 벌어진 진실을 찾아 나선 노부모의 사연은 각종 매체를 통해 재조명됐습니다.(아래 표 참고)
구분 매체 보도일시 제목
1 오마이뉴스 2020.04.26 "집배원의 과로사는 멈추지 않는다"...어머니의 절규
2 국민뉴스 2020.04.27 가평우체국 집배원의3번째 죽음
3 뉴스프리존 2020.04.27 가평집배원의 죽음이 남긴 현실,하루 거리와 배달량을 보니
4 동아일보外 2020.04.28 우체국 집배원, ‘근로자의 날’쉰다…“우편물·당일특급 배달 중지”
5 뉴시스外 2020.05.01 우정사업본부"집배원 업무량 적정수준…근로여건 개선 최선"
4. 사회에 끼친 영향
(1) 시청자
<살인노동> 2부작은 그동안 은폐돼 온 우체국 집배원들의 노동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 집배원들과 우체국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주 52시간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현실’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며, 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시청자가 직접 ‘집배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의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2) 정부와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1부 방송 때까지 우체국의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반론 요청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오히려 사망 집배원이 줄고 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1부 방송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자발적으로 두 차례의 대면 인터뷰와 2차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정사업본부는 2부 방송 직전인 올해 노동절에 개청이래 최초로 집배원 전원 휴무를 결정하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정사업본부는 1부를 통해 방송된 경기도 가평우체국 성우준(가명) 집배원에 대한 우체국의 왕따 문제와 불법 권고사직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방송을 계기로 유족들은 KBS가 입수한 자료들을 토대로 故 성우준 씨에 대한 산재 신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탐사K] 살인노동 2부작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대’,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 노동’ 실태를 10개월간의 긴 취재를 통해 고발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언론사 최초로 2010년 이후 집배원 사망자 전수에 대해 사망 원인 등 12개 항목을 수집·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유족 심층면접과 심리부검, 노동 강도 실험 등 입체적인 취재를 통해 집배원 집단 사망이 ‘구조적 원인’에 의한 사회적 타살임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장과 단독 발굴한 내부 문서, 다양한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을 통해 반복되고 있는 집배원 사망 사건을 무조건 은폐하고, 방관해 온 우정사업본부의 민낯을 생생하게 전달해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 사항 모두 없었습니다. (2020년 6월 5일 기준)
회차 심사평
제357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61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3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YTN의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이 단독 선정됐다. 가지지 못한 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자 본연의 임무임을 제대로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첫 발생 보도에 머물지 않고 끈질긴 취재로 음성 유서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간 점이, 사회부 탐사보도의 전형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 양극화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알려, 경찰 수사는 물론 국회와 자치단체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영예를 안았다. 국민일보의 <‘미친’ 사람들과의 인터뷰 :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는 소외되고 방치된 수용시설의 정신질환자 37명을 직접 인터뷰하며, 잊힌 사각지대를 조명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빅데이터 마이닝 취재기법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부각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제목의 어휘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일보의 <‘n번방 밖으로’ 시리즈>는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장기적인 후속취재를 이어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재 경쟁의 열기가 꺾이고 나면, 문제해결 노력에서 멀어지는 일반적 관행에서 탈피한 모범적 취재라는 언급도 있었다.
14편이 출품된 기획보도방송 부문에서는 JTBC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이 선정됐다. 부끄럽고 후진적인 산업재해 문제를, 영세사업장이 아닌 대기업을 상대로 정면 취재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련 영상이 필요한 TV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심층 보도해 사회적 성찰을 촉구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열네 편이 경쟁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강원일보의 <반환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이 단독 수상했다. 고고문화발굴팀, 녹색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방대한 자료와 증거를 확보한 데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언론사의 기사 100여개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개발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역 언론에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6개 언론사가 출품한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AL858기 실종사건’ 2부작>이 영예를 차지했다. 33년 전 미얀마 상공에서 실종된 KAL858기의 동체 촬영에 성공한 이 보도는, 언론인이 항공사고로 바다에 추락한 여객기를 수색해 찾은 최초 사례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역방송의 해외 현장취재가 청와대와 국회의 움직임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코로나 생활 속 거리두기와 재난지원금으로 떠들썩했던 2020년 5월에도, 권력을 감시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서민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기사들이 많이 출품됐다. ‘진실을 향한 열정으로 발품을 파는 기자들이 아직 이 땅에는 적지 않다’는 한 심사위원의 말로 심사평을 마무리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