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채널A 검언유착 의혹 MBC
채널A 검언유착 의혹
MBC 신수아 기자
감옥에서 제보가 왔다. 제보자는 금융 사기죄로 복역 중인 벨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의 이철 전 대표. 채널A의 한 법조 기자가 자신에게 편지를 여러 통 보냈는데 내용이 협박에 가깝다는 제보였다. 이철 측이 제시한 편지와 녹음을 통해 채널A와 오갔던 대화를 확인했다. 취재가 아니라 사실상의 협박이었다. 가족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은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다. 검찰에서 취재한 내용을 수사 받는 피의자에게 전달하며 제보를 압박하는 것도 취재윤리 위반이다.
한 기자만의 일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검언유착이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채널A 기자가 이철 측에 검사장과의 통화내용을 제시했다. 검사장은 수사에 협조하면 봐주겠다는 대답을 기자에게 서슴없이 해줬다. 기자는 검찰의 강제 수사 진행 상황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검찰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검언유착이 어느 수준에서 이뤄졌는지 전모를 알 순 없어도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협조하며 사건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적나라했다.
이번 보도로 드러난 한 기자와 한 검사장의 유착은 극단적 사례지만 이 사건이 기자 사회와 시청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충격적이고 무거웠다. 시청자들은 기자들이 검찰이란 출입처에 어떤 식으로 동화되고 유착할 수 있는지 명백하게 알게 됐다. 수준 높아진 독자들 앞에서 기자들은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기 어려워졌다. 이 보도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단초가 되길 희망한다.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후보 검증 KBS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후보 검증
KBS 하누리 기자
‘강남에 집이 너무 많다.’ 양정숙 당선인 검증은 이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습니다. 첫 난관은 바로 왔습니다. 국회의원 후보이기 때문에 재산 공개는 되어있지만, 부동산은 동(洞)까지만 표기돼있었습니다. 아파트 이름도 없었습니다. 평수로 아파트를 추정하고, 해당 평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야 했습니다. 뜻밖에 강남 아파트 전수조사가 됐습니다. 집을 하나 확인하면, 숨겨진 재산이 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6곳을 이렇게 일일이 찾아냈습니다.
부동산을 사고판 내역을 보니, 단순 투기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자문을 구한 한 전문가는 “이 사람, 나보다 전문가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부동산마다 찾아가 관련자들을 수소문하고,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난관은 바로 양 당선인이었습니다. 전화를 해도 자택에 찾아가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더불어시민당 측 전화조차 안 받았습니다. 2박3일 숨바꼭질 끝에 양 당선인은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초상권을 보호해달라”며 모자이크를 요구했습니다. 이날 인터뷰, 지금 다시 보면 대부분 거짓말이었습니다.
차명 부동산 의혹을 보도한 뒤, 양 당선인은 오히려 취재 경위를 문제 삼았습니다. 누군가 양 당선인과 가족의 정보를 KBS에 넘겼다는 겁니다. 그간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습니다.
길바닥 헤매며 어렵게 취재한 만큼, 주시는 상이 저희에게 의미 깊습니다. 감사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세계일보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세계일보 이창수 기자
기사에 실리진 않았지만 아동성보호 국제네트워크 ‘엑팟 인터내셔널’의 마리로리 르미뇌르 연구사업 국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 ‘그것’들을 보았을 때 펑펑 울었습니다. 평범한 인간의 반응이었죠.”
그것은 ‘아동성착취물(CSEM)’입니다. 그는 인터폴과 함께 전 세계 아동성착취물 108만 건을 분석한 연구자입니다. 무슨 심정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지난 2018년 가을, 아동·청소년 성 매수자들을 추적한 적이 있습니다. 실로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채팅앱을 깔아놓은 스마트폰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울렸습니다. 두 달 동안 하루 수백, 수천 건씩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잔인한 내용들이란. ‘그들’은 마치 쇼핑하듯 죄의식 없이 아이들에게 접근했고, 뒤틀린 성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눈물까진 아니었지만, 인간에 대한 환멸감에 꽤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 기억이 납니다.
