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2019년 12월, 한 학부모의 한마디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 애가 다니던 중학교가 참 좋은데, 폐교 위기라서 너무 안타까워요.” 그는 그 원인으로 “공부를 덜 시키는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피”를 지목했습니다. 경기도 성남 분당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학교가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피로 ‘한 학년-한 반’으로 쪼그라들었다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보미 기자가 밑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해당 중학교의 선생님을 통해 “혁신학교에 대한 기피가 아니라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학교가 급격하게 작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학교 말고도, 분당에 영구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다닌다는 이유로 작은 학교가 된 학교들이 여럿”이라고 말했습니다.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엘에이치공사가 지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 가난을 한 데 모은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학교의 규모를 결정지을 정도로 뿌리 깊은 줄을 몰랐습니다.
2020년 1월 말,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영구임대아파트가 작은 학교를 만든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기사를 위해서 가설이 맞았으면 하는 마음 반, 그래도 우리 사회가 그 지경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이었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탁월한 변지민 기자가 서울의 600개 초등학교(초등 통학구역으로는 616개)과 300가구 이상 영구임대아파트 등 공공임대아파트 158개 단지를 놓고 한달간 분석했습니다. QGIS(크로스 플랫폼 자유-오픈 소스 데스크톱 지리 정보 체계 응용 프로그램)을 새로 익히기 위해 변지민 기자는 며칠을 책과 씨름했습니다. 최대한 정확한 분석 틀을 만들어내려 김수현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교수의 조언과 검토를 받아가며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변지민 기자는 한 달 동안 7차례에 걸친 정밀 분석 끝에, ‘영구임대아파트가 작은 학교를 만든다’는 가설을 입증했습니다. 초등 통학구역 중 임대아파트가 있는 학교가 임대아파트가 없는 학교보다 과소학교(전교생 240명 이하 초등학교)가 된 비율이 1.7배 높았습니다.
분석 대상을 임대아파트가 많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랬더니 경기 성남에서 통학구역에 임대아파트가 있는 학교가 과소학교가 된 비율이 그렇지 않은 학교보다 11.8배, 광주 북구에서는 1.5배 높았습니다. 대구 달서에선 과소학교 3개 모두가 임대아파트를 끼고 있었습니다. ‘학군 공화국’에서 기피 1호가 된 ‘임대아파트 통학구역 지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숫자로만은 왜 임대아파트 옆에 작은 학교가 만들어졌는지, 그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부모와 교사들의 마음은 어떤지 알 수 없었습니다. 방준호 기자가 미시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취재의 계기가 된 중학교, 그 학교와 꼭 붙어있는 초등학교 인근에서 보름 간 머물며 학생, 부모, 지역 주민 등 23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20여년간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재구성했습니다.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연속 기획 보도 1부에서는 ‘임대아파트 옆 작은 학교’의 오늘을 분석했다면 2부에서는 ‘임대아파트 옆 작은 학교’의 미래를 다뤘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기피로 계속 작아지다 결국 폐교가 된 학교의 아이들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학교가 폐교된 뒤 강제 전학한 학교에서 1년을 고군분투한 아이들의 말을 통해, 작은 학교의 대안이 지금처럼 통폐합 정책밖에 없는지에 대해 짚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교육정책과 공공임대정책을 제시했습니다.
1부와 2부에 걸쳐 서보미 기자는 총 7개의 기사를 합쳐 시사주간지 기준 총 24쪽 원고지 154매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방준호 기자는 총 3개의 기사에서 16쪽 112매, 변지민 기자는 1개의 기사에서 10쪽 70매를 썼습니다. 총 50쪽 336매에 달합니다. 이 기획보도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우리 모두의 차별과 구분이 실제 누군가의 삶을 바꿔버리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전국 데이터 분석과 미시 분석을 통해 함께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 여하
처음 기획 단계부터 지역명, 학교명, 학생 이름, 학부모 이름 등을 밝힐 것인지에 고민했습니다. 오랜 토론 끝에, 정부와 교육 당국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역명과 학교명은 공개하되, 학생과 학부모, 주민, 교사 등 취재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 여하
제보자는 평소 알고 있던 학부모로,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 )여하
직접 현장 취재했습니다. 중간에 코로나19가 발생해 취재원 접촉이 어려워진 뒤에는 전화통화 취재도 병행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구임대아파트와 작은 학교 간의 상관성을 분석한 최초의 보도입니다. 기사의 핵심 내용은 3월31일 <한겨레> 12면에 실렸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혐오로 인근 학교에 대한 기피 현상도 있다는 보도는 일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두 변수의 상관성을 분석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선 기획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LH공사에서 공공임대임대아파트 소셜믹스 정책을 담당하는 팀장은 이런 데이터 분석 시도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어느 논문이나 자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자료라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며 “보도가 나오면 꼭 챙겨 보겠다”고 했습니다. 기획에 대한 도움말을 해준 김수현 연구교수는 변지민 기자에 “공저로 논문을 내자”고 했습니다.
