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군대 후임이 선임의 수능을 대리 응시했다더라.”
한 마디의 전언에서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여러 ‘지인의 지인’들을 거쳐 멀리서 건너온 정보였습니다. ‘어디선가 그런 일이 있다더라’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기자에게 전언을 옮긴 20대 청년은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지나온 학창시절을 오롯이 바치면서도 한순간도 믿어 의심치 않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공정성에 금이 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이 사안이 엄중하다고 봤습니다. 전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15년 만에 적발되는 수능 부정행위이면서, 대입정책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는 비리에 해당했습니다. 더욱이 대통령이 직접 지난해 10월 ‘공정’을 화두로 정시 비중 상향을 언급했고, 이에 맞춰 정부는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차츰 확대하기로 방향을 정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대리시험 적발은 누구나 덮어놓고 신뢰해온 수능이란 시험의 관리·감독이 그간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지인의 지인’을 어렵사리 추적해 사안의 전모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공익 제보자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2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보해 교육 당국이 자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한 장본인이었습니다. 그는 “대리시험은 몇 년간 최선을 다하여 수능을 준비한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익제보를 하게 된 경위와 알음알음 알게 된 정보를 전해줬습니다. 이를 토대로 사건의 개요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사건 당사자들과는 잘 알지 못 했던 탓에, 전언에 기대어 있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엇보다 주장의 내용이 사실이란 점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제보가 완전한 거짓일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둔 채로 취재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모든 정보가 보안에 부쳐지는 군에서 벌어진 일이라 간단한 사실 관계 파악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 역시 수차 이어진 기자의 취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책임 선에 있는 관계자들은 수백 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아예 응답하지 않는 쪽으로 반응했고, 교육청을 찾아가 맞닥뜨린 관계자는 “노코멘트 하겠다”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럴수록 추적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어렵게 연결된 군 내부 관계자들과 부대원들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파악된 내용을 재차 조립했습니다. 대리시험이 치러진 고사장 관계자와 사건 관계자가 지원했던 대학 등을 취재해 이미 파악된 정보가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수 일간 매달린 결과 성과가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대리시험을 후임에게 부탁한 선임이 부정하게 획득한 성적으로 서울권 3개 대학에 지원한 사실과 결과를 각각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후임이 통상 수능 대리시험의 대가로 ‘1500만 원’ ‘억 단위’ 등 구체적인 가격을 언급했고, 이 내용을 교육당국이 자체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정황 등도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보도에 필요한 결정적인 ‘한 방’은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군 경찰은 수사를 막 시작한 무렵이었고, 민간에선 아직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을 때라 수사기관의 입을 간편히 빌려 쓸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익명의 군 관계자로부터 결정적인 팩트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현역병인 후임이 군 경찰의 조사에서 대리시험을 치른 사실을 인정했단 내용이었습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응답을 꺼리던 군 관계자는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잘못한 건 사실이니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사실상 확답을 해왔습니다. 1보가 나가기 전날의 일입니다.
동아일보 4월 9일자 1면 <현역 사병이 선임병 부탁받고 휴가나와 수능 대리시험 쳤다>와 2면 <“선임병 사진으로 수능 치렀지만 안 걸렸다”…뻥뚫린 신분확인> 기사가 게재되자 당일 오전 서울시교육청과 공군교육사령부는 “대리시험이 이뤄진 것이 사실”, “A 병사가 지난해 수능 대리 응시를 한 사실이 있다”며 각각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첫 보도를 통해 이미 해당 사안이 몇몇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했고, 다음날인 4월 10일자 1면 <수능 대리시험자 “1500만원…억 될 수도”>와 2면 <대리시험 수법-금액 구체적 진술…제3의 의뢰자 있었을 가능성> 보도를 통해 제2, 제3의 유사한 ‘암수 범죄’가 더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4월 11일자 <‘대리수능’ 선임병, 서울교대 면접 봤다>, 4월 15일자 <‘대리 수능’ 사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수사팀이 맡아>, 4월 17일자 <수능 본인 확인에 지문 활용해야> 4월 24일자 <경찰,‘대리 수능’ 선임병 집 압수수색...실제 답안지와 필체 대조> 등 기사로 후속보도를 이어왔습니다.
