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취재( O )
정년을 앞둔 한 노교수가 제보를 해왔다. 부산대 행정학과에서 교수를 채용하는데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저 ‘채용 과정에서 투서가 들어갔겠거니’ ‘지원자 간의 음해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제보자를 만난 뒤 그동안 제보를 안일하게 다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노교수는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해직을 당하고 다시 법정 투쟁 끝에 부산대에 복직한 이였다. 노교수는 외압에 맞서 그렇게 어렵게 지켜냈던 일터가 일부 인사의 장난에 놀아나는 작태를 더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믿음이 싹트니 취재 의욕도 다시 솟아났다. 부산대 본부와 당시 채용 면접에 참석했던 이들을 찾아 취재를 시작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행정학과 학과장이 교수회의에서 한 후보를 지지했다 돌연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그를 반대하고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나섰다는 이야기였다.
취재 끝에 결국 뒤에 숨어있던 인물이 등장했다. 갑작스럽게 신규 임용자로 내정된 감사원 산하 연구원 뒤에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현직 감사원 산하 기관장인 A 원장이 있었다. 취재 결과 A 원장이 부산대 교수 휴직 중에도 채용에 앞서 부산에서 심사위원들을 2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식사자리에 참여하지 않은 심사위원에게는 전화를 걸어 “소속 연구원이 지원했다. 잘 부탁한다”는 청탁성 발언을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궁금증을 따라가며 관계도를 그려봤다. A 원장은 채용 과정을 주관한 B 학과장과 대학 동기이며 평소 가족모임을 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다. 그리고 임용 대상자로 낙점된 C 연구원은 A 원장과 함께 감사원 산하 기관에서 함께 일을 해왔다. 그 같은 특수 관계가 있음에도 A 원장은 휴직 중에도 심사위원들을 만나 자신이 데리고 있던 C 연구원이 채용에 참여했다, 잘 지켜봐달라는 식의 청탁성 발언을 한 것이다.
B 학과장은 공정성을 기한다며 채용에 외부 심사위원을 데려왔지만 이마저도 눈속임이었다. B 학과장의 추천으로 채용에 참석한 2명의 교수를 확인했다. 2명 중 한 명은 A 원장, C 연구원과 함께 감사원 산하 기관에서 문집까지 함께 편집할 정도로 친밀했던 법대 교수였다. 나머지 1명 역시 B 학과장의 대학 후배였다. A 원장과 B 학과장 두 사람은 이중, 삼중으로 채용 과정에 개입한 셈이다.
부산일보 1월 9일 자 <[단독] 감사원 산하 기관장, 부산대 교수 채용 청탁 '의혹'> 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첫 보도는 A 원장에 대한 의혹으로 시작했다. 현재 휴직 중인 A 원장이 교수 채용에 앞서 심사위원들과 두 차례 함께 식사를 한 데다, 다른 심사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소속 연구원의 지원 사실을 알린 점 등을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그려진 관계도도 함께 제시했다. 관계자들은 대해 침묵하거나 부인했지만,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관계도였다. A 원장과 B 학과장은 취재가 시작되자 취재진과 문자로만 짧게 대화를 나누다가 기자의 연락마저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두 번째 후속 보도는 C 지원자와 외부 심사위원 1명이 같은 기관에서 일한 점을 꼬집는 보도였다. 이 외부 심사위원은 “심사위원 제안을 받았을 당시는 지원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C 연구원이 지원한 것을 알았다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심사위원 역시 뻔히 관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면접 심사 때까지 별도의 기피신청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심사위원을 외부 심사위원으로 추천한 것 역시 B 학과장이어서 의혹이 깊어졌다.
자연스럽게 후속 보도는 국립대 교수 채용 제도에 대한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엄연히 국비로 운영되고 연구비와 연금까지 지원되는 게 국립대 교원의 자리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내사람 앉히기”가 만연한 곳이 교수 사회라는 점을 꼬집었다.
