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0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제주 4.3 사건의 비극 속에는 수장학살이 있다. 70여 년 전 재판절차도 없이 불법으로 주민들을 바다에 던져 학살한 인권 유린사건이다. 70년이 지나도록 그들의 시신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장학살을 가리켜 살아있는 기억조차 없애버린 인권 말살 사건으로 부르기도 한다. 제주CBS는 죽은 자의 인권을 지키고 기억하기 위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4.3 수장학살 희생자들을 추적했다.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차디찬 바다를 아직도 떠도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시신이라도 수습해 줬는지, 그래서 어딘가에 묻혀 있는지, 누군가가 그들을 기억해 주고 있는지 등 수장학살과 관련해선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제주CBS는 2019년 4월부터 기초자료 조사를 시작으로 수장학살을 증언해 줄 4.3 유족과 전문가들을 찾아 다녔고 수장학살 희생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2019년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은 대마도에서 현장 취재를 벌였다.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대마도 동서남북 해안마을을 돌고 사전 약속도 없이 주민들을 만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화장터와 매장지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대마도 서쪽해안은 물론 남쪽과 동쪽해안에서도 한국인 매장지를 확인했다. 또 70여 년 전 당시의 매장지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노인을 만날 수 있었고 부모세대로부터 들어 알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도 대거 확보했다.
대마도 현지 취재물의 결실을 토대로 제주CBS는 4.3 수장학살의 비극과 희생자들의 발자취를 조명하고 대마도에서 찾아낸 매장지와 화장터를 공개한 제주 4.3 특집 라디오 다큐 ‘물에서 온 편지’를 제작해 제주 4.3 72주년인 2020년 4월 3일 방송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물에서 온 편지’는 70여 년 전 제주 4.3 당시 수장학살된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 다큐멘터리다. 특히 시신이 일본 대마도까지 흘러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대마도 해안마을 곳곳을 취재하며 현지 주민들로부터 들은 소중한 증언들을 프로그램에 담았다. 주민들은 70여 년 전 대마도 동서남북 해안을 가리지 않고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 와 매장하거나 화장했다고 증언했다.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국인 시신이 묻혀 있는 매장지를 대마도 곳곳에서 발견한 내용을 담았고 현지 주민들이 ‘사람 태우는 곳’으로 불렀던 화장터도 찾아내 공개했다. 모두 3부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물에서 온 편지’는 4.3 당시 젊은 나이에 수장학살된 아버지와 그때의 아버지보다 훨씬 늙어버린 지금의 아들이 가상 인물로 등장해 70여 년의 아픔을 대변했다.
1부 ‘파도가 삼킨 아버지’에서는 재판 절차도 없이 제주 앞바다에 내던져 살아있는 기억조차 없앴다고 표현할 정도로 인권이 말살된 4.3 수장학살 피해 사례를 조명했다. 제주 4.3 당시 한꺼번에 수십 명에서 많게는 500명까지 수장됐다는 당시 군인과 목격자 등의 증언은 존재한다. 또 1948년 11월 20대 청년의 시신이 제주시 사라봉 해안에서 떠올라 4.3 수장을 통한 인권유린 사건의 실상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기록이나 흔적도 남기지 않을 목적으로 한밤중에 배에 태우고 나가 수장하거나 바닷가에서 집단으로 총살했기 때문에 수장학살 희생자들의 시신은 대부분 찾지 못했다. 죽어서도 인권이 말살돼 살아있는 기억조차 사라진 4.3 수장학살 희생자들, 그리고 그 후손들의 아픔을 표현했다.
2부 ‘아버지의 흔적’은 일본 대마도 동서남북 해안마을에서 찾아낸 한국인 시신 매장지와 화장터를 공개하고 70여 년 전 상황에 대한 대마도 현지 주민들의 증언도 들려준다. 70여년 전 대마도에서는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한국인 시신이 떠내려 왔다. 대마도 북서쪽에선 주민들이 ‘시신 태우는 곳’으로 부르는 ‘히토야케바’와 시신 수백구가 묻힌 다테이와 매장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다큐멘터리에서 공개했다. 대마도 동쪽 해안마을 역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사실상의 섬들을 직접 찾아 매장지 주변에서 제주비료 포대와 한라산 소주병 등 제주에서 흘러온 쓰레기들을 짧은 시간에 발견한 내용이 ‘물에서 온 편지’에 담겨 있다. 대마도 남쪽 해안마을에서도 제주CBS가 처음으로 찾아낸 시신 매장지와 화장터를 프로그램은 공개했다. 마을 주민들은 ‘70여 년 전 수습한 시신이 제주에서 밀항한 숯쟁이들과 닮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매장지와 화장터에 도로가 깔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3부 ‘아들의 기도’에선 대마도 주민들은 타국의 시신을 거둬주고 직접 위령탑까지 세워 추모하는데 정작 우리는 무관심한 현실을 지적하며 수장학살 진상조사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현장 취재 결과물들을 토대로 정부와 국회, 제주도가 이제는 4.3 수장학살의 진실찾기에 적극 나서야 하고 그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마도 주민은 국적을 불문하고 시신을 수습해 70여년 전 아픔을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과 제주도는 수장학살의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희생자들의 인권을 기억하는데 소극적인 현실을 비교했다.
