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0)
정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 표지에 등장하는 사진의 주인공들이 모두 일본인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입니다. 지금도 제 사무실 책상에는 지난 2013년 교육부가 발행한 초등학교 1, 2학년 국정교과서 8권이 꽂혀 있습니다. 표지에는 ‘다정한 가족’,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 등 교과서 주제에 맞는 사진이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얼굴이나 옷차림이 너무 이국적이라는 제보가 있었는데, 취재결과 모두 이미지 전문 사이트에서 출처도 확인하지 않고 구입해 쓴 일본인들 사진이었습니다. 추가 취재해보니 당시 표지뿐만 아니라 교과서 본문에도 일본인이 주인공인 사진이 다수 사용됐었고, 이런 사실이 KBS를 통해 연속 보도되면서 교육부는 다음 해, 교과서 표지와 문제된 사진들을 전면 교체했습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652890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656921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661039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660447
http://news.kbs.co.kr/news/view.do?ref=A&ncd=2713906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난 2월 세종시 교육부를 방문했을 때 교육부 입구에 설치된 대형 배너 하나가 우연히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섯 명의 어린이가 활짝 웃고 있고, 밑에는 ‘놀며 배우며 자라는 아이들의 꿈’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시행하는 2019 개정 누리과정 홍보를 위해 교육부가 제작한 홍보물인데, 교육부에서 온오프라인 홍보에 사용하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도 내려 보내 학부모 대상 홍보물이나 유치원 입구에 거는 플래카드, 유치원 통학차량 부착용 홍보물로 제작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사진에 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이나 옷차림이 왜 그렇게 이국적이었을까요?
어쩌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신청해 사진의 출처를 파악했습니다. 짐작대로 해당 사진은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일본 작가가 촬영한 일본 아이들이었습니다. KBS가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하자, 교육부는 홍보 배너를 부랴부랴 철거하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연락해 홍보물 사용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교육부 전 부서를 상대로 확인을 지시한 상태입니다. 5월 1일에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 부주의가 있었던 점을 사과하고, 유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문화 시대, 외국인이 우리 교과서나 정부 홍보물에 실리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최고의 교육 전문가들이 홍보물을 만들며 가장 기본적인 출처조차 확인하지 않아 주제에 맞지 않는 엉뚱한 사진이 홍보물에 실렸고 언론의 취재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입니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교육인 유아를 대상으로 할 때는 교재 하나도 더욱 꼼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보면 교육부의 일 처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잘 알 수가 있습니다.
특히 주요 소재.부품.장비의 수출규제와 지난 3월 독도 영유권 주장 내용이 담긴 일본 교과서의 검정 통과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서 역사교육 강화 못지않게 일본과 관련한 일은 더욱 꼼꼼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는데, 교육부의 행태는 너무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정부부처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철저하게 일처리를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취재는 기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리한 관찰력이 이뤄낸 전형적인 탐사보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육부의 비협조로 세 차례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취재 착수부터 보도까지 두 달 이상이 소요됐습니다. 교육부는 더구나 지금까지도 사진 출처만 공개했을 뿐 원본파일과 관련 서류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정보공개를 통해서는 실체적인 진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부총리 인터뷰를 요구하는 등 강한 압박 끝에 교육부는 KBS의 취재 내용을 인정하며 관련 홍보물을 전면 회수했고, 더 나아가 전반적인 실태 조사에도 착수한 상태입니다. KBS는 교육부가 비공개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한 상태로, 후속 보도를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교육부의 무분별한 일본인 사진사용 문제는 그동안 국내 어떠한 언론도 다루지 않았던 독창적인 내용으로, KBS만 유일하게 취재를 이어가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가고 있습니다.
해당 보도물들은 4월 29일 다음사이트에서 최고 55만 8천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200429223050215
https://news.v.daum.net/v/20200429174434464
또한 조선일보와 한국유아교육신문 등 4개 매체에서 KBS 보도 내용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3&aid=0003528065&sid1=001&lfrom=kakao
http://m.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9399&Newsnumb=2020059399
http://www.kinde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251
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5324
4. 사회에 끼친 영향
KBS 보도 뒤 교육부는 5월 1일 보도자료를 내, 부주의했던 점을 사과하고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교육부 입구에 게시했던 배너를 철거하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문제의 사진으로 제작한 홍보물과 플래카드, 차량 부착물을 모두 제거하도록 했습니다.
