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수요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의 기부금 운용 방식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30년 가까이 정대협에서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일한 활동가가 내부를 겨냥해 쏟아낸 비판인 만큼 그 무게감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상 내부고발자로 볼 여지가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폭로 이후 정의연이 내놓은 해명은 성금 사용처를 둘러싸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여러 의혹들을 풀기에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이 할머니가 회견을 한 바로 다음날 정의연은 기금을 불투명하게 쓰는 일은 없다면서 A4 한 장 분량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정의연이 기금 집행에 문제가 없다며 내세운 근거는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는 점과 할머니들에게 현금을 주고 끊어 놓은 영수증 2장 그리고 은행 전표 1장이 전부였습니다. 입장문엔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한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의 국회 진출에 대한 이 할머니의 서운함을 이해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이 할머니의 폭로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로 읽혔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줄줄이 나오는 의혹들
정의연 설명대로 이들 단체의 기금 사용엔 문제가 없는 걸까. 본보 취재팀은 정의연이 첫 입장문을 낸 5월8일부터 2주 가까이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정대협과 정의연이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결산서류’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결산서류가 양식에 맞게 작성됐는지, 장부에 누락된 금액은 없는지, 결산서류에 적힌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살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 동안 생산된 11건의 단독 기사는 이런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정의연의 첫 기자회견이 예정된 5월11일 본보는 정의연과 정대협의 회계장부가 부실하게 작성된 정황을 담은 첫 단독 기사(정대협 사업항목 똑같은데...기부금 수혜자 1년새 999명→9999명)를 보도했습니다. 정의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보 기사에 대해 “회계 데이터가 깔끔하지 못했다”며 처음으로 부실 회계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 탓에 벌어진 실수일 뿐 기부금 집행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엔 본보 기자에게 “대기업도 다 이렇게 하는 건데 기사를 부풀렸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 나온 팩트를 단서로 계속 파헤쳤고, 취재팀은 정대협·정의연의 부실 회계 정황을 담은 후속기사를 연달아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관련기사>
-5월12일자 4면 [단독]'22억 증발' 회계처리 오류라고 변명하기엔
-5월14일자 8면 [단독]-정대협도 '엉터리 회계'...순익 부풀리고 자산은 줄여 공시
-5월15일자 1면 [단독]-정대협의 '수상한 회계'...기부금 받아 산 7억대 쉼터, 부채로 둔갑
-5월20일자 1면 [단독]마리몬드 6억5000만원 기부, 정대협은 1억만 공시
-5월21일자 3면 [단독] "난징"에 위안부 숲" 4000만원 모금...후원자들에 '무산 공지도 안했다
◇결산서류에서 실마리 드러난 의혹덩어리 ‘안성 쉼터’
사실 상당수 공익법인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습니다. 때문에 장부를 세세히 들여다 볼 수 없는 언론이 결산서류만 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취재팀은 대신 결산서류 분석을 토대로 정대협과 정의연이 추진한 사업들이 애초 취지대로 추진됐는지 확인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씁니다.
정대협과 정의연의 결산서류를 분석하던 중 처음엔 눈이 가지 않았지만 이후에 눈에 띄는 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정대협이 지난해 결산자료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앞으로 올려놓은 ‘부채 7억5,000만원’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대협이 갑자기 7억5,000만원의 부채를 설정한 탓에 순자산이 1년 전보다 30%가량이나 줄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쳤다는 내용은 정의연 홈페이지는 물론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동모금회와 정의연 등을 취재한 끝에 이 부채의 정체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2012년 한 대기업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정대협에 지정 기부한 10억원 중 일부였던 것입니다. 정대협은 이 돈으로 경기 안성에 쉼터를 세웠습니다.
