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부터 언론사 가운데 최초로 텔레그램 엔(n)번방 성착취 사건을 고발하고, 심층 기획으로 이 사건을 집중 해부해왔습니다. 첫 고발 보도 이후 넉달이 지난 3월16일 경찰이 텔레그램 성착취 세계의 핵심 피의자로 두 기자가 지목했던 ‘박사’ 조주빈(24)씨가 검거됐고, 이후 n번방을 처음 개설했던 ‘갓갓’ 문형욱(25)씨도 검거되었습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검거된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는 664명에 달하고, 현재도 수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겨레> 사회부 사건팀은 이번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보도하면서 다짐한 게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단발성으로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곪아있는 이 세계의 뿌리까지 추적해 고발해내겠다는 각오입니다. 6개월 이상 텔레그램의 성착취 문제를 추적하면서 디지털에서 지속적인 성착취가 발생하는 상황의 배후에 또 다른 범죄 집단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불법도박’이었습니다. ‘소라넷’ 이후 20여 년이 흘러오며, 디지털 성착취 문제는 이미 체계화해 있고, 성 착취 영상을 매개로 수익을 올리는 불법도박의 세계가 그 착취 구조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n번방과 불법도박 범죄의 공생’ 시리즈 연속 보도(총 4회) 기획소팀을 꾸리고 탐사 취재를 시작하게 된 배경입니다.
시리즈 1회인 5월15일치 1면, 4면 ‘n번방 뒤에 ‘불법 도박방’ 있었다’ 보도는 불법도박 사이트와 성착취 채팅방들이 제휴를 맺고 성착취 동영상을 홍보하며 10대를 비롯한 청년들을 베팅꾼으로 유인하는 과정의 전모를 담았습니다. 성착취 영상을 매개로 불법도박 카르텔이 존재하는 실상의 전모를 최초로 고발한 보도입니다. 여전히 유사 소라넷 사이트가 수십 개 이상 운영된다는 사실을 고발하며, 이들이 도메인 주소를 숫자 형태로 바꿔 ‘떴다방’ 형태로 운영되는 실태를 밝혔습니다. 이런 사이트들은 도박 사이트 가입을 인증하는 것으로 포인트를 수여하며, 포인트 등급에 따라 다른 성착취 영상의 다운로드 권한이 있었습니다.
시리즈 1회인 5월15일치 5면에 보도한 ‘해킹당한 피해자 “내 영상이 도박 경품으로…”’ 보도는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운영자가 해킹 조직을 통해 204개의 계정, 3620개 파일을 탈취해 이를 불법도박 사이트 VIP 회원에게 ‘경품’으로 배포했던 사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특히, 이 영상을 ‘박사’의 공범이자 별도의 성착취 방을 운영했던 ‘태평양’ 이아무개(16)군이 적극 활용해 ‘성착취 영상을 경품으로 내걸고, 도박 사이트 홍보 멘트만 복사해 퍼뜨려도 ‘레어 (희귀)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카르텔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불법도박의 세계에도 ‘박사’와 ‘갓갓’과 같은 악질적인 ‘슈퍼 범죄자’들이 있었습니다. 시리즈 2회인 5월20일치에 1~8면 ‘n번방엔 갓갓, 도박방엔 ‘평경장’ 있었다’ 보도는 텔레그램 n번방 탄생 전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유포해 불법도박 사이트 가입을 유인했던 ‘평경장’과 ‘야동엽’이라는 또 다른 핵심 용의자들을 고발한 보도입니다. 이들은 ‘박사’와 ‘갓갓’ 이전부터 성착취 범죄를 저질러온 자들입니다. 2017년부터 이미 기업형 성착취를 통한 도박방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하루에 영상을 1000여개 이상 업로드 하는 등 홍보 직원을 동원해 도박 홍보 활동을 벌였습니다. 이들의 성착취 범죄는 ‘박사’와 ‘갓갓’과 마찬가지로 최소 20여명 이상의 피해 여성이 존재하고, 이들의 다수는 청소년입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평경장’과 ‘야동엽’을 검거하기 위한 경찰 수사 시작된 상황입니다.
