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ㅇ )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라임의 사장과 부사장이 사과했고, 그 배경을 ‘메자닌 펀드 수익률 악화로 인한 유동성 경색’을 꼽았습니다. 라임이 투자한 회사들이 문제를 겪어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겁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2월 14일,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를 모펀드 4개, 자펀드 173개라고 밝혔고, 피해금액은 1조6679억원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의 원성이 줄을 이었고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이 판매처들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보도를 이어가던 중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이면서 현재 잠적한 상태인 이종필 라임 부사장이 한 기업사냥꾼과 결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코스닥상장사)입니다. 김 회장은 라임 펀드의 돈을 빌려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회사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소까지 받은 인물입니다. 라임의 ‘메자닌 수익률 악화로 인한 유동성 경색’을 초래한 장본인 성격이라고 지목받은 겁니다.
특히, “김 회장이 로비를 어마 무시하게 한다”는 라임 펀드 판매사 본부장의 녹취록이 SBS의 보도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녹취록에선 이런 말이 ‘풍문’ 수준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KBS 사회부는 타사의 보도가 선행되긴 했지만, 이 녹취의 신빙성과 더불어 청와대 행정관이 실제로 ‘로비’ 즉 금품을 받은 것인지 밝혀내는 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김 회장의 금품 수수 내역’ 취재에 들어간 계기입니다.
취재진은 라임사태와 관련된 사람들을 계속 만나가던 중 유력한 제보자를 접촉했습니다. 스스로 김 회장의 고향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고향 지인은 김 회장이 이른바 텐프로라고 불리는 술집에서 주로 접대를 했다는 내용과 함께 청와대 행정관이 법인카드도 쓴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로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제보자보다 김 회장에 더 가까이 있던 인물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 회장의 회사 ‘스타모빌리티’라는 회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실상 모든 사람들에게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이 중에서 김 회장의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스타모빌리티의 건설업 진출에 역할을 맡고 있었던 등기이사와 접촉됐습니다. 이 인물은 김봉현 회장이 술집에서 청와대 행정관에게 주로 접대했다는 사실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인카드 로비 정황과 현금 액수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순차적으로 추가 정황을 알고 있는 인물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의 운전기사와 접촉하게 됐습니다. 운전기사는 김 회장과 작년 5월부터 2~3달 정도 함께 일하다가 개인적인 일로 일을 그만 둔 인물이었습니다. 이 운전기사에게 매우 구체적인 로비 정황을 입수했습니다. 운전기사가 당시 회사 관계자들과 주고받던 문자메시지로 법인카드가 건네진 정확한 날짜와 장소를 특정했습니다. 김 회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법인카드를 건넨 현장은 ‘차 안’이었습니다. 실제 그 차량 안에 있던 인물이 직접 보고 들은 정보를 입수한 겁니다. 김 회장은 법인카드를 행정관에게 건넸고, 행정관이 평소 갖고 싶어했다는 시계를 사라며 현금 150만원도 줬습니다. 그 현금 150만원은 운전기사가 김 회장 심부름으로 인출해 온 돈이었습니다.
이후, 취재진은 운전기사 휴대전화에 들어있던 당시 법인카드 실물 촬영본 사진을 입수했습니다. 한도 200만 원이라고 쓰여있고, 회사 이름이 박혀있는 카드였습니다. 운전기사가 김 회장 심부름으로 회사 관계자에게 받아왔던 카드를 직접 찍어놨던 사진이었습니다. 해당 법인카드가 행정관에게 건네질 때 바로 옆에 있던 사람에게서만 입수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크로스체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현재 스타모빌리티의 관계자를 접촉한 끝에 결국 이 법인카드가 실제 발행된 것이 맞고 용처가 무엇인지, 사용 장소는 어디인지까지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짧은 방송보도의 특징상 이 같은 내용들은 많은 부분 생략됐습니다.