본보 보도를 통해 정대협이 깜깜이로 운영해 최근 논란이 된 경기 안성 쉼터의 존재가 드러난 것입니다. 안성 쉼터는 본보 보도가 아니었다면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보통 공익법인들은 자기네들이 하는 사업내용을 홈페이지 등에다 상세히 올려두는데, 정의연 홈페이지에선 경기 안성 쉼터에 대한 내용을 전혀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의연 홈페이지에 소개된 쉼터는 서울 마포 쉼터가 유일합니다. 결산서류에도 쉼터 항목으로만 예산이 잡혀 있습니다. 만약 본보가 안성 쉼터를 보도하지 않았다면, 쉼터를 둘러싸고 증폭된 의혹들을 제기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후 취재팀은 이를 고리로 안성 쉼터의 관리자가 윤미향 의원의 부친인 점, 이 센터 예산의 70%가 윤 의원 부친에게 지급된 점, 경기 안성 쉼터가 3년 만에 매물로 나온 점, 비싼 돈 들여 최고급으로 지은 쉼터지만 정작 이 쉼터에 머문 할머니는 없었다는 점 등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관련기사>
-5월16일자 1면 [단독]위안부 쉼터 구입 3년 만에 매물로...정대협 '수수께끼' (7억5,000만원에 산 쉼터를 4억2,000만원에 매각한 사실 처음 보도)
-5월16일자 4면 [단독]"수년 전부터 운영 안해"...윤미향 부친, 최근까지 주변 머물며 관리
-5월18일자 1면 [단독]논란에 휩싸인 정대협 안성 쉼터, 운영비 70% 윤미향 부친에 돌아가(정의연의 결산서류엔 힐링센터가 나오는데, 본보 기사로 인해 힐링센터 예산이 경기 안성 쉼터에 쓰였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나)
-5월18일자 3면 [해설]정대협, 쉼터 입지 서울→안성 바꿔...개소식 때만 할머니 4명 참석 (안성 쉼터 깜깜이로 운영된 점 단독 보고. 정의연 홈페이지에서도 안성 쉼터 존재 찾을 수 없고, 실제 할머니들 안성 쉼터에서 생활한 적 없다는 내용)
-5월18일 온라인 기사 [단독]공동모금회 "정대협에 쉼터 장소 변경 제안한 적 없다" (정의연은 본보 기사 이후 공동모금회 제안으로 경기 안성에 쉼터 부지를 마련했다고 해명했지만, 공동모금회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 밝혀)
취재팀은 취재 반경을 넓혀 미국 활동가 등을 상대로도 적극 취재했습니다. 윤미향 의원이 피해자 할머니들과 미국 등 해외에서 위안부 운동을 한다는 명분으로 개인계좌로 여러 차례 모금을 한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여러 활동가들은 본보 인터뷰에서 그동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뿐 정의연의 모금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본보는 미국 내 여러 활동가의 증언을 토대로 5월19일자 1면으로 ‘[단독]후원금 받고도..."위안부 할머니 미 체류비, 교민이 냈다"’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윤 의원이 2015년 6월 김복동 할머니와 미국 국무부 관계자와 면담을 하는 성과를 냈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면담 대상이 대사 인턴직원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드러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5월11일 정의연의 부실 회계 정황을 담은 첫 단독 보도 이후 사실상 모든 언론사의 추종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정의연의 부실 회계 의혹에 집중됐던 언론의 초점은 이후 경기 안성 쉼터로 옮겨 갔습니다. 5월15일 본보 보도(1면, 기부금 받아 부채로 산 7억대 쉼터 부채로 둔갑)로 경기 안성 쉼터의 존재가 드러난 게 계기가 됐습니다. 본보 보도 이후 모든 언론사가 추종 보도에 나서면서 안성 쉼터가 펜션처럼 사용된 의혹 등 안성 쉼터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정의연, 22억 이월금도 누락 '오류'…국세청, 재공시 명령 방침 (TV조선 등 거의 모든 매체 국세청 재공시 명령 방침 내걸어 추종 보도)
-정대협, 안성 위안부 쉼터 3억 이상 비싸게 샀다(중앙 1면, 18일자)
-살 땐 두배 주고 팔 땐 반값에...석연찮은 위안부 쉼터(서울 9면, 18일자)
-2013년 시세 두 배 이상 '고가 매입'...이규민 관여 정황도 (경향 5면, 18일자)
-위안부 쉼터, 고가매입, 후보지 갑자기 변경...업계약 했다(국민 5면, 18일자)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본보가 부실 회계 정황을 연달아 보도하자 국세청은 5월12일 1만개 공익법인의 공시서류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신속히 밝혔습니다. 같은 시기 행정안전부도 정의연을 상대로 진상파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실 회계 의혹은 단순 실수일 뿐이라며 버티던 정의연은 결국 지난달 14일 처음으로 회계 공시에 다소 실수가 있었다며 공인회계사 검증을 받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고, 최근엔 회계담당자 공개채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본보 보도로 경기 안성 쉼터 존재가 드러나고 이와 관련된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검찰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15일 윤미향 의원 관련 고발사건을 형사4부에 배당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5일 뒤 정의연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정의연이 회계검증을 밝히겠다고 한 상황에서 검찰이 신속하게 압수수색에 나선 건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용수 할머니도 2차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윤미향 의원은 지난날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검찰 조사’를 통해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한 만큼 검찰로 공이 넘어 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윤 의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 야당의 추가 의혹 제기 등이 이어지며 파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본보 취재팀은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철저히 따랐습니다. 