아울러 5월20일치 9면에서는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의 처벌 실태를 고발하며 고발된 운영자 절반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도박과 성착취물 공생하는 사이트 관계자 취재를 통해 “실형 때에도 잠깐 놀다 나온다”고 여기는 실태를 보도하였습니다. 미약한 처벌 관행이 사실상 불법을 방치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이 보도는 한 시민단체가 신고한 126곳의 성착취물 운영 사이트에 대한 처분 결과를 전수조사해 신고와 처벌의 인과 과정을 추적한 보도였습니다.
시리즈 3회인 5월26일치 1~8면 ‘교실 파고든 ‘한탕의 유혹’’ 보도에서는 교실을 파고든 불법도박의 실태 추적을 통해 10대들이 마주한 참혹한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교실에서 ‘인싸’가 되고 싶어 시작했지만, 결국엔 도박중독에 빚더미에 앉은 도박 중독자들을 취재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래도 저래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10대와 20대들은 불나방처럼 불법도박을 쫓는 이유를 상세히 밝혔습니다. 또한 그 ‘충동의 관문’에 성착취 영상이 어떤 매개로 활용되는지 추적했습니다. 인터넷에 공공연한 엄마 촬영 영상과 딥페이크물 판매도 이 과정의 일환이었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지인 대출’과 ‘휴대폰 깡’과 같은 반 사회적 행위에 빠져들고 있음을 보도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영상을 관람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며 불법도박에 빠져드는 십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다각도로 조명한 보도였습니다.
역시 시리즈 3회인 5월26일치 9면 “손안의 도박에 빠진 10대들, 이용자 물어오는 총판 돼” 보도는 11년 동안 불법 도박 산업에 몸담아온 ‘대총판’을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대총판은 도박의 세계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산업을 확장하면서도, 수사기관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걸리지 않는다’는 자신감마저 보였습니다. 아울러 ‘총판이 초대한 ‘가족방’ 가보니…“공 숫자 맞추면 10만점 쏩니다”‘ 보도에선 취재팀이 한달 정도 동안 5개의 불법도박 가족방에 들어가 관련 대화를 수집한 관찰기를 보도했습니다. 사설토토 가족방 3곳과 파워볼 가족방 2곳인데, 방별로 최소 40여명에서 최대 200여명의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시리즈 마지막 4회인 6월4일치 1면에서는 디지털 성착취가 불법도박의 세계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모방 범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새로운 팩트를 고발했습니다. 이어서 10면에서는 10대를 비롯한 남성들이 성착취와 일확천금에 기생하려는 불법 도박에 빠져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가져야하는지 솔류션을 제시한 보도였습니다. 오랫동안 성착취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여성 단체 대표, 형사정책 전문가, 중독 전문의 취재를 통해 지금의 문제는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방치의 결과이고, 도박 중독을 치료 감호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단 입법 제안, 그리고 실제 사회와 가정이 어떤 통제 관리 방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탐문했습니다. 또한 ‘‘이생망’ 좌절 파고든 불법…IT 강국다운 해법을 기대하며‘ 보도에서는 EU,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이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이후 불법도박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한겨레> ‘n번방과 불법도박 범죄의 공생’ 기획을 통해 잔혹한 범죄인 성착취 영상이 어떻게 활용되어 85조에 달하는 불법도박 세계의 관문이 되는지, ‘충동’에 사로잡힌 청년들이 착취를 기회로 판단하는 도착적 인식에 이르게 됐는지를 면밀히 추적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성착취 영상이 유통되는 채팅방에 가담했거나 불법도박에 중독된 청년들의 신상이 알려지면 2차 피해 등이 우려되는 관계로 피치 못하게 익명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일부 취재원은 사진 촬영 동의를 받아,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 상황에서 취재에 응했고, 내부 직책 등을 확인하는 검증 과정을 거쳐 상당성을 높였습니다. 수사기록, 연구 자료 등의 경우에는 최대한 제목, 작성자, 일자 등을 밝혀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 관계는 없습니다. 모두 기획 취지를 설명하고 취재에 응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해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모든 기사는 직접 취재한 기자의 바이라인을 달았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디지털 성착취 세계가 온라인 불법도박의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탐사 추적한 이번 기획은 <한겨레> 취재팀이 최초로 고발한 취재입니다. 몇몇 언론에서 불법도박의 문제를 보도한 적은 있지만 이것이 디지털 성착취와 어떤 매개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 세계 안에서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직접 인터뷰해서 고발한 보도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여러 방송에서 이 이슈를 다루기 위해 연락을 해왔습니다. 