이와 별개로 회사 관계자에게서 청와대 행정관의 동생이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라는 사실도 듣게 됐습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법인카드가 행정관에게 건너가고 2달 뒤 사외이사로 누군가 취임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해당 사외이사가 실제로 행정관 동생이 맞는지 크로스체크를 시도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 등기이사에게 확인했습니다. 사외이사가 제출한 서류 중에 자신의 거주지를 전남 곡성으로 써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어 청와대 행정관 부친이 2008년까지 전남 곡성에서 초등학교 교장까지 지낸 사람이고, 부고장에 있는 행정관 동생 이름이 해당 사외이사와 동일하다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스타모빌리티 관계자를 통해 해당 사외이사가 행정관 동생이란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행정관 동생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을 놓고 “일종의 볼모로 잡고 행정관 동생을 사외이사로 취임시킨 것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의혹이 사실이 확인된 순간입니다.
이에 대한 해명을 얻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에게 수 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금감원에 찾아갔지만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청와대, 금감원 등에도 해당 사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 비위 사실을 감찰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은 약 한 달에 걸친 끈질긴 취재 끝에 김봉현 이란 인물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법인카드를 건넸다’는 구체적인 증언과 카드 실물 사진을 입수할 수 있었고 나아가 청와대 행정관의 동생까지 사외이사로 취임시켰다는 의혹을 교차 확인해 최종 보도하게 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은 ‘ㅇㅇ회사 전 직원’이라고만 기사에서 밝혔습니다. 이 직원은 김봉현 회장의 전직 운전기사입니다. 해당 운전기사는 김 회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행동한 사람이며, 실제 로비 과정을 눈으로 봤고, 일부 로비 과정에서는 직접 현금을 인출해 들고 온 사람입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김봉현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인물입니다. 이 인물 역시 김봉현 회장의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며, 직접 현금을 준비하고 건넨 정황을 지켜본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을 알게 된 김봉현 회장 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확인 받은 정보를 보도했습니다.
취재진은 김봉현 회장의 로비 정황을 취재하기 위해 단순한 ‘전언’이라든가, 소문을 듣고 보도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 로비 과정을 눈으로 본 사람 또는 로비 과정에 동행한 사람을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자는 KBS의 보도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질만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제보자 등은 김봉현 회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김봉현 회장의 로비 정황이 보도된다고 해서, 금전적이나 사회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제보자는 당시 김봉현 회장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제보자 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로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만 전달했고, 제보자가 이에 응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은 매우 긴 설득 끝에 이뤄졌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취재진은 스타모빌리티라는 회사를 수차례 방문했습니다. 이에 법인카드를 주기 직전에 청와대 행정관과 김 회장이 함께 골프를 친 곳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골프장은 회원권으로만 운영하는 고급 골프장이었고, 김 회장 이름으로 된 회원은 없었습니다. 다만, 회원증 명의는 라임자산운용의 본부장 이름으로 돼 있다는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가볼 수 있는 현장은 모두 가봤고, 접촉해볼 수 있는 김 회장의 측근은 취재진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모두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무엇보다 이번 보도에는 이른바 ‘검찰 관계자’가 섞여 있지 않다는 점이 특이점입니다. 취재를 통해 일종의 정황만 잡고, 검찰 관계자에게 확인받는 식이 아닌, 철저히 사건과 관련된 거의 모든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현장 취재했습니다. 특히 뇌물 수수 의혹 취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취재해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기자들의 협업과 끈질긴 노력을 통해 사실상 관계자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에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금품수수 의혹을 선행보도한 곳은 없었습니다. 다만, SBS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회장과 청와대 행정관이 룸살롱을 함께 출입했다는 정황만 보도됐을 뿐입니다.