동아일보는 사건의 내용을 전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능 감독관의 육안에 의존한 본인 확인 절차의 허점을 메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수능 고사장에 지문인식 기술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려 기술 업체와 교수 등 전문가 여러 명,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에 구한 자문 내용을 면밀히 따져보고 엮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없습니다. 군 복무 중이거나 전역한 취재원, 공익제보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익명 인용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김자현 기자는 바이라인이 게재되지 않았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동아일보 첫 보도가 나간 4월 9일 연합뉴스 <현역 병사가 선임병 부탁에 수능 대신 쳤다…15년만의 대리시험(종합2보)> 등 통신사 보도와 SBS 뉴스8 <선임병 부탁에 '대리 수능'…수험표 사진 다른데 무사통과> 등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보도로 타매체에 즉각적인 반향이 있었습니다.
타 신문 매체는 기사는 물론 사설로 이번 사안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 첫 보도 다음날인 4월 10일자 세계일보 10면 <현역 병사가 선임 대리시험, 구멍 뚫린 수능 관리>와 4월 11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면 <15년만에 적발된 수능 부정, 시험 감독 체계 재점검하라> 사설 등이 있었습니다.
후속으로 이어진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들 역시 통신사 등에서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관련 사안에서 타사의 선행 보도는 4월 27일 군·경의 수사 공조와 관련해 문제 제기한 연합뉴스 <“휴대폰 두번 압수수색 안돼”…'대리수능' 군경 공조수사 차질> 외엔 없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동아일보 보도 이후 교육 당국은 즉각 대책 마련을 발표했습니다. 첫 보도 당일인 4월 9일 교육부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 재발방지 대책은 올해 수능부터 적용할 계획”이라며 후속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후속 조치로는 동아일보가 대안으로 제시한 고사장 지문인식 도입 등이 포함됐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검토 중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동아일보 보도는 오히려 군·경의 수사보다도 빨랐던 까닭에 수사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2보가 나간 4월 10일 서울시교육청은 전역해 민간인이 된 선임에 대해서도 서울 수서경찰서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팀 등은 2보 내용을 수사 참고자료로써 활용했습니다. 군 경찰 역시 보도 내용을 참고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취재팀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사와 교육 당국이 내놓을 방지 대책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빈틈이 있다면 엄중히 지적하겠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을 받지 않았고, 보도 당사자의 반론을 받기 위해 시도했으며,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된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6회 전체 총평
제356회(2020년 4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43편이 출품됐고, 이 중 8편이 선정됐다. 우선 취재보도부문에서 KBS의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대표 후보 검증> 보도가 선정됐다. 올해는 비례 위성정당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각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KBS 비례대표 후보자 인사 검증보도는 매우 의미 있는 우수한 선거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언론계의 가장 큰 화두를 던져주었던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도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 과정에서 아직 해당 보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측면이 있다는 의견과 최경환 전 부총리에 대한 반론권이 더 충실하게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은 지적됐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좀처럼 하지 않는 우리 언론현실에서 과감하게 검언유착 의혹을 드러내기 위한 보도를 내놨다는 점, 구체적인 녹취록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도 두 작품이 선정됐다. 우선 재판과 수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감할 수 있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문제를 치밀하게 정리한 경향신문의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의제 세팅부터 꼼꼼한 현장취재, 각계의 의견 수렴 등 전 과정이 모두 기획취재의 좋은 전형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세계일보의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보도도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의 참혹한 현실과 우리 사회가 이런 범죄에 대해서 그간 얼마나 둔감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보도였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을 촉구하는 보도로서 이보다 더 좋은 보도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호평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KBS의 <21대 총선 특집>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공영방송 KBS로서 모범이 될 수 있는 보도였으며, 객관성을 담보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선거보도였다고 평가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경인일보의 <서민 울린 대국민 사기극 ‘전세자동차 원카’>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전세자동차 사기라는 생활밀착형 주제를 치밀하게 취재해 전해준 지역 취재보도의 수작이었다. 이와 유사한 피해가 아직 전국에 걸쳐 발생되지 않았으나, 이 보도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선정된 부산일보의 <한반도 최초의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100년의 뿌리를 뽑다> 보도는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후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잘 짚었다. 특히 성 착취적 산업구조를 지적하면서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이 경제논리로만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전문보도 온라인부문으로는 대구MBC의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코로나 참상에서 대구시민의 불안감을 해결하고 대구시를 감시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였다. 특히 유튜브와 협업하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