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취재
경기도 내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올해로 13년째 근무 중인 모 팀장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국내 다문화가정은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아내' 형태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 결혼이주여성들에겐 말이 통하는 사람도 없고, 마음 편한 친정도 멀고, 시댁이 법(法)일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팀장은 말을 이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애 버릇 나빠지니까 안아주지 말라고 하고, 말이 늦게 터질수록 언변이 유창해진다고 놔두라고 하고… 어린 엄마들이 한국 문화도 모르는데 뭘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고분고분 말을 듣는 거에요. 그렇게 방치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후천적으로 장애 판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진작 바로잡으면 장애인이 되지 않는 건데."
이번 ['후천적 장애' 위기에 놓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취재는 팀장의 말로 시작됐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또래보다 언어 발달이 늦어도, 이상 행동을 보여도 단순히 한국과 외국의 문화 차이로만 여겨져 '후천적 장애인' 위험에 놓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태어났어도 사회와 가정의 홀대 속에 영유아가 장애 판정을 받게 된다면, 특히 다문화가정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더욱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라면, 제도권에서 적절한 지원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먼저 '후천적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을 뭐라고 부르는지부터 짚어야 했습니다. 이는 지자체마다 장애의심아동 혹은 장애위험영유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긴 하나, 어떤 것도 정식 명칭이라고 볼 순 없었습니다.
공식 명명조차 확실하지 않은데 관련 통계가 있을 리는 만무했습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자료, 장애인에 대한 자료는 있어도 다문화가정 내 장애인 자녀에 대한 자료, 장애위험영유아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취재 초반엔 추상적이고 산술적인 계산만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확보한 자료는 경기도 주민 현황 자료입니다.
경기도 다문화가정 가구원 24만5천명 중 5만7천명(약 23%)이 만 18세 미만의 자녀라는 것, 이들 중 만 6세 미만 영유아는 2만3천명이라는 것. 경기지역 전체 영유아가 76만명임을 봤을 때 다문화가정 영유아는 전체의 3%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경기도 장애위험영유아에 대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장애로 진단받지 않았지만 앞으로 발달지연 위험성이 큰 장애위험영유아는 경기도 내 8만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경기지역 전체 영유아의 9~1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다문화가정 영유아에 대입하면 총 2천300여명이 장애위험군이라고 해석됐습니다.
이와 같이 취재 과정에서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던 이유는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마저 2018년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장애아동복지법’은 장애위험영유아를 조기에 발견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가정에서 적절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성가족부의 2년 전 실시한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끝으로 추가적인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다문화가정의 장애위험영유아를 지원하는 대책은 전무했습니다. 본보는 이러한 문제점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경기일보 2020년 6월23일자 1면에 [방치된 다문화가정 자녀, ‘후천적 장애’ 위험 노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연속 보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보도 및 취재는 경기도와 경기도 내 장애인단체, 단체가 연결해준 장애인복지관 및 다문화가정 관련 기관, 국제구호단체 등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진행됐습니다. 본보와 해당 기관 및 단체 등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후천적 장애' 위기에 놓인 다문화가정 아이들] 취재는 경기일보의 단독 보도로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본보의 연속 보도 과정에서 경기도가 대책을 발표하자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장애위험영유아’ 위한 전문상담사 배치(6.24)] ▲뉴스1 [경기도, 장애위험영유아 체계적 관리지원…매뉴얼 제작·보급(6.24)] ▲이데일리 [경기도, 장애위험 영유아 지원(6.24)] ▲뉴스핌 [경기도, 장애위험 영유아 지원방안 마련(6.24)] ▲서울경제 [경기도, 장애위험영유아 위한 체계적 지원방안 추진…전문상담사 배치 등(6.24)] 등 20개 언론사가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또 서울신문이 [경기도의회 이진연 의원, 장애의심아동 지원 대책 마련 촉구(6.25)]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본보가 ['후천적 장애' 위기에 놓인 다문화가정 아이들] 관련 기사를 연속보도하자 경기도는 31개 시ㆍ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장애위험영유아를 선별ㆍ지원할 수 있는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고, 어린이집 등 보육현장에 장애위험영유아 매뉴얼을 제작ㆍ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다문화가정 아동들에 대해서는 장애위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이 같은 경기도의 대책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 의의가 더욱 큽니다.
구체적으로 경기도는 올해 말까지 현장가이드북을 제작해 보육현장에 배포하고, 2021년부터는 시ㆍ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전문상담사를 각 1명씩 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도내에서 다문화가정 아동에 대한 발달 지연 및 장애의심영유아 지원사업을 하는 곳은 안산시장애인복지관, 김포시장애인복지관, 여주베타니아복지재단 세 곳 뿐이었는데, 이제 타 지역으로의 확산이 기대됩니다.