KBS는 정확한 금품수수 정황과 액수를 취재했고, 이것이 대가성을 전제한 ‘금품’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이 타 매체와의 차이였습니다. 이에 따라 타 매체의 반향도 있었습니다. 청와대 행정관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었던 터라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이는 뇌물죄로 충분히 연결할만한 추종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해당보도는 3월 31일에 보도된 것으로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사건입니다. 검찰이 행정관을 소환해 뇌물죄를 본격적으로 수사한 뒤에야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모두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해당 행정관은 금감원에서 보직해임됐습니다. 금감원은 내부 감찰을 진행 중입니다. 금감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에 감사원 감사까지 추가로 받게 됐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선거로 선출된 권력으로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은 기관인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하던 시점에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피해액이 1조 6천억원 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에 연루돼 돈을 받은 사람이 국정운영 책임기관의 행정관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보도대상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보도에 이르지 않도록 꼼꼼하게 사실을 취재했습니다. 또, 기록과 자료를 조작한 사실이 일절 없습니다.
또한, 취재원을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해야 한다는 윤리강령에 따라 취재원을 특정할만한 기사내용을 작성하지 않았고, 검찰에 취재원을 밝히는 일도 없었습니다. 이 같은 취재방식은 취재원들도 취재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현재까지 보도 당사자가 반론보도를 신청해오지 않았고,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사항도 없습니다. 또, 정정보도나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포함해 고소, 고발이 일절 없음을 밝힙니다.
회차 심사평
제355회 전체 총평
출품작 모두가 역작이었다. 현장에서 열정과 땀으로 일군 수작이 많았다. 수상작은 당연히 탁월한 역작이었고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도 발군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선정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제355회(2020년 3월)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는 총 41편이 응모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출품한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등 6편을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특히 조주빈 검거로 사회 관심사로 떠오른 텔레그램 성착취와 관련해서는 최초 문제 제기에서 마지막 주범 검거까지 집요하게 파헤쳤던 대학생 기자단 ‘추적단 불꽃’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 검거 이후> 보도가 수상했다. 한겨레신문 사건팀이 1년 6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취재에 나서 일궈낸 값진 결과였다. 추적단 불꽃이 보도한 이후 많은 보도가 이어졌지만 심각한 사회 병폐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며 가장 끈질기게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후보작은 아니었지만, 최초 보도로 기성언론에 경각심을 심어 준 추적단 불꽃의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도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성착취라는 주제를 기성 언론 못지않은 문제의식과 열정으로 사회 이슈화하면서 새로운 언론 전형을 보여줘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KBS의 <조세정의 시리즈> 보도가 수상했다. 이 작품은 탈세자와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시리즈별로 다시 재취재해 탈세와 관련한 경각심을 일깨운 수작이었다. 조세 포탈과 관련해 3만8000여 고액체납자 명단을 수집해 분석하고 체납을 넘어서, 계획하고 공모해 과세 당국을 속이고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 포탈범의 실상을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판결문까지 직접 입수해 세밀하게 이를 보여주면서 자칫 뻔한 메시지로 흐리기 쉬운 조세 포탈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 한겨레21의 <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서벽지학교의 현실과 아픔을 제대로 지적했다. 임대아파트와 관련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도서벽지학교의 문제를 추적 보도하면서 이슈를 이끌어냈으며 임대아파트를 둘러싸고 기존 언론이 미처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해 주목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 ‘의원과 법’> 보도가 선정됐다. 국회와 관련해서는 입법 이슈가 항상 언론의 주된 소재 거리다. 무조건 법안을 많이 제출하고 통과 건수가 많은 국회의원이 일을 잘한다는 선입관을 무너뜨렸으며 입법과 법안 처리의 맹점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에서 응모한 <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보도였지만 전국에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신천지 신도가 집단으로 거주해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구시가 특정 아파트 전체를 격리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수작이었다. 최초 보도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주민과 대구시를 대상으로 추가 취재를 이어가 탐사보도 못지않은 깊이 있는 내용을 전했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 김지혜> 보도가 선정됐다. 지역 신문에서는 지역 기반의 뉴스와 탐사보도가 심심치 않게 후보로 올라오는데 국제신문 수상작은 방대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청년의 과거와 현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언론은 시대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말한다. 사회 현안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면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사회의 밝은 면 못지않게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강자보다는 약자 편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해법 제시도 빼놓을 수 없는 언론의 본령이다.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위상을 보여 준 출품작 모두를 수상 무대에 세우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