이후 보도가 나온 뒤에는 교육 당국와 일부 지자체에서 향후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옆 작은 학교 출현 비율이 가장 높았던 성남시청에서 “저소득 정책에 활용하겠다”며 로데이터를 요청했습니다. 또, 한 서울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학교 배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읽고 논의하겠다”고 먼저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속보도 1부인 제1304호 ‘1반만 있는 도시 학교’ 기사 중 ‘섬이 된 학교’와 관련해 취재 대상 학교의 교사와 학부모 일부가 “학교명을 공개해 낙인을 찍었다”며 항의했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온라인 기사는 학교명을 가려 노출했습니다. 애초 학교명을 공개한 한 이유와 과정, 그리고 온라인 기사에서 학교명을 가리기로 한 이유와 과정은 2부 제1305호 ‘임대아파트 옆 학교의 이름을 밝힌 이유’라는 기사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취재후기
(355회)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 한겨레신문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한겨레신문 한겨레21 방준호 기자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기사 첫 문장 떼기 전 목표를 적어 넣곤 합니다. ‘도서 벽지 학교’ 기사에선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단순화하지 말 것, 포괄적일 것, 혁신적일 것, 아름다워야 할 것.
가닿지 못할 목표, 역시 조금 성공하고 많이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세상의 복잡성을 섣불리 축약하지 않고, 고민을 한 치라도 더 깊이 밀어 나가고, 종이로 펼치는 기사의 첨단을 실험해 보고 싶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만은 행운입니다. 한 주 한 주 비슷한 마음으로 잡지를 만드는 한겨레21 편집장과 구성원 덕분입니다.
어느 작은 학교가 있다. 그 옆에 임대아파트가 있다. 서보미 기자가 길어 온 두 문장, 너무 큰 고민을 품고 있습니다. 부동산, 고령화, 복지, 교육… 한국 사회의 온갖 문제를 한 웅큼씩 얹혀 학교의 크기가 줄었습니다. 변지민 기자가 전국 지도와 학구를 겹쳐가며 구한 데이터 분석 결과는 ‘어느 학교’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방준호 기자가 그 가운데 한 곳 들여다 보니 쉽게 누군가 탓하거나 위로할 수 없는 2020년 한국 사회의 복잡한 구분 짓기가 놓여 있습니다. 노골적인 차별감은 미묘한 소외감으로 변해 있고, 명료해 보이던 선과 악이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이중성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쉬운 정답이 없을 질문이 기사에 가득합니다. 최대한 답을 찾아 적어봤는데, 이것은 정답일까? 또다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쉽지 않은 질문만은 그래도, 계속돼야 한다고 되새깁니다. 감사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55회 전체 총평
출품작 모두가 역작이었다. 현장에서 열정과 땀으로 일군 수작이 많았다. 수상작은 당연히 탁월한 역작이었고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도 발군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선정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제355회(2020년 3월)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는 총 41편이 응모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출품한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등 6편을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특히 조주빈 검거로 사회 관심사로 떠오른 텔레그램 성착취와 관련해서는 최초 문제 제기에서 마지막 주범 검거까지 집요하게 파헤쳤던 대학생 기자단 ‘추적단 불꽃’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보도가 수상했다.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1년 6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취재에 나서 일궈낸 값진 결과였다. 추적단 불꽃이 보도한 이후 많은 보도가 이어졌지만 심각한 사회 병폐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며 가장 끈질기게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후보작은 아니었지만, 최초 보도로 기성언론에 경각심을 심어 준 추적단 불꽃의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도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성착취라는 주제를 기성 언론 못지않은 문제의식과 열정으로 사회 이슈화하면서 새로운 언론 전형을 보여줘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KBS의 <조세정의 시리즈> 보도가 수상했다. 이 작품은 탈세자와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시리즈별로 다시 재취재해 탈세와 관련한 경각심을 일깨운 수작이었다. 조세 포탈과 관련해 3만8000여 고액체납자 명단을 수집해 분석하고 체납을 넘어서, 계획하고 공모해 과세 당국을 속이고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 포탈범의 실상을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판결문까지 직접 입수해 세밀하게 이를 보여주면서 자칫 뻔한 메시지로 흐리기 쉬운 조세 포탈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한겨레21의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서벽지학교의 현실과 아픔을 제대로 지적했다. 임대아파트와 관련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도서벽지학교의 문제를 추적 보도하면서 이슈를 이끌어냈으며 임대아파트를 둘러싸고 기존 언론이 미처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 ‘의원과 법’> 보도가 선정됐다. 국회와 관련해서는 입법 이슈가 항상 언론의 주된 소재 거리다. 무조건 법안을 많이 제출하고 통과 건수가 많은 국회의원이 일을 잘한다는 선입관을 무너뜨렸으며 입법과 법안 처리의 맹점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에서 응모한 <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보도였지만 전국에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신천지 신도가 집단으로 거주해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구시가 특정 아파트 전체를 격리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수작이었다. 최초 보도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주민과 대구시를 대상으로 추가 취재를 이어가 탐사보도 못지않은 깊이 있는 내용을 전했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 김지혜> 보도가 선정됐다. 지역 신문에서는 지역 기반의 뉴스와 탐사보도가 심심치 않게 후보로 올라오는데 국제신문 수상작은 방대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청년의 과거와 현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언론은 시대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말한다. 사회 현안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면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사회의 밝은 면 못지않게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강자보다는 약자 편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해법 제시도 빼놓을 수 없는 언론의 본령이다.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위상을 보여 준 출품작 모두를 수상 무대에 세우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