라디오 다큐멘터리 ‘물에서 온 편지’는 제주 4.3 제72주년을 맞아 2020년 4월 3일 오후 5시부터 43분간 방송됐다. 앞서 제주CBS는 대마도 현지취재 결과물을 토대로 전국 라디오 뉴스와 노컷뉴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기획물을 보도했다. 인터넷은 물론 SNS를 통해 기사와 영상, 리포트가 제작되면서 국민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제주CBS는 물에서 온 편지를 제작하며 등장인물을 모두 지역 연극인으로 채웠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공개 활동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극계의 현실을 감안했다. 또 70여년 전 4.3의 비극을 잘 알고 있어야만 소화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여서 그 누구보다 제주 4.3 관련 작품을 활동을 많이 해온 지역 연극인들을 등장인물로 초대한 것이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제주 4.3 수장학살 사건을 다루며 대마도까지 직접 현지 취재한 경우는 드물다. 지난 2000년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 4.3 사건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수장학살과 대마도의 연관관계를 다루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마도에서 현장 탐사 수준으로 집중 취재하며 매장지와 화장터, 주민 증언을 확보한 언론 보도는 없었다.
또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송한 것은 물론 포털과 라디오, 노컷뉴스,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기사와 영상, 리포트를 공유했다. 이 때문에 제주 4.3 수장학살의 비극을 알게 됐다는 반응과 일본 대마도 4.3 시신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제주CBS는 다큐멘터리 ‘물에서 온 편지’와 함께 라디오 뉴스와 인터넷 노컷뉴스를 통해서도 4.3 수장학살의 비극과 그들의 발자취를 추적한 기획보도를 했다. 제주CBS의 다각적인 보도와 방송으로 제주도는 일본 대마도에 4.3 위령탑을 세우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4.3 유족회와 협의절차에 착수했다. 제주도는 4.3 유족회의 방향이 정해지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주도는 수장학살 희생자 유족들이 대마도에 우리가 세운 4.3 위령탑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유족회가 지원을 요청하면 위령탑 부지 확보나 크기, 조성 주체, 방법 등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주 4.3 수장학살은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더욱이 그들의 비극적 발자취를 추적한 기획보도와 다큐멘터리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인권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제주CBS는 수장학살 희생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일본 대마도로 가서 현장 탐사 수준의 집중 취재 끝에 추가 매장지와 화장터, 주민 증언을 확보했다. 지난 2000년 제주 4.3 특별법 제정이후 수장학살과 대마도의 관계를 집중 취재하고 이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한 다큐멘터리와 보도는 제주CBS가 유일하다. 이는 대마도 현지 취재뿐만 아니라 지난 2019년 4월부터 끈기있게 4.3 수장학살을 추적했기에 가능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살아 있는 기억조차 말살했다’는 4.3 수장학살의 비극, 이제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그들을 우리의 기억속에 되살려야 한다는 기획취지가 돋보인다. 특히 대마도 현지 취재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매장지와 화장터를 곳곳에서 찾아낸 것은 이번 기획의 최대 성과물이다. 오로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대마도 곳곳을 누빈 기자들의 노력과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 대마도에 묻힌 제주 4.3 희생자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 정부와 국회, 제주도가 손 놓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점도 성과다.
이번 다큐멘터리 방송과 함께 노컷뉴스와 라디오 리포트로도 기획물을 보도하는 등 모든 플랫폼을 활용해 제주 4.3 수장학살의 비극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점도 평가할만 하다.
6. 기타 고려사항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는 제주 4.3 사건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죽음을 끈질기게 추적해 일본 대마도와 인근 도서 주민들의 증언을 기록한 제주CBS의 기획보도물 ‘대마도가 품은 제주 4.3 수장학살’을 2019 인권보도상 수상작으로 올해 2월 선정했다.
한편 이번 특집 다큐에 대한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6회 전체 총평
제356회(2020년 4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43편이 출품됐고, 이 중 8편이 선정됐다. 우선 취재보도부문에서 KBS의 <21대 총선 양정숙 비례대표 후보 검증> 보도가 선정됐다. 올해는 비례 위성정당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각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KBS 비례대표 후보자 인사 검증보도는 매우 의미 있는 우수한 선거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언론계의 가장 큰 화두를 던져주었던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도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 과정에서 아직 해당 보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측면이 있다는 의견과 최경환 전 부총리에 대한 반론권이 더 충실하게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은 지적됐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좀처럼 하지 않는 우리 언론현실에서 과감하게 검언유착 의혹을 드러내기 위한 보도를 내놨다는 점, 구체적인 녹취록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도 두 작품이 선정됐다. 우선 재판과 수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감할 수 있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문제를 치밀하게 정리한 경향신문의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312조>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의제 세팅부터 꼼꼼한 현장취재, 각계의 의견 수렴 등 전 과정이 모두 기획취재의 좋은 전형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세계일보의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보도도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의 참혹한 현실과 우리 사회가 이런 범죄에 대해서 그간 얼마나 둔감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보도였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을 촉구하는 보도로서 이보다 더 좋은 보도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호평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KBS의 <21대 총선 특집>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공영방송 KBS로서 모범이 될 수 있는 보도였으며, 객관성을 담보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선거보도였다고 평가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경인일보의 <서민 울린 대국민 사기극 ‘전세자동차 원카’>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전세자동차 사기라는 생활밀착형 주제를 치밀하게 취재해 전해준 지역 취재보도의 수작이었다. 이와 유사한 피해가 아직 전국에 걸쳐 발생되지 않았으나, 이 보도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선정된 부산일보의 <한반도 최초의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100년의 뿌리를 뽑다> 보도는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후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잘 짚었다. 특히 성 착취적 산업구조를 지적하면서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이 경제논리로만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전문보도 온라인부문으로는 대구MBC의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 보도가 선정됐다. 해당 보도는 코로나 참상에서 대구시민의 불안감을 해결하고 대구시를 감시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였다. 특히 유튜브와 협업하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