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⑴ 청와대도 소극적이던 형사소송법 312조 폐지를 이끌어냈습니다
검사가 만든 피의자신문조서를 부인하지 못하게 정한 형사소송법 312조에 대한 취재를 2019년 2월 시작했습니다. 취재 막바지이던 4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312조 폐지가 포함된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이 수정되지 않은 경우는 없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5월 9일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은 검찰로서는 우려를 표현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 사법체제가 그 단계까지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는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취재해보니 형소법 312조 폐지에 부정적인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치 과정이 너무 진행되어 이대로라면 기사가 현실을 바꾸는데 기여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데스크와 상의한 끝에 현실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312조가 인권침해 도구라는 점을 충실히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법조와 정계에서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보도가 나온 뒤로 검찰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피의자신문조서의 위치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5월 16일 말했습니다. 수사권 조정안 타협카드였습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민주당 중진 의원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여당도 입장을 전환해 2020년 1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 대안을 국회가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했습니다.
⑵ 검찰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심각한 수사시스템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사들을 작성하면서 서울구치소를 다섯 차례 찾아갔습니다. 그 보다 두 배는 많은 서신을 재소자와 주고받았고, 출소자도 만났습니다. (접견‧서신 기록은 법무부 교정본부에 있습니다.) 제가 만난 이들은 수사라는 말만 듣고도 금세 불안한 눈이 되었습니다. 검찰 수사가 너무나 부당하고 지금도 분통이 터지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털어내는 검사가 무섭다고 했습니다. 이들 모두에게 생생한 팩트를 얻어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왜 취재가 계속 되어야하고 왜 기사가 나가야하는지 다짐하게 해주었습니다. 전직 특수부 검사와 현직 형사부 판사도 상당수 만났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며, 이 조항의 실제 작동방식을 설명해줬습니다.
이렇게 해서 절대적인 증거능력이 있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담았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았는데 수사관이 알려주다시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 뭐라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손도장을 찍으라며 수사관이 내민 조서를 보니 어디를 손대야 할지 난감했다. 내 얘기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인 부분이 조금씩 달라져 다른 주제가 되어 있었다.” 취재원인 이 피고인은 변호사를 찾아가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검사실에 연락해 다시 조사를 받았지만 이런 과정이 오히려 판사에게는 거짓말한다는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현장의 법조인들이 알려주었습니다.
⑶ 검경수사권 논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기본적 인권 문제임을 논증했습니다
학계가 종종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문제를 지적했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학계는 물론 청와대와 국회, 검찰과 경찰이 모두 그랬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던 1999년 김태정 검찰총장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오히려 인권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고, 이틀 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며 대선공약을 파기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때도 비슷하게 끝났습니다. 신청작은 이 조항의 근본 문제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이론 논쟁에 들어서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사소송법 312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검사는 사실상 판사이므로 검사에게 말한 것이나 판사에게 말한 것이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밝혀왔습니다.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준사법기관이자 객관의무를 부담한 검사의 지위를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순환논법입니다. 형소법 312조가 있어서 준사법기관인지, 준사법기관이라서 312조가 필요한지 헷갈립니다. 준사법기관론은 검찰을 통제불능 상태로 만듭니다. 사법기관 행세를 하면서 독립을 주장하고 통제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검찰 이익이 국가 이익이라는 생각이 312조 깊숙한 곳에 들어 있다는 점을 논박했습니다.
⑷ 입법통합지식관리시스템을 이용해, 처음부터 정당성이 없던 조항임을 밝혀냈습니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형사소송법 312조는 일제 식민지 시절로 연원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는 본토에서도 시행하지 못하던 국가주의 형사제도를 식민지에서 실험했습니다. 조선에서는 일본 형소법이 아닌 조선형사령을 썼는데 통역이 불편하다는 구실을 들어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을 제한했습니다. 대신 검사에게 조서를 작성할 권한을 주어 조서재판을 했습니다. 형사소송이 피고인과 검사의 대결이 아니라 국가기관(판사와 검사)과 피고인 간 대결이 됐습니다. “투쟁의 장이 아닌 치료의 장, 법정이 아닌 병원, 이것이 전체주의 형사법이론이 그리는 형사재판의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광복을 맞아서도 이러한 형사재판제도는 바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현행 312조는 1954년 형소법 제정 때부터 있었고, 당시에는 299조였습니다.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최 형사소송법안 공청회 속기록(1954년 1월 9일)을 찾아내 뒤졌습니다. 김병로 대법원장은 “지금 현실을 탈각해서 이 법이 영영 묵은 물건이 되어서 골동품이 되어서 못쓰니까 새로 법을 제정해야 되겠다고 하는 정도로 한 10년 안에는 변동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이론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현실이 한 10년 안까지는 이 정도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발언합니다. 10년이면 된다던 현실론이 70년 가까이 이어진 것입니다.