사실 확인은 물론 반론도 충분히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본보 보도 이후 ‘일부 실수가 있었다’거나 ‘개선하겠다’는 정의연의 피드백은 있었지만 기사 팩트가 틀려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은 없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의혹이 있을 때 그것이 무엇이든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입니다. 본보 취재팀은 이용수 할머니의 공개 비판한 지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정의연이 이룬 성과는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의혹이 있다면 이를 알리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봤습니다. 취재팀은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를 끈질기게 파헤쳐 그간 드러나지 않은 사실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정의연도 최근 스스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혁’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습니다. 본보 보도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겠지만,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은 없었습니다. 정의연 및 윤미향 의원의 반론신청 등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7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61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3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YTN의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이 단독 선정됐다. 가지지 못한 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자 본연의 임무임을 제대로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첫 발생 보도에 머물지 않고 끈질긴 취재로 음성 유서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간 점이, 사회부 탐사보도의 전형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 양극화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알려, 경찰 수사는 물론 국회와 자치단체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영예를 안았다. 국민일보의 <‘미친’ 사람들과의 인터뷰 :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는 소외되고 방치된 수용시설의 정신질환자 37명을 직접 인터뷰하며, 잊힌 사각지대를 조명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빅데이터 마이닝 취재기법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부각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제목의 어휘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일보의 <‘n번방 밖으로’ 시리즈>는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장기적인 후속취재를 이어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재 경쟁의 열기가 꺾이고 나면, 문제해결 노력에서 멀어지는 일반적 관행에서 탈피한 모범적 취재라는 언급도 있었다.
14편이 출품된 기획보도방송 부문에서는 JTBC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이 선정됐다. 부끄럽고 후진적인 산업재해 문제를, 영세사업장이 아닌 대기업을 상대로 정면 취재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련 영상이 필요한 TV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심층 보도해 사회적 성찰을 촉구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열네 편이 경쟁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강원일보의 <반환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이 단독 수상했다. 고고문화발굴팀, 녹색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방대한 자료와 증거를 확보한 데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언론사의 기사 100여개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개발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역 언론에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6개 언론사가 출품한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AL858기 실종사건’ 2부작>이 영예를 차지했다. 33년 전 미얀마 상공에서 실종된 KAL858기의 동체 촬영에 성공한 이 보도는, 언론인이 항공사고로 바다에 추락한 여객기를 수색해 찾은 최초 사례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역방송의 해외 현장취재가 청와대와 국회의 움직임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코로나 생활 속 거리두기와 재난지원금으로 떠들썩했던 2020년 5월에도, 권력을 감시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서민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기사들이 많이 출품됐다. ‘진실을 향한 열정으로 발품을 파는 기자들이 아직 이 땅에는 적지 않다’는 한 심사위원의 말로 심사평을 마무리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