최근 ‘엄벌’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전문가들도 “이제 좀 바뀌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은 아닙니다. ‘웰컴 투 비디오(W2V)’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아동성착취물을 단 한 건만 소지해도 60개월 이상 실형을 선고하는 미국에도 ‘그들’은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 보도를 보니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채팅앱이나 텔레그램, 다크웹 상황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고 합니다. ‘첫 단추’를 채운 것이라 생각하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경향신문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
검사가 만든 피의자신문조서를 부인하지 못하게 정한 형사소송법 312조 문제에 청와대부터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은 검찰로서는 우려를 표현할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형소법 312조 폐지에 부정적인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12조가 인권침해 도구라는 점을 충실히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기사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보도가 나온 뒤로 검찰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여당도 입장을 전환해 올해 1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 대안을 국회가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했습니다. 국회가 개정·폐지한 뒤에도 취재를 계속했습니다. 폐지를 4년 유보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장기간 시행을 유보한 이유가 국회 심의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취재해보니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지난해 시행된 전자증권법이 유예기간 4년이어서 이를 참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조항에 제기된 헌법소원을 취재해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님을 알렸습니다. 헌재가 신속히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 반대로 시행을 기다리다가 각하한다는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바탕해 개정법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역할까지 사법기관이 해야 하는지, 반대로 엄연히 존재하는 심판 조항을 방치해도 되는지 등을 검토했습니다.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 대구MBC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
대구MBC 도성진 기자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는 ‘뉴미디어의 도전’이 급속하며 파괴적임을 깨닫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심한 관절염을 앓고 있는 공룡’과도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 몸담은 나는 과연 남은 기자 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선택’이 아닌 ‘생존’을 건 고민의 세월이 흘러 대구MBC에는 지난해 디지털미디어팀이라는 신생 조직이 생겼다.
‘뉴스 R&D를 하자’ ‘뉴미디어 저널리즘을 구현해보자’라는 목표 아래 어렵게 팀을 꾸리고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며 팀워크를 쌓아가던 즈음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그 중심에 대구가 서게 됐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덮친 도시. 불안과 공포, 혐오는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를 타고 증폭됐고 우리는 그걸 잡고 싶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응급실 정보는 트위터로, 구글폼으로 접수한 미확인 정보와 가짜뉴스는 팩트체킹을 거쳐 카드뉴스를 만들어 페이스북으로, 대구시의 신천지 대처와 방역의 미진함은 유튜브용 오리지널 영상으로 확산시켰다. 꼬박 두 달 넘게 이어진 ‘대구시 브리핑’ 실시간 스트리밍, 날 것 그대로의 현장을 전한 ‘RARE’ 영상,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전달한 수백 건의 스트레이트 기사와 정보를 통해 시민들의 불안과 바이러스가 누그러지길 바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각자의 역할에 차고 넘치게 임하며, 때로는 기자보다 더한 기자정신으로 밤낮없이 코로나 사태와 싸워준 우리 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들이었다. 김서현, 김현주, 박재연, 이준민, 전준형, 정지연, 정지원. 팀원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서민 울린 대국민 사기극 '전세자동차 원카' 경인일…
서민 울린 대국민 사기극 '전세자동차 원카'
경인일보 김준석 기자
‘전세자동차’란 새 사업구조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된 6개월 간 취재와 기사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 수상까지 이어졌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TV 광고, 특허를 받은 영업방식, 보증금 전액을 돌려준다는 지급보증서 등. 전세자동차 업체 ‘원카’가 수백억원 규모 계약을 맺으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려 내세웠던 것들입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내 속을 들여다보니 대부분 허울뿐이거나 실체가 없는 사기나 다름없었습니다. 원카와 계약을 맺은 수많은 피해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단체 채팅방 등에 모여 피해 사례나 구제 방안을 논의하거나 관련 고발·소송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원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입니다.
