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또 종교 이야기인가?’
평소 알고 지내던 취재원에게서 “종교집단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있는데 성폭행 피해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든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코로나19로 신천지 교회가 주목받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목사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도 과거 종종 화제가 되었던 터였고, 무엇보다 성폭행 피해자를 취재하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생활해왔다’는 사실이 신경쓰였습니다. 왜 집단 생활을 했는지, 혹시나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없는 환경인지 궁금했습니다. 이들을 보호하는 기관과 법률대리인을 찾아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민감한 주제였던지라 사실 관계만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해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여러차례 법률대리인들을 만나 탈출한 신도들의 현재 상황과 피해 내용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당사자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재차 부탁을 했습니다. 일단 이야기만 들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며칠간의 기다림 뒤에 피해자들에게서 만나보겠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났습니다.
이탈 신도들을 대표해 3명이 나왔습니다. 종교 집단에서 지냈던 수십 년의 세월들에 대해 힘겹게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아직도 이런 일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전히 종교 집단에는 70여 명에 가까운 신도들이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를 막고, 수사 기관의 적극적인 조사를 위해 인터뷰에 응해줄 수 없는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기사화가 돼 자신들이 비난받거나, 교주로부터 해코지를 당할까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대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진정성있게 다가가려는 취재진의 노력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연속보도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성폭행 신고로 알려진 종교 집단의 이면...‘노동력 착취· 인권유린’
‘구원을 받을 수 있다’며 여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해 온 교주.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과 교주 음성 녹취 등을 통해 추악한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종교 집단은 1990년대부터 가족을 상대로 전도를 하며 교세를 키워왔던 특성상 피해자들이 가족 관계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주가 입을 다물 것을 당부해 뒤늦게서야 사실을 알고 자신이 피해를 당한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노동력 착취도 심각했습니다. 교주를 따라 들어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수십 년동안 문구용품 제작 공장에서 일했지만 월급은 20만 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말이 종교 집단의 신도들이지 교주가 운영하는 개인 기업의 직원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이들을 마음껏 부린 겁니다. 이탈한 신도의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교주의 설교 음성에는 노동을 신성시하며, 주님의 뜻에 따라 노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생생히 담겨있었습니다. 이탈한 신도들에게서 통장 내역을 확보해 검토했습니다. 실제 회사 이름이나 대표 이름으로 월 20만 원만 들어왔습니다.
또 다른 통장들은 100여 만 원이 입금됐다가 하루나 이틀 뒤 현금인출기로 출금한 기록들이 있었습니다. 이 이상한 흐름에 대해 이탈 신도들은 자신들이 실제 소유하지 않은 통장이라며 대표가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2년 노동력 착취 문제로 한 차례 문제가 된 이후 회사 측에서 조사에 대비해 100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준 것처럼 영수증을 꾸미거나 입출금 내역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18년 전에도 고발.... 돌아온 교주의 인권유린
실제로 노동청과 전남 무안경찰서 취재결과 2002년 말 노동력착취 문제로 해당 교주에 대해 조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당시 언론사에 방송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교주는 도피 행각을 벌이며 처벌을 피했고 이 때문에 수사기관과 노동청 조사는 기소중지 상태에서 공소시효 만료로 마무리돼버렸습니다. 그동안 업체는 업체 이름과 대표를 여러차례 바꾸면서 계속 운영해왔습니다.
다시 돌아온 교주의 인권유린 행각은 더욱 대담해졌습니다. 본사를 태안으로 옮기면서 건물 공사를 신도들에게 맡겼습니다. 신도들은 무안에서 태안을 버스로 오가며 힘겨운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신도가 줄자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주 여성’을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기상천외한 방식이었습니다. 남성 신도들을 베트남 여성과 결혼시키게 한 겁니다. 심지어 신도 부부들을 이혼시키고 이혼한 남편을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게 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이혼부부만 4쌍입니다. 이렇게 결혼을 통해 이주 여성 10여 명을 유입했지만 낮은 임금 등으로 하나, 둘 빠져나가 지금은 3~4명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이 침묵했던 이유....더 큰 피해 막기위한 용기 지지해야
피해 내용과 관계기관의 감시 사각지대만 밝혀낸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피해를 당하면서도 뒤늦게 탈출한 이유도 취재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론이 다른 피해를 막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취재한 내용들은 지역 뉴스에 7건이 방송됐고, 전국 뉴스에는 3건이 방송됐습니다. 디지털뉴스도 2건을 제작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이탈한 신도들은 익명처리 했고, 인터뷰는 KBS광주총국 인터뷰룸에서 인터뷰를 한 뒤 원본 그대로 음성만 대역을 사용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어렵게 카메라 앞에 선 그들에 대한 언론사의 배려였습니다. 피해자들만 불가피하게 익명처리 하였고 다른 취재원들은 대부분 실명으로 기사에 담았습니다.
당사자인 교주와 측근인 업체 대표를 만나기 위해 현장 방문을 했고, 여러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교주 측의 입장은 반영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이들은 경찰의 소환 명령에도 2차례 불응한 상황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경찰이 교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경찰 측은 취재진에 영장 발부에 대해서는 기사화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교주의 신변 확보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기사에 영장 발부내용은 담지 않았습니다. 교주는 4월 현재까지 도피 행각 중입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특별한 이해관계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기자들이 직접 현장 취재를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타 특이사항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단독 취재 아이템으로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보도 이후 타 방송사 프로그램 3곳에서 피해자를 만나볼 수 있냐며 연락이 왔지만 피해자들이 KBS광주 외에 더 이상의 언론 접촉을 원치 않아 피해자들의 뜻을 방송사 측에 전달했습니다.
