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한겨레신문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한겨레신문 사건팀 오연서 기자
지난 3월16일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의 핵심인 박사 ‘조주빈’이 검거됐습니다. 이는 한겨레 특별취재팀이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에 퍼진 성착취’ 기획 보도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의 절반의 달성이었습니다.
특별취재팀의 나머지 절반의 목표는 조씨의 범죄 행각을 낱낱이 고발해 그가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취재팀은 블록체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협업해 경찰이 파악한 범죄수익 외에도 박사의 암호화폐 계좌에 수억원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조씨가 검거 한달 전까지도 여성들을 유인해 성착취 범죄를 일으킨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조주빈의 검거 1주일이 지난 어느날 새벽, 피해자 한 분이 특별취재팀에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분은 “피해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의 이같은 용기 있는 고백, 그리고 ‘리셋’, ‘불꽃’ 등 젊은 여성들이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내는 분노의 목소리가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기사를 통해 응원을 받은 피해자분들이 신고를 하고 싶다거나 지원을 받고 싶다며 방법을 문의하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특별취재팀의 활동이 종료되는 때는 이들이 피해 사실 때문에 더 이상 숨지 않고 일상을 되찾게 되는 때입니다. 피해자들이 일상과 권리를 회복하지 못한 채,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많이 흘려보냈던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계속해서 취재하겠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 추적단 '불꽃'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
추적단 '불꽃'
안녕하십니까. 추적단 불꽃입니다.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고 상신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상 소식을 듣게 돼 놀랐습니다. 기자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한국기자협회 특별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지난해 7월부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기간 ‘기자란 무엇인가’를 매일 고찰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를 기사로만 소비할 것이냐, 경찰에 신고해 사건에 개입할 것이냐 기로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되돌아보면, 고민 자체가 사치였습니다. 그 방 안에는 실시간으로 피해를 입는 피해자들이 있었습니다. n번방 피해자들이 n차 피해를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기자이기 전에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취재를 시작한 것과 동시에 경찰에 신고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범죄 현장을 샅샅이 기록하고 수사에 힘을 보탠 과거가 오늘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는 피해자들의 “오늘은 어떤지”를 기록하려 합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피해자가 연대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보도해 이전과 같이 피해자가 숨어야만 했던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언론사 소속 기자가 아닌 사람이 기자협회 상을 받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더 많은 시민 기자들이 격려받는 사회 분위기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받는 특별상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처럼 더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세정의 시리즈 KBS
조세정의 시리즈
KBS 경제부 서영민 기자
최소 수억원의 세금을 안 내거나(체납), 안 내려고 꼼수 쓴(포탈) 사람들을 관대하게 처벌하는 법과 제도를 고발했습니다. 체납과 포탈에 관대한 사회는 ‘나쁜 부자’에게 관대한 사회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액의 세금은 고액의 자산이나 소득이 새로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희 보도는 ‘나쁜 부자’ 봐주는 ‘법과 제도’에 대한 고발입니다. 빵 한 조각 훔친 장발장은 감옥에 넣지만, 지능적으로 수백·수천 배의 돈을 빼돌린 사람은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저희 취재는 이 통념이 2020년 납세 현장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보여줬습니다. ‘세금’이라는 분야에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입증했습니다. 이 점은 우리 사회에 기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초 설계도’ 구상부터 데이터 분석과 깊이있는 현장 취재, 그리고 시각적 구현을 위한 노력에 이르기까지, 좋은 보도라는 최종상품 탄생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여했습니다. 동료들께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할 말은 많습니다. 세금 안 내도 고가아파트에 살고 외제차를 몰고 다닐 방법이 여전히 많습니다. 국세청은 공개된 명단이 ‘망신 주고 체납세금 내게 만드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하게 더 노력해야 합니다. 체납자 추적도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포탈범들을 너무 관대하게 처벌하는 법원은 보다 엄정히 처벌해야 합니다. ‘나쁜 부자들’ 빠져나갈 구석이 없게 할 법도 더 필요합니다. 국회의 몫입니다.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한겨레신문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한겨레신문 한겨레21 방준호 기자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기사 첫 문장 떼기 전 목표를 적어 넣곤 합니다. ‘도서 벽지 학교’ 기사에선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단순화하지 말 것, 포괄적일 것, 혁신적일 것, 아름다워야 할 것.
가닿지 못할 목표, 역시 조금 성공하고 많이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세상의 복잡성을 섣불리 축약하지 않고, 고민을 한 치라도 더 깊이 밀어 나가고, 종이로 펼치는 기사의 첨단을 실험해 보고 싶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만은 행운입니다. 한 주 한 주 비슷한 마음으로 잡지를 만드는 한겨레21 편집장과 구성원 덕분입니다.