더욱이 장애인복지관 및 복지시설 등이 아닌 보육현장에서 장애위험 아동을 발견할 수 있게 돼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될 전망입니다. 제도권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본보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회 역시 추가 후속조치를 촉구했습니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가족위원회 소속 이진연 의원은 경기도가 발표한 장애위험영유아 정책에 이어, 다문화가정과 미등록 이주아동의 특성을 반영한 장애의심아동 지원 정책이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지역사회 어린이집 등과 연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실질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 월드비전 경기남부지역본부는 본보의 연속 보도 이후 경기도가 어려운 가정 내 아이들을 돕는다는 소식에 별도로 감사함을 전해왔습니다.
최성호 월드비전 경기남부지역본부장은 6월24일 입장문을 보내 “경기도가 장애위험영유아를 선별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지속적으로 장애의심영유아에 대한 실태를 알리고 지원 필요성을 언급해, 법제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경기일보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이번 기사가 2020년 6월22일 처음으로 경기일보 온라인에 기사화 된 이후, 경기도는 같은 달 24일 장애위험영유아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본보 논설위원실은 ‘장애 몰리는 다문화 자녀, 경기도가 나섰다’는 제목의 사설을 2020년 6월26일 싣고 취재에 적극 지지를 보임은 물론 경기도의 발표를 환영했습니다.
논설위원실은 해당 사설을 통해 “만시지탄이지만 경기도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아울러 시군 차원의 대책도 마련되기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책임의 끝자락에는 정부가 있다”며 “다문화 가정을 품는 일이고, 저소득층을 돕는 일이고, 복지의 기본 영역을 채우는 일이다. 정부 대책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6월25일 경기일보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도 제4회 경기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에서도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대표변호사, 이재복 수원대학교 교수 등 7명의 위원이 참여한 이 자리에선 본보의 ['후천적 장애' 위기에 놓인 다문화가정 아이들] 기사를 두고 다문화가정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며, 심도 있는 기획기사로 발 빠른 대책이 나온 데 대해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이번 기사가 단순 1회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심층적인 연속보도를 통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 다문화가정을 비롯 경기도 내 장애위험영유아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데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보도에 있어 취재기자들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에 대해 외부 지원 등은 없었으며 반론신청 및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등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회차 심사평
제358회 전체 총평
제35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63편이 출품돼 1, 2차 심사를 거쳐 14편이 최종심사에 올랐다. 이 중 7개 부문에서 각 1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최종심사에 오른 4편의 보도 중 TV조선의 <여성 철인3종경기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유족 “前 소속팀에서 가혹행위”> 보도가 선정됐다. 특종 보도의 가치뿐 아니라 문체부의 진상조사와 경찰 수사,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가능케 한 입체적인 후속 보도로 완결성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TV조선의 보도는 다수의 선행 보도에서 나타난 정형화된 체육계 폭력문화와는 다른 양상의 범죄형 폭력행태 실상을 보여준 한편 선수의 호소를 외면한 정부와 관계 당국의 직무유기를 고발한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의 <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기사는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정파적인 관점을 벗어나, 정부의 임대사업자 지원정책의 부작용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취재를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 준 보도로 평가받았다.
기자상 심사과정에서 임대사업자 지원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적지 않게 나왔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에 확인하기 힘든 누적된 부작용과 폐해를 서울 강남, 강북의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서 유의미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인 국민일보의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함께 가진 중복장애자들에 대한 전례 없는 집중기획보도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 소수인 탓에 복지정책과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됐던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의 고통을 이중통역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 취재진의 노고가 돋보였다. 해외 특수교육 사례를 취재해 시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전향적인 관심을 촉발시킴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할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 수작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었다.
JTBC의 <‘덕분에’ 지키는 방역전선···의료현장의 그늘’>은 코로나 방역전선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간호사들을 영웅으로 떠받들면서도, 차별적인 수당 지급으로 상처를 주는 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당국의 위선적인 부실 행정을 끈질기게 비판해 문제 해결의 결실을 맺은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선 TJB대전방송의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이 선정됐다. 꾸준한 후속보도를 통해 무심히 지나쳤으면 진상 규명이 늦어졌거나 묻힐 수도 있었던 잔혹한 범죄의 전모를 밝혀낸 기자의 집념과 열정을 심사위원 모두 공감하고 지지했다. 지역 내 편의점을 활용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아이디어로 사회적 대안을 실행한 점은 금상첨화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KBS광주의 <농민 없는 농업법인, 특혜로 키운 불법 온상> 역시 심층보도의 전형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농업과 농민 문제가 언론의 관심영역에서 점점 소외되는 사이에 총체적인 부조리 상태에 빠진 농업과 농민 정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취재진의 집중력이 주목받았다. 농업과 농민을 위한 국가 예산을 지역 건설업자와 자녀들이 편취한 한 농업법인의 사례로 농업정책 전반에 대해 경종을 울린 묵직한 보도였다. 후속 보도가 기대된다.
전문보도부문 사진보도 수상작인 국민일보의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은 북한이 예고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 현장을 포착하기 위한 기자의 집념과 사건 발생 시점의 절묘한 조합으로 건져 낸 특종에 심사위원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가 배포한 폭파현장 사진으로 인해 특종의 반향이 축소됐지만, 이 또한 체제의 선전사진과 기자의 보도사진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