감사원에 대한 질책도 아끼지 않았다. 산하 기관장에 대한 비위를 제기하며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했다. 첫 취재 때부터 “학교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며 학교에 책임을 미루던 감사원은 대학본부가 조사를 끝내고 연루된 교수 3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이 같은 감사원의 ‘내식구 감싸기’는 ‘피감기관 눈치보는 감사원’이라는 타이틀의 기자일기로 이어졌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감사원 산하 기관장이 국립대 교수 채용에 관여했다는 부산일보의 단독 보도 이후 노컷뉴스, 동아일보, 연합뉴스, 문화일보, 국민일보, 시사저널, YTN 등이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YTN> -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1386349
<연합뉴스> -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1325186
<문화일보> -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413438
<국민일보> -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276769
<KNN> - http://www.knn.co.kr/199771
<프레시안>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117789
<동아일보> -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266814
<시사저널> -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012332
4. 사회에 끼친 영향
본보 보도 이후 부산대는 곧바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B 학과장과 이를 문제 제기한 교수와의 갈등으로 치부될 수 있었던 문제였으나, A 원장과의 연관성까지 폭넓게 조사하게 됐다.
시민단체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도 부산지검에 해당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금정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현재 부산대는 3주에 걸친 자체 조사를 벌이고 2달 만에 입을 열었다. 부산대는 행정학과 채용을 모조리 백지화하고 사건에 연루된 A 원장과 B 학과장과 함께 행정학과 교수 3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부산대는 다음 징계위원회에서 해당 교수들의 징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채용난에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일자리가 곧 시대정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년들은 신음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줘야 할 대학은 되레 관계자 몇몇의 장난질로 일자리를 나눠먹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본보 보도를 통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 사람을 앉히던 교수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허점 투성이인 대학 교원 임용 과정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공직사회의 비위를 감시해야할 감사원의 복지부동한 자세도 백일하에 드러내 보였다. 공직사회를 감시하기는커녕 피감기관에 제 식구를 꽂아두고 잘못이 드러나도 아무런 회초리를 들지 못하는 부끄러운 행태도 지적한 보도라고 평가한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민형사상 어떤 소송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5회 전체 총평
출품작 모두가 역작이었다. 현장에서 열정과 땀으로 일군 수작이 많았다. 수상작은 당연히 탁월한 역작이었고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도 발군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선정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제355회(2020년 3월)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는 총 41편이 응모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출품한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등 6편을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특히 조주빈 검거로 사회 관심사로 떠오른 텔레그램 성착취와 관련해서는 최초 문제 제기에서 마지막 주범 검거까지 집요하게 파헤쳤던 대학생 기자단 ‘추적단 불꽃’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보도가 수상했다.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1년 6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취재에 나서 일궈낸 값진 결과였다. 추적단 불꽃이 보도한 이후 많은 보도가 이어졌지만 심각한 사회 병폐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며 가장 끈질기게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후보작은 아니었지만, 최초 보도로 기성언론에 경각심을 심어 준 추적단 불꽃의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도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성착취라는 주제를 기성 언론 못지않은 문제의식과 열정으로 사회 이슈화하면서 새로운 언론 전형을 보여줘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KBS의 <조세정의 시리즈> 보도가 수상했다. 이 작품은 탈세자와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시리즈별로 다시 재취재해 탈세와 관련한 경각심을 일깨운 수작이었다. 조세 포탈과 관련해 3만8000여 고액체납자 명단을 수집해 분석하고 체납을 넘어서, 계획하고 공모해 과세 당국을 속이고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 포탈범의 실상을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판결문까지 직접 입수해 세밀하게 이를 보여주면서 자칫 뻔한 메시지로 흐리기 쉬운 조세 포탈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한겨레21의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서벽지학교의 현실과 아픔을 제대로 지적했다. 임대아파트와 관련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도서벽지학교의 문제를 추적 보도하면서 이슈를 이끌어냈으며 임대아파트를 둘러싸고 기존 언론이 미처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 ‘의원과 법’> 보도가 선정됐다. 국회와 관련해서는 입법 이슈가 항상 언론의 주된 소재 거리다. 무조건 법안을 많이 제출하고 통과 건수가 많은 국회의원이 일을 잘한다는 선입관을 무너뜨렸으며 입법과 법안 처리의 맹점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에서 응모한 <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보도였지만 전국에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신천지 신도가 집단으로 거주해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구시가 특정 아파트 전체를 격리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수작이었다. 최초 보도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주민과 대구시를 대상으로 추가 취재를 이어가 탐사보도 못지않은 깊이 있는 내용을 전했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 김지혜> 보도가 선정됐다. 지역 신문에서는 지역 기반의 뉴스와 탐사보도가 심심치 않게 후보로 올라오는데 국제신문 수상작은 방대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청년의 과거와 현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언론은 시대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말한다. 사회 현안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면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사회의 밝은 면 못지않게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강자보다는 약자 편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해법 제시도 빼놓을 수 없는 언론의 본령이다.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위상을 보여 준 출품작 모두를 수상 무대에 세우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