어느 작은 학교가 있다. 그 옆에 임대아파트가 있다. 서보미 기자가 길어 온 두 문장, 너무 큰 고민을 품고 있습니다. 부동산, 고령화, 복지, 교육… 한국 사회의 온갖 문제를 한 웅큼씩 얹혀 학교의 크기가 줄었습니다. 변지민 기자가 전국 지도와 학구를 겹쳐가며 구한 데이터 분석 결과는 ‘어느 학교’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방준호 기자가 그 가운데 한 곳 들여다 보니 쉽게 누군가 탓하거나 위로할 수 없는 2020년 한국 사회의 복잡한 구분 짓기가 놓여 있습니다. 노골적인 차별감은 미묘한 소외감으로 변해 있고, 명료해 보이던 선과 악이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이중성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쉬운 정답이 없을 질문이 기사에 가득합니다. 최대한 답을 찾아 적어봤는데, 이것은 정답일까? 또다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쉽지 않은 질문만은 그래도, 계속돼야 한다고 되새깁니다. 감사합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 K '의원과 법'
국회감시 프로젝트 K '의원과 법'
KBS 정치부 정성호 기자
4년에 한 번, 만사 제쳐두고 투표장을 찾는 이유는 일 잘하는 인물을 뽑기 위해서일 겁니다. 이렇게 뽑은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보도 당시 2만2000건이 넘었습니다. 한 명당 68건. 외견상 일을 많이 한 것처럼 보였는데, 과연 내실은 있었을까요?
시작부터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2만여건 법안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파일로 정리했는데,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컴퓨터는 자꾸만 버벅거렸습니다. 눈은 침침하고, 어깨는 결리고, 안 아프던 허리까지 말썽이었습니다. 그렇게 꼬박 5명이 일주일 넘게 매달리고 나서야 법안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690건 넘게 발의한 입법왕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예비군 갑질 금지법’, ‘건설업자 호칭 금지법’ 등 엉터리 법안도 수두룩했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에 유리한 법안은 소리소문없이 발의됐습니다. 법안 제안자가 후원회장이거나 로비 정황이 눈에 띄는 법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적은 쉽지 않았습니다. 후원 등의 대가로 법안 발의가 이뤄진 경우에도 당사자들은 입을 꾹 다물거나 ‘모르쇠’로 일관할 때가 많았습니다.
21대 국회 개원, 머지않았습니다. 아마도 이전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들이 다시 무더기로 발의될 것이고, 또 누군가 로비한 법안도 버젓이 발의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겁니다. 제대로 된 법안 심사를 기대해보지만, 못지않게 우리 손으로 뽑은 의원들이 제대로 일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는 것도 우리의 의무일 겁니다.
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대구MBC
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대구MBC 뉴스취재부 박재형 기자
‘아파트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코호트 격리된 것 같아요.’ 아파트 전체가 코호트 격리됐다는 제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 가짜 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때라 이 표현을 써도 될지 상당한 고민을 했습니다. 새벽 시간에 대구시, 질병관리본부, 그 어디에도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제보자의 증언과 사진 자료, 관리사무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야 했습니다. 팩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90여명의 신천지 신도가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46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루, 이틀 만에 집단 감염이 일어난 게 아니라, 무려 2주 동안 발병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대구MBC 보도 이후에야 이 엄청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은폐, 뒷북 발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신천지 교인들의 거주 형태와 집단 감염의 상관관계를 풀 중요한 열쇠라고 대구시도 밝혔습니다. 전염병이 퍼질 때 투명한 공개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지난 1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을 봤습니다.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주변에 말했습니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경고음을 제대로 듣지 못한 우리의 불찰이 문제입니다. 한마음 아파트가 언제 닥칠지 모를 신종 전염병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한때 하루 800명 가까이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 대구에서 밤낮으로 취재를 함께 한 동료 기자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청년 졸업 에세이 -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국제…
청년 졸업 에세이 -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국제신문 기획탐사부 신심범 기자
“청와대를 부산으로 가져오는 거 외엔 답이 없다.” <청년 졸업 에세이…>를 취재하며 들었던 말이다. 부산연구원의 한 인구전문가가 해줬는데, 지금은 물의를 빚어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청년 인구 감소 문제의 해답을 요구할 때 전해줬던 조언이라고 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예산들 들여 이런저런 청년 정책을 마련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수도권에 모든 사회적 역량이 집중된 오늘날의 한국을 근본적으로 해체시키는 것만이 근본적이면서도 유일한 방안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 조언을 들은 오 전 시장은 그에게 “○ 박사, 장난치지 말고”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의 청년 인구 문제 실상은 장난이 아니다. 제2의 도시라는 부산에서조차 도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필수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자리, 주거, 교통 등에서 지역은 양과 질 모두의 점진적 쇠퇴를 겪고 있다. 물적 토대의 빈곤은 청년 개개인에게 ‘이곳에선 내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절망으로, 탈부산으로 이어진다. 지력(地力)을 잃은 로컬은 젊은이들에게 그저 ‘가난하지만 꿈과 열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청년’ 따위의 서사를 덧칠하는 일종의 자위밖에 할 도리가 없다. 한 명의 도시민으로서 청년이 설 자리는 오직 수도권에만 깔려있다. 지난해를 끝으로 청년을 졸업한 부산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의 34년 인생은 이 장난 같은 현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이들이 도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되찾길 기도한다. 지역 언론으로서 앞으로도 미래의 김지훈·김지혜를 대변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