첫 보도는 통신사 뉴스1에서 반영했고, KBS보도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철저한 실태조사를 요구하며 낸 성명은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1 등에서 다뤘습니다.
-전남 무안서 교주가 女신도 성폭행 의혹…노동력 착취 정황도/뉴스1(2020.03.17.)
-노동단체 "무안 종교집단 노동 착취·성폭행 전반적 조사해야"/연합뉴스(2020.03.23.)
-이주노동자단체 "무안 종교시설, 노동착취·성폭행 수사" 촉구/뉴시스(2020.03.23.)
-노동단체 "성폭행·노동력 착취 무안 종교시설 철저히 수사해야"/뉴스1(2020.03.23.)
4. 사회에 끼친 영향
KBS보도 이후 전라남도에서 즉각적으로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에 실태조사 요청을 했습니다. 목포지청은 종교 집단이 함께 지내는 무안 공장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무안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만났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 반향도 컸습니다. 현재 성폭행 혐의는 업체 본사가 있는 충남경찰청에서 조사하고 있고, 노동력착취 혐의는 광주지검에 고소장이 접수돼 관할 경찰서로 이관된 상탭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보도는 선정적이고 일회성에 그칠 수 있는 사안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인권유린 문제와 관계기관의 허술했던 대응 등을 밝혀낸 의미가 큽니다. 방송이라는 매체의 특징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등장하는 인터뷰는 고민이 필요했지만 공감대를 형성한 뒤 취재에 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목소리는 음성변조가 아닌 대역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보호에 노력했습니다. 또 ‘종교 집단 리더의 성폭행’이라는 주제가 자극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만큼 세부적인 피해 내용이나 표현은 자제하고 성폭력 피해자 취재와 관련한 윤리 강령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거대 이슈 속에서 자칫 묻힐 수 있는 사안을 밝혀내 지역 감시견으로서 역할을 다한 보도라는 평가입니다. 리포트 가운데 첫 번째 아이템은 포털 ‘다음’에서 당일 조회수 100만이 넘었고, 두 번째 아이템도 당일 50만 건 가까이 보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첫 보도에서 교주인 박씨가 구원파에서 활동하다 사이가 틀어져서 나왔다는 부분에 대해 구원파 측에서
구원파에서 쫒겨난 사람이라며 자신들과 관계없다고 연락해왔지만 취재기자가 직접 기사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고, 기자상 출품 당일인 7일까지는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8일 오후 본사 법무실을 통해 구원파 측에서 본사 법무실을 통해 정정보도 등 언론조정신청서를 신청했음을 알려왔습니다. 해당 보도에서 교주로 나온 박모 씨는 ‘구원파의 분파’가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55회 전체 총평
출품작 모두가 역작이었다. 현장에서 열정과 땀으로 일군 수작이 많았다. 수상작은 당연히 탁월한 역작이었고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도 발군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선정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제355회(2020년 3월)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는 총 41편이 응모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출품한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등 6편을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특히 조주빈 검거로 사회 관심사로 떠오른 텔레그램 성착취와 관련해서는 최초 문제 제기에서 마지막 주범 검거까지 집요하게 파헤쳤던 대학생 기자단 ‘추적단 불꽃’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보도가 수상했다.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1년 6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취재에 나서 일궈낸 값진 결과였다. 추적단 불꽃이 보도한 이후 많은 보도가 이어졌지만 심각한 사회 병폐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며 가장 끈질기게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후보작은 아니었지만, 최초 보도로 기성언론에 경각심을 심어 준 추적단 불꽃의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도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성착취라는 주제를 기성 언론 못지않은 문제의식과 열정으로 사회 이슈화하면서 새로운 언론 전형을 보여줘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KBS의 <조세정의 시리즈> 보도가 수상했다. 이 작품은 탈세자와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시리즈별로 다시 재취재해 탈세와 관련한 경각심을 일깨운 수작이었다. 조세 포탈과 관련해 3만8000여 고액체납자 명단을 수집해 분석하고 체납을 넘어서, 계획하고 공모해 과세 당국을 속이고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 포탈범의 실상을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판결문까지 직접 입수해 세밀하게 이를 보여주면서 자칫 뻔한 메시지로 흐리기 쉬운 조세 포탈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한겨레21의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서벽지학교의 현실과 아픔을 제대로 지적했다. 임대아파트와 관련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도서벽지학교의 문제를 추적 보도하면서 이슈를 이끌어냈으며 임대아파트를 둘러싸고 기존 언론이 미처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 ‘의원과 법’> 보도가 선정됐다. 국회와 관련해서는 입법 이슈가 항상 언론의 주된 소재 거리다. 무조건 법안을 많이 제출하고 통과 건수가 많은 국회의원이 일을 잘한다는 선입관을 무너뜨렸으며 입법과 법안 처리의 맹점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에서 응모한 <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보도였지만 전국에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신천지 신도가 집단으로 거주해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구시가 특정 아파트 전체를 격리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수작이었다. 최초 보도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주민과 대구시를 대상으로 추가 취재를 이어가 탐사보도 못지않은 깊이 있는 내용을 전했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 김지혜> 보도가 선정됐다. 지역 신문에서는 지역 기반의 뉴스와 탐사보도가 심심치 않게 후보로 올라오는데 국제신문 수상작은 방대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청년의 과거와 현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언론은 시대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말한다. 사회 현안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면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사회의 밝은 면 못지않게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강자보다는 약자 편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해법 제시도 빼놓을 수 없는 언론의 본령이다.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위상을 보여 준 출품작 모두를 수상 무대에 세우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