시리즈 1회 보도가 나간 지 엿새 만인 5월21일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김완 기자의 목소리를 통해 관련 이슈를 보도했고, 6월5일 TBS라디오 <이브닝쇼>에서도 김완, 김민제 기자가 출연해 불법도박 범죄의 세계와 디지털 성착취의 연계성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에서도 연락을 해와 <한겨레>가 보도한 닉네임 ‘태평양’ 이아무개(16)군을 통해 디지털 성착취와 불법도박의 연계성에 대해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알려왔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한겨레> 보도 이후 청소년 불법도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 법무부 경찰 형사정책연구원 등에서 불법도박 근절에 대한 대책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지난달 18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겨레>가 보도한 사이버 불법 도박과 관련해 “사이버 도박 범죄를 집중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현재 <한겨레> 취재 자료를 토대로 닉네임 ‘평경장’과 ‘야동엽’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기획보도는 언론윤리강령과 <한겨레> 내부 ‘취재보도준칙’을 준수하였고, 사내 기획상을 상신한 상황입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모두 없었습니다. (2020년 6월 8일 기준)
회차 심사평
제357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61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3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YTN의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이 단독 선정됐다. 가지지 못한 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자 본연의 임무임을 제대로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첫 발생 보도에 머물지 않고 끈질긴 취재로 음성 유서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간 점이, 사회부 탐사보도의 전형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 양극화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알려, 경찰 수사는 물론 국회와 자치단체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영예를 안았다. 국민일보의 <‘미친’ 사람들과의 인터뷰 :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는 소외되고 방치된 수용시설의 정신질환자 37명을 직접 인터뷰하며, 잊힌 사각지대를 조명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빅데이터 마이닝 취재기법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부각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제목의 어휘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일보의 <‘n번방 밖으로’ 시리즈>는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장기적인 후속취재를 이어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재 경쟁의 열기가 꺾이고 나면, 문제해결 노력에서 멀어지는 일반적 관행에서 탈피한 모범적 취재라는 언급도 있었다.
14편이 출품된 기획보도방송 부문에서는 JTBC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이 선정됐다. 부끄럽고 후진적인 산업재해 문제를, 영세사업장이 아닌 대기업을 상대로 정면 취재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련 영상이 필요한 TV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심층 보도해 사회적 성찰을 촉구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열네 편이 경쟁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강원일보의 <반환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이 단독 수상했다. 고고문화발굴팀, 녹색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방대한 자료와 증거를 확보한 데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언론사의 기사 100여개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개발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역 언론에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6개 언론사가 출품한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AL858기 실종사건’ 2부작>이 영예를 차지했다. 33년 전 미얀마 상공에서 실종된 KAL858기의 동체 촬영에 성공한 이 보도는, 언론인이 항공사고로 바다에 추락한 여객기를 수색해 찾은 최초 사례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역방송의 해외 현장취재가 청와대와 국회의 움직임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코로나 생활 속 거리두기와 재난지원금으로 떠들썩했던 2020년 5월에도, 권력을 감시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서민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기사들이 많이 출품됐다. ‘진실을 향한 열정으로 발품을 파는 기자들이 아직 이 땅에는 적지 않다’는 한 심사위원의 말로 심사평을 마무리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