⑸ 국회의 312조 개정‧폐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조항의 위헌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형사소송법 312조를 개정‧폐지한 뒤에도 기자는 취재를 계속했습니다. 국회가 312조 폐지를 4년 유보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상황을 설명해 문제가 모두 끝난 것이 아님을 알렸습니다. 국회는 형소법을 개정하면서도 ‘제312조 제1항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4년 내에 시행하되, 그 기간 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점부터 시행한다’고 예외를 부칙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시행을 유보한 이유가 국회 심의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취재해보니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지난해 시행된 전자증권법이 유예기간 4년이어서 이를 참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새로운 형소법 312조는 언제 시행될지 모르는 상태이고, 현행 312조에 대해 사법농단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은 유해용 전 부장판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은 헌재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에 대해 신속히 312조에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 반대로 시행을 기다리다가 각하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쟁점은 개정법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역할까지 사법기관이 해야 하는지, 반대로 엄연히 존재하는 심판 조항을 방치해도 되는지 등이 됩니다. 이에 대한 후속 기사를 준비 중입니다. 이번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기획기사는 사법농단 피의자들의 적법절차 주장에 주목해야한다는 칼럼으로 시작했습니다 (경향신문은 2017년 사법농단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앞으로도 정파와 정략에 흔들리지 않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원들과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바이라인을 적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것이며, 재소자 등 일부 취재원은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외 취재와 보도과정에 문제가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형사소송법 312조를 추적 분석한 선행보도가 없습니다. 경향신문 보도 이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전향적 입장을 밝혔고, 정치권과 인권기관에서 폐지를 지지했습니다. 2020년 형소법 312조가 개정‧폐지되자 대부분 신문과 방송이, 새로운 형사사법 절차를 전망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일제 식민지 시절 시작된 검사 피의자신문조서의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청와대와 여야 국회도 존치로 기울어 있던 이 조항이 개정‧폐지되는데 기여했습니다. 새로운 형소법 시행이 4년 유예된 과정과 문제를 짚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에도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을 모두 준수하였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없습니다.
취재후기
(356회)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 경향신문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
검사가 만든 피의자신문조서를 부인하지 못하게 정한 형사소송법 312조 문제에 청와대부터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은 검찰로서는 우려를 표현할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형소법 312조 폐지에 부정적인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12조가 인권침해 도구라는 점을 충실히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기사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보도가 나온 뒤로 검찰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여당도 입장을 전환해 올해 1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 대안을 국회가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했습니다. 국회가 개정·폐지한 뒤에도 취재를 계속했습니다. 폐지를 4년 유보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장기간 시행을 유보한 이유가 국회 심의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취재해보니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지난해 시행된 전자증권법이 유예기간 4년이어서 이를 참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조항에 제기된 헌법소원을 취재해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님을 알렸습니다. 헌재가 신속히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 반대로 시행을 기다리다가 각하한다는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바탕해 개정법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역할까지 사법기관이 해야 하는지, 반대로 엄연히 존재하는 심판 조항을 방치해도 되는지 등을 검토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6회 전체 총평
제356회(2020년 4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43편이 출품됐고, 이 중 8편이 선정됐다. 우선 취재보도부문에서 KBS의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대표 후보 검증> 보도가 선정됐다. 올해는 비례 위성정당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각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KBS 비례대표 후보자 인사 검증보도는 매우 의미 있는 우수한 선거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언론계의 가장 큰 화두를 던져주었던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도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 과정에서 아직 해당 보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측면이 있다는 의견과 최경환 전 부총리에 대한 반론권이 더 충실하게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은 지적됐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좀처럼 하지 않는 우리 언론현실에서 과감하게 검언유착 의혹을 드러내기 위한 보도를 내놨다는 점, 구체적인 녹취록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도 두 작품이 선정됐다. 우선 재판과 수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감할 수 있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문제를 치밀하게 정리한 경향신문의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의제 세팅부터 꼼꼼한 현장취재, 각계의 의견 수렴 등 전 과정이 모두 기획취재의 좋은 전형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세계일보의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보도도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의 참혹한 현실과 우리 사회가 이런 범죄에 대해서 그간 얼마나 둔감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보도였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을 촉구하는 보도로서 이보다 더 좋은 보도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호평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KBS의 <21대 총선 특집>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공영방송 KBS로서 모범이 될 수 있는 보도였으며, 객관성을 담보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선거보도였다고 평가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경인일보의 <서민 울린 대국민 사기극 ‘전세자동차 원카’>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전세자동차 사기라는 생활밀착형 주제를 치밀하게 취재해 전해준 지역 취재보도의 수작이었다. 이와 유사한 피해가 아직 전국에 걸쳐 발생되지 않았으나, 이 보도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선정된 부산일보의 <한반도 최초의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100년의 뿌리를 뽑다> 보도는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후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잘 짚었다. 특히 성 착취적 산업구조를 지적하면서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이 경제논리로만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전문보도 온라인부문으로는 대구MBC의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코로나 참상에서 대구시민의 불안감을 해결하고 대구시를 감시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였다. 특히 유튜브와 협업하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