더 나아가 교육부에 비슷한 사례는 없는지 2019년 이후 제작한 홍보물과 교과서를 대상으로 사진 출처 검증을 벌여,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겠다고 KBS에 밝혀왔습니다.
특히 이번 보도는 각종 블로그에 인용돼, 정부 홍보물 사진조차 글로벌 이미지 사이트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사진 공급 체계의 열악한 현실과 정부부처의 허술한 일처리가 공론화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http://cafe.daum.net/ok1221/9Zdf/2027039?q=%EA%B5%90%EC%9C%A1%EB%B6%80%20%EC%9D%BC%EB%B3%B8%EC%9D%B8%20%EC%82%AC%EC%A7%84
https://blog.naver.com/kcs9222/221935569854
https://blog.naver.com/chanhyon510/221937314373
https://blog.naver.com/hansaramu/221936988031
https://photohistory.tistory.com/19161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data&no=1861643&page=1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KBS 모니터 평가단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을 예리하게 포착해, 지역 언론이 중앙 정부부처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2013년 교과서 내 일본인 사진 문제를 연속보도해 큰 반향이 있었고, 같은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관심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비슷한 분야의 문제점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언론 윤리 위반 관련 제소 사항은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취재 과정에서 교육부로부터 사소한 실수인데 보도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인 만큼 교육부가 더 꼼꼼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보도를 하게 됐습니다.
또한 2013년 교과서 표지를 변경하는 큰일을 겪고도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실수 운운하는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에 실망을 많이 느끼기도 했습니다.
KBS는 교육부가 약속대로 유사 사례를 점검해 개선하는지 제대로 감시하고,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6회 전체 총평
제356회(2020년 4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43편이 출품됐고, 이 중 8편이 선정됐다. 우선 취재보도부문에서 KBS의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대표 후보 검증> 보도가 선정됐다. 올해는 비례 위성정당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각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KBS 비례대표 후보자 인사 검증보도는 매우 의미 있는 우수한 선거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언론계의 가장 큰 화두를 던져주었던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도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 과정에서 아직 해당 보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측면이 있다는 의견과 최경환 전 부총리에 대한 반론권이 더 충실하게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은 지적됐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좀처럼 하지 않는 우리 언론현실에서 과감하게 검언유착 의혹을 드러내기 위한 보도를 내놨다는 점, 구체적인 녹취록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도 두 작품이 선정됐다. 우선 재판과 수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감할 수 있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문제를 치밀하게 정리한 경향신문의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의제 세팅부터 꼼꼼한 현장취재, 각계의 의견 수렴 등 전 과정이 모두 기획취재의 좋은 전형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세계일보의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보도도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의 참혹한 현실과 우리 사회가 이런 범죄에 대해서 그간 얼마나 둔감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보도였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을 촉구하는 보도로서 이보다 더 좋은 보도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호평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KBS의 <21대 총선 특집>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공영방송 KBS로서 모범이 될 수 있는 보도였으며, 객관성을 담보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선거보도였다고 평가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경인일보의 <서민 울린 대국민 사기극 ‘전세자동차 원카’>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전세자동차 사기라는 생활밀착형 주제를 치밀하게 취재해 전해준 지역 취재보도의 수작이었다. 이와 유사한 피해가 아직 전국에 걸쳐 발생되지 않았으나, 이 보도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선정된 부산일보의 <한반도 최초의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100년의 뿌리를 뽑다> 보도는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후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잘 짚었다. 특히 성 착취적 산업구조를 지적하면서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이 경제논리로만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전문보도 온라인부문으로는 대구MBC의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코로나 참상에서 대구시민의 불안감을 해결하고 대구시를 감시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였다. 특히 유튜브와 협업하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