또 문제의 발단이 된 원카 이외에도 중간에서 계약에 나선 렌터카·캐피털 업체, 원카 영업본부와 대리점 등은 물론 피해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여러 관계자가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모든 초유의 전세자동차 피해 사태를 불러온 건 원카란 점입니다. 이번 이달의 기자상은 기자에게 한 가지 책임을 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아직 끝나지 않은 전세자동차 원카 문제를 끝까지 지켜보고 기록하라는 것입니다. 또 지금 진행되는 경찰 수사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하지 않도록 지켜보고, 드러나지 않은 원카 관련 다른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파헤치기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100년의 뿌리를 뽑다 부산…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100년의 뿌리를 뽑다
부산일보 박혜랑 기자
‘성매매 집결지’라는 주제가 기자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은 아닙니다. ‘n번방’처럼 성범죄의 새로운 모습도 아닐뿐더러 2000년대 초반부터 수도 없기 보도되어 독자에게 피로감이 높은 주제입니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업주 주도하에 한반도 최고(最古), 전국 최대 성매매 집결지 부산 ‘완월동’은 아파트 개발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1910년대 일제가 만든 완월동은 경찰과 지자체의 묵인 속에서 평균 5층에 달하는 규모로 형성됐습니다. ‘한창일 때는 돈을 갈퀴로 쓸어모았다’는 업주들의 말이 증명하듯 그 높은 건물은 ‘성 착취’로 쌓아올려진 것입니다.
이미 전국의 많은 집결지는 민간업자의 손에 개발돼 불법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비싼 값을 받고 이곳을 떠났습니다. 이런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완월동에 무려 37곳의 업소에 200여 명의 여성이 있었음에도 지난 20년 동안 업주들의 재산 한 푼 몰수된 적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불법임에도 성행하는 완월동의 실태를 고발하고 성 착취적인 영업 형태를 보도로 드러냈습니다. 이곳이 폐쇄되기 위해선 여성들의 탈 성매매도 중요했기에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촉구했습니다. 그 결과 영업이익 최초 몰수는 물론 여성들의 탈 성매매를 지원하는 조례도 마련됐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기사라는 많은 이들의 평가 속에서도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보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배들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21대 총선 특집 KBS
21대 총선 특집
KBS 김성수 기자
‘식물 국회’ 혹은 ‘동물 국회’. 20대 국회를 수식하는 말이다. 20대 국회는 정말 엉망이었을까? KBS 탐사보도부에 총선 특별팀이 생기게 된 출발점이었다. 무엇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입법부에 대한 감시 결과를 내놓는 일은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의정 보고서’ ‘비례대표’ ‘공약’ 세 부분으로 나뉘어 취재는 진행됐다. 시작은 조각나있는 국회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일이었다. 의정 보고서 619건, 예산확보내역 1만6759건, 비례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 3475건 등을 전수 조사했다. 현장이 아닌 문서 더미를 누비는 건 기자들에게 지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유의미했다. 부풀려 쓴 의정 보고서와 남의 법안을 베껴 낸 비례 의원들이 속속 나왔다. 정당들의 핵심 공약 이행률은 10%대였다. 20대 국회가 의정 활동할 때는 ‘식물’처럼, 싸울 때는 ‘동물’처럼 굴었다는 게 데이터로 증명됐다. 다음은 의원들의 반론을 듣는 일이었다. 총선이 임박했단 이유로 대부분 반론조차 꺼렸다. “선거 끝나고 보자”는 의원실도 있었다. 당락이 나오면,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팀원 모두 알고 있었다. 5명의 기자가 총선 직전 마지막 본회의장을 찾아 의원들의 말을 담았다.
방송 이후 21대 총선 결과는 나왔고, 20대 국회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입법부를 ‘감시하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 21대 국회의 